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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PLATE
손선영 지음 / 트로이목마 / 2016년 9월
평점 :

1. 얼마전 생전 처음으로 경험해본 지진의 공포가 있습니다.. 1차 지진 여파가 그렇게 크지 않았던 상황에서 2차 지진이 아파트를 훑고 지나갔을때는 상당히 걱정스럽더군요, 다행히 아이들과 아내가 동네 마트에 잠시 나간 사이에 큰아들과 뉴스를 시청하는 상황에서 발생한 아파트의 흔들림이 여지껏 경험해본 어떤 상황보다 강력한 공포를 주긴 하더군요, 그래도 크게 걱정하진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지진이 올 수 있구나라는 생각정도의 걱정이 들면서 함께 놀이터로 나와보니 동네 주민들 대부분이 나와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거나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게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좋았습니다.. 늘 저녁시간에는 자신의 집에서 자신들만의 공간에서 지내다가 동네 이웃을 다 볼 수 있으니 재난에 가까운 공포스러운 상황임에도 저로서는 나쁜 경험은 아니었습니다.. 아이들도 무척 즐거워하더라구요, 하지만 저의 생각과 느낌과는 달리 주변에 계신 많은 어르신들께서는 대단한 공포심으로 걱정이 태산이시더라구요, 오히려 연세많으신 분들이 젊은 저희들보다 더 잘 대처를 하시지 않을까 싶었는데 주변의 모인 사람들을 보니 반대였습니다.. 어르신들께서는 옹기종기 모여 이대로 지진이 더 오면 세상이 무너질 것이라는 두려움 가득한 걱정이 꽉 차있어신 듯 하더라구요, 일본의 일이 남의 일이 아니다.. 특히나 동해한쪽의 원자력발전소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우리동네가 무사할 수 있느냐라는 등의 엄청난 걱정거리가 한순간에 쏟아져나오더군요, 그중 가장 큰 걱정이 내진설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아파트에서 사는 것이랑 경주 인근의 원자력발전소의 붕괴위험이었습니다.. 일본 후쿠시마의 원전사고는 남의 나라 이야기지만 분명 엄청난 사고임을 어르신들도 알고 계신거죠, 아무리 쉬쉬하고 주변 바다의 오염을 일본에서 국내.외적으로 감추려해도 먹거리와 삶이 인생의 중심인 서민들에게 일본의 원전사고는 단순히 남의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번에 충분히 각인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2. 이렇게 지진의 영향력이 커져버린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지진에 대한 이슈가 추석 이후 가장 큰 사회적 문제가 되어버린거죠, 하지만 하루에서 몇번씩 우리가 겪은 지진의 영향만큼 경험하는 일본의 입장에서는 그들의 미래가 어떨 지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음모론이지만 우리는 수시로 일본 침몰에 대한 미래의 모습을 자주 접합니다.. 문제는 단지 이 음모론이 허투루 흘리는 어설픈 소문만은 아니라는게 가장 걱정이긴 하죠, 이렇게 일본이 지진으로 인해 엄청난 재난이 발생하는 이야기를 서두에서부터 우리에게 강력한 충격을 전달해주는 작품이 손선영 작가의 "판"이라는 소설입니다.. 이 소설은 재난소설은 아닙니다.. 첩보소설입죠, 스파이의 세계와 국가의 미래와 존립과 관련된 숨막히는 첩보전을 펼치는 작품입니다..
3. 말씀드린대로 2016년의 어느날 일본은 침몰합니다.. 지진이 발생한 것이죠, 그리고 시간은 거의 10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여전히 그 시절에도 일본은 수많은 지진으로 희생자가 발생하는 곳이었죠, 1923년 일본이 대동아공영이라는 엄청난 악행을 저지르는 시기에 일본내에서 지진이 발생합니다.. 관동지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하고 일본은 이를 수습하고자 조선인의 폭동으로 날조된 소문을 퍼트려 혼란을 막고자하죠, 이로인해 수많은 조선인들이 학살당하게 됩니다.. 그리고 살아남은 한 어린소년이 있습니다.. 이 소년은 우리나라로 와서 정부를 위해 일하는 정보조직을 만들죠, 그리고 채한준이 등장합니다.. 채한준은 이제는 노환으로 삶이 얼마남지않은 자신의 양아버지 김노원에게 새로운 판을 읽을 수 있는 아이를 발견하였고 아버지인 김노원과 자신에 이은 후계자임을 알리죠, 그리고 세상의 판을 뒤엎는 첩보전이 펼쳐집니다.. 일본에서는 후쿠야마라는 인물, 미국에서는 존 스미스라는 조직, 그리고 한국의 정보조직을 움직이는 채한준을 비롯한 세상의 돈을 움직이는 숨겨진 자산가 김기욱, 등이 펼쳐내는 이야기는 도저히 묶여지지 않는듯한 다른 이야기이지만 뭔가 세상의 흐름을 바꾸고자하는 의도가 있습니다.. 이들이 보여주고 만들고자 하는 판은 무엇일까요,
