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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피
마에카와 유타카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6년 3월
평점 :

1. 이사를 한 지 두달 정도 지났나봅니다.. 이사하는 당일날 아내가 떡을 만들어 라인을 따라 인사를 한 기억이 납니다.. 주말이다보니 다 돌진 못했는데 그래도 10층정도까지는 돌다가 힘들어서 남은 떡은 냉동실에 넣어뒀다가 조금씩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솔직하게 전 앞집에 사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도 잘 모릅니다.. 저희가 이사오고나서 얼마 안가 새로운 분이 연이서 이사를 들어오신 것 같은데 따로 인사를 제대로 나눠보진 못했습니다.. 그냥 두어번 정도 마주치고 형식적인 인사를 건넨것이 전부이죠, 근데 아내도 마찬가지더라구요, 따로 나서서 띵똥 누르고 인사하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의 삶이 느껴지는 현실입니다.. 근데 되돌아 생각해보면 이전에 십년이 넘게 살았던 아파트에서도 옆집에 새로 이사와서 육개월이 지나도록 제대로 인사 한번 못해본 것이 떠오르네요, 참고로 이전에 살던 집은 상가 옥상과 연결되어 옆집과도 따로 담이 없이 옥상이 연결되어 있음에도 이상하게 그집 사람들은 두문불출하던 기억이 납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사 들어오자마자 이쁜 아이가 태어나서 그랬다고 하더군요, 여하튼 이사하고 한달쯤 지나 청소하느라 잠시 들렀는데 같은 라인에 사시는 아주머니를 마주치니 하시는 말씀, "요즘 많이 바쁘신가봐요, 잘 안보이시던데..... 아~ 이사 갔습니다.. 한달전에.. 오늘은 청소 하느라고 들렀습니다... 아~~예예... 그러시구나...." 요즘 우리 주변의 삶의 현실이 그렇습니다.. 소통이 거의 없는 이웃 백촌 쯤 되는 듯,
2. 멀고도 가까운 나라인 일본은 참말로 우리랑 비슷합니다.. 삶의 방식도 비슷하고 공감도 비슷합니다.. 하지만 국민성을 지랄맞게 다른 민족이기도 하죠, 여기서 따로 국가적 반발을 드러낼 필요는 없긴 하지만 역시 개인적으로 딱히 마음에 드는 나라는 아닙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일본이라는 나라에 가보고 싶어 하는 것을 보면 우리랑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그런 나라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정말 위치적으로 가까운 나라죠, 울 딸도 해외여행으로 가장 먼저 가보고 싶은 나라라 일본이라고 하니 우리 윗세대가 가졌던 거부감이 세대를 거쳐 내려오면서 많이 희석된 느낌은 듭니다.. 저조차도 국가적 차원의 쟤네들의 행우지를 제외하고는 일본이라는 나라 그 자체만으로는 상당한 동질성을 가지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 것중에 가장 많인 찾게 되는 것이 저로서는 일본소설인데 말이죠, 볼때마다 느끼는거지만 정말 삶이 비슷합니다.. 예전에는 만화책이나 애니메이션을 통한 일본문화의 습득이 이제는 나이가 들어 소설 위주로 보게 되네요.. 이번에 읽은 작품은 마에카와 유타카라는 작가의 "크리피"라는 작품인데 이 작품으로 뭔가 대단한 신인상을 받은 듯 합니다.. 여기에서 크리피란 의미는 스믈스믈 소름이 돋을 정도의 공포감이나 오싹함을 표현하는 영어라고 하니 작품의 이야기가 대강 짐작이 갑니다..
3. 다카쿠라라는 중년의 대학교수는 도시에서 조금 벗어난 한적한 교외주택에서 살고 있습니다.. 주변에는 몇몇 집을 제외하고는 인적이 그렇게 북적거리는 동네가 아니죠, 요 며칠사이 주변에서 벌어진 사건때문에 경찰들이 동네 주변에서 사람들을 검문하는게 보이지만 거의 소통이 없는 주변의 이웃에 대해 다카쿠라는 이웃에 대한 당절된 생활환경에 대해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집 옆에 살고 있는 한 가족의 가장인 니시노라는 중년의 남자와 인사를 나누죠, 또래의 동료처럼 니시노라는 인물도 인상이 좋습니다.. 그리고 자유로운 시간을 활용하는 직업을 가진 듯 보입니다.. 그에게는 고등학생의 아들과 중학생의 딸이 있습니다.. 어느날 노가미라는 과거의 고교 동창생이 찾아옵니다.. 그는 현재 형사로서 8년 전 벌어졌던 일가족 행방불명 사건을 수사하고 있습니다.. 범죄분석가인 다카쿠라를 만나 그의 자문을 듣고자 한 것이죠, 다카쿠라는 과거 동창인 그의 요구를 흔쾌히 승낙하고 과거의 사건의 수사에 도움을 주던 중 노가미가 그의 집으로 찾아와 이야기를 나눈 후 노가미가 실종됩니다.. 그러던 중 다카쿠라의 앞집인 고령의 모녀가 거주하는 곳에서 불이 나죠, 그리고 모녀는 화재로 목숨을 잃습니다.. 그리고 또다른 시신 한구가 발견됩니다.. 노가미가 실종된 후 그의 후배 형사가 다카쿠라를 찾아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그를 찾아가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하라고 한 사실과 함께 옆집 니시노의 가족중 중학생의 딸이 자신은 니시노의 딸이 아니라고 하며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는 이야기에 다카쿠라와 그의 아내는 아연실색하게 됩니다.. 그렇게 이야기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의 꺼림칙한 상황 전개와 함께 소름끼치는 범죄의 구렁으로 무너져 내립니다..
