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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 잠 ㅣ 밀리언셀러 클럽 145
가노 료이치 지음, 엄정윤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1. 오랜 세월동안 지역을 이루고 그 속에서 몇대를 거쳐서 생활을 하던 터전을 새로운 도시건설이라는 미명하에 민간건설업체에 부동산을 매각하거나 수용되어 이주를 하고 한 지역 전체가 유령마을처럼 되어버린 경우를 한번씩 보게 됩니다.. 그럴 경우 모든 사람이 떠나고 남은 자리는 아주 애매한 스산함이 있습니다.. 사람이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어떤 식으로라도 표시가 난다고 하던 어른들의 이야기가 떠오를 수 밖에 없습니다.. 한순간에 썰물처럼 그 많던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나버리고 남은 지역은 폐허와도 같은 허함이 가득찹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여러 공사 진행을 하려고 돌아다니다보면 어느순간 멍하니 한 곳을 바라보거나 시간이 멈춰버리는 듯한 착각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온 동네의 오래된 스레트 집들이 부셔지고 내려앉아 폐기물로 변해버리고 한겨울을 힘들게 지켜낸 동네 당산나무는 앙상하게 뿌리를 드러낸 체 이렇게 동네가 사라지니 나도 베어버리라고 아우성을 지르는 듯 하더라구요, 수십년 또는 수백년 된 나무의 하소연이 들리는 것 같아 멍하니 그쪽을 바라보고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눈으로만 된 각인이라도 마음속으로 허한 이미지를 찰칵 찍어두는거죠,
2. 전 사실 그 재미있다는 "제물의 야회"를 건너뛰고 "환상의 여자"라는 작품으로 가노 료이치를 먼저 만났습니다.. 한 여인의 죽음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방식이 아주 끈끈하니 조금은 지리하면서도 탄탄한 연결방식을 구사하던 작품이었죠, 이번에 읽은 작품인 "창백한 잠"이라는 작품은 제목이 상당히 마음에 듭니다.. 소설의 내용과 얼마나 잘 들어맞는가는 잘 모르겠지만 제목만으로도 이 작품의 느낌은 일종의 하드보일드한 감성이 잘 묻어나는 경향이 있네요, 표지의 이미지도 창백한 푸른 빛을 중심으로 표현했기 때문에 이 작품의 모양새도 가노 료이치 특유의 감성이 잘 묻어나는가 싶은거죠, 뭐 읽기 전에 뭔 생각인 들 못하겠습니까만 탄탄한 연결구성의 방식은 전작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독자들이 소설에 잘 흡입될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은 합니다..
3. 사진기자 다쓰미는 다카하마라는 마을의 폐허가 된 호텔을 촬영하기 위해 방문했습니다.. 예전 나름 활발하게 호텔 영업을 하던 다카하마 호텔은 화재사고 이후 폐허로 변해버리고 지금은 방치되어 있는 곳이죠, 다쓰미는 이러한 폐허의 공간에서 자신만의 이미지를 얻어내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가 이곳에 오게 된 이유중의 하나인 동료인 후지코의 만남이 있기도 했죠, 그렇게 사진촬영을 하던 중 이제는 폐허가 되어버린 다카하마 호텔에 들어 선 다쓰미는 건물 안에서 죽은 여성의 시체를 마주하게 됩니다.. 살해된 여성은 지역 저널리스트로서 아이자와라는 여성이었고 그녀의 전 남편인 다카하마 지역 신문기자 안비루는 아내의 죽음을 파헤치고자 합니다.. 예전 잠시 기자생활을 하지 못하게 되었던 다쓰미는 탐정일을 한 경험이 있으나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라 여기고 크게 관여하지 않게 되나 자신의 동료인 후지코가 아이자와가 죽기 전 만남을 가졌던 사실을 알고 조금씩 사건에 호기심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안비루의 도움 요청과 함께 약간의 도움만 주고자 하였으나 자신의 동료이자 연인인 후지코의 의문의 사고로 인해 본격적으로 사건의 내면으로 뛰어들게 됩니다.. 안비루와 함께 아이자와가 만났던 사람을 토대로 탐문수사와 사건의 행적을 조금씩 찾아 나가며 진실의 단서를 찾기 시작하는데,
4. 다카하마 호텔과 연관된 과거의 사건과 함께 현재 벌어지고 있는 지역의 공항개발과 관련된 이권까지 경제적 역량이 낮은 지방의 소도시에서 벌어지는 개발 이권과 주민들의 생활권등의 갈등이 조금씩 사건의 이면과 함께 드러나기 시작하며 미스터리한 이야기는 힘을 받습니다.. 전반적으로는 탐정소설의 기본적 구성을 중심으로 사건과 관련된 여러 인물들을 탐문수사하며 주변의 연관성을 연결하거나 배제하는 방식으로다가 이야길르 진행합니다.. 상당히 짜임새가 있고 전개의 구성이 꼼꼼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읽는 재미가 솔솔하네요, 애초 객관적인 관점으로 사건을 견지하던 다쓰미의 입장에서 자신의 연인의 사고로 인해 사건의 중심으로 들어서서 그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는 방식은 미스터리소설을 좋아하시는 독자분들에게는 상당히 즐거운 구성이라고 여겨집니다..
