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짐승의 성 ㅣ 스토리콜렉터 51
혼다 테쓰야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1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1. 예전에 살던 아파트의 윗층에 사시던 저 또래의 부부와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제가 아이를 낳기전부터 그 집에는 아이가 벌써 둘이었죠, 상당히 다복하고 행복해 보이던 집이었고 아저씨가 워낙 꼼꼼하고 섬세하신 분이시라 늘 마주치면 즐겁게 인사를 나누곤 했습니다.. 아이때문에 너무 시끄럽진 않느냐라는 이야기로 말이죠, 상당히 예의바르고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지 않는 참 보기좋은 얼굴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윗집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리는겁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현관 밖으로 물건을 집어던지기도 하고 비명도 들리고 저희 라인에 사시는 많은 분들에게 나름 민폐였나봅니다.. 특히 저희집은 그때 아내가 임신중이라 새벽에 그런 비명이나 싸우는 소리가 들리면 상당히 무서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복도에서 찢어지는 비명과 우는 소리가 들리던 날 어쩔 수 없이 경찰에 신고를 했습니다.. 뭔가 일이 벌어질 듯 싶었거덩요, 출동한 경찰과 술 취한 아저씨의 실랑이가 한참 벌어졌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다시 경찰들이 와서 윗집의 상황에 대해 조사를 하더군요, 그 뒤로 어떻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날 이후로도 몇번 다툼이 있었지만 예전만큼 심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저씨는 이전에 마주치면 대하는 모습과는 완전 다른 모습으로 무표정과 영혼없는 인사를 하시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조금 부끄러워 하시지 않으셨나 싶습니다..
2. 그렇게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고 언제 그랬냐는듯이 조용해졌고 그와 더불어 윗층 사시는분들을 뵐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물론 계속 사시기는 했는데 잘 안마주치게 되더군요, 아마 저희들이 아이를 낳고 키우느라 주변에 신경을 못쓴거겠죠, 그러다나 어느날 그 집 아주머니께서 신생아를 안고 집으로 들어가시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깜짝 놀랬죠, 인사드리며 애기 낳으셨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하시면서 고개를 푹 숙이시더군요, 아저씨는 싱글벙글 웃는 얼굴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이와 아내를 품에 꼭 안고 사랑스럽게 바라보시더군요, 그 이후로는 단 한번도 그들의 삶의 소리가 문밖으로 흘러나온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저씨가 술먹고 들어가는 모습도 한번도 보질 못했구요, 이제는 저희가 이사를 해서 마주칠 일이 없긴 하지만 부부싸움을 그렇게 심하게 할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또 역시 부부는 어떠한 경우에도 사랑이라는 바탕이 마음속 깊이 깔려있기 때문에 그 사랑을 흔들어 삶을 또다시 희석시킬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읽은 작품은 전혀 그런 인간의 이성적이고 사랑스러운 삶의 모습과는 다른 짐승의 삶에 대해 그리고 그 짐승이 만들어놓은 울타리인 성(城)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너무나도 노골적이고 잔인한 악마적 인간의 모습을 그려낸 "짐승의 성"입니다..
3. 한 여자아이가 상처투성이의 몸으로 경찰의 보호를 요청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고등학생인 소녀 마야는 자신에게 가한 학대에 대한 현실을 조금씩 경찰에게 털어놓기 시작하고 그녀가 살던 선코트마치다라는 맨션의 403호에 경찰은 수색을 하게 되죠, 그리고 그곳에서 대단히 비릿하고 썩은 냄새와 함께 학대의 흔적이 가득한 모습을 발견함과 동시에 한 여성을 발견하게 됩니다.. 마야에 따르면 자신을 아쓰코라고 한 이 여성 역시 마야를 학대한 가해자중 한명이고 이 모든 일을 저지른 원흉은 우메키 요시오라는 인물이죠, 현재 그는 행방불명이고 아쓰코라는 여인은 그날 경찰에 체포되어 수감됩니다.. 그리고 조금씩 신코트마치다 403호에서 벌어졌던 사건의 내막이 아쓰코라는 여인의 입에서 조금씩 밝혀지기 시작함에 따라 이를 수사하던 특별수사본부는 엄청난 충격에 휩싸이게 됩니다.. 또 한편 신코트마치다 403호의 주변 한 지역에서 사는 신고와 세이코라는 젊은 동거인에게는 한 남성이 찾아옵니다.. 세이코의 친아버지라는 사부로라는 사람이 이들에게 들이닥쳐 그들의 삶에 영향을 주기 시작하죠, 사부로는 아무 하는 일없이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되고 이런 모습이 거슬린 신고는 그의 행동을 호기심을 쫓기 시작합니다.. 과연 사부로와 신코트마치다 403호는 어떤 연관이 있기에 소설에 등장한걸까요,
