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수첩 버티고 시리즈
이언 랜킨 지음, 최필원 옮김 / 오픈하우스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1. 부모님 덕에 편안하게 대학생활을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용돈벌이라도 할까 싶어 우연히 알게된 커피숖에 알바를 시작했죠, 몇개월 하다보니 번화가인데다가 밤의 환락가에 위치한 곳이니 밤의 문화에 익숙해졌습니다.. 그때 지하에 있던 커피숖의 사장님께서 1층에 구슬 파칭코를 개업하시더라구요, 지금은 없어졌지만 그때는 상당히 유행한 합법적 도박장이었습니다.. 일본에서는 일반화되어 있는 취미이자 생활도박의 온상지이기도 하죠, 처음 시작하다보니 사장님께서 그쪽 노하우를 전수받기 어려워 부산에서 한동안 파칭코쪽으로 업무를 보셨던 분을 영입하셔서 상무라는 직책을 주고 일을 보게 하셨죠, 참 선하게 생기고 늘 저희 또래와 어울리길 좋아하셔서 그냥 쉽게 생각을 했었는데 대강 짐작하시다시피 부산에서도 유명한 칠성사이다파의 중간보스라고 어느날 이야기하시면서 자신의 삶을 늘어놓으시는데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실제 자신의 삶인 지 아님 지어낸 것인지는 몰랐지만 그동안 그분의 역할이나 주변에서 함부러 그 형님에게 말은 놓지 못하는 분위기를 볼때면 그 분의 이야기에 일부 진실이 있지는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누구나 겁을 내는 분이셨는데 저와 함께 알바를 하던 친구들은 세상 누구보다 편하게 대하면서 행님, 오빠하면서 반말과 웃으면서 늘 장난치던 그런 사이였죠,

 

    2. 한참 기분좋게 술을 드시곤 우리들이 삶이 부럽다는 이야기를 참 많이 했습니다.. 자신의 과거에는 대학이라는 곳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지금 이순간 너희가 누려야할 것을 모두 누리고 살아라면서 조금 과하게 취하신 날이었죠, 좋게 시작한 분위기가 어느순간 그 형님이 던져놓은 말한마디에 쏴아해져버렸습니다.. 사람에게 해를 가해본 적이 있느냐는 것이었죠, 누군가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폭력을 행해본 적이 있느냐는 것이었죠, 그리고 그게 얼마나 사람을 황폐하게 만드는가라는 이야기도 했었죠, 어린시절 한순간 잘못 들어선 길로 인해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하는 지 부모 덕에 편하게 용돈벌이나 하는 너희들이 정말 아느냐고 호통을 치시던 기억이 납니다.. 정말 무서웠습니다.. 그렇게 편하던 분이 한순간에 돌변하는 모습에 우리들은 깜짝 놀랐더랬죠, 그리곤 현재의 자신의 삶에는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다고 하시면서 자신의 사랑과 아이에 대해서 이야길 하시더군요, 그렇게 시작한 이야기를 우린 무서움 반, 두려움 반으로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언능 그자리에서 벗어나길 빌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며칠 후 그 형님은 부산으로 다시 넘어간다고 하시며 절 붙잡고는 전날 그렇게 호통을 친 이유를 알려 주시더군요, 자신은 늘 제가, 우리 친구들이 부럽고 우리가 앞으로 행복하게 살았으면 한다고, 자신이 자연스럽게 저희들에게 보여준 조폭의 인생이란게 조금이나마 미화되고 일종의 동경이 있었다면 모두 거짓이라고, 그래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하시면서 그렇게 떠나셨습니다.. 참 좋은 분이시죠, 그때 많은 것을 배웠던 것 같습니다.. 그 뒤로 파칭코를 관리하는 조잡한 조폭들은 정말 상종조차 하기 싫은 인간들이었고 어느순간 파칭코는 파산하고 사장님은 커피숖마저 문을 닫았더랬죠, 그리고 얼마안가 전 입대를 했습니다..

 

    3. 잊고 있는 좋은 기억이 떠올라 좋았네요, 이언 랜킨의 이번 작품은 "검은 수첩"이라는 작품입니다.. 존 리버스라는 상당히 독특한 성격을 가진 경찰이 이어나가는 시리즈이죠, "검은 수첩"은 시리즈의 5편인가 봅니다.. 이 존 리버스 시리즈는 현존하는 가장 유명한 경찰 시리즈라고 해도 큰 무리가 없을 정도로 30년이 넘는 기간동안 영미 장르문학계에서는 독보적인 작품입니다.. 이 시리즈는 밝지가 않습니다.. 스코틀랜드 특유의 칙칙함이 소설 전반에 걸쳐 묻어나고 있죠, 어두운 장르소설의 대가라고 불리우는 제임스 엘로이가 이 시리즈를 가리켜 "타탄 누아르"라고 부른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언 랜킨이 보여주는 존 리버스의 세상은 무척이나 현실적이면서도 불편한 사회적 불평등과 딜레마를 끊임없이 드러냅니다.. 이번에도 그 이야기는 변함이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1편의 "매듭과 십자가" 이후로 읽는 5번째 작품이라서 중간에 어떤 내용이 이어졌는 지는 잘 모르겠네요, 이번에는 그와 함께하는 인물인 브라이언 홈스라는 작중 인물은 2편에서부터 시작되나 봅니다.. 아실 지 모르지만 존 리버스는 사람들하고 잘 어울리지 못하는 독특한 성향의 아웃사이더같은 인물인데 그의 팀원인 브라이언 홈스와 이 작품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는 쇼반 클락이라는 여형사는 앞으로도 충분히 그의 대체자로서 역할을 담당하는 듯 합니다..