4. 현대의 사회의 모습은 단절된 불통의 세상이라는 생활환경의 극단성을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각자의 삶이 중요한 시대에 주변의 삶과 섞이지 못하고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기에 급급한 우리네 현실을 아주 리얼한 범죄적 모양새를 들이대며 공포적 감각을 자극합니다.. 그렇습니다.. 과거와 달리 현대는 아주 취약한 주변의 인간관계를 맺고 살죠, 도시나 교외의 삶을 선택한 사회 구성원들은 하루하루 자신의 인생을 살기에 바쁜 관계로 주변의 사람들과 연대를 맺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파트라는 꽉막힌 공간속에서 생활하는 우리들은 옆집에 어떤 사람이 새로 이사왔는 지 아님 아무도 살지 않은 지 오래되었는데도 전혀 모르고 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도대체 어떤 인물인 지 조차도 모르고 형식적인 인사만 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도시적 삶에서 이웃사촌이라는 개념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죽은 단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작품은 그런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5. 소설은 초반의 흐름과 달리 중반으로 넘어가면 이야기를 아주 급속도로 빨리 이어나갑니다.. 딱히 반전을 보여주거나 추리적 개념을 탑재하여 독자들에게 뭔가 미스터리한 감성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범죄적 현실에 대한 리얼한 우리 주변의 무서움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죠, 범죄남은 애초부터 거의 드러납니다.. 그리고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조금씩 드러나는 그의 삶의 이력과 과거와 현재의 모습은 이야기속에서 독자들에게 아주 무서운 공포를 심어주기에 부족함이 없죠, 대단히 악한 존재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작가는 차분히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면서 독자들이 서사의 중심에서 어떠한 반응을 보일 지 미리 예측하고 있는 듯 합니다.. 또한 주인공인 대학교수를 내세워 일반적인 인물이 어떻게 범죄의 중심에서 사건을 헤쳐나가는 지를 상당히 리얼하게 보여줍니다.. 억지로 자극성을 과장하지도 않고 현실적인 공포감을 자연스럽게 내세우는데 그게 너무 우리의 삶과 비슷해서 더 무섭습니다..
6. 매우 단순하고 깔끔한 이야기의 구성인지라 읽는 독자들이 어려워할 부분은 전혀 없습니다.. 미스터리소설답게 작가가 후반부에 마련해놓은 반전과 흐름의 진실도 그렇게 나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대단히 충격적이라거나 엄청난 즐거움이 가득한 작품이라고는 말씀을 드리기가 조금은 애매합니다.. 신인작가로서 이정도면 충분히 좋은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어필하지 않았나 싶긴한데 뭐랄까요, 서사나 문장의 노련미는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이런말을 하면 제다 뭐 대단한 비평가같은 것처럼 보이는데 그냥 독자로서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재미는 있으되 훅하니 엄청난 흡입력을 가진 그런 작품으로서는 느껴지지 않는다는 뭐 그런 이야기로 보시면 될 듯, 영화로서도 개봉한다꼬 막 홍보하드만 오히려 소설보다는 영화가 더 느낌이 잘 살 것 같은 그런 감성의 작품이라꼬 할 수도 있겠네요, 물론 소설도 좋습니다.. 이래따저래따 도대체 안좋은게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눈물의 씨앗이라고 말하겠어요,
7. 사실 이 소설에서 벌어지는 범죄가 가당키나 한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벌어질 우려가 분명히 있지만 읽는동안 조금은 억지스러운 느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구요, 그러다가 문득 제가 속한 주변의 모습을 그려보니 절대 허투루 과장된 이야기를 이끌어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전 새로 이사한 아파트에 저보다 조금 늦게 이사온 옆집의 젊은 아저씨의 얼굴을 잘 모릅니다.. 버얼써 두번 이상 마주치고 인사를 나누었음에도 그사람의 얼굴을 제대로 바라본 적이 한번도 없는 듯 합니다.. 그 역시 저를 기억하지 못할 지도 모릅니다.. 현관문 너머의 가족의 내부는 전혀 알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재의 모습이니 이 작품이 보여주는 이야기는 충분히 제목만큼이나 무서운 우리의 삶을 대변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공포소설이나 호러적 의도가 깔린 소설은 아니지만 범죄적 상황이 주는 무서움은 제법 머리속에 오래 남습니다.. 이웃과 친하게 잘 알고 지냅시다.. 땡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