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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개의 관 - 밀실 살인이 너무 많다
오리하라 이치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1. 많은 분들이 서울에서 살고 계시지만 전 태어나서 이 나이가 될때까지 제 도시를 벗어난 적이 그렇게 많지가 않습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한번씩 서울을 방문할때면 늘 느끼는 감정중 하나가 너무 바쁘다는 것이죠, 점심식사도 줄서서 먹어야되고(제가 가는 곳은 그렇더군요, 맛난거 사주신다고 그런 곳만 골라서 델꼬 댕기셨겠죠,) 무엇보다 삶의 여유가 없어 보이는 하루하루가 저에게는 벅차보입디다.. 물론 대한민국 인구의 1/3 가까이가 거주하는 곳인만큼 정신없을 수 밖에 없겠지만 평생을 남쪽의 조용한 도시에서 살아온 저로서는 단 며칠만 살아도 뭔가 숨이 막히는 느낌입디다.. 한번씩 서울사는 친구들이 내려와서 하는 이야기는 그래도 살아보면 여기나 거기나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긴 하지만 결국 그넘들도 결론은 아이들만 아니면 내려와서 여유롭게 살고 싶은데,였습니다.. 참, 아둥바둥입니다.. 살아가는게 크게 다르진 않을텐데 그래도 제가 사는 곳은 경제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나름 여유가 있긴 합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값이면 울 동네에서는 웬만한 아파트 사니까요, 물론 제가 판단한 기준이니 사람마다 그 차이는 다를 수 있겠죠, 하지만 누구나 저처럼 비슷한 생각 한번씩은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경제적인 여유와 시간이 조금만 더 있다면 여유로운 부자들의 나는 자연인이다같은 삶을 한번 살아보고 싶은 마음 말이죠, 아둥바둥의 삶이 존재하는 도시의 생활에서 벗어나 조금은 하늘을 올려다보고 숨을 쉴 수 있는 그런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 말입니다..
2. 도쿄에서 한시간정도 벗어난 한적한 시골 시라오카는 대도시의 근교답게 조금씩 발전해나가는 지역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진 시골지역이죠, 이 곳에는 명문대를 나온 출세가도를 달릴 수있는 능력은 있었으나 추리소설속 밀실에 너무 집착하여 하는 수사마다 실패를 한 구로호시 경감이 좌천되어 있는 곳이죠, 구로호시는 늘 지루하기 짝이 없는 심심한 시라오카에서 벗어나 도쿄로 다시 복귀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럴려면 이 심심한 시골 마을 시라오카에 자신이 잘 해결할 수 있는 사건이 발생해야하는데 쉽지가 않아보입니다만, 오리하라 이치가 이런 시골에 살인사건을 차례로 만들어줍니다.. 밀실이라면 환장을 하는 조금은 아니 대단히 멍청해 보이는 구로호시 경감을 중심으로 밀실살인사건이 연달어 벌어지는거죠, 여지껏 그의 판단은 제대로 들어맞은 적이 없는데 시라오카에서는 어떨 지 한번 봅시다..
3. "밀실의 왕자"라는 단편은 시라오카 동네의 일년에 한번 있는 축제에서 벌어지는 스모대회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두 씨름선수중 하나가 사망하면서 벌어지는 밀실 이야기입죠, 초반 시작지점으로 유머러스한 가벼움과 함께 읽어나가기에 나쁘진 않습니다.. " 존 딕슨 카를 읽은 사나이들"이라는 두번째 작품은 상당히 매력적인 반전과 상황이 등장합니다.. 제법 내용적인 재미도 있구요, 구성도 단편이지만 꽉찬 느낌도 있습니다.. "불량한 밀실"은 뭐랄까요, 일본 영화같은 느낌의 조금은 과장된 느낌이 있는 유머가 포함된 작품입니다.. 야쿠자들의 싸움에 로켓포가 등장하고 이를 방어하기 위한 방공호같은 콘테이너 밀실이 등장합니다.. 이들이 하는 행동들도 우스꽝스러운 모양새를 띕니다.. 뭐 사실 구로호시를 떠올리면 모든 단편이 유머해보이긴 하지만,
4. "그리운 밀실"은 밀실과 관련된 추리소설을 쓰는 작가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사람들이 있는 가운데 밀실에서 홀연히 사라졌다 2년 후에 나타나는 그런 이야기입죠, "와키혼진 살인사건"은 지역적 특색과 드라마틱한 내용이 잘 표현된 작품입니다.. 그래서 이야기적 재미가 가장 좋은 단편중 하나라고 볼 수 있죠, "불투명한 밀실"의 경우에는 조금은 사회파적 느낌이 나는 지역의 비리에 얽힌 이야기를 담고 있죠, 역시 밀실에서 살해된 남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마지막 "천외소실 사건"은 시작의 밀실적 측면에 있어서는 가장 독자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작품이 되시겠습니다.. 