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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증인 - 상 ㅣ 대한민국 스토리DNA 7
김성종 지음 / 새움 / 2015년 6월
평점 :

1. 제가 초등학교 다닐때, 아니 저희때는 국민학교였으니 국민학교 다닐때에는 반공과 관련된 행사가 많이 있었습니다.. 가장 흔한게 교내에서 개최하는 반공포스터, 표어, 글짓기 대회였죠, 요즘도 그런 교내 행사를 많이 하곤 합니다만 예전에는 그런 반공을 중심으로 하는 아이들의 투철한 반공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교육적 행동들이 참 많았습니다.. 아시다시피 아주 잔인하게 살해당한 이승복 어린이를 교과서에 버젓이 설명하고 있던 시절이었죠, 늑대 얼굴을 한 뻐얼건 옷으로 무장한 괴뢰군들이 이승복의 아가리를 찢어 죽이는 모습에 대한 이미지가 아직도 선합니다.. 그렇게 그 시절에는 북한 괴뢰군의 적화야욕에 대한 반공정신이 아주 중요할 때였습니다.. 근데 요즘 친구들에게 그런 이야길하면 정말요,라며 되묻고는 왜 그랬을까하고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을 수도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 시절을 생각하면 참말로 짜증이 납니다.. 국가에서 국민들을 무지하게 대하고 강압적 행동으로 민주주의를 제한하던 나쁜시절이었으니까요, 아마도 88년을 전후로 태어난 친구들은 제가 하는 이야기를 인식하기 어려울겁니다.. 하지만 그때는 그러했습니다..
2. 또 한편으로는 저는 70년대생이기 때문에 50년대의 사정을 전혀 알지 못합니다.. 6.25를 겪은 세대들의 입장에서는 반공의식이 당연한 것을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나라가 두동강이 나고 빨갱이들이 전쟁을 일으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삶의 밑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져 버린 시절이니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아이들에게는 더이상의 전쟁의 소용돌이에 쉽게 빠져들지 않게 어린시절부터 반공정신을 일깨워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북한 공산당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되었겠죠, 그래서 국민학교때부터 수많은 반공 행사를 열었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문득 생각나는 일이 있습니다.. 전 6.25동란을 전혀 모릅니다.. 하지만 학교에서 개최한 글짓기 대회에서 6.25때 돌아가신 외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아버지를 통해서 만들었더랬죠, 아버지의 말씀으로는 52년경에 진주에 일이 있어 동네 주민과 가셨다고 돌아오시는 길에 총에 맞아 돌아가셨다고 하더군요, 하필이면 같이 갔던 주민들은 잘 도망쳐서 살아 돌아왔는데 할아버지만 붙잡혀서 총살을 당하셨다고 하시면서 나름의 묘사를 해주십디다. 지금도 기억나는게 글짓기를 할때에는 정말 죽일 놈의 공산당이라는 느낌이 들만큼 잔인하게 써야된다며 서너명이 넘는 빨치산 무리들이 할아버지를 에워싸고 몽둥이로 패고 들고 있는 짐을 모두 빼앗은 뒤 총으로 쏴죽였다는 뭐 그런 내용으로 그 시대의 아픔을 적었던 것 같습니다.. 근데 그 글짓기로 교내 최우수상을 받았던 것 같아요, 조회식때 교장선생님이 계신 단상에서 상장 받고 전교생이 있는 자리에서 박수갈채를 받은 기억이 납니다..
3. 전 그 이야기가 사실인 줄 알았습니다.. 오랫동안 그렇게 기억하고 있었죠, 그러다가 외할머니께 어느날 할아버지의 죽음에 대해서 물어본 기억이 납니다.. 할아버지께서는 공산당에서 죽음을 당하신 게 아니고 장날에 어두운 길을 걷다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고 하더군요.. 그때 당시 세상이 엉망일때라 어쩔 수 없이 그냥 덮고 넘어간 시절이라고 합디다.. 하지만 전쟁시절이다보니 차라고 하면 거의 군용차량이 대부분일터라 국가에서는 유공자는 아닌 장자에게만 어느정도 혜택을 주는 뭔 그런 복지정책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뭐 약간의 보조금을 받은 것 같은데 생활에 도움이 된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전 나쁜 공산당놈들로 인해 무의미하게 죽음을 당하셨다고 여겼던 할아버지께서는 알 수는 없지만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것이었습니다.. 물론 할머니께서도 그 시절이 그런 시절이었으니 어쩔 수 없는 아픔이었다고 그냥 무덤덤하게 넘어가시더군요, 그런 할머니의 말씀을 들으면서도 저 역시 50년대의 시대를 모르니 그냥 그러했겠거니 생각하고 넘어버렸죠.. 하지만 이 작품을 읽어보니 뭐랄까요, 왠지 모를 아픔에 대한 짜증과 불안과 분노가 조금씩 터져나오는게 느껴집니다.. 왜 그렇게 무지하게 우리는 살아왔던가라는 생각에서 말이죠, 그런 생각을 끌어내준 작품이 이번에 읽은 김성종 작가의 "최후의 증인"입니다..