4. 이 작품은 줄거리를 적기가 아주 곤란한 작품입니다.. 일단 소설의 구성이 시간의 흔적을 따라 이어지기 때문이기도 하구요, 너무 많은 인물들이 세상의 "판'이라는 공간에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그렇기도 합니다.. 이 소설은 총 4부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1부는 일본의 침몰을 전제로 한 판의 파멸, 2부는 판의 파멸이 벌어지기전 전조에 대한 상황인 판의 미로, 3부는 미로처럼 얽힌 타래를 퍼즐처럼 풀어가는 판의 퍼즐, 그리고 마지막 4부는 각각의 퍼즐을 맞추어내는 판의 조립이죠, 사실 저도 시간적 흐름이나 내용이 헷갈려서 서지정보를 조금 읽어봤습니다.. 머리가 나쁘다보니 시간의 흐름과 내용적 흐름을 판단하기에 목차가 대단한 도움을 주기도 하거덜랑요, 그렇습니다.. 이 소설은 아주 많은 상황과 시공간적 내용들이 하나의 판에 펼쳐져있고 이들을 잘 조립해서 직소퍼즐처럼 하나씩 짜맞춰지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5. 소설 "판"은 많은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의 세상에 대한 '판'을 제대로 읽고 있죠, 그래서 할 말이 많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말그대로 난장판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대단히 복잡한 실타래처럼 얽힌 곳이니까요, 예전 우리나라처럼 쇄국정책으로 밖을 모르던 시절과는 다르게 세계 각국은 하나의 유기체처럼 연결되어 있는게 현실이니까요, 이 소설도 그런 이야기를 전달하고자하는 것 같습니다.. 일종의 나비효과처럼 하늘거리는 나비의 날개짓이 지구의 반대편에서는 태풍으로 변해버릴지도 모르는 세상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구의 모습이니까요, 이런 세상에서 펼쳐지는 첩보전은 각국의 이익을 전제로 하되 상호협력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 현재의 북한같이 세계의 위협이 되는 나라나 인물들이 언제나 존재하죠, 세상의 '판'을 뒤엎고 자신들의 눈앞에 욕망에 물든 인간들이 있기 때문에 여전히 세계의 첩보전은 피 튀기는 정보를 중심으로 현란하게 펼쳐지고 있는 것입니다..
6. 작가가 펼쳐내는 이야기는 우리의 현재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상당히 재미집니다.. 누구나 경험하고 느끼고 있는 세상의 이야기입죠, 특히나 우리의 주변국가들의 모습들은 일종의 음모론스러운 진실임에 우리는 읽은동안 내내 인식합니다.. 그래서 할 말이 많은겁니다.. 그렇다보니 많은 이야기를 하나로 묶는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습니다.. 독자는 그동안 이런저런 세상의 뉴스를 끌어모아서 뭔가 만들어가는 작가의 의도를 대강 눈치는 채지만 퍼즐의 마지막 몇조각은 마무리로 이어지기까지 찾아내질 못합니다.. 각각의 판들이 모여서 하나의 액자를 완성하는데까지 독자는 숨가쁘게 달려가야하니 조금 지칠 수도 있겠습니다.. 일본의 판, 미국의 판, 중국의 판 그리고 한국의 판들이 모여 하나의 세계의 판이 만들어지는 구성은 생각보다 재미질 수도, 생각만큼 지겨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스릴러소설로서의 즐거움을 주기위한 여러 장치들이 생각만큼 어필하지 못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첩보소설의 백미라고 하면 주인공들이 펼쳐내는 속고 속이는 반전외에도 활동적 액션이 가미된 스릴러의 감성이 필요한데 많은 이야기속에 그런 스릴러적 즐거움이 많이 묻힌 것 같아서 조금 아쉬었습니다.. 물론 수시로 이러한 활동적 첩보전은 등장하지만 뭔가 긴장감은 많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7. 개인적으로는 소설속에 등장하는 지역적 코드나 상황적 의도가 제가 살고 느끼고 경험한 인생과 미래와 글로벌적 세계관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흥미로운 부분이 많이 있었습니다.. 좁게는 제가 사는 고향에서부터 미국의 LA까지 확장되는 공감적 공간감도 나쁘진 않았구요, 퍼즐의 구성에 따른 첩보적 의도도 나쁘진 않았습니다만 많은 이야기와 많은 인물과 많은 정보와 많은 연결고리가 소설의 진행과 내용에 오롯이 집중하게끔 만드는데에는 상당히 어려움이 있었다고 보여집니다.. 아무래도 초중반부에서 너무나 많이 벌려놓은 '판'을 일거에 마무리하기에는 조금 아쉬움이 많은 느낌이 들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손선영 작가님께서는 한분야에 국한되지 않는 상당히 확장된 소재를 중심으로 즐거운 이야기를 보여주셔서 늘 반갑고 고맙기도 합니다.. 여러 어려움이 가득한 국내출판시장에 꾸준히 자신의 역량을 보여주시는 손선영 작가님같은 분들이 더 많이 두각을 드러내주시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잠시 해봅니다.. 더불어 창원 소답동 미나리꽝이라 불리우는 군부대 옆 농지를 예전에 누가 사라할때 샀다면 엄청난 졸부가 되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언듯 해봅니다.. 땡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