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여자 밀리언셀러 클럽 137
가노 료이치 지음, 한희선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1. 가슴 한켠으로 늘 해결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궁금증이 있습니다.. 개인적인 과거라서 딱히 드러내진 못하고 살아가고 있지만 언제나 그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은 욕구는 항상 간직하고 살아갑니다.. 제 첫사랑(진짜 사랑같은 사랑)은 대학을 입학하자 마자 과동기와 함께 였습니다.. 그렇게 서로 사랑을 했죠.. 그러다가 잠시 헤어지곤 다시 만나서 군 입대를 하게 되었는데 미치겠더군요, 아부지에게 결혼시켜달라 마구 떼쓰고 울며불며 헤어지기 싫다고 한 기억이 납니다.. 물론 철없는 행동이었지만 그 당시에는 절박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군입대와 함께 떨어지게 되었죠.. 그리곤 상병때 헤어지게 됩니다.. 남자분들 다들 비슷할겝니다.. 근데 전 이별의 이유를 듣지 못했습니다.. 헤어지기 직전 휴가때에 그토록 챙겨주었는데 왜, 라는 말만 계속 되내이게 되더군요.. 요즘은 어떤지 모르지만 제 군시절에는 전화 한통 마음대로 못하던 시절이라 애만 탔습니다.. 전화를 하면 받질 않더군요.. 그렇게 애만 태우다가 온갖 욕을 쏟아놓은 편지를 보내곤 혼자서 좌절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제대와 함께 졸업식이 있었죠.. 혹여나 그녀에게 이유를 들을 수 있을까 참석을 했었는데 도저히 말한마디를 못하겠더군요.. 아니 얼굴만 쳐다봐도 화가 치밀어 왜, 워쨰서 그렇게 매몰차게 날 버렸냐고 묻지를 못했습니다.. 그렇게 그녀와는 헤어졌습니다.. 그리곤 20년이 넘게 아직 그 궁금증은 가슴 한켠에서 여전히 시큰시큰거리고 있습니다..

 

    2. 아무래도 그 당시에는 그녀의 입장보다는 저의 개인적인 이기적 욕심이 많았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합니다.. 그녀 역시 힘들고 지치고 괴롭고 아파했을텐데 늘 전 저의 마음만 위로받길 원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입니다.. 그리곤 역시 제 생각만으로 온갖 욕을 쏟아붓곤 혼자서 그녀를 단죄해 버린거지요..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아팠을까 후회해보지만 역시 세월은 속절없이 흘렀을 뿐입니다.. 그리곤 문득문득 가슴에서 시큰거리며 머리속으로 올라왔다 가라앉곤 하는거지요.. 이렇게 그녀를 생각나게 한 작품이 가노 료이치의 "환상의 여자"입니다.. 나에게 그녀는 환상은 아니었지만 소설속에서 보여주는 이야기는 나의 첫사랑을 끊임없이 가슴속에서 끄집어냅디다..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만나서 이야기해보고 싶은데 또 선듯 찾아나서기가 걱정이기도 합니다.. 세월의 흐름과 함께 그녀에게 또 나에게도 어색한 현실이 될 수도 있을테고 역시 나의 생각만큼 그녀도 날 생각할 지는 모를 일이니까요, 그래도 궁금하긴 해요.. 어떻게 살고 있는지, 내가 기억하고 있는 23년전의 그녀가 이젠 어떻게 변했는지,

 

    3. 변호사인 스모토 세이지는 이제는 이혼을 하고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 그가 우연히 5년 전 만났던 고바야시 료코와 지하철 계단에서 마주칩니다.. 그녀는 그가 결혼 후 변호사로서 승승장구할 시절 만났던 여인입니다.. 6개월 가량 만나던 료코와 스모토는 료코의 갑작스런 사라짐으로 이별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5년동안 스모토는 이혼과 함께 혼자서기를 한 것이죠.. 그리고 료코를 만난 그는 그녀를 잊지못하던 자신을 생각하며 그녀를 떠올립니다.. 그러나 다음날 그녀는 싸늘한 시체로 그에게 돌아오죠.. 무슨 일이 발생했던 것일까요, 그녀의 시체를 확인한 스모토는 친지가 없는 그녀의 장례를 치러주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사무실로 돌아온 그는 그녀의 마지막 음성을 듣게 되죠.. 그녀는 죽기 전 그에게 어떠한 사건을 의뢰할 목적이었나 봅니다.. 그녀를 살해한 사람이 누구인지, 조금씩 그녀와 관련된 사실을 추적하기 시작하는 스모토는 그녀의 장례를 위해 그녀의 고향으로 찾아가고서 충격적인 그녀의 비밀스러운 과거에 대해 알게됩니다.. 단순한 죽음이 아닌 야쿠자 사회와 얽힌 음모가 하나씩 단서로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스모토 역시 사건의 중심으로 들어서게 되는데,

