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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프 보이스 - 법정의 수화 통역사
마루야마 마사키 지음, 최은지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3월
평점 :

1. 아이가 문득 토요일 방과후 학습을 하러 학교에 가던 중 아빠 장애인이 뭐야,라고 묻습니다.. 아니 혹시 내가 읽고 있는 책을 아이가 봤나 싶을 정도로 깜짝 놀랐습니다.. 이유인즉슨 길을 걷다가 아이의 눈에 보이는 인도의 보도때문이었습니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만들어놓은 보도를 보고 아이가 궁금했던 모냥입니다.. 그러고는 묻습니다.. 아빠, 장애인은 왜 생기는거야라고 말이죠, 흐음, 어쩔 수 없이 태어나면서부터 보이지 않는 사람도 있고 눈을 다쳐서 안보이는 분들도 계시지라고 해놓고 혹시라도 그런 분들이 도움을 청할때에는 어떻게 해야되지라고 되물으니 아이는 단순하게 손잡아주면 되지라고 말합니다.. 그리고는 세상에는 장애인이 많아라고 되묻더군요, 그래서 생각보다 많아라고 하고선 우리는 모든 것을 가진 체 태어나서 살고 있는 사람이니까 그런 분들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필요해라고 말했죠, 배려가 뭐야라고 묻는 아이에게 전 타인에 대해 나와 같이 생각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해줬습니다.. 내가 만약 눈을 가린 체 길을 걷는다면, 내가 만약 귀가 들리지 않는 체 남의 이야기를 들어야한다면, 내가 만약 다리를 다친 체 힘들게 길을 건너야한다면, 넌 어떻게 하겠느냐라는 말이었습니다.. 아이는 단순하게, 아주 간단하게 당연히 나와같이 타인에게도 그렇게 해야된다고 인식하더군요,
2. 하지만 아이가 답한 그 간단한 긍정은 단순하게 난 장애가 없는 사람으로서 장애를 가진 사람에 대한 일종의 동정이나 도움의 차원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노파심에 만약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과한 도움의 표현은 오히려 그사람의 자존심과 기분을 상하게 할 우려가 있으니 만약 누군가가 도움을 요청하거나 아님 도움이 필요해보일때에는 꼭 의사를 물어보라는 이야기를 덧붙여주었더니 그 역시 아주 간단하게 당연히 그렇게 해야된다고 인식하더군요, 역시 이제 배워나가는 아이들에게는 세상의 이치가 너무나도 간단한가 봅니다.. 이것저것 생각할 필요 없이 상식의 기준에 맞춰진 세상의 흐름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죠, 어른들처럼 뭔가 꼬이고 복잡한 생각의 고리를 가지고 있지 않은게 너무나 보기 좋더군요, 여하튼 이번에 읽은 작품의 주제가 이러한 장애를 가진 분들과 관련된 일본 미스터리 소설이라서 더 와닿은 느낌입니다.. 마루야마 마사키라는 작가의 "데프 보이스"라는 작품입니다.. 말 그대로 데프는 흔히 말하는 청각장애인을 이야기하죠, 이들이 제대로 발음되지 않는 목소리로 누군가를 부르거나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때 나오는 목소리를 일컫는 말인가 봅니다..
3. 누군가에게는 전혀 알아 듣지 못하는 어눌한 말처럼 들릴 지 몰라도 누군가에게는 세상 무엇보다 진실되고 따뜻한 한마디일 수도 있는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데프 보이스"의 이야기는 농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청인의 이야기입니다.. 이들은 코다라고 부른답니다.. 아라이 나오토가 그런 사람입니다.. 아라이는 경찰 사무직 공무원으로 근무하다가 퇴사한 후 여러차례 구직을 하지만 제대로된 직장을 구하지 못합니다.. 그런 그가 가진 기술중 하나가 어린시절 농인 가정에서 살아오면서 익힌 수화의 기술이죠, 그는 수화 통역사 자격증을 획득하고 다른 수화 통역자들이 구사하는 일본대응수화가 아닌 생활에 직접 사용되었던 과거의 일본수화를 사용할 수있다는 이유로 많은 농인들에게 신뢰를 얻게 되죠, 그리고 우연찮게 절도죄로 구속된 한 농인에 대한 법정수화 통역을 진행하면서 과거 그가 처음 접했던 한 살인사건의 용의자인 몬나 데쓰로를 떠올리게 됩니다.. 그리고 그에게 NPO 펠로우쉽이라는 단체를 통해 자원봉사를 하는 데즈카 루미라는 한 여인을 만나게 되면서 새롭게 벌어진 살인사건과 함께 깊이 빠져들게 됩니다..
