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와 수잔 버티고 시리즈
오스틴 라이트 지음, 박산호 옮김 / 오픈하우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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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독후감에서 자주 밝혔던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또 한번 해보려고 합니다(군대랑 첫사랑 이야기는 정말 유치뽕인데 말이죠, 오늘은 또 둘 다 등장합니다)..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오랫동안 잊지못할 추억이죠, 그게 현재까지 이어지는 사랑이든, 어느 시점에서 추억으로만 남든 말이죠, 뭐 울 와이프는 제 독후감을 거의 읽지 않는데다가 이 블로그가 있는 지도 잘 모르기 때문에(물론 내가 가진 세상 모든 사랑은 아내에게 향해 있다는 사실은 안비밀) 오늘은 한걸음 더 깊게 들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막 성인이 되자마자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오랫동안 한 여인에 대한 애틋함을 가졌던 시기이기 때문에 절대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기도 하죠, 그렇게 대학을 막 입학하고 2년 가까이 연애를 하다가 입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영장이 나와서(구속영장 아입니다이) 입대시점까지 남은 시간은 20일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91년 10월 19일인가, 뭐 그랬던 기억입니다.. 여하튼 세상이 내려앉는 느낌이더군요, 하필이면 첫사랑과 한참동안 소원하다가 막 새롭게 시작하여 불타오르면서 싹 다 불태울 시기였죠, 근데 영장이라니, 사회에서의 젊은 삶이 이제 한달도 채 남지 않았다니, 그리고 어떻게 다시 찾은 사람인데 이렇게 3년 가까이 헤어져야한다니, 죽을 것만 같았습니다.. 아버지에게 약혼이라도 하고 입대하겠습니다.. 아니 결혼 시켜주세요, 울고불고 난리를 쳤던 기억도 납니다.. 결국 입대일 전날 터미널에서 손 흔들고 돌아서서 기둥 뒤에서 울고 있는 그녀를 둔 체 버스칸에서 몇시간동안 혼자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같이 동행한 친구는 제 어계를 토닥토닥하며 오늘저녁 거하게 모든 것을 잊고 놀아보자라는 생각만 했을겁니다..


    2. 입대를 하고 퇴소식날 그녀는 그 먼 의정부까지 찾아왔습니다.. 그 당시만해도 차로 7시간씩 걸리는 곳인데도 말이죠, 이후에 자대 배치를 받고 나서도 동두천까지 그녀는 7시간을 힘들게 와서 기껏 몇시간만 만나고 돌아가곤 했습니다.. 그때 저희 부대는 전방이 아니라 애인이 면회를 와도 외박이 안되었습니다.. 부모만 외박이 되었거덩요, 몇번은 부모님과 함께 올라오기도 했죠, 그리고 휴가를 나가서도 그녀는 그녀가 저에게 해줄 수있는 모든 것을 다 주었습니다.. 전 당연히 받아야되는 사랑이라고 생각했죠, 그렇게 2년이 넘었습니다.. 그리곤 휴가를 나왔죠, 하필이면 그 휴가 기간이 이 친구의 4학년 졸업시험기간이었던 모냥입니다.. 하지만 전 관심이 없었죠, 단지 나에게 최선을 다해주기만 바랬던 것 같습니다.. 그녀는 그렇게 자신의 것을 포기하고 저에게 많은 것을 주었습니다.. 그 당시까지는 당연한 것인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렇게 받을건 받고 그녀의 마음을 전혀 헤아리지 못했던 저는 그때 힘들어했던 그녀를 외면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복귀를 하고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고참이 되어서 조금은 자유롭게 외부 전화가 가능하게 되어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통화를 거부하더군요, 그때 대강 직감했던 것 같습니다.. 편지를 보내도 답장이 없다가 어느날 하필이면 첫눈이 내리는 날 그녀에게서 날아 온 편지는 뜯어보기도 전에 이별 편지임을 알았죠,


