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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코요테 ㅣ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4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평점 :

1. 울 엄마가 나이가 많이 드셨어요, 내 나이 먹는건 알고 있었는데 울 엄마 나이 먹는건 몰랐던 것 같습니다.. 한번씩 엄마가 이곳저곳이 아파서 병원에 가신다고 하면 아들들이 늘 하듯이 말로만 걱정을 하곤 하죠, 무릎이 아푸다니 많이 걷지 마시고 편안한 운동을 늘 하시라고 하고 콜레스테롤이 높다고 하셔서 치료약 잘 드시고 역시 운동을 하셔야된다고 늘, 느을 말만 합니다.. 단 한번도 병원에 모시고 가본 적도 없죠, 나쁜 아들이네요, 이번 설날에 음식을 하면서 엄마의 손을 또 봤습니다.. 쭈글쭈글하더군요, 그 옛날 국민학교 입학식날의 기억이 문득 떠오르더라구요, 엄마의 보드라운 손을 붙잡고 학교에 갔다가 애들 모여 있는 곳에 데려다주고 가시던 엄마를 쫓아가서 집에 가겠다고 떼쓰던 기억이 정말 번쩍하고 떠오르더군요, 거의 40년 전 기억입니다.. 그리고 화내는 듯 웃음을 띈 체 다시 손을 잡고 학교로 들어가던 엄마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행복해했던 그 시절이 제사상에 올릴 과일 깍는 손을 보면서 떠오른거죠, 그래서 잡아드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러질 못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엄마 손을 잡아본 지도 얼마나 오래되었는 지 생각나질 않습니다.. 따스했던 엄마의 보드라운 손이 이제는 거칠고 쭈글해졌지만 그 옛날 제가 붙잡은 엄마의 마음은 그대로일텐데 아직 잡질 못했습니다.. 전 정말 나쁜 아들이네요,
2. 예전에는 엄마가 없는 세상의 무서움과 숨막힘을 꿈에서 느꼈던 때도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런 상상을 하면 뭔가 꽉 막힌 듯 숨이 찹니다.. 울 엄마는 언제나 옆에 있을 것 같은 생각이죠, 내새끼 밥은 먹었는 지, 감기기운으로 코가 맹맹한 목소리로 통화만 해도 어디 아프냐고 밥 제대로 챙겨먹으라고 열살 먹은 아이 대하듯 하십니다.. 이제 몇년만 있으면 제 나이 50인데도 말이죠, 햐아~ 울 엄마 아프지 말고 늘 제 곁에 그냥 그렇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손도 제대로 잡질 못했는데, 여하튼 저는 아직 엄마의 손을 잡아 드릴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해리 보슈는 그런 엄마의 사랑을 제대로 느껴보기도 전에 엄마를 잃었죠, 보슈의 엄마는 소설 속 매춘부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엄마의 그늘속에서 살질 못하고 고아원에 위탁되었죠, 하지만 엄마는 그를 잊지 않았죠, "라스트 코요테"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보슈의 과거와 그의 엄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3. 우리가 아는 해리 보슈라는 인물은 자신의 기준속에서 생각하는 옳고 그름의 판단을 그대로 밀어부치는 우격다짐의 끝판격인 형사입니다.. 그리고 그가 판단하는 정의나 옳음은 늘 한결같죠, 틀리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보슈는 주변에서 외면 당하기 일쑤입니다.. 융통성이 부족하고 그가 가진 삶의 그늘은 늘 그를 홀로 살아가게 만드는 아픔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보슈는 자신의 상사를 패 버렸습니다.. 밉쌍인 파운즈 경위를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아작을 내버리고 조직에서 정직을 당한 보슈는 정신과 상담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정직 기간동안 자신의 사명과 자신의 삶에 대해 돌아보게 되죠, 그 사명의 중심에는 자신의 엄마인 마저리 로우의 죽음이 있습니다.. 30년 전에 살해당한 엄마의 사건은 여전히 미해결로 남겨져있죠, 보슈는 이전에는 해결하지 못했던 사건의 진실을 이제는 밝혀보려 합니다.. 정신과 의사는 또다른 보슈의 트라우마를 불러 일으킬까 걱정이지만 보슈에게 있어서는 벗어날 수없는 숙제와도 같은 짐인 엄마의 진실을 찾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30년전 미해결 사건 파일을 검토하면서 제대로 된 서류가 하나도 없음에 대해 사건의 내막이 경찰 조직내부에 산재된 음모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조금씩 내막을 밝혀나가게 됩니다..