4. 대단히 색다르면서도 인간적인 느낌이 다분한 작품입니다.. 장애에 대한 이야기를 주제로 삼아서 그렇다고 말해도 무방하겠습니다만 이 작품속에 작가가 끄집어낸 인간적인 이야기의 내용은 농인이라는 인물적 소재와 이야기가 중심이 되긴 하지만 무엇보다 이 작품은 세상속에 놓여진 일반인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일반인이죠, 자신이 태어나면서부터 속한 세상은 일반적인 사회의 속성과는 조금은 다른 장애를 가진 사람들 속이었는데 그렇게 자신이 그들속에 포함되었다고 여겼는데 언제부턴가 자신이 그들과는 다른 장애가 없는 일반적인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늘 일반인들을 위한 사회와의 통로로서 역할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사람의 이야기를 너무나도 현실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대단히 자연스러우면서도 섬세한 심리적 압박감을 잘 표현하고 있네요, 그와 더불어 소설속의 서사의 미스테리적 흐름도 잘 꾸며놓아서 일반인들을 위해 모든 것이 구성된 사회속에서 언제나 일종의 배척이나 외면을 경험하는 소수 장애우들의 아픔과 현실을 '코다'라는 일반적이지 않은 캐릭터를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5. 이 소설은 어떻게보면 대단히 전문적인 이야기입니다.. 현실속에 살아가는 농인에 대한 아주 사실적인 모습들이 등장하죠, 일본사회에서 이들의 삶과 소통의 방법에 대한 상당히 고민스러운 딜레마도 이 작품속에 꾸준히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세상과 일반인들의 세상의 다리를 이어주는 인물들을 통해 경험하는 인식적 차별과 소통의 거부적 방법들을 표현하면서 우리가 이해하고 알아가야할 그들의 세상과의 소통과 그 아픔들을 자연스럽게 그려내는 방법론이 무척 와닿는것이죠, 아무래도 작가의 문장력이 이러한 세상의 이면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그려내기 때문에 더 이 소설의 장점을 부각시키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일반적으로 세상에서 외면되고 단절된 공동체를 표현하면서 막 흥분하고 분노가 보여지는 그런 문장들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현실속에서 담담하게 경험을 토대로 살아가는 일반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 작품속에서는 흥분되거나 자극적으로 감성적 과잉을 초래하는 그런 이야기는 없습니다.. 아주 담담한 어조이지만 한 청인과 농인의 경계선에 놓인 대단히 입체적인 감정선을 가진 인물을 통해 그려내고 있죠, 그래서 더욱 매력적입니다..
6. 수화 통역사라는 조금은 낯설은 소재를 통해서 보여주는 우리의 삶의 일면을, 우린 그동안 알면서도 딱히 인식하지 못했던 소수의 장애우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어서 전 좋았습니다.. 말그대로 장애라는 개념이 아닌 또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동등한 인간으로서 함께 어우러져 소통하며 살아가길 원하는 세상의 기준에서 그들을 바라볼 수 있어서 전 좋았습니다.. 이 작품의 중심이 되는 미스터리한 구성도 딱히 나쁘지 않았구요, 나름의 짜임새를 제대로 엮어서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게 적용시킨 작가의 문장력도 칭찬해드리고 싶습니다.. 딱히 일반적이진 않아 보이는 그들과의 소통이지만 알고보면 언제 어디서나 우리와 함께 하는 이들이라는 점을 우린 모르지 않기에 이런 작품의 의도가 대단히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딱히 뭘 배우고 억지로 교육하고 배워나갈 필요없이 있는 그대로 그들을 받아들일 수있는 우리의 모습, 아니 아이들처럼 그들과의 삶과 어울림이 전혀 어색하지않고 당연 시되는 그런 세상이길 기원하면서 이런 작품은 재미도 좋고 느낌도 좋고 배울 것도 있고하니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여기다 덧붙일 경험은 아니지만 왜 왼손잡이용 물건들은 아직도 제대로 만들어주질 않은게냐, 응, 땡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