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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 모형 ㅣ S & M (사이카와 & 모에) 시리즈 9
모리 히로시 지음, 박춘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1. 이 세상에는 제가 전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한번씩 깨달을때가 있습니다.. 저의 그릇 밖에 존재하는 수많은 세상의 이유는 좁디좁은 제 밥그릇 외에는 그동안 거의 눈길조차 안주었던 것들이죠, 쉽게 말해서 전혀 관심이 없었던 세상들입니다.. 그런 세상들중 아이들을 통해서 깨닫게 되는 엄청난 신천지를 한번씩 겪곤 합니다.. 예를 들어 딸아이가 애니메이션을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저 역시 만화를 좋아하다보니 아이의 눈높이에서 공감하려고 노력하곤 하죠, 아이는 하이큐라는 일본 배구 만화를 무척 좋아하더라구요, 그리곤 아이가 어느날 서울에서 열리는 코믹월드라는 곳을 꼭 가보고 싶다라고 하기에 아직 초딩인 넘들 몇명이서 머나먼 서울까지 보낼 수가 없다라고 단호하게 거절을 하니 그럼 부산 벡스코에서 정기적으로 열리는 코믹월드라도 보내달라해서 그래도 가까우니까 딸아이의 친구 몇명과 함께 하루 기사 노릇을 하기로 마음먹고 벡스코로 향했죠, 도착하고 제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단 한번도 본 적이 없었던 신세계였습니다.. 엄청난 인파들로 둘러싸여 자신들의 덕후기질을 내보이던 아이들, 심지어 어른들까지 애니 코스프레를 펼치며 서로 소통하고 사진 찍고 부스를 돌며 흥분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단히대단히대단히 놀랬던 기억이 납니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소중하게 모은 용돈 몇십만원을 자신의 취미를 위해 한순간에 다 날려버리더군요(이건 아직도 이해가 안가는 전 나이 먹은 아저씨입니다), 하루종일 점심도 거른 체 자신의 흠모대상이 애니의 덕후적 모습으로 너무나도 즐겁고 흥분하며 돌아다니는 아이를 보면서 하루종일 기다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당시 딱딱한 의자에서 하루종일 책 한권을 거의 다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2. 제 느낌으로는 몇만 명은 되겠더군요, 정말 사람들 많더라구요, 서울을 더하겠죠, 우리나라에서 이런 행사에 그렇게 많은 아이들이 참여한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게다가 각각의 부스에서 자신이 선호하는 캐릭터를 위해 아이들이 쏟아붓는 금액은 제가 볼때 어마어마해보이던데 말이죠, 하이큐 주인공 캐릭터를 배경으로 한 콩주머니 두개에 4만원을 주고 사온 아이에게 전 할 말이 없었습니다만, 지 돈 지가 쓰고 만족하고 행복하다니 뭔 말을 길게 하겠습니까, 여즉 전 그런 행사는 일본을 중심으로 미국같은 곳에서나 벌어지는 일로만 생각했거덩요, 여하튼 각자의 삶이 주는 다양한 개인적 취향은 참 대단한 듯 싶습니다.. 이번에 읽은 작품도 이런 개인적 취미와 삶의 일부가 중심적 배경이 되는 작품입니다.. 모리 히로시라는 작가의 S&M(사이카와&모에)시리즈이죠, 본격추리소설입니다.. 일본에서는 대단히 유명한 시리즈이고 일반적인 추리적 기법에 이성적이고 공학적이고 논리적 해석이 주된 모토가 되는 미스터리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번에는 이 시리즈의 9번째 이야기인 "수기 모형"입니다.. 제가 울 딸아이를 통해서 알게된 그런 오타쿠적 세상을 직접 눈으로 보지못했다면 약간 공감이 덜 가는 작품이겠으나 심지어 두번씩이나 경험을 했기에 이 작품의 이야기에 대단한 공감을 가지며 읽었습니다..
