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임수
샤를로테 링크 지음, 강명순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4월
평점 :
품절


 

    1. 아이들이 부모에 대해 가지는 맹목적인 믿음이라는게 있죠, 세월이 흘러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날때까지 아이들은 자신의 부모가 보여주는 겉모습에서 자신만의 세상속의 부모를 만들곤 합니다.. 저 역시 어린시절 아버지가 보여주시는 멋진 모습에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너거 아부지는, 너거 아부지는, 하는 이야기를 한동안 듣다보니 가장 가까운데서 보는 우리 아버지의 모습이 남들이 보는 아버지의 모습으로 치환되어 버리더라구요, 당연히 그런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의 아버지가 진정 내가 보는 아버지이라는 사실을 굳게 믿었던 것 같습니다.. 대단히 강직하고 남자답고 자신만만한 외형적 특성에 걸맞는 그런 분이셨죠, 또 그렇게 외부적으로는 당신을 보여주시기도 했구요, 심지어 어머니께서도 누구보다 잘 아실 아버지의 외부적으로 보여주시는 그런 모습에 대해 지금도 자주 언급을 하시는 편입니다. 하지만 제가  커서 조금 깊에 들어간 아버지의 본모습은 세상 누구보다 연약하고 상처가 많은 여리신 분이시라는 것이죠, 그리고 그시절에 제가 본 아버지의 모습은 철떡같이 믿었던 남자로서의 믿음조차 흐려지는 경향이 짙은 그런 분이셨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보니 대학을 진학하고 어느듯 제가 생각이라는 것을 하게 되면서 몰랐던 아버지의 마음을 알았게 되면서 많이 다퉜어요, 그리고 나이가 들어 또 다른 아이의 아버지가 된 지금 자주 말씀 드리듯이 그동안 살아오면서 간과하고 무시했던 아버지의 진실을 또 새롭게 깨닫게 됩니다.. 그동안 저 잘난 맛에 제 생각이 옳다는 이야기로 무시했던 아버지의 마음과 의도를 뒤늦게 알아채기 시작한거죠, 그러다보니 벌써 아버지께서는 많이 늙어셨습니다.. 그 옛날의 자신만만하고 큼지막한 등판은 많이 쪼그라드셨죠, 그래도 여전히 우리 아버지십니다.. 아이들도 그런 할아버지를 자랑스러워하니 그나마 손자들 덕분에 좀 낫네요,


    2. 늘 말씀드리고 또 살다보면 사람 사는 세상, 어딜가나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우리와는 삶의 방식이 현저하게 다른 서양의 경우에도 개인의 삶의 구조는 우리의 인생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을 자주합니다.. 특히나 대체적으로 읽게 되는 영미권의 스릴러소설이나 대중소설을 보다보면 더욱더 그런 생각이 짙어집니다.. 샤를로테 링크의 작품도 그렇습니다.. 분명 이 분의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구라파(유럽이라고 불리우는)의 세상도 우리의 삶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이번에 읽은 "속임수"라는 작품은 독일 작가임에도 조금은 더 알려진 영국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모든 등장인물과 시공간 역시 영국의 중북부를 중심으로 한 맨체스터 주변의 스카브로 지역을 토대로 펼쳐지죠, 범죄소설인 만큼 시작과 함께 상당히 과격한 죽음의 징후가 나타나고 이에 대한 경찰의 수사과정이 전반적으로 이어지면서 이야기는 흘러갑니다.. 누군지 모를 살인자를 찾기 위한 경찰의 단서찾기가 이 이야기의 중심이라고 볼 수 있죠,


    3. 시작과 함께 한 어린 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섭니다.. 그리곤 이 아이가 사고를 당할 것이라는 사실을 독자는 인지하게 되죠, 이 아이의 이야기는 소설의 현재 시점인 2014년이 아닌 2001년 발생한 사건입니다.. 그리고 시작되는 현재의 2014년 퇴직 경찰 리처드 린빌은 자신의 집에서 무차별적인 폭력과 함께 살해 당하게 됩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리처드의 딸인 케이트는 런던에서 휴가를 얻어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벌써 자신의 아버지가 살해된 지 두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건은 답보상태이고 형사반장 케일럽은 그런 케이트에게 사건이 정보를 알려주고 도움을 주고자하나 케이트는 자신 역시 런던경찰로 재직하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이런저런 단서를 찾아나섭니다.. 그리고 케일럽반장은 이 사건의 주 용의자로 과거 리처드에게 붙잡혀 감옥에 들어가며 복수를 다짐한 데니스 쇼브를 중심으로 사건을 풀어나가고자 합니다.. 하지만 데니스 쇼브 역시 행방이 묘연한 상태이고 현재 딱히 단서를 찾기 위한 틈조차 찾아내기 힘든 상황이죠, 그러던 와중 과거 리처드와 관련이 있어보이는 멜리사라는 여인의 주변에 누군가가 나타나게 되면서 이야기는 급박하게 흘러가는데,


