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솔지 소설
손솔지 지음 / 새움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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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한번씩 TV를 보거나 거리를 걷거나 차창 밖을 내다보거나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주변을 돌아보다보면서 생각해보곤 하는게 있습니다.. 저들의 인생은, 저들의 삶은, 저들의 하루는 어떨까하는 것이지요, 각자 자신의 삶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의 영역속에서 자신이 다져온 과거를 통해 자신들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수많은 세상사람들의 삶은 어떨까하는 생각을 간혹 하게 됩니다.. 우리가 전혀 알 수 없는 그들의 인생과 삶에 대한 궁금증이죠, TV속에서는 누군가의 인생다큐를 선보이고 우리의 공감대를 찾곤 합니다..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아픈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사람들의 모양새를 다큐라는 의도로 일반적인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보여주죠, 그리고 우리는 그들의 삶과 현실에 동조하곤 합니다.. 사람 사는 세상이 달라봐야 얼마나 다르겠냐는 생각과 함께 그들의 삶과 과거와 암담한 미래에 대한 감성이 그나마 밥풀이라도 먹고 살 수 있는 우리에게는 위로가 되는 이기적 일면도 있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이들의 다큐라는 것이 있는 그대로의 삶이긴 하지만 우리들을 위해 다듬어진 다큐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TV속 다큐보다 더 지옥같은 삶으로 세상을 견뎌내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우린 압니다..


    이. 그게 정치적이든 비교육적이든 대중에게 충격을 자아낼만한 이야기라면 우린 언론등의 매체등에서 그들의 삶에 대한 일종의 공감을 만들기에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게 현실적인 아픔과 지옥이 존재하는 세상이지만 우린 허구라는 진실을 토대로 만들어진 수많은 소설속에서 구체적으로 그려지는 삶의 내면을 맛보게 됩니다.. 작가들은 실재하든 상상하든 세상의 일면에는 그러한 삶의 이중적 아픔이 당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꾸준히 독자들에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죠, 특히나 국내 작가님들의 인간에 대한 삶의 이유를 보여주는 소설들은 이러한 염세적 의도가 많이 깔려 있다는 생각을 간혹 합니다.. 손솔지 작가의 한글 단편소설집도 이러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한글자로 만들어진 삶의 의도를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소설의 표제는 "휘"입니다.. 그리고 각 챕터별로 종, 홈, 개, 못, 톡, 잠, 초라는 한글자의 이야기가 이어지죠, 모든 이야기는 사람에 대한, 무엇보다 우리가 알거나 모르거나 알아도 모른척하고싶은 세상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삼. '휘'는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무너져버린 한 소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종' 역시 가족이라는 개념이 편안하고 안락함이 아닌 죽지못해 살아가는 지옥이라는 세상속에 놓인 아이가 바라보는 시선이죠, '홈'은 이 시대의 교육환경속에 놓인 한없이 연약한 아이들이 자신들의 마지막 쉼터로 선택하는 끝이 어디인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개'는 인간들의 삶속에 백구라고 불리우는 개가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입니다.. 그나마 가장 일반적인 삶의 현실을 개의 눈으로 담아내고 있는 듯 하더군요, '못'은 사랑에 대한 불통과 선택의 아픔으로 고통받는 남녀의 이야기인 듯 싶습니다.. '톡' 역시 가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한 여자아이의 삶속에 존재하는 가족이라는 개념의 불균형에 대한 이야기인 듯 싶더군요, '잠'이라는 작품도 가족과 함께 불면증에 시달리며 한 남자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벌어지는 현실과 아픔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챕터인 '초'이죠, 우린 '초'를 들었습니다.. 그 '초'에는 세상을 인식하기 시작한 3년 전의 "세월호"로 인한 충격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의 모습이 담겨있죠, 


    사. '초'에서는 있는 그대로의 우리의 현실을 담아냅니다.. 가장 리얼하면서도 지금 이순간 우리가 경험하는 이야기를 허구가 아닌 진실의 영역에서 드러내고 있는 것이죠, "세월호"가 좌초되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우리의 아이들이 수장되던 그순간부터 이 나라의 시간은 거꾸로 흘렀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더이상은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를 그만하라, 돈을 퍼주지마라, 부모라는 인간들이 자식 죽여 편한 인생 살아보려고 없는 욕심까지 만들어낸다라는 대단히 악의적인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떠들어대는 어른들의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대통령이라는 인간이 파면되고 구속이 된 와중에 우리의 아이들을 실고 가던 "세월호"가 수면 위로 떠올라 육지로 돌아왔습니다. 3년만에 우리의 아이들을 싣고 가던 배가 우리에게 돌아왔죠, 이젠 아이들 대신에 그동안 담아놓은 바다의 무게만 싣고서 말입니다.. 우리들이 그동안 두손 모아 거머진 '초'는 단순한 이벤트에 불과한 잊혀지는 행동이 아닙니다.. 광화문 광장 한편에 추운 콘크리트 바닥에 힘들게 주저앉아 옆 사람에게서 이어받은 초의 불꽃은 여전히 가슴속에 타오르고 있다는 사실을 저들은 모를겁니다..


    오. 소설은 충분히 현실속 인간의 이야기를 내보이지만 그 속에는 허구일 지도 모를 환상적 상황같은 현실의 무게를 줄여줄 허구의 냄새도 풍깁니다.. 작가는 직접적이고 일반적인 언어의 사용보다는 문장을 다듬고 은유의 환상적 허구를 통한 현실의 감각을 선보이려고 노력한 듯 싶습니다.. 특히나 가족을 중심으로 풀어내는 지옥같은 환상의 모습과 그 속에 존재하는 인간의 심리의 감성은 대단히 매력적입니다.. 이해를 하려는 차원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문장에서 그 이야기의 감성이 묻어나는거죠, 내가 아는, 내가 알 지 못하는 주변의 삶과 사람들의 이야기이지만 그 내면에는 이 세상속의 우리의 모습에 대해 작가가 드러내고 싶은 사회적 이기심과 인간의 부도덕함과 더러운 욕망의 쓰레기더미에 대한 문제인식을 작가의 느낌대로 그려낸 작품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딱히 뭔가 이야기적 구성으로 서사를 만들어내려는 의도보다는 각 단편마다 작가의 의도에 준하는 이 세상의 이그러진 자화상을 보여주려고 한 것이라는 뭐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육. 그래서 맨날 이야기 위주의 자극적 대중소설만 줄창 있는 저로서는 조금 재미는 없었어요, 많이는 아니지만 그동안 국내문학의 순문학적 감성을 접해본 것과 많이 다르지 않은 느낌이었습니다.. 단지 단편속의 이야기들이 보여주는 감각은 고루하거나 전형적이거나 획일적인 과거의 소설속 문장에 침착되지 않고 젊은 감각의 이 시대의 현실에 빗댄 감성이 제대로 발휘된 문장이라는 점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몇몇 단편은 대단한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물론 '초'라는 단편으로 마무리를 한 점은 앞의 모든 단편의 느낌과는 다르게 우리가 짊어지고 갈 아픔이자 역사의 발판인 현실에 대한 느낌이 다가와서 개인적으로는 가장 좋았구요, '종', '홈', '개' 같은 작품은 대중적 느낌이로도 충분히 즐거운 작품이어서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작가가 그려낸 이 단편의 모든 작품들이 단순히 작가가 생각나는대로 아무렇지도 않게 끄적대어 지어낸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 단편에 더 점수를 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모든 작품이 오랜 고심과 생각과 세상의 시선을 마음속 깊이 받아들이진 않고는 나오지 못한 소재들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덩요,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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