4.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오로지 자신만의 고독한 진실을 찾아내고자하는 보슈의 진실찾기는 대단한 고통을 전제에 깔고 있습니다.. 보슈의 엄마는 매춘부였습니다.. 외면할 수 없는 진실이죠, 아니 누군가에게는 모른 체 기억하지 않고 살아 갈 수있는 삶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보슈는 그러질 않습니다.. 자신이 들추면 들추수록 어머니의 삶의 추악한 이면이 드러날 지도 모르는 진실이지만 보슈는 자신의 엄마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단순하게 보슈가 사회적 범죄를 파헤치는 형사적 정의감에 똘똘뭉친 영웅적 모습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그리고 형사라는 직업을 가진 아이러니로서 자신의 엄마의 살인을 30년이 지난 현재 목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자신의 운명과도 같은 사건의 진실과 삶이 하나의 사명과도 같이 다가온거죠, 자신이 어떤 삶을 앞으로 살아가든 자신의 엄마에 대한 사건의 진실을 알지 못한다면 자신을 끊임없이 고통받고 영혼없는 정의를 추구하는 형사로밖에 살 수 없다는 생각인거죠, 그는 자신의 삶에 대한 대단한 자부심을 가진 인물입니다.. 형사로서의 인생에 대해 말이죠,
5. 늘 그렇듯 이야기는 차근차근 풀어나갑니다.. 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하나부터 열까지 현실적인 삶에 기인한 과거의 삶을 조금씩 불러들이고 있죠, 과거의 기억을 머리속의 방에 차곡차곡 쌓아서 잠가버리고 잊혀버리는 것처럼 보슈의 엄마의 이야기도 현실속의 미해결사건박스에 담겨서 먼지만 쌓인 체 기억속에서 지워질 수도 있었습니다.. 보슈가 그렇게 하고 싶었다면 그렇게 넘어갔겠죠, 하지만 보슈는 자신의 삶에 직면한 스스로의 존재의 가치를 찾지 않으면 절대 앞으로 나아갈 수없다는 사실을 압니다.. 그렇게 30년 전 죽음을 당한 엄마에게 다가가게 되는거죠, 그 다가섬에 있어서 우리 독자들은 엄청난 고통을 함께 겪는 공감대를 가지게 됩니다.. 이 작품속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입체적입니다.. 하나같이 인간적이고 속물적이고 비참하고 염세적이고 얍삽하고 현실적이고 이기적인 인물들이죠, 우리의 현실입니다.. 대단히 구체적으로 그들을 작가는 표현합니다.. 그 속에서 우리는 과거의 진실을 통해 현실속에서 감동과 보슈만이 보여주는 페이소스를 느끼게 되죠,
6. 이 작품은 해리 보슈 시리즈의 4번째 작품입니다.. 전작들에게서 보여주었던 범죄적 현실속의 한 형사의 활약상이 주를 이루었다면 그동안 보여준 한 인물이 앞으로 만들어갈 시리즈의 앞날에 대한 사명을 작가가 이 작품을 통해 보여주었다는거죠, 결국 우리는 단순한 시리즈의 대중소설로서 해리 보슈를 보지 않고 살아 있는 듯한 생명력을 가진 개체로서의 보슈에 대해 앞으로 판단을 해주십사하는 작가의 의도를 눈치 챌 수 있습니다.. 그는 우리의 사회속에서 융화될 수 없는 외로운 존재입니다.. 거침없고 자신이 생각하는 옳음에 대해 주변의 시선을 생각하지 않고 밀어부치는 과격함을 가진 인물이죠, 이 작품의 제목처럼 한마리의 마지막 코요테처럼 집요하고 끝까지 살아남아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사람입니다.. 대단히 비사회적인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우린 그를 통해 모든 것을 공감하게 됩니다.. 참 아이러니한 캐릭터의 힘입니다.. 그리고 이 공감에는 작가가 보슈라는 인물을 통해 문장에서 보여주는 아주 정적인 듯하면서 끊임없이 비등점에서 끓어넘치는 열기를 한없이 보여주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작가의 문장력이 해리 보슈라는 한 시리즈의 인물이 생명력을 끊임없이 부여받는 이유이기도 하죠,
7. 지금까지 해리 보슈 시리즈를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게 읽었습니다.. 시리즈를 연이어 읽진 못했지만 그동안 몇차례 읽고 독후감을 적을때마다 늘 비슷한 이야기를 끄적거린 듯 합니다.. 이 작품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마이클 코넬리의 이야기적 양식과 그가 전달하는 현실 사회속의 삶의 방식과 그 카타르시스는 여전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작품에서는 일반적인 감동이 아닌 우리가 몰랐던 한 인물의 내면속에 숨겨진 진실의 아픔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우린 그걸 느끼죠, 마지막까지 미스터리스릴러가 주는 방법론적 재미 또한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그와 더불어 프로페셔널한 작가의 감성적 구성 역시 독자들이 책을 덮고 나서도 한참동안 묵직한 감동을 느끼게 해줍니다.. 그래서 전 해리 보슈의 작품속에서 이 4번째 시리즈는 최고의 작품 중 하나가 아닌가하는 생각을 감히 해봅니다.. 혹시라도 해리 보슈를 느껴보시고 싶은 분들은 시리즈가 엄청나다는 생각에 우짜지하실때에는 그냥 이 작품 "라스트 코요테"부터 읽어보세요, 땡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