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일드 44 뫼비우스 서재
톰 롭 스미스 지음, 박산호 옮김 / 노블마인 / 201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1. 여전히 20대에서 머물러있길 바라는 마음이 가득하지만 이제 전 중년의 배불뚝이 아저씨일 뿐입니다.. 그만큼 나이를 먹었다는거죠.. 제가 다시 "차일드44"라는 작품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냉전세대의 반공주의 사상을 국가에서 알려주는대로 거리낌 없이 받아들인 마지막 세대가 우리들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제가 국민학교(지금은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모든 학습의 기준이 반공을 국시로 하는 나라에 걸맞는 북한 괴뢰집단을 찢어죽여야하는 증오 비스므리한걸 배웠던 것 같습니다.. 사회 주변 곳곳에 반공포스트들이 도배를 하고 있었고 교내 글짓기나 표어, 포스터 경시대회들도 이러한 국가적 반공사상이 잘 표현되는 작품들이 상을 받던 시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만큼 공산주의가 과거에 우리를 아프게 했기 때문이죠.. 절대지존(?) 우방인 미국과 함께 하는 우리는 북한을 비롯한 공산주의 빨갱이들이 득실거리는 소련과 중공을 접하고 있었고 옆나라 일본은 우리나라를 망친 족속들이니 오죽했겠습니까, 근데 이 작품 "차일드 44"를 다시 읽으면서 드는 또 다른 생각은 요즘 세대의 아이들이 이 작품의 내용을 쉽사리 이해할 수 있을까하는 것이었습니다.. 스탈린 치하의 소련의 실상을 접하는 것이 저에게는 나름 공감이 가는 것이지만 요즘 공산주의라는 개념 자체가 희미해져버린 사회에서는 크게 와닿는 부분이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2. 오래전에 5년도 더 된 것 같은데 그때 이 작품을 읽고 무척 충격적인 작품으로 멋진 스릴러를 만났다는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영화가 만들어지다보니 다시 옛날 생각이 나서 한번 더 읽어보게 된 것이지요, 좋네요.. 예전만큼의 강렬함은 없었지만 다시금 읽어본 이 작품의 구성이나 내용적인 측면은 변함없는 즐거움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주인공은 레오라는 국가기관의 비밀경찰입니다.. 그는 스탈린이 내세운 공산주의의 기본적 사상에 반하지 않게 국가에 자신을 내건 충성이 가득한 사람이죠.. 그리고 그는 그는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는 어떠한 범죄도 없다는 기준에 적합하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내면에 비춰진 현실은 그렇지가 않죠, 국가가 내세우는 사상적 세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 딜레마가 그를 짓누를 수 밖에 없습니다.. 옳고 그름의 판단을 자신 스스로 내릴 수가 없는거죠, 국가가 제시한 사상적 기준에 반하는 의심은 있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가 누구보다 믿는 자신의 부인인 라이사의 스파이라는 부분에 대한 의심 역시 그를 괴롭힙니다.. 결국 그는 내부적인 혼란으로 인해 그동안 공고히 쌓아온 자신의 이력에 반하는 행동을 할 수 밖에 없게 되죠, 그리고 그는 좌천을 당합니다.. 좌천된 곳에서 자신이 목격하게 되는 살인사건에 대한 단서를 조금씩 알아나가게 되는 레오는 그 시대가 요구한 범죄란 있을 수 없다라는 국가의 족쇄에도 불구하고 살인사건이 존재할 수 밖에 없는 딜레마에 대해 고통스러운 진실을 찾아나섭니다.. 하지만 그를 쫓는 바실리라는 인물은 레오와 라이사를 끝없은 궁지로 몰아넣게 되죠..

 

    3. 50년대의 스탈리 치하의 소련의 실상은 아주 공포스럽습니다.. 자신외에는 어느 누구도 믿지 못하게 만드는 공포정치가 이루어진 것이죠.. 스탈린 체제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공산주의의 불합리한 이념을 토대로 인민을 가혹한 현실에 가두어버린거죠.. 믿되 조사하라, 믿는 이들은 조사하라, 가장 가까운 사람을 의심하라라는 문구는 그 시대를 대변하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과거의 소련의 현실적 이야기를 너무나도 치밀하게 이끌어내는 작가에게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근데 당황스러운게 톰 롭 스미스라는 작가에게 이 작품 "차일드44"는 데뷔작일 뿐 아니라 이 작가는 1979년생이라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현재 나이로 보더라도 아직 40세가 안된 제 동생뻘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사는 30대 후반의 사람들 조차도 냉전시대에 대해서 잘 모를 것 같은데 심지어 외국에서 그것도 29세에 데뷔작으로 이런 대단히 현실적 감각이 탁월한 50년대의 소련의 공산주의 사회상을 그려낸다는 것이 대단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것이죠..