5. 가노 료이치는 단순한 살인사건에 국한된 이야기를 끌고 나가지 않고 사회적 이슈나 지역적 배경과 현실적 문제를 토대로 이야기를 잘 만들어내는 재능이 있어 보입니다.. 사회파 소설의 일종이겠지요, 게다가 작가가 보여주는 이야기 외 인물적 감성들이 일반적인 미스터리소설에서는 볼 수 없는 뭔가 아리까리한 하드보일드의 느낌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대단한 하드보일드의 양상을 가지지는 않고 현실적이고 사회적인 이슈를 이러한 감성에 대입해서 사실적이면서도 허한 느낌을 잘 살린게 아닌가 싶네요, 특히나 다쓰미가 느끼는 후지코에 대한 감정은 개인적으로는 아주 좋았습니다.. 중년으로 다가가는 한 남자의 애환과 후회가 잘 표현되어 있어서 좋더군요,
6. 묵직한 맛이 있습니다.. 그리고 후반부에 들어서면 이야기의 흐름이 아주 급박하게 흘러갑니다.. 자극적으로 대중적 느낌으로다가 독자들을 마구잡이로 현혹시키지 않으면서도 하고자하는 이야기를 잘 풀어내고 있네요,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반전의 양상도 나쁘지 않습디다.. 물론 뭔가 조금은 어설픈 마무리적 해결책은 내놓은 부분도 없지않아 있어보이긴 하지만 그또한 현실적 이야기로 받아들여진다면 문제될 것이 없어보이는 인간 사는 세상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뭐 그런 느낌도 들더군요, 그런데 억수로 흡입력이 와탕카같은 것은 아니라서 재미적인 부분은 고만고만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일본 미스터리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상당한 수준급의 작품이라고 여겨지시겠지만 저같은 아주 자극적 대중소설의 재미에 길들여진 분들에게는 읽는 동안 지리한 맛이 제법 눈에 띄지 않을까 싶은 우려도 있습니다..
7. 사실 "제물의 야회"를 읽어보면 이 작품의 진가를 조금 더 파악하기 쉽지 않을까 싶은데 개인적으로는 전작인 "환상의 여자"보다는 "창백한 잠"이 조금 더 미스터리적 구성이나 방법적 연결 고리등이 흥미를 많이 끄는 듯 합니다.. 중간에 끊김없이 이야기의 흐름과 미스터리의 궁금증을 잘 이어나가는 방식이 독자들의 집중도를 끝까지 잡아주었지 않나 싶네요, 가노 료이치 특유의 밋밋하면서도 뭔가 애잔한 허무함이 문장마다 잘 묻어나는 작품인 것 같아서 그를 좋아하는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즐거운 독서가 될 수 있을 듯 싶구요, 특히나 이 작품의 마지막은 개인적으로는 감성적 하드보일드의 느낌을 잘 살린 마무리가 아니었나 싶어서 좋았습니다.. 문득 사진촬영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고 여유로운 여행을 다니면서 세상의 장면을 찍고 싶은 삶에 대한 상상을 해봅니다.. 가능할까 싶긴 하구마는, 아니 가당키나 할까 싶구마는, 땡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