좁은 케이블카안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이야기하고 피해자는 있지만 케이블카에서 살인은 저지른 가해자는 하늘위 케이블카에서 몇분사이에 감쪽같이 사라진 이야기이니까 말이죠, 이렇게 일곱가지의 이야기는 모두 밀실을 다루고 있습니다.. 각 작품마다 구로호시라는 조금은 병맛인 밀실 덕후를 내세워 이야기를 진행하지만 그 밀실이 감쪽같이 뒷통수를 친다거나 대단한 반전을 보여주는 뭐 충격적인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각각의 밀실은 그 상황에 맞게 잘 표현되고 독자들에게 편안하게 다가오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5. 솔직히 말씀드리면 전 밀실살인같은 본격 추리소설물을 그닥 좋아하진 않습니다.. 기본적인 전개방식이 딱히 새롭진 않은데다가 늘 비슷한 전형성을 띄고 진행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대다수의 밀실물의 경우는 어떠한 사건이 생기면 전반적인 밀실 주변에서 벌어진 이야기를 끄집어내 주변의 인물 모두를 용의자로 둔 체 사건을 하나씩 짚어나는 방식을 택하죠, 하지만 이런 전형적 방법속에서 이야기는 드라마틱해지고 상황은 긴장을 끌어내곤 합니다.. 그러니 늘 그넘이 그넘인 듯해도 독자들은 새로운 밀실적 방법론과 주변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이 작품속의 구로호시만큼 덕후적 집착을 가지고 있진 않습니다.. 아무래도 머리가 나빠서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잘 모르겠는데 소설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늘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아, 알아챘습니다.. 이제부터 사건이 발생한 이야기를 해 드리겠습니다 또는 밀실을 해결할 방법을 알아냈습니다.. 저에게 시간을 조금만 더 주세요, 뭐 이런 투로 이야기하고 얼마후 대단히 똑똑한 척하는 주인공이 하나하나 설명하고 추리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저에게는 큰 호응을 얻지 못한 것 같습니다..
6. 하지만 그럼에도 제가 늘 보는 일본의 미스터리의 대부분은 밀실을 다루고 있습니다.. 전형적이고 늘 비슷한 스토리에 상황적 구성이 비슷함에도 전 읽는동안에는 나름 즐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막 펼쳐보고 싶어서 안달라는 욕구는 없죠, 단지 이런저런 작품속에서 머리를 식히고자 할때 한권씩 찾아서 읽어보는 재미가 만만찮아서 꾸준히 필요한 경우에 한 두권씩 읽는 편입니다.. 긴 장편소설보다는 단편을 중심으로하는 짧게 끊어가는 느낌이 더 좋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일곱개의 관"은 지루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각각의 단편들이 죄다 밀실을 다루고는 있지만 내용적으로나 상황적으로나 구성적으로는 다 느낌이 다른 편이니 말이죠, 그중에서도 전 "존 딕슨 카를 읽은 사람들"이라는 작품과 "와키혼진 살인사건"이 가장 재미지더군요, 첫 작품 "밀실의 왕자"도 가법게 밀실로 들어가는 즐거움도 나쁘지 않았구요, 마지막 작품 "천외소실 사건"도 나쁘진 않았습니다.. 전반적으로 밀실사건을 끌어내는 방식이 조금은 억지스러운 부분이 없진 않았지만 오리하라 이치가 데뷔 초기에 집필한 신선함과 밀실에 대한 기존 작품에서 빌어온 패러디적 측면에서 보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보여지네요..
7. 그래도 오리하라 이치의 작품은 몇몇권 읽어본 것 같습니다.. 대부분 서술트릭을 기본으로 하는 즐거운 추리소설을 집필하는 작가로 인식되어 있는데 역시 추리소설의 기본인 밀실살인에 대한 작가적 오마쥬도 만만찮은 것 같습니다.. 편안하게 읽기에 나쁜 선택은 아닌 듯 하네요,, 밀실 추리소설에 관심이 있으시거나 그 전형성에 조금은 밋밋해지신 분들에게는 쉬어가는 느낌으로다가 즐겁게 읽어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조금 가벼우면서도 억지스러운 밀실의 이야기가 나쁘진 않습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캐릭터로 등장하는 구로호시라는 인물이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그래도 집중도나 가독성은 좋았던 것 같네요, 근데 밀실 만드는데 너무 신경 안쓴거 가터, 밀실 만들기 어려워서 서술트릭으로 바꾸셨나, 땡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