4. 어휴, 정말 어휴라는 감탄사가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작품입니다.. 대단히 자극적이고 폭력적이고 광포한 범죄의 상황이 아무렇지도 않게 묘사되어지고 있는 작품이죠, 이게 현실이라는 생각을 조금도 할 수 없는 아니 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가 끝까지 이어집니다.. 너무나도 지독한 인간의 범죄의 끝을 보고 있는 듯 합니다.. 사실 소설속에 등장하는 형사들도 작중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진술하는 내용을 현실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말을 꾸준히 하곤 하죠, 그만큼 이 소설속의 범죄의 내막은 비현실적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는 실제 현실속에서 발생했던 사건을 토대로 재구성된 것입니다.. 물론 어느정도의 허구를 자극적으로 묘사한 부분이 없진 않았겠지만 현실의 범죄행각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니만큼 인정하기싫은 비현실적인 허구의 자극적 상상력으로 이루어진 작품은 아니라는 것이죠, 그래서 더욱 불쾌하고 신경쓰이고 짜증스럽고 심지어 구토증상까지 살짝 보여지는 그런 무서운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5. 이런걸 엽기적이라고 하는거죠, 버젓이 우리의 이웃에서 벌어진 일이기도 합니다.. 누구나 한번씩 스쳐 지나갈 수 있었을 법한 상황에 대해 작가는 이야기합니다.. 현관문이 닫히는 순간 일상은 지옥으로 변해버리는거죠, 그리고 대단히 악의적인 범죄자의 조종에 따른 나약한 인간의 심리를 나락으로 떨어트리는 짐승이나 저지를 법한 행동을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하는 비이성적인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인간을, 사람을 있는 그대로 대하지않고 노예로서 짐승 그 자체로 대하는 또다른 포악한 짐승의 모습을 이 작품은 그려내고 있습니다.. 역겹기까지 한 상황적 묘사로 인해 독자는 읽는 내내 짜증스러움을 견뎌내야하지만 말그대로 제목의 의미처럼 짐승의 짓이라는 전제하에 독자는 끝까지 견뎌냅니다.. 그리고 이 작품이 전달하고자하는 사회적 메시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죠, 그러나 분명 책을 덮고난 뒤의 감흥은 그닥 좋지는 않습니다..
6. 작가는 대단히 직설적인 묘사를 통해 한 아파트의 집 내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어떻게보면 담담하게 그려냅니다.. 한 여인의 진술을 통해서 말이죠, 그리고 아직 미성년인 아이를 통해서 정말 이성적으로는 판단할 수없는 현실적 이야기가 전개가 됩니다.. 극적인 묘사나 뭔가 만들고자하는 의도의 문장을 억지로 드러내지 않고 담담하게 피해자이지 가해자인 한 여성 주인공의 입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범죄가 벌어진 현장에 대한 그림을 그리게 만들어주죠, 그래서 대단히 불편하고 불쾌하고 역겹고 거부감이 강렬하게 듭니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은 어떻게든 사건의 결말에서 좋은 의도를 느껴보고 싶은 상황적 궁금증으로 인해 다음장으로 이어지는 손가락에 끊임없이 힘을 주게 됩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장르소설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독자이긴 하지만 현실적인 배경속에 놓인 잔인한 소설에 대한 거부감은 있습니다.. 그냥 영화적 상상력과 입체감이 좋은 액션 스릴러를 좋아하는 이유도 즐겁지만 현실적이지 않다는 개인적 느낌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일본소설이 주는 공감적 능력과 상황적 감정 이입에 대해 조금은 거부반응을 보이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지요, 특히 이 작품의 경우는 그런 느낌이 상당히 짙습니다..
7. 재미적인 측면만으로 이야기를 한다면 가독성이 뛰어납니다.. 상황이 주는 궁금증과 추리적 진술이 작품의 집중도를 높여줍니다.. 전혀 밝혀질 것 같지않은 범죄의 행각의 진술이 조금씩 엇갈리면서 두가지의 상황인 아쓰코의 진술과 신고의 삶의 연결고리의 궁금증도 충분한 즐거움을 줍니다.. 단지 이 소설은 미스터리적 측면보다는 상황적 불쾌함이 압도적으로 작용하는 작품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대단한 묘사적 거부감이 마지막까지 끊임없이 등장합니다.. 아마도 직접적인 폭력적 범죄의 잔인한 묘사를 싫어하시는 분들이나 슬래쉬적 공포영화에 대한 거부반응을 가지시거나 엽기적 패륜의 범죄에 대한 불편함을 겪어보신 분들이라면 읽으시면서 쌍욕이 수시로 나오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게 이 책을 펼친 후회가 될 지, 매력지 될 지는 모르지만 여태껏 읽어 본 어느 범죄소설의 그로테스크함보다 더 강한 찝찝함을 마지막까지 안겨준 작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물론 장르적으로 이 작품의 매력은 상당히 뛰어나다고 말하고 싶은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되겠죠, 여즉 혼다 테쓰야의 작품은 한권도 읽어보질 못했지만 이야기의 구성 능력이나 문장의 가독성은 상당히 좋습니다.. 내밀한 인물의 묘사는 연결고리의 꼼꼼함도 나쁘지 않구요, 하지만 이런 소설은 한권이면 족합니다.. 땡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