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매살인
한스 올라브 랄룸 지음, 손화수 옮김 / 책에이름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1. 저희 세대는 라디오로 대변되는 세대였습니다.. 공부하면서 늘 귀에는 이어폰을 꼽고 라디오를 들으면서 공부를 하곤 했죠.. 정말 공부 잘하는 친구들은 그러질 않았겠지만 공부한답시고 라디오 들어가며 열심히 공부하던 시절이 생각이 납니다.. 사실 공부에 집중해야될텐데 라디오에서 나오는 DJ의 멘트나 노래를 듣다보면 어느새 그쪽으로 집중하게 되죠, 결국 공부하려고 연필로 공책에 암기하느라 똥글뱅이를 마구 똥글똥글 그리면서도 머리속에서는 라디오에서 나오는 이야기와 노래에 흐뭇해 미친넘처럼 혼자서 미소짓고 있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중3때 팔코라는 한 오스트리아 가수를 라디오에서 만나게 되었죠, 와우, 그가 만든 "락 미 아마데우스"라는 노래는 엄청났습니다.. 전 그당시 그런 노래는 처음 들어봤거덩요, 그래서 레코드 가게에 가서 테이프에 원하는 노래 추려서 아저씨에게 건네면 아저씨가 그 노래들만 테이프에 녹음을 해주곤 했습니다.. 그때 돈으로 새 테이프 한개 가격보다 더 주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천오백원 정도 줬나, 여하튼 그렇게 추려진 노래를 건네받고서 더블데크로 무한 복사를 해서 친구들에게 들어보라고 줬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도 기억나는 팔코의 락 미 아마데우스와 지니라는 노래입니다.. 이번에 읽은 작품이랑 하등의 상관은 없습니다.. 단지 소설속의 인물중에 팔코라는 이름이 나오기에 떠올랐습니다.. 그냥 그 시대의 아날로그적 감성이 생각이 나네요.. 막 좋아하는 팝송 적어서 레코드가게 아저씨에게 드리면 다음날 깔끔하게 녹음되어서 받던 기억, 그리고 학교에서 워크맨으로 미친듯이 듣던 기억, 요즘 애들은 알랑가 몰라,

 

    2. 그래서 그렁가 노르웨이 작가 한스 올라브 랄룸도 자신의 작품의 시대적 배경을 과거로 하고 있습니다.. 벌써 국내에도 세번째 작품까지 나오네요, 고전 추리소설의 안락탐정의 소재에 기인한 작품임에도 상당한 스릴과 일본에서 많이 보여주는 사회파적 의도까지 잘 버무린 괜찮은 추리소설로 자리매김한 듯 싶습니다.. 전작들인 "파리인간", "위성인간"도 추리적 느낌이 그렇게 나쁘지 않았거덩요, 이번에 나온 "촉매살인"은 기존의 작품에서 큰 구성적 틀은 바뀌지 않았지만 보다 더 시대적이고 사회적 의도를 작품속에 녹아낸 것 같습니다.. 이 시리즈의 작품에는 두명의 인물이 등장합니다.. 파트너입죠, 실제 사건을 조사하고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소설의 시점의 중심이 되는 크리스티안센 경감이 있습니다.. 명색이 경찰이고 경감임에도 상당히 멍청하고 판단력이 아주 어설프고 괜찮은 여자를 바라보는 눈빛이 노총각의 욕망이 수시로 뿜어져 나오는 인물입니다.. 고로 가장 인간적인 느낌이 많기에 나름 친근감이 큽니다.. 그리고 모든 사건을 해결하는 안락탐정의 역할을 맡고 있는 인물이 사고로 하반신을 사용하지 못하고 휠체어 신세로 늘 집에서만 생활하는 부유한 집안의 천재소녀(이젠 성인이겠군요,) 파트리시아입죠, 파트리시아는 크리스티안센을 통해서 전달받은 사실과 단서들만으로 모든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아주 뛰어난 추리능력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녀가 해결한 사건은 크리스티안센의 몫으로 돌아가죠, 사람들은 크리스티안센이 아주 대단한 능력자로 알고 있지만 역시 그는 멍청하고 파트리시아가 없으면 여전히 판단력이 안개속에 가려진 희미한 너의 모습같죠, 바보,


    3. 전작 두편은 68, 69년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덩가아닝가, 여하튼 이번에는 70년입니다.. 굳이 과거의 시간대를 소설의 중심배경으로 삼은 이유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노르웨이의 시대적 상황에 고때가 가장 혼란기와 안정기를 중심으로 사회적인 적응을 이끌어내던 시절인가 봅니다.. 그러니까 전작에서도 꾸준히 이어지는 주제중 하나인 2차 세계대전 이후의 노르웨이 사회의 정치적 역사의 배경을 드러내기에 가장 적합한 시대인데다가 이런저런 사회적 문제를 추리적 기법에 드러내기에 가장 좋은 시절이었을 수도, 아님 말고, 그러니까 70년 8월에 한 여인이 살해됩니다.. 마리에 모르겐스티에르네라는 이 여인은 지하철역에서 총을 맞은 체 선로에 떨어져 죽죠, 마침 마리에가 죽기 전에 크리스티안센 경감이 우연히 그녀를 보게 되었지만 운명은 그녀를 죽음으로 이끕니다.. 그렇게 사건이 발생한 후 조금씩 밝혀지는 마리에 주변의 인물과 이야기는 2년 전인 68년으로 이어집니다.. 그녀의 약혼자인 팔코 레인하르트는 68년 마리에의 별장에서 행방불명이 됩니다.. 팔코를 중심으로 한 마리에와 친구들은 공산주의자로서의 그들의 정치적 신념을 위해 꾸준히 모임활동을 하고 있던 것이었죠, 그리고 그들이 모두 모인 곳에서 한밤중에 팔코가 사라지고 딱 2년이 지난 70년 8월 5일 마리에가 살해됩니다.. 우연은 늘 우연이 아닌 것이죠, 그리고 팔코의 행방불명 이후 여전히 이어지던 모임의 친구들은 용의자 그룹으로 하나씩 범죄의 표면에 드러납니다.. 그리고 팔코에 대한 정보 역시 조금씩 그 진실과 함께 드러나기 시작하고, 이와 함께 사건은 생각지도 못한 또다른 충격으로 몰아가는데...


