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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과 창조의 시간 ㅣ 밀리언셀러 클럽 135
로렌스 블록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9월
평점 :

1. 저 정도의 나이가 되다보면 어느정도 사회에서 당해볼 거 한번씩은 겪어봅니다.. 물론 아직까지 너무 착하게 살아서 이모냥 이꼴로 늘 월급쟁이 유리지갑 인생밖에 안된다고 생각하는 염세적 마음도 없진 않습니다만 그럭저럭 남에게 피해 안입히고 나름 법의 기준에서 잘 살아가고 있긴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에게 협박이나 위협을 가하는 경우도 없진 않았습니다.. 사회생활하면서 일과 관련된 경우도 있었고 가족과 관계된 부채 문제로 협박을 받아본 적도 있었죠, 물론 실질적 위협을 느낀 적은 거의 없습니다만 저보다는 저 주변에 있는 가족들이 그런 얼토당토안한 위협에 산더미처럼 많은 스트레스를 안겨주기도 하더군요, 자료가 있니, 근거가 있으니 함부로 못할 것이니 하는 그런 협박을 말로만 하는 사기꾼들이 알고보면 나름 가까웠다고 생각하던 인물들인 경우도 허다합디다.. 뭐 그렇다고 그런 말같잖은 협박에 굴한 적은 없으니 여지껏 문제없이 살아오고 있는 것이겠죠, 하지만 세상에는 자신이 저지른 추한 비밀이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그 비밀을 아주 가깝다고 생각한 사람에게 털어놓고 그로 인해 배신을 당하고 힘들어 하는 사람들도 많이 봤습니다.. 아부지가 온탕에 들어가서 아들에게 션하니 어서 드루와라고 했는데 아들이 들어가니 뜨거워 주글뻔했다는 사실은 세상에 믿은 인간 1도 없다는 것에 대한 일화는 숨길 수 없는 진실인게죠,
2. 제목이 좋습니다.. "살인과 창조의 시간"이라, 뭔가 거창한 느낌이 납니다.. 로렌스 블록 할아버지의 1976년도산 매튜 스커더 시리즈의 3번째 작품입니다.. 첫작품 "아버지들의 죄"부터 시작된 스커더 시리즈는 연달아 본 작품 "살인과 창조의 시대"와 3번째 작품 "죽음의 한가운데"를 동일년도(1976)에 집필하게 됩니다.. 그리고 한참있다가 4번째 작품 "어둠속의 일격"을 집필하시게 됩니다.. 왜 이렇게 정리를 하느냐면 사실 국내 출간작이 정말 정신 없어서 그렇습니다.. 국내 출간작 기준으로 시리즈가 순서가 단 한권도 안맞는지라 좀 정리하고 넘어가야될 것 같아서 말이죠, 그리고 "800만가지 죽는 방법"이 시리즈의 다섯번째로 나왔고 - 일단 여기까지(다섯편)는 국내에서도 모두 출간된 상황이긴 함 - 이후로 시간을 건너뛰어 9번째 작품이 국내에선 "백정들의 미사"라는 작품으로 예전에 처음으로 국내 출시(고려원)가 되었답니다.. 그리고 10번째 작품 "무덤으로 향하다"가 황금가지에서는 처음으로 출시하였죠, 엄청나게 헷갈립니다.. 앞으로 매튜 스커더 시리즈가 얼마나 더 출시(일단 6,7,8편까지만이라도 나와주면 좋겠구만)가 되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있는대로 시리지의 순서에 맞춰 읽어보시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어서 정리해봤습니다..
