-
-
우먼 인 캐빈 10
루스 웨어 지음, 유혜인 옮김 / 예담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1. 30년 가까이 거주한 본가의 아파트가 1층입니다.. 오래됐죠, 지금도 부모님께서는 따로 외부 창살을 만들어놓질 않으셨습니다.. 그냥 샷시만 있어 누구라도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는 구조입니다.. 늘 하시는 말씀으로는 들어와도 뭐 들고 갈 것도 엄따,라는 이유로 굳이 갑갑하게 외창살을 달 이유가 없다는 것이죠, 부모님의 입장에서는 누군가 집에 들어와서 범죄를 저지른 경험을 가지시지 못했기 때문인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전 아닙니다.. 그래서 주구장창 말씀을 드렸지만 깊이 듣진 않으시더군요, 아마 제가 여자였다면 조금 생각이 달라지셨을까요, 하지만 남자든 여자든 누군가가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고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공간을 침범했을때 느끼는 공포는 다르지 않을겁니다.. 그냥 그걸 못느껴봤을뿐인거죠, 심지어 경찰도 부르시지 않으시더군요, 헐, 여하튼 중3때였습니다.. 늘 부모님은 가게를 하시니 늦게 들어오시는 경우가 많으셨죠, 늘 야자를 마치는 시간이 10가 넘었는데 하필이면 그날은 9시경에 마친겁니다.. 학교는 집에서 3분거리도 안되는 곳이죠, 룰루랄라 집으로 오면서 집앞에 젊은 남자가 담배를 피고 있길래 저기서 담배 태우면 옆집 아저씨가 또 나와서 뭐라할텐데라고 생각하며 아파트 입구로 들어섰죠, 그리고 열쇠로 문을 열었습니다.. 근데 어라, 문고리가 걸려있네요, 엄마... 엄마... 불러도 아무 말이 없어 딴생각없이 집 앞 도로쪽 샷시를 여는데 그냥 훅 열리는거에요,
2. 그때 눈치 챘어야하는데 한번도 당해보지 않은 일이라 그냥 그러려니하고 샷시를 넘어 집으로 들어섰죠, 근데 뭔가 후다닥하면서 뒷 베란다로 뛰어내리는 소리가 들려서 의심도 안하고 큰방으로 들어서니 장농이고 침대고 서랍이고 완전 엉망이더군요, 순간 얼음,,, 그대로 현관문을 열고 나갈려고 문을 열다가 머리를 심하게 부딪혔죠, 문고리가 그대로 잠겨있었던겁니다.. 제가 넘어진 머리 위로 누군가가 훌쩍 뛰어넘어 현관문으로 달아나더군요,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가서 도둑이야,라고 외쳤는데 이게 소리가 안나더라구요, 목이 꽉 잠긴것처럼 목구멍에서만 울리는 소리, 심지어 도망가던 도둑은 절 돌아보기까지 했습니다.. 그때 그 눈빛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부모님이 오셨죠, 전 경찰에 연락할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부모님은 뭐 가져간 것도 없고 훔치기 전에 제가 들어온 것 같다면서 저보곤 도둑 봤냐고, 그래서 봤다고, 도망갔더냐고, 들어오니까 그냥 내빼더라구, 안무섭더냐고, 엄청 놀래고 무서웠다구, 욕봐따. 피곤타, 일찍 자라..... 허얼~ 개인적으로는 그 이후로 문을 두번세번 잠그고 누워야 잠이 드는 버릇이 생겼고 잠도 깊은 잠을 자지 못하는 트라우마가 생긴 듯 하나 여전히 부모님은 잘 모르시죠, 그러니 여태껏 30년동안 외부 창살 다실 생각을 안하시는거죠, 이런 과거의 공포가 이번에 읽은 이 작품을 통해서 또다시 생각납디다.. 루스 웨어의 국내 두번째 출시작 "우먼 인 캐빈 10"이라는 작품입니다.. 제목에서 이 작품이 뭔 내용인 지 대강 보여집니다.. 도대체 10번째 방에 있는 여자에게 무슨 일이 발생한 것일까요,
3. 여행잡지 기자인 로라 블랙록은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집에서 잠이 들었는데 인기척에 잠이 깹니다.. 그리고 방문 밖 거실에서 소리가 들리죠, 누군가가 그녀의 집을 침입한 것입니다.. 그리고 혹시나해서 방문을 연 순간 라텍스 장갑을 끼고 후드와 스카프로 얼굴을 가린 괴한과 마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도둑은 그녀를 밀치고 방안으로 밀어넣어버립니다.. 그 와중에 뺨에 상처를 입은 로는 공포로 인해 꼼짝을 하지 못하죠, 그리고 도둑은 그녀를 방안으로 가둔 체 유유히 사라집니다.. 이런 공포스러운 경험으로 인해 상황이 여의치 않지만 그녀는 이미 계획된 오로라 관강을 위한 크루즈의 여행기를 잡지에 싣기 위해 영국과 노르웨이를 운항할 예정으로 처음 출항을 하는 오로라에 탑승을 해야하죠, 오로라호는 유명 재벌이자 귀족인 리차드 불머경이 새롭게 선보이는 크루즈 여행선으로서 몇몇의 기자와 리차드 불머의 투자자 및 지인들과 함께 며칠간의 크루즈 여행을 하기로 되어있죠, 로는 심한 불안장애와 며칠간의 알콜 섭취로 인한 후유증에도 불구하고 오로라호에 탑승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소설은 시작되죠, 불안하게 며칠을 보냈던 로는 저녁 만찬회에 나가기위해 마스카라를 찾던 중 집에 들어온 도둑이 훔쳐간 핸드백에 들어있었던 마스카라를 생각하곤 자신의 방 옆은 10호실로 향합니다.. 누군가가 여성이 있으면 마스카라를 빌리려고 한 것이죠, 한참만에 자신이 두드런 노크 소리에 반응을 한 여인이 문을 열고 로에게 마스카라를 빌려줍니다.. 하지만 뒤이어 벌어지는 사건속에서는 이 10호실에는 누군가가 있으면 안되는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로가 만났던 그 여인은 존재하지 않은 사람인 것이죠, 어떻게 된 일일까요, 그리고 오로지 로만이 알고 있는 그 진실을 과연 누가 알아줄까요, 힘겹게 진실을 찾아나가고자 한 로에게 닥친 앞날은,