 

    4. 이러한 배경을 중심으로 역사적 사실인 30년대의 스탈린이 공산주의적 경제정책의 일환으로 농업집단화 정책을 시행함으로 인해 수백만명에 이르는 우크라이나의 사람들이 사망한 역사적 사실과 함께 또다른 역사적 인물중 하나인 안드레이 치카틸로라는 소련의 연쇄살인범인을 중요한 소재로 차용하여 이 작품이 집필되었던 것입니다..  시작부터 이야기의 흐름은 이러한 공산주의 세상 하에 일어나는 비참함을 충격적으로 비추어주기 때문에 충격적인 시작점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처음부터 가독성은 두말 할 필요가 없이 독자를 스탈린 시대의 참혹한 소련의 실상으로 끌어들이는 것이죠.. 물론 이러한 시작점은 이야기의 흐름에서 절대 놓쳐서는 안되는 부분이기도 하죠.. 작가는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추리적 기법이나 스릴러의 감성적 표현 모두 잘 소화해내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데뷔작에서 이런 완성도가 높은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작가가 그렇게 많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더군요.. 아님 말고,

 

    5. 데뷔작이 워낙 대단해서 그런진 몰라도 연이어 작가는 "차일드 44"와 이어지는 레오 3부작을 만들게 됩니다.. "시크릿 스피치"와 "에이전트 6"라는 작품이 집필되기에 이르렀던 거죠.. 제가 처음 이 작품 "차일드 44"를 읽을때에는 3부작이 다 출시될 지 몰랐지만 이번에 이 작품을 다시 읽는 시점에 3부작이 국내에서 번역이 완료되어 한꺼번에 출시되는 즐거움도 맛보게 되는군요.. 국내에서는 "차일드 44"의 시리즈의 개념으로다가 세트에 떡하니 붙여서 출시를 했더군요.. 각각의 작품이 조금씩 차이는 있을 수 있겠으나 "차일드 44"의 주인공인 "레오 데미도프"라는 인물이 극을 이끌어가는가봉가.. 데뷔작에서 안겨준 즐거움이 후속작에서도 이어지기를 일단 기대를 해보도록 하죠..

 

    6. 이야기의 배경상 전반적으로 흐르는 분위기는 아주 묵직하고 갑갑한 시대적 아픔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대중적 스릴러소설의 가벼움보다는 보다 강렬하고 사실적인 역사적 모습을 기반으로 진중한 스릴러소설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죠, 이러한 묵직함이 오히려 이 작품의 고급스러움에 힘을 실어준게 아닌가 싶습니다.. 단순히 읽고 흘려버리기에는 이 작품이 주는 역사적 사실에 기댄 한 인간의 딜레마가 상당히 진중합니다.. 후속작으로 이어지는 두작품에서 레오라는 한 인간이 자신이 속한 사회속에서 어떻게 자신을 지켜나가는지는 읽어봐야 알겠지만 시대적 상황의 변화를 중심으로 소련이라는 배경속에서 벌어지는 아픔과 냉전시대의 참혹함을 잘 표현해내지 않았을까 지레 짐작을 해봅니다..

 

    7. 다시 읽어봐도 이 작품의 수준높은 이야기의 구성과 재미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차일드 44"가 처음 출시된 지 찾아보니 딱 6년이군요.. 지금껏 많은 스릴러 독자분들이 이 작품을 접해보셨을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직 이 작품을 읽어보시지 못한 분들이시라면 이번 기회에 한번 읽어보셔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나 서두에 말씀드린대로 냉전시대의 공산주의 체제라는 개념을 잘 모르시는 젊은 분들이나 그 시대의 반공사상을 어린시절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자란 우리 세대 이상의 어른들도 이런 작품을 읽어보시면 즐거운 스릴러소설의 재미를 맛보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게다가 이번에 3부작이 모두 완결되었다니 개인적으로도 상당히 기대가 됩니다.. 또 모르지, 데뷔작이 워낙 강렬하고 좋아서 후속작들의 재미가 반감될지도, 아니길 바래..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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