    4. 뭐랄까요, 이야기가 대단히 빡빡하게 흘러갑니다.. 애초부터 살인사건에 대한 단서는 드러나지 않은 체 경찰이 주시하는 사건의 용의자 역시 딱히 눈에 띄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우린 경찰과 하등의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을 통해서 그 주변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모양새에 따라 상당히 궁금한 줄거리적 흐름과 이야기에 집중하게 됩니다.. 다양한 주변 인물이 등장하는 것이죠, 아마도 작가의 스타일이 그러한 듯 싶습니다.. 이 소설의 틀속에 짜여진 수많은 다양한 인물들을 내세워 그들의 삶과 심리와 이야기를 토대로 전반적인 이야기의 틀을 짜맞춰 나가는 방식이죠, 어느순간이 오기까지 독자들은 이들과 중심 사건의 연관성을 쉽게 얻어내진 못하지만 이 또한 궁금증을 유발하는 목적이 짙기에 소설에 쉽게 빠져들게 되는 것입니다.. 과연 이 주변 이야기가 왜 등장하는 지, 왜 사건과 전혀 무관해 보이는 인물들에 대한 심리와 의도에 너무나도 섬세하게 그려내는 지, 독자는 상당시간동안 독서를 하면서 호기심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5. 사실 중반 이후 상당히 늘어지는 주변 이야기의 흐름이 조금 독서를 방해하기도 하더군요, 전반적으로 소설은 두가지의 방향성을 두고 이야기가 진행이 되는데 범죄사건을 수사하는 경찰과 관련된 이 소설의 주인공인 케이트의 시점과 함께 소설속 범죄사건의 용의자로 나오는 데니스 쇼브의 현재 벌어지는 범죄행각이 주를 이루죠, 소설의 중반을 넘어갈 때까지 두 사건의 연관성이 그렇게 두드러지게 보여지진 않습니다.. 오히려 데니스라는 악한 범죄자의 모습을 보면서도 리처드의 살인사건과 전반적인 연결고리를 찾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요, 작가는 이런 부분을 고려한 전반적인 플롯의 구성을 하나의 틀안에서 구현해놓으려고 노력을 한 흔적이 보입니다만 후반부로 갈수록 이런 구성의 설득력은 조금 떨어질 수 밖에 없더군요, 나쁘진 않으나 여태껏 읽어온 이 작품의 구성상 방법론적으로는 뭔가 헐겁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6. 다양한 인물들을 통한 상황적 심리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특히나 주인공으로 나오는 케이트라는 한 여성의 심리와 시점을 통한 이야기의 흐름도 나쁘진 않구요, 그외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도 상당히 매력이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여성적 느낌이 강한 범죄스릴러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구요, 이런 장점은 상당히 섬세하고 꼼꼼한 구성과 관찰력을 선보여주는 장점이 있죠, 단순한 남성적 스릴러의 느낌은 대체적으로 간과할 수 있는 주변 인물들의 행동과 상황적 현실감을 작가는 대단히 자연스럽게 부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독자로서 상당한 공감을 가지게 되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샤를로테 링크 작가의 작품인 이제 처음 접해본거라 제가 여타저타 비평을 할 입장은 아닌 생각이 들구요, 기회가 되면 다른 책도 읽어봐야겠지만 이 작품의 느낌만으로도 대강 짐작컨데 사람의 심리와 주변의 삶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우리네 모습을 현실적 감각과 심리를 통한 꼼꼼하고 섬세한 묘사를 표현하는 방식에 능한 그런 작가님이 아니신가 싶습니다.. 물론 나름의 스릴러소설의 기본적 재미는 나쁘지 않았구요,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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