4. 작가의 전작인 "인 어 다크, 다크 우드"에서도 익히 경험한 바가 있지만 이 작가님이 보여주시는 강박적 공포는 정말 대단합니다.. 뭐랄까요, 폐쇄적 압박감이 넘치는 심리적 두려움이라고 해야할까요, 여성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숨막히는 상황적 밀도가 대단히 긴장감 넘치게 펼쳐집니다.. 이번에는 해상위에 홀로 떠있는 배에서 벌어지는 일이죠, 대규모의 초호화 크루즈가 아니라 좁은 공간에 밀집된 사람들과 뒤섞이며 펼쳐내는 밀실 미스터리 스릴러라고 보시면 될 듯 싶습니다.. 여성 주인공만이 진실의 한 부분을 목격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누군가가 살인자라는 설정은 고전 미스터리소설에서 많이 보아온 스토리입니다.. 하지만 이 설정이 주는 밀도는 일반적인 고전 추리소설의 밀실 트릭과는 그 감성이 다릅니다.. 초반의 시작점부터 불안심리와 공포적 트라우마의 의도를 먼저 제시하고 여성 주인공의 불안한 심리와 상황적 설정이 끊임없이 벌어지기 때문에 독자들은 처음부터 로라는 여주인공의 심리에 동조하며 그 시선을 따라갑니다.. 그리고 챕터의 중간중간 사건의 후반부의 결말에 해당하는 궁금증이 가득한 정보를 꾸준히 제시하면서 독자들은 실제 선상에서 벌어진 사건의 내막속으로 한없이 빨려들어가는 것이죠, 이게 대단히 쫄깃쫄깃한 긴장감이 펼쳐져서 독자로서 무척이나 즐겁습니다..
5. 또한 이야기의 흐름이 상당히 빠르게 진행이 되기 때문에 독자로서 흥미롭게 집중할 수 있었어요, 작가가 보여주는 여성적 시각의 불안한 심리는 매우 섬세하고 심도깊게 그려져서 독자들도 이 심리에 공감하면서 상황이 주는 긴장감에 쉽게 적응할 수 있게 만들어줍니다.. 그만큼 재미가 상당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대중 심리스릴러소설로서 충분한 재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위에서 말씀드린바대로 고전 미스터리의 설정을 차용한 부분이지만 여성적 심리의 불안감을 설정에 교묘하게 접목시켜 상황의 흐름에 끊임없이 불안요소를 심어주기 때문에 독자들은 집중도를 한순간도 놓치지 않죠, 하지만 솔직히 초반부의 설정이 로의 심리와 불안장애에 있어 큰 부분을 드러내는 소재이자 중심이긴 하지만 전반적인 이 소설의 의도속에 조금은 따로 노는 느낌도 지울 수는 없었습니다.. 게다가 고전 미스터리의 설정을 차용한 부분이다보니 밀실처럼 해상에 홀로 놓인 배속의 인물들은 누구든 살인자가 될 수 있다는 전제하에 모든 인물들에 대한 의심적 판단의 흐름도 조금은 과한 부분이었고 반전으로 드러나는 후반부의 진실과 상황은 그닥 충격적이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흔히 보아오던 상황도 아니었던지라 나름 마무리까지 그럭저럭 잘 이끌어나갔다고 생각을 합니다..
6. 개인적으로는 전작인 "인 어 다크 다크 우드"보다 훨씬 대중적 재미는 더 나은 듯 합니다.. 작가는 전작과 이번 작품 모두 불안한 심리와 사회적 두려움을 가진 젊은 여성이라는 캐릭터를 설정해두고 이 여성들이 겪는 심리적 불안을 기저에 깔고 이로 인해 여성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사회적 범죄와 인간관계의 측면에서 조금은 취약한 여성에 대한 범죄적 문제점을 드러내고 이러한 상황을 결국 자기주도형 여성의 해결방법으로 이끌어가는 흥미진진한 스릴러의 모양새를 갖추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흔한 설정이고 스토리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루스 웨어라는 작가가 보여주는 캐릭터의 극도의 폐쇄적 불안 심리와 그로 인해 벌어지는 상황적 압박감을 그려내는 스릴러소설로서는 대단히 뛰어난 장점을 가진 작가라는 점은 앞으로의 작품에서도 늘 한결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전작보다는 조금 더 대중적인 느낌이 들었던 "우먼 인 캐빈 10"은 다음으로 보여질 작가의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나저나 돈 있으면야 뭔들 못하겠냐만, 그래도 초호화 크루즈는 한번 타보고 싶긴 하더구만, 아님 한 돈 100억주고 50M급 요트를 그냥 하나 사버려, 그 머시라꼬, 땡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