 

    4. 존 리버스는 여전히 자신의 영역에서 살아가죠, 연인인 페이션스와는 삐거덕거리고 자신의 동생 마이클은 출소후에 자신에게 빌붙습니다.. 그의 개인적 삶은 언제나 편치 않아 보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경찰의 영역에서 그는 자신의 동료들과도 마찰이 심하죠, 하지만 자신의 팀원들과는 사건의 영역에서 쿵작을 맞춰나가고 있습니다.. 새로 투입된 쇼반 클락은 아직 존 리버스의 입장에서는 마뜩찮은 모양새지만 열심히 배우려는 의지는 강해 보입니다.. 그러던 와중에 브라이언 홈스가 그가 단골로 가선 하트브레이크 카페에서 머리를 가격 당해 병원에 실려가죠, 그의 연인인 넬은 존을 찾아와 그가 업무시간 외에 파악하고 다니던 센트럴호텔 방화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홈스의 검은 수첩에 기록된 암호같은 몇 문장을 중심으로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하는 존에게 새로운 위협이 다가오고, 그와 함께 경찰내에서는 에든버러의 범죄를 좌지우지하는 조폭두목 빅 제르 카페티에 대한 감시 업무를 맡깁니다.. 두개의 사건을 병행하며 존 리버스는 조금씩 단서를 찾아 나서는데, 언제나 그렇듯 그가 움직이는 영역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늘 마찰이 심합니다.. 그는 어떤 규정에도 적합하지 않은 경찰이니 말이죠, 하지만 늘 그는 아주 작은 단서부터 대단히 꼼꼼하게 찾아나가는 끈질김과 참을성이 대단한 경찰이죠, 이번에도 뭔가 찾아내지 싶습니다..

 

    5. 존 리버스는 사냥개같아요, 경찰로서 어떤 사건을 파고 들기 시작하면 그 답을 얻기전에는 결코 떨어지지 않는 대단히 끈질긴 인물로 보이죠, 그는 자신이 옳다고 싶은 결과를 만들기위해서는 주변의 눈은 신경조차 쓰지 않습니다.. 아니 한걸음 다가가서 그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대단히 소심한 그의 심리를 엿볼 수 있지만 이 전지적인 독심술은 독자들에게만 주어진 혜택이니 만큼 소설속의 대상들은 존 리버스를 제대로 알기 힘들죠, 그래서 늘 그는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서지 못하고 홀로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그는 독단적이고 까칠하고 자기 위주의 수사방식에 매몰된 인물로 묘사되죠, 하지만 그의 주변에서도 그의 능력과 마음과 심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들은 언제나 존재합니다.. 그의 팀이 그렇고 경찰조직의 대표격인 왓슨 총경도 그렇죠, 그들은 존 리버스를 이해하고 그의 방식이 결과론적으론 대단한 정의 실현을 일궈낸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 재미가 있는 작품이지요, 존 리버스 시리즈는, 그리고 이 시리즈의 장점은 무척이나 현실적이라는 것입니다.. 과장되게 허구적 사실을 오바하고 자극적으로 그려내지 않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그 시절의 에든버러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사진을 찍은 듯 묘사해나가는 방식은 이 작품이 현실과 동떨어진 얄팍한 대중소설의 영역에만 머물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리고 딱히 우리들에게는 공감이 가진 않지만 영문학적으로 문장의 유머스러운 아재개그식의 말장난까지 번역이 아닌 원작으로서 영미권역에서 그토록 사랑받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6. 어떤 면에서는 이 작품도 제 독후감만큼이나 지겨워요, 일반 범죄소설의 자극적 느낌이 덜하죠, 그래서 하나하나 읽어나가면서 내용에 적응하고 전반적인 연결고리와 주변인물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나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읽을거리는 한참 남아있는 상황이죠, 그렇게 한동안 현실적인 상황에 맞춰진 범죄와의 이야기에 집중해야만 합니다.. 게다가 존 리버스이 개인적인 사생활과 그의 일반적이지 않은 심리에 적응하는 것도 한참 걸립니다.. 그러면서 주변인들로 인해서 조금씩 드러나는 상황적 단서와 함께 밝혀지는 진실은 작지만 하나씩 모여 어느순간 그동안 발품 팔아 만들어온 진실의 무게감이 느껴지는 것이죠, 이런 묘미가 이 작품에는 있다는 것입니다.. 제대로 적응되고 나면 다음 작품이 주는 쾌감도 느낄 수 있을 듯한 신뢰감같은 것 말이죠, 사실 전 1편 다음에 중간에 붕 뜬 상태에서 5편으로 달려왔으니 야한 영화 보면서 필요한 부분까지 빨리감기를 하다보면 이미지는 가득한데 그 상황적 연결이 어려운 느낌같은 뭐 그런 느낌이 드는 것도 같습니다.. 시리즈이기는하지만 각 편마다 이어지는 인물들의 연결장치가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다가 늘 독불장군같은 존 리버스의 주변의 이야기도 그의 시리즈에는 아주 중요한 역할 장치이니만큼 급한 마음에 빨리감아버렸던 야한 영화에서 주인공과 연인이 옷을 얼마나 매력적으로 벗어 던지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이죠, 각 편 자체의 진득한 맛도 있지만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연결되어오는 진득한 맛도 분명히 있을 것으로 여겨지는 좋은 작품인 듯 싶습니다.. 이제 프리미어 축구가 끝나서 또 몇달 허전할 듯 싶으이,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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