4. 이 작품 "최후의 증인"은 1974년 한국일보 당선작입니다.. 지금으로부터 40년이 지난 작품입죠, 상당히 오래된 작품이고 예나 지금이나 문학이라는 장르속에서 순문학이냐 아니냐를 경계 짓기를 좋아하는 우리나라 잘난 평론가들의 시선에서는 조금은 저급한 추리적 바탕을 둔 작품이기도 하죠, 물론 저에게는 그 어느 문학보다 뛰어난 걸작이라는 점을 먼저 말을 하고 시작해야될 것 같습니다.. 전 김성종 작가의 작품은 영화에서나 드라마에서 많이 접했습니다. 몇몇 작품은 젊은 시절 읽어보긴 했지만 마무리를 지은 적이 거의 없었던 기억이 납니다.. 또 하나의 대단한 걸작인 "제5열"도 초반에 조금 읽다가 그만둔 기억이 나네요, "여명의 눈동자"는 절찬리에 방영중일때 입대를 한 기억도 납니다.. 또한 알게 모르게 김성종 작가의 추리소설을 어떤 식으로든 접한 경험이 있기도 합니다.. 여전히 중고시장에는 예전 8~90년대 출간되었던 김성종 작가의 작품들이 늘 선보여지기도 합니다.. 꽤나 대중적으로 유명한 작가님이신데도 전 여즉 데뷔작이자 걸작인 "최후의 증인"을 읽질 못했다는 것입니다. 이제사 새롭게 단장한 걸작을 제 손에 쥐게 되었네요,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와 각색한 드라마도 있었지만 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이 작품을 대하니 너무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물론 초반에 말씀드린 나라에 속은 느낌과 과거 제가 경험했던 어린 시절의 반공정신에 대한 헛스러운 분노와 짜증등이 작품속의 인물들의 감정선과 함께 이입이 되어 무척 즐거웠습니다..
5. 이 작품의 이야기는 1973년이라는 시간적 배경을 두고 진행됩니다.. 그러나 이 소설의 배경은 한국전이 벌어졌던 52년의 이야기에 중심을 두고 있죠, 시대의 아픔과 혼란스러운 사회의 역사를 제대로 드러내는 작품입니다.. 시작에서 한 나이 든 무기수가 사면을 받아 출소를 하게됩니다.. 이 황바우라는 인물은 어떠한 연유로 이렇게 늙으막에 홀로 사회로 돌아오게 된 것일까요, 그렇게 출소한 황바우는 어디론가 쓸쓸히 사라지고 본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서울의 한 유명 변호사가 자신의 집 근처에서 살해를 당하게 된거죠, 김중엽이라는 인물은 누군가에게 죽음을 당하지만 사건은 미궁에 빠집니다.. 그리고 양달수라는 인물이 저주지 낚시터에서 온몸이 난자당한 체로 살해되고 형사 오병호는 서장의 지시로 단독수사를 펼치게 됩니다.. 전혀 단서가 없는 상황에서 양달수의 주변을 조사하던 중 죽은 양달수가 함께 살았던 부인은 후처이고 전처가 타지역에 거주함을 알게됩니다.. 이렇게 양달수에 대한 주변인들의 진술을 접하던 중 또다른 진실이 숨어있음을 알게됩니다.. 하나씩 단서를 찾아나가던 중 양달수가 전쟁통에 지역 청년단장으로 있으면서 공비들을 축줄하는 일을 한 것을 알게되고 그로 인해 공비을 잡아들여 부를 쌓은 점도 알아내게 됩니다.. 그렇게 사건은 조금씩 추악한 과거의 진실을 드러내게 됩니다.. 하지만 이 진실을 알게 되기까지는 엄청난 고통과 처절한 역사가 숨겨져 있는 것이죠, 오병호는 자신을 압박해오는 주변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단서의 끈을 놓지않고 진실을 끈질기게 찾아나갑니다.. 하지만 그가 알아나가는 진실은 감당하기 힘든 처절한 고통으로 점철된 역사의 그늘이었던 것입니다.. 과연 오병호는 이 사건의 최후의 증인을 알아낼 수 있을까요, 아님 진실을 알아가는 그가 최후의 증인인걸까요,