3. 아직까진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들 위주의 이런 덕후적 세상이 많이 펼쳐지지만 오랜 역사를 지닌 일본의 경우는 대단히 연륜이 높은 분들도 이런 행사에 참여를 하시나 봅니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가 중요한 배경이자 소재가 되는 것이죠, 가미쿠라 유코는 M대학 공학부 실험실에서 데리바야시를 8시경 만나기로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시각 데리바야시는 모형 마니아 행사를 위한 모임에 참석하고 있었죠, 그리고 그녀를 실험실에서 본 가와시마 교수는 9시경 가미쿠라의 죽음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만나기로한 데리바야시는 실험실에 오지 않았습니다.. 경찰에 신고가 되고 데리바야시는 주요 용의자가 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만 있는게 아닙니다.. 더 큰 문제가 있었던거죠, 데리바야시는 M대학과 가까운 모형 행사장인 공회당 4층에서 다음날 깨어납니다.. 그러나 자신이 깨어난 장소에서는 자신 외에 누군가의 시체가 함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체는 머리가 절단된 체 데리바야시와 발견된 것이죠, 현재까지는 가미쿠라의 죽음과 얼굴이 사라진 사체의 죽음에 관련된 인물을 데리바야시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가 있던 장소는 밀실이었고 누군가에 의해 사건이 조작되었던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다소 거리가 있는 장소에서의 비슷한 시간에 벌어진 사건은 오히려 경찰들에게 혼란을 가져다줍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우리의 S&M 커플은 희한하게 그 장소에서 우연히 사건의 중심에 놓여있게 되죠, 이제 어느듯 연륜이 붙은 사이카와와 모에의 활약을 다시한번 즐겁게 지켜보시죠,
4. 이번 편 재미지네요, 개인적으로 본격추리를 그닥 많이 읽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모리 히로시가 보여주는 아주 논리적이고 이공학적 느낌의 딱딱한 성향의 추리적 지향점은 머리 나쁜 저로서는 쉽게 문장을 습득하기가 어려워 읽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 경향이 있어서 딱히 선호하진 않았습니다만 이번에 선물로 받은 작품이라서 미워도 다시 한번이라는 생각에 펼쳐 들었는데 우와, 재미있었습니다.. 딱딱하지 않았구요, 특히나 사이카와와 모에의 알콩달콩 파트너쉽과 주변 인물들이 보여주는 사건의 진행과정은 그간 뛰어넘은(2편부터 8편까지) 시리즈까지 궁금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더군요, 게다가 작가가 보여주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삶과 대비되는 이면의 인간의 다양성에 대한 철학적 고찰같은 여러 표현은 상당히 매력이 있었습니다.. 그런 소재로 등장하는 것이 매니악한 오타쿠적 취미인거죠, 저 역시 덕후까진 아니라도 제가 살아가는 인생의 단조로움과 버거움을 벗어나고자 늘 재미진 책을 옆에 두는 것처럼 여러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취미와 즐거움을 찾고 그것이 딱히 정상적이고 평범해 보이지 않더라도 충분히 값진 인생의 또다른 진실이 아닌가 하는 의도도 제가 보기에는 언듯 내비치는 것 같은데 나만 그런걸 수도 있겠죠,
5. 제가 딱히 본격추리소설을 많이 읽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제가 겪어본 일본 본격추리소설의 강점은 감성과 상황적 미스트릭션이 주가 되는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 시리즈는 논리적 추론을 목적으로 하는 대단히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박사님같은 똑똑한 지적 의도를 짙게 깔고 있습니다.. 많은 독자들이 새삼스레 이런 미스터리에 환호한 이유도 이런 것이였겠죠, 지금까지도 여전히 많은 추리독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는 이유는 아마도 조금은 독창적이고 조금은 색다른 미스터리의 접근방식이었지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딱딱하고도 똑똑한 것같은 추리소설은 모양새와는 다르게 대단한 공감적 논리를 독자들에게 들이댑니다.. 전작들을 제대로 읽지 않아서 그동안 이 느낌이 그대로 유지되었는 지, 아니면 시리즈의 후반부로 들어오면서 이런 유연한 주인공의 심리와 상황적 드라마의 연결도 덧붙여졌는 지는 모르겠지만 공대 특유의 딱딱하고 논리적으로 지적인 의도의 추리를 마냥 펼쳐보이지는 않는다고 생각이 들더군요, 사실 전 첫편인 "모든 것이 F가 된다"를 보면서 잘 읽히기도 하거니와 머리가 나빠 이해도도 늦어 힘들었던 기억이 자꾸 나더라구요, 오히려 적절하게 잘 섞인 이런 감성들이 이 작품이 제가 생각하고 느꼈던 모리 히로시의 편견을 무참하게 깨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래서 체감적으로 더 재미있었습니다..