    4. 노르웨이도 2차대전 당시 나치의 점령시절 수많은 친나치주의자들의 활동이 독일의 패전 이후 사회적 문제로 오랫동안 대두되어 왔던 것 같네요, 권력에 편승한 기회주의자들의 사회적 몰락을 이 시리즈를 통해서 꾸준히 이야기하고 있는 듯 합니다.. 또한 소련이라는 공산주의 국가가 유럽의 정치적, 사회적 배경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가도 어느정도 이 소설을 통해서 보여주는 일면도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소재의 배경이 이 소설의 중점적 역할은 아니니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표출해내고는 있지만 전혀 어렵지 않고 단지 소설속에 나오는 인물들이 이름을 읽어나가기가 어려울 뿐이라는 점만 이해하시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추리소설이라꼬 생각합니데이, 또한 제목이 주는 소설의 의도를 읽다보면 정확하게 파악하게 되는데 이번 제목도 "촉매살인"이라는 점에서 볼짝치면 하나의 살인사건이 또다른 사건으로 연결되는 촉매적 역할을 한다는 의미가 추리적 호기심을 만들어주기에 적합합니다.. 단순히 하나의 살인사건, 마리에의 죽음에 대한 추리뿐만 아니라 연이어 또다른 사건이 벌어질 듯한 긴박감이 드러난 느낌으로 읽게되기 때문에 제법 읽는 재미가 있다는 말이지요,

 

    5. 이 작품의 재미는 일단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파트너 두명에 있습니다.. 명색이 경감임에도 뭔가 빠진듯한 헐거운 느낌이 드는 크리스티안센이라는 인물과 그에게 추리적 해결책을 전달하는 천재적 두뇌를 가진 파트리시아라는 여인입죠,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중의 하나가 이야기를 차분하게 끌고 나간다는 점입니다.. 현장에서 드러난 단서를 파트리시아에게 제시하면 그녀는 추리에 필요한 또다른 단서를 경감을 통해서 용의자들의 범인 색출과정을 하나씩 만들어나가는 것이죠, 전작들에서도 한정된 용의자들중에서 살인자를 색출하는 방식을 택하여 단서를 통해서 하나씩 걸려내는 방법론과 일종의 반전을 만들어냈고 이번 작품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최종 확인된 추리적 완성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크리스티안센은 뭔가 하는게 제대로 없어보이지만 파트리시아의 발을 대신해 충분히 자신의 역할을 해내고 파트리시아의 추리적 완성을 도웁니다.. 이렇게 두 인물이 추리적 해결을 위해 꼼꼼히 하나씩 그 단서를 조사해나가는게 누구라도 쉽게 추리적 느낌을 받을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거죠,

 

    6. 고전 추리적 기법으로 과거의 이야기를 다룬 근래(2012년)에 쓰여진 소설이라는 점은 생각해본다면 작가는 과거를 다루고는 있지만 현대의 독자들의 감성을 중심으로 작품을 만들었다는게 느껴집니다.. 사실 아무리 재미난 고전 추리소설이라해도 과거에 만들어진 작품은 현대적 감각에서 떨어지기 마련이죠, 속도감이나 긴장감들이 현대의 독자들이 접하는 수많은 자극적 감성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따분하거나 고루하게 느껴질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이 시리즈의 작가 한스 올라브 랄룸은 그런 독자적 관점을 제대로 파악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특히나 이번 "촉매살인"은 단순한 추리적 기법외에도 후반부에 들어서서는 스릴러적 긴장감과 속도감까지 제대로 전달해주기 때문에 아주 박진감 넘치는 추리소설의 즐거움까지 만끽할 수 있습니다.. 또한 추리소설의 장르에 맞게 여러가지 복합적 연결고리를 꼼꼼하게 하나하나 플롯 틈사이에 빠진 곳 없이 연결시켜주기에 추리소설을 처음 접하시는 독자분들에게 상당히 적합한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천재적인 추리를 만들어내는 안락탐정의 역할에 대해 "뭐지, 어떻게 가만히 앉아서 이야기만 듣고도 잘 알지, 느억지스러운거 아니야.."같은 반감만 가지지 않으시면 됩니다..

 

    7. 제가 이 작품을 읽어면서 가장 좋았던 점중 하나는 이 작품이 추리소설, 살인을 다룬 장르소설임에도 인간적인 면모를 잃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단 가장 인간적인 성품을 지닌 주인공 크리스티안센과 사건의 용의자들의 이야기들이 그러합니다.. 그리고 가장 비인간적인 재능으로 추리적 해결을 이끌어내는 파트리시아 마저 마지막 인간적인 아픔까지 보여주죠, 또한 추리적 억지스러움이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마지막까지 정리하고 나면 고개를 끄덕거릴 정도의 추리적 연계과정이 상당히 꼼꼼하고 구체적으로 이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전작을 제대로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뒤로 이어질수록 이런 추리적 단단함과 스릴러적 감성과 인간적 면모까지 작가적 능력이 더 늘어나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현재까지 나온 세작품중에서 가장 대중적 재미가 많은 작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결론적으로 다음 작품에 대한 밑밥도 상당합니다.. 시리즈가 계속 이어지길 바랍니다..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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