    3. 세상 모든 분노를 그순간 다 가졌던 것 같습니다.. 내용은 거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정신 차리고보니 제 손에는 찢어진 편지 조각들만 남아있더군요, 그리고 답장을 했습니다.. 세상 모든 잔인한 욕들과 분노와 증오에 가득찬 제 느낌을 모두 편지에 담아 그녀에게 보냈죠, 그리고 두번다시 그녀를 만나지 않겠다 다짐하고 제대할때까지 분노에 휩싸인 체, 마침 제대 날짜와 그녀의 졸업식이 맞닥뜨려지는 상황이라 마지막 날 그녀를 만나면 왜, 도대체 왜, 아무 이유없이(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네요, 멍청하긴) 날 차버린거냐고, 쌍욕과 함께 따져 물을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러질 못했습니다.. 그녀와 한마디도 나눌 수가 없었죠, 마지막 동기들과 헤어질때까지 하루종일 함께 했음에도 그녀는 단 한번도 절 쳐다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그냥 마음속에 담긴 모든 이야기는 홀로 삼킨 체 묻어두어야만 했죠, 왠지 그 당시에는 그녀에게 이야기를 꺼내기가 무척이나 두려웠던 모냥입니다(역시 바보같죠,).. 그리고 두번 다시 그녀를 보질 못했습니다.. 아니 그냥 외면했다고 보는게 맞겠네요, 같잖은 자존심이었는 지는 몰라도 저 스스로 충분히 견뎌낼 수 있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했습니다.. 그러나 그녀에 대한 의문은 그 이후로도 오랫동안 풀리지 않았습니다.. 아니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머리로는, 이성으로는, 이제는 왜, 그녀가 그렇게 했는 지 알겠으나 감정은 여전히 꼭 그렇게까지 했어야하나라는 바보같은 후회가 남죠, 어디선가 잘 지내고 있겠죠, 늘 그렇듯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나 역시 그 시절의 추억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랑스러운 기억인만큼 그 분도 그 시절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뭐 저의 이기적인 욕심이라해도 좋습니다.. 그냥 그렇게 생각할래요,


    4. 이런 적 처음인데, 책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고 제 이야기만 끄적거렸습니다.. 독후감을 원하시는 분들께는 죄송하군요, 허나 이 모든 이야기를 떠올리게 만든 만큼 이 작품이 주는 즐거움은 상당합니다..  오스틴 라이트라는 작가의 작품 "토니와 수잔"입니다.. 제법 오래된 작품이고 지금은 작고하신 작가님이십니다.. 이 작품은 얼마전 유명한 디자이너 출신의 감독인 톰 포드(나도 이사람 양복 한번 입어보고 시포)가 만든 "녹터널 애니멀스"라는 영화의 원작이죠, 소설속에서 등장하는 또다른 액자속 소설의 제목이 녹터널 애니멀스입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수잔 모로라는 중년의 여성입니다.. 그리고 소설속 소설인 녹터널 애니멀스를 집필한 작가가 수잔의 전 남편인 에드워드라는 인물이죠, 이 에드워드는 과거 수잔과 결혼한 당시 작가가 되기위해 노력했으나 작가의 능력을 수잔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여느 신혼부부처럼 막 결혼하고 서로를 알게되자 상처를 주고받고 결국 헤어지게 되는 겁니다.. 그리고 수잔은 아놀드라는 전도양양한 의사와 재혼을 하고 에드워드는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나죠, 그리고 25년이 지난 이순간 에드워드는 수잔에게 자신의 소설을 읽어주길 원하며 편지를 보냅니다.. 자신의 소설을 가장 잘 이해하고 가장 먼저 읽을 자격을 가졌다고 생각한 모냥입니다.. 그렇게 수잔은 에드워드에게서 그가 집필한 녹터널 애니멀스라는 장편소설을 받아봅니다.. 그리고 읽어내려가죠,