 

    4. 한 여인의 죽음을 중심으로 하나씩, 진짜 하나씩 단서를 찾아 진실로 나아가는 방식입니다.. 고바야시 료코라는 여인의 정체를 밝혀내는 이유가 사건의 답을 찾아가는 추리의 중심인거죠.. 진중하면서도 상당히 끈끈한 재미가 있는 작품입니다.. 어떻게 보면 지리하게 이어지는 연결적 구성일 수도 있는데 독자들 역시 한 여인의 정체가 궁금하긴 마찬가지이다 보니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단서찾기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네요.. 허나 너무 꼬인듯이 이야기의 연결이 어지럽긴 합니다.. 사실 알고보면 별거 아닐 수있는 이야기인데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돌아돌아 결과를 보니 힘들게 돌아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되는거지요.. 하지만 찾아가는 과정상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은 유기적 연결이 제대로 이루어져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단지 일본식 이름과 지역과 명칭을 파악하기가 쉽진 않았습니다.. 많이 적응이 되었을텐데도 어지럽더군요,

 

    5. 개인적으로는 화자인 스모토가 만들어내는 이야기의 시점과 심리적 관점이 제법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가 표현하는 그녀의 정체를 찾아가는 동안 그 자신의 삶과 그녀의 짧지만 절대 잊지 못할 과거에 대한 이야기들은 새삼스레 저의 지난 과거를 들춰내기에 더욱 공감이 갔다고나 할까요, 물론 그가 보여주는 이야기와 저의 과거는 거의 닮은 부분이 없긴 하지만 그가 표현하는 심리적 공감은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단순한 로맨스적 사랑보다는 전반적인 사회적 비리와 야쿠자들의 세상속에 놓여진 힘없는 인간들에 대한 아주 스산한 느낌의 팍팍한 현실이 중심이긴 하지만 스모토라는 한 개인이 진실을 찾으려는 이유는 역시 사랑이니까요, 이런 부조화적 감성이 적절하게 잘 스며든 작품이 아닌가 싶더라구요,

 

    6. 사실 이런 이야기적 부류는 제법 많이 봐왔습니다.. 내가 알던 한 사람이 있는데, 어라 알고보니 얘가 걔가 아니네, 그럼 얘는 누구지, 내가 여태껏 알고 있는 얘는 도대체 어디서 온건가라는 이야기는 수많은 스릴러와 추리의 소재로 쓰여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이야기들은 많이 좋아하기도 하구요, 멀리는 할런 코벤의 이야기들이나 영화로도 나왔던 질리언 플린의 곤걸(나를 찾아줘) 역시 이런 소재를 다루고 있죠.. 일본의 작품들도 많은 듯 한데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이 미미여사의 "화차"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이야기는 언제나 독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장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단지 너무 길게 이야기를 돌려돌려 끌어나가서 지리한 부분이 없진 않았지만 전반적으로는 꼼꼼하게 촘촘하게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던 모냥이니 그러려니 합니다.. 뭐 전 재미있었으니까요,

 

    7. 저도 사놓고 읽지는 못했지만 가노 료이치는 걸출한 작품이 있습니다.. "제물의 야회"라는 상당히 하드보일드하면서도 거친 사회파적 소설이라는데 여즉 읽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 "환상의 여자"는 그 "제물의 야회"보다 앞선 작품이지만 국내에는 늦게 출시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제물의 야회"를 아직 읽지 않았다는 사실에 만족하고 있긴 합니다만 혹여라도 읽어보실 분들은 "환상의 여자"를 먼저 읽어보시면 좋을 듯 싶습니다.. 한 남자의 심리적 감성과 하나의 죽음으로 연결된 사회적 문제들이 적절하게 투영된 작품입니다.. 단지 자꾸 말씀드리지만 이야기를 돌려서 끄는 경향이 있는지라 중간 중간 약간 지리하실 수도 있으나 전반적으로는 충분히 재미진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나의 첫사랑은 어떻게.. 찾아봐, 말아..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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