6. 왜 이제서야 읽었을까요, 70년대 작품인만큼 요즘 세대의 젊은이들이 읽어본다면 충분히 어색한 과거의 일부분일 수도 있습니다.. 전혀 경험하지 못한 시대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 시대를 조금이나마 겪어본 저로서는 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사회적 이념의 불통과 인간들의 배신, 그리고 그들이 악의적으로 내뿜는 욕망과 살인의 행위들, 무엇보다 무지한 대중들을 강압적으로 가둬둘려는 기득권자들의 무자비한 행위들이 너무나도 직설적으로 접해지기 때문에 감정이입이 너무 잘되더군요, 물론 이 작품이 집필되던 당시의 사회상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다가는 그당시 엄청난 문제가 되었을수도 있지만 작가는 그런 사회적 딜레마는 한국전이라는 동란의 시대를 관통하는 인물들의 역사상을 중심으로 간접적으로 살짝 돌려내는 아주 영민한 사회파적 능력을 보여줍니다.. 무엇보다 추리문학이라는 개념이 제대로 확립되지 못한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의 문학시장에 대단한 충격을 안겨준 멋진 추리소설이라는 점도 이 작품이 걸작임을 보여줍니다.. 한 형사의 시점으로 하나씩 단서를 찾아나가는 일반적인 서사의 느낌은 단순한 묘사적 측면보다 우리만의 아픈 역사적 경험을 토대로 문장적 서사로 줄거리 위주의 읽는 즐거움을 주기 때문에 40년 전의 작품일지라도 대단한 가독성을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아껴서 즐겁게 읽은 작품입니다.. 오병호가 단서를 찾아 주변의 인물들이 진술을 들을때에는 나또한 막걸리잔을 든 체 옆자리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특히나 그녀가 겪은 고통은 숨막히는 갑갑한 현실의 짜증스러움이 그대로 묻어나더군요, 더럽고 아프고 분노하는 시대였고 역사이기에 더욱 서글펐습니다.. 아마도 그런게 우리 서민의, 무지한 대중의 삶이 아니었던가 싶어서 조금은 과장스러운 분노도 치밀어 오르더군요,
7. 오늘은 소설의 서평적 이야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제 감정을 중점적으로 드러낸 것 같네요, 아픈 역사에 대해 크게 생각해보지 못하고 살아왔던 시절과 그 시대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이 작품을 통해서 겪어볼 수 있게 되어서 개인적으로는 무척 즐거운 경험이었고, 제가 태어나기 20년 전 역사인 6.25 전쟁에 대해서 모르듯이 제가 태어난 시절의 반공정신에 대한 경험과 그 시절의 몰염치한 기득권자들의 정치적 야욕과 권력욕에 의해 희생된 수많은 민초들의 삶이 이제사 철이 든 저의 머리속에 조금씩 되살아나니 짜증이 마구마구 끓어오르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물론 "최후의 증인"이라는 걸작을 만났기 때문에 그럴 것입니다.. 세상은 많이 변하고 우리의 삶은 크게 변화되어 윤택해져가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가 살아가는 이시대의 민주주의와 대중들의 현실 역시 이전과는 무척이나 다릅니다.. 50년대의 삶을 살았던 할아버지의 세대와 70년대의 삶을 살았던 아버지의 세대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인생을 저로서는 조금이나마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였고 우리의 아이들의 세대들이 만나게될 이전의 역사들은 이러한 기성세대가 좋으나 싫으나 만들어놓은 삶의 바탕속에서 미래가 형성이 되는 것이라는 보다 철학적인 뭔가 배우는 것이 있었던 작품이고 또한 대단한 즐거움이 가득한 추리소설로서의 대중성도 겸비한 제가 살앙해마지 않는 걸작중 한 편이라꼬 감히 생각해봅니다.. 이 작품이 마지막으로 보여주는 수많은 비극와 아픔과 고통은 단순하게 보여주고자했던 역사의 그늘을 드러내기보다는 보다 희망적인 미래를 제시하고자 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뭐 그런 조금은 긍정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거 뭔가 오늘은 두꺼운 글씨도 많고 생각보다 주절거림도 많은 아주 진지한 독후감이 되어버렸다.. 뭐 우찌되었든 우리 이런 작품은 꼭 한번 읽어봅시다.. 땡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