3. 정리면서도 어지럽네, 여하튼 "살인과 창조의 시간"은 스커더의 두번째 이야기로 스커더가 어쩔 수 없이 벌어진 어린 여자아이의 죽음에 대한 책임과 자책으로 경찰을 그만두고 무허가 탐정으로서 세상을 살아가는 이야기가 연이어 벌어집니다.. 큰 욕심도 없고 그렇다고 정의를 외면하거나 주변의 인물들의 진실을 외면하지도 않는 스커더의 모습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탐정이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자신이 가진 재능을 사용해 근근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이기도 하죠, 그는 과거의 자책으로 조금씩 무너져내리고 있습니다.. 술로 자신의 삶을 꾸준히 갉아먹고 있는 중이죠, 하지만 그 와중에도 자신이 해야할 진실 찾기는 자신의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있죠, 그가 살기 위해서는 자신의 능력을 팔아먹어야하니까 말이죠, 스피너라는 사기꾼은 그런 스커더를 찾아옵니다.. 과거 스커더가 경찰이었을때의 느낌을 알고 있기에 현재의 스커더에게 자신의 미래를 맡기고자 합니다.. 이유는 묻지 말라고 하며 자신이 만일 죽는다면 자신이 맡긴 봉투를 열어 자신을 죽인 범인을 찾아달라고 합니다..매주 정한 금요일에 자신에게서 전화가 오거나 메세지가 남겨져 있지 않으면 자신은 죽은 것이라는 이야기와 함께 결국 어느날 소식이 없던 스피너는 강에서 죽은 체 발견됩니다.. 그리고 스커더는 스피너가 남긴 봉투를 열어보죠, 그 속에는 세명의 인물에 대한 추악한 비밀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스피너는 그들에게 협박과 함께 갈취를 해오고 있었죠, 과연 그들과 스피너의 죽음은 어떤 연관이,
4. 처음에 말씀드린대로 스커더 시리즈의 1,2,3권은 한해동안 집필되었습니다.. 게다가 각권의 길이가 무척이나 짧습니다.. 거의 중편정도의 수준에서 세권이 만들어진 듯 보입니다.. 초반 설정의 구성을 이 세권에서 제대로 만들어 낸 듯 싶습니다.. 과거의 자책으로 인해 스스로 무너져내리는 알코올 중독자 탐정의 캐릭터에 상당히 심혈을 기울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작품의 곳곳에 스커더의 감성적 메마름이 수시로 등장하니 독자들은 그가 왜 이토록 염세적 마음과 고통에 물든 체 살아가는 지 어느정도 공감하게 됩니다.. 어떻게보면 매튜 스커더는 가장 인간적인 캐릭터이기도 하죠, 누군가는 그렇게 되버린 상황에 대해 자책대신 상황을 탓하고 우연을 탓하고 타인을 탓하지만 스커더는 어떤 상황이라 하더라도 결과에 대한 책임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래서 그에게는 그 사실이 무엇보다 아픔이고 죽음까지 지고갈 책임이라는 사실을 꾸준히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는 그런 책임의 일부로 늘 자신에게 들어온 댓가의 십일조를 헌납합니다.. 그렇다고 자신의 책임이 사라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죠, 그가 살아가는 한 그는 그런 무너진 인생이 오롯이 자신의 삶의 댓가라고 판단한 듯 합니다..
5. 이번 작품에서도 내용과 추리적 과정은 아주 단순합니다.. 세명의 용의자를 두고 각가의 혐의에 대해 답을 얻어나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죠, 하지만 이 스커더라는 캐릭터가 주는 완벽스럽지 못한 인간적인 판단의 흐름은 대단히 자연스러우면서도 공감가는 이야기입니다.. 그는 탐정으로서 자신의 능력을 어떻게해서든 보여주지만 아직까지 어설픈 구석이 많이 있습니다..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상에서 벌어지는 일에서 스스로 단정을 짓고 결과를 판단하기도 하지만 그게 옳다는 생각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그가 판단한 결과를 보여주는 시점에 뒷페이지가 상당히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스커더의 판단이 틀렸다는 것을 우린 전지전능하게 미리 파악하게 됩니다.. 이 작품은 그런 재미가 많습니다.. 너무나 인간적이고 너무나 현실적인 판단의 상황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스커더가 행하는 결론의 판단은 무척이나 멋져보입니다.. 아마도 그게 매튜 스커더라는 인물이기에 그런 결말이 가능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6. 사회적 정의라는 기준으로 판단하면 매튜 스커더라는 인물은 상당히 모호합니다.. 그는 인간적이고 정의롭지만 사회적 정의와 그 기준에는 부합되지 않는 인물입니다.. 그는 범죄자의 입장도 대변할 줄 압니다.. 그리고 시기적절하게 부패적 모습도 서슴치않고 보여주죠, 하지만 그는 언제나 사회적 약자라는 기준에서 벗어나질 않습니다.. 그 역시 사회적 약자일 수 있으나 자신에게 의뢰해온 모든 의뢰를 진행하면서 얻게되는 사회적 불평등과 문제에 대해 그가 판단하는 기준은 사회적 약
자와 정의에 부합되지 않는 인간의 처벌이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로렌스 블록은 이런 이야기를 자극적이거나 드라마틱함 문장으로 현혹시키지 않고 스커더의 감성에 걸맞는 담백함과 무뚝뚝함, 그리고 메마른 현실감속에서 드러냅니다.. 늘 그래왔듯이 뉴욕이라는 대도시의 어둠과 그속에서 지지멸렬하는 듯하지만 악착같이 살아가는 밑바닥의 삶에 대해 매튜 스커더를 통해 대단히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는 것이죠, 뒤늦게 나온 초창기의 시리즈에선 스커더는 거의 알콜중독에서 헤어나질 못하지만 앞서 나온 후반기의 스커더를 미리 본 우린 그가 처절하게 그 삶의 바닥에서 헤어나오려는 고군분투를 또 알고 있는 셈입니다.. 세상 누구보다 인간적이고 외로운 탐정 매튜 스커더, 개인적으로는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탐정중 하나입니다.. 땡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