    5. 수잔은 처음 접하는 에드워드의 새로운 소설의 시작점에서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받습니다.. 대단히 자극적이고 감성적 극단으로 만들어나가는 스릴러적 구성은 수잔에게 에드워드가 예전에 갖지 못한 변화된 작가의 능력을 떠올리게 해주죠, 그리고 소설과 함께 그동안 자신이 살아온 삶과 이전 에드워드와 함께 살았던 기억이 조금씩 되살아나기 시작합니다.. 에드워드의 소설로 인해 수잔은 자신의 삶과 과거를 반추해보게 됩니다.. 에드워드가 보여주는 소설속에서 또다른 에드워드의 능력과 자신의 삶을 투영하기 시작한 수잔은 자신의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작품속에 투영하기 시작한 것이죠, 그렇게 이 소설은 에드워드가 제시한 토니라는 소설속 소설 녹터널 애니멀스의 주인공 토니와 수잔이라는 주인공의 미러적 이미지를 토대로 급박하게 진행되어 나가는거죠, 수잔이 보여주는 현실과 소설속 토니가 당하는 현실의 이야기는 따로 똑같은 감성적 의도를 짙게 깔고 독자들을 끝모를 감정으로 휘몰아가는 듯 합니다..


    6. 다른 분들이 이 작품에 대해서 많은 분석과 리뷰를 하셨더라구요, 굳이 똑똑치 못한 저까지 그런 구체적 내용까지 보여드릴 필요는 없을 듯 하구요, 전 그냥 이 작품을 읽으면서 느꼈던거는 시작과 함께 수잔의 시점이 바로 저의 시점으로 들어왔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수잔이 보는 소설의 느낌과 저는 동일했고 수잔이 느끼는 현실의 감정과 상황적 면모가 그대로 저에게 투영되어 수잔의 불안하고 해소되지 못한 우울적 심정이 그래도 동조되었고 그녀가 소설로 인해 과거를 떠올리고 그 시절 그녀가 저질렀던 감정적 생채기가 그대로 제가 저지른 상황에 대치되었습니다.. 그냥 그래서 이 소설은 무척이나 흥미롭고 재미진 작품이었습니다.. 후반부의 결론적 부분에 이르기까지 작가는 소설속 소설의 스릴러적 감성을 그대로 유지한 체 독자들을 수잔과 동일하게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수잔의 감정과 소설속 토니의 감정을 너무나도 현실스럽게 묘사하고 표현하는 방법은 독자들이 그들의 감정을 신적 영역에서 파악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게 이 소설이 주는 가장 큰 즐거움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7. 솔직히 저는 그렇게 동조되고 공감되었던 수잔과 토니의 감정선에 따라 마지막까지 이어졌는데 끝이 나고 나니 많이 허탈하더군요, 많은 분들이 전반적으로 휘몰아치는 감정의 폭풍우가 마지막에 깔끔하게 해소되지 못해서 아쉬운 부분이 있어셨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이 또한 작가가 의도한 결말 - 그 상황에서 그녀(또는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니었나 싶은게 제 생각 - 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소설은 실제와는 다른 범죄적 성향이 짙은 대단히 강렬하고 자극적인 범죄적 요소를 소설속 소설로 등장시켜놓고 소설속의 현실은 가장 일반적이고 평범해보이는 한 중년여성을 등장시켜 대비시키는 치밀함을 보여줍니다.. 수잔과 토니는 그렇게 대치되고 심지어 소설의 제목이 되기도 하죠, 독자는 느낍니다.. 그리고 작가의 의도를 헤아립니다.. 이 아저씨가 이야기하려는게 이런거였나, 하고 말이죠, 그게 굳이 구체적으로 말을 하지않아도 독자들은 감성적으로 알게 되는 듯 합니다.. 물론 그 알게되는게 독자들마다 다를 수는 있습니다.. 저처럼 과거의 추억과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올 수도 있는 것이구요, 또 다른 감성으로 남을 수도 있겠죠, 뭐 요즘 가장 핫한 영화가 나온데다가 또 소설까지 이모냥이니 굳이 제가 다른 말씀 안드려도 알아서 찾아서 읽으시지 싶습니다.. 근데 문득 그녀가 혹시라도 지금의 내 삶을 알게되고 아이를 네명이나 낳아서 '잘' 살고 있는걸 보면 어떤 생각이 들지 무척 궁금하긴 하다..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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