6. 사실 전혀 비논리적이고 비이성적인 판단력으로 전 처음부터 이 소설의 살인자가 '얘'가 아닐까 대강 짐작을 했더랬습니다.. 물론 혼자서 떠올리고 혼자서 넘겨짚기식, 그냥 얘가 범인이야~식의 판단이었지만, 마지막까지 작가님께서 아주 미스터리의 진실을 잘 숨겨주셨기에 깅가밍가하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제가 생각했던 넘이 나쁜 넘이어서 나름 비전문가로서 때려잡기식의 범인 물색은 나도 가능하다는 사실에 어느정도 기분이 좋긴 하더군요, 생각보다는 상당히 두꺼운 본격추리적 형태임에도 중간에 읽어나가는데 지루한 부분은 거의 없었습니다.. 전작들도 그러했는 지는 모르겠지만 주변인물들과 모에의 유기적이고 상황적 연결구도가 나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즐겁더군요, 공대 특유의 딱딱함을 바닥에 깔고 가지만 그 위에서 펼쳐지는 인물들은 대단히 드라마틱하고 사랑스러운 느낌도 가득한 유연함도 문장의 이면으로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그냥 못때게 흠이라도 하나 더 잡아볼짝시면 인물들의 호칭이 걸리적거리긴 했습니다.. 전작들에도 유지되어온 호칭의 문장이겠으나 대화나 형식적 이해도에 몰입을 방해하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일본에서는 원래 그렇게 호칭을 한다면 말구요,
7. 시리즈를 꾸준히 읽진 않았으니 전체 시리즈에 대한 감상은 말 못하겠고 그냥 이 편만 두고보면 아주 재미졌습니다.. 제가 비전문적인 넘겨짚기로 범인을 애초부터 색출해냈다고 치더라도 읽는동안 상당히 즐겁게 집중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저처럼 생각하신 분들도 많으실겝니다.. 작가가 보여주고자하는 의도는 사건의 논리적 구성의 추리적 비합리성에 중점을 두었다는 전제하에 어떻게 이 사건이 이렇게 진행되었는가에 촛점을 맞추면 굳이 우주의 기운을 받지 않더라도 대강 범인이 누구인지는 블랙리스트를 작성하여 대기업의 기부를 조건으로 뇌물을 받지 않더라도 충분히 안다손 치더라도, 트리클 다운 시스템으로 그게 우리의 복지에 도움이 된다면 그래서 행복하면 된 것 아니냐고, 내가 국민을 위해, 나라의 문화 육성을 위해,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위해 얼매나 노력했는데, 그깟 넘겨짚기로 범인 미리 파악했다고 이 작품이 재미없다고 하면 안될 말입니다.. 뭐 앞선 시리즈도 읽어봐야겠지만 혹시라도 모리 히로시의 S&M시리즈가 궁금하시거나 눈여겨보신 분이 계시다면 이 편 "수기 모형"부터 읽어보셔도 충분히 즐거우실 듯 싶습니다.. 그닥 시리즈가 이어진다고 앞선 작품이 중요하고 그렇지는 않습니다.. 작가님이 얼매나 똑똑하신 분이신데, 시리즈를 전체 사는 것하고 한권씩 사는것하고 수입을 고려 안하셨겠습니까, 이야기 들어보니 이 시리즈로 떼돈 버셨데요, 그만큼 많이 본다는 말이고 그만큼 재미도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지막 이 문단은 뭘 말하는 건지 모르겠다.. 갑자기 보고 듣고 치고 쓰고도 뭔 말인 지 알수없는 그네현상(비논리적 언어구사신드롬)이 생겨버린 듯, 땡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