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관 ㅣ 스토리콜렉터 30
아르노 슈트로벨 지음, 전은경 옮김 / 북로드 / 2015년 3월
평점 :
품절

1. 폐쇄공포증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조금씩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중에 몇몇은 아주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그런 아주 근원적인 공포에 대한 스릴러는 주구장창 등장합니다.. 특히나 영화적 소재로서 자신이 아무도 모르는 곳에 묻혀지는 개념은 대단한 동조적 공포감을 전달하기 때문에 많은 활용도를 보이곤하죠.. 눈을 떠보니 관속에 갇혀서 몸도 움직일 수없는 공간속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이미지 웬만한 성인분들이라면 한번씩은 떠오를만한 이미지입니다.. 어휴, 생각만해도 뭔가 께름칙하고 기분이 나빠옵니다.. 질식할거만 가터..
2. 소설이 제목조차 "관"입니다.. 죽어서 묻힐때 죽은 이를 감싸는 궤같은 것이죠.. 이것은 분명 살아있는 이에게는 절대로 사용하지 않은 것입니다.. 하지만 죽지 않은 이에게 이러한 꽉막힌 관을 덮는다는 공포는 굳이 말씀드리지 않아도 이 감각은 누구나가 와닿지 않을까 싶네요.. 그런 공포적 심리를 꽤나 섬세하고 공감적으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아르노 슈트로벨이라는 독일 작가님의 작품인데, 이 작가님은 국내에 "스크립트"라는 작품으로 나름의 심리적 스릴러의 영역을 잘 보여주셨다는 서지정보가 있어서 그러려니 합니다..
3. 에바라는 대단히 부유한 기업의 후계자인 여인이 자신이 관속에 갇힌 상황에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그녀는 도저히 빠져나갈 공간이 없는 관속에서 눈을 뜨죠.. 그리고 벗어나기 위해 온갖 힘을 써보지만 벗어나지 못하고 이 공포에 잠식되어갑니다.. 그리고 그녀는 깨어납니다.. 꿈이었나봅니다.. 하지만 자신의 육체에 가해져 있는 상처들은 자신이 꿈속에서 느꼈던 공포감이 꿈에서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실체입니다.. 그리곤 다시 그녀는 잠이 듭니다.. 더이상 관속에 갇히는 꿈을 꾸지 않기를 빌며, 한편 경찰서에서는 제보로 인한 살인사건의 실체가 보입니다.. 한 여인이 관속에서 갇힌 체 죽음을 당한거죠.. 그녀는 관속에 생매장된 체 벗어나기위해 발버둥치다가 죽음을 당합니다.. 사체에서 죽기 전 공포의 흔적을 본 베론트 경감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잔인한 방법에 치를 떨면서 사건을 맡게 됩니다.. 그리고 그 죽은 여인은 꿈속에서 관에 갇힌 꿈을 꾼 에바의 배다른 동생이었습니다.. 과연 에바는 어떻게 이 사건과 연관이 된 것일까요, 그리고 그녀가 꿈속에서 보고 느꼈던 관에 대한 느낌은 과연 무엇일까요, 극도로 예민하고 힘없어 보이는 한 여인의 심리적 불안감과 아픔이 조금씩 드러나게 됩니다..
4. 일단 제가 너무 똑똑하다고 전제를 두고 갑시다.. 뭔지 모르지만 책의 초반부를 읽고나서 이렇게 진행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근데 그 아닐까를 생각하면서 작품을 읽어나가다보니 그냥 그게 결말이 되어버리는거죠.. 그냥 그렇지 않을까라는 추측성 추리가 아니라 웬지 모르지만 분명히 그러하다라는 결말론을 읽는 초기부터 지어버리니까 아휴, 진행하면 할수록 그 이야기거 제가 추리한 결말에 끼워맞춰지더라는 말입니다.. 그러다보니 이야기적 재미가 거의 사라져버렸어요, 그러면서 읽어나가면서 부디 나의 같잖은 결말적 예측이 틀리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기대했지만 딱 중반시점부터는 굳이 마무리까지 가지 않더라도 결말을 지켜본 셈이 되어버리더군요..
5. 제가 생각했던 예측이 이소설의 처음이자 끝이기에 소설적 재미를 다깍아먹어버려 허무해져버렸습니다.. 모르겠습니다.. 다른 분들께서는 짐작을 하시지 못했는지, 아님 말씀드린대로 제가 워낙 똑똑해서 그런지, 어쩔 수 없이 그냥 그렇게 흘러가는 이야기을 내버려둘 수 밖에요.. 그래서 중반 이후부터는 거의 한 순간도 스릴러소설로서의 묘미를 느껴보지 못했고 오히려 단점만 자꾸 눈에 들어오게 되더군요.. 미리 예측한 결말때문에 읽는동안 굳이 이렇게 곁다리를 많이 걸쳐둘 필요가 있을까라는 헛똑똑이의 비전문적 반론이 자꾸 고개를 쳐들더라구요.. 제가 작가도 아닐뿐더러 딱히 아는것도 없는 넘인데도 불구하고 마구 비판적 생각이 뜬금없이 들락날락거려서 스스로 책 읽는 즐거움을 포기해버릴 지경이었습니다..
6. 분명한 건 전작인 "스크립트"에서 제가 느낀 바에 비해서 이 작품 "관"에서 보여지는 인물들의 심리적 표현력은 아주 좋습니다.. 특히 "에바"라는 주인공의 심리적 묘사와 자신이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근원적 공포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은 아주 대단한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하지만 프로로서의 작가의 스릴러적 연결고리의 복선이나 암시가 너무 적나라하게 저에게 보여져서 소설적 재미를 반감시켜버린거죠.. 자꾸 말씀드리지만 아무래도 제가 똑똑해서 그렇다고 해둡시다.. 가족이라는 구성체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듯한 상황적 연결도 뭐랄까요, 너무 극악스럽다고 해야하나, 뭐 전 그런 느낌을 자꾸 받게 되더라구요, 굳이 이렇게까지 과한 상황으로 꾸며져야하는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외에 주변 인물들과 사건의 단서를 위해 만들어진 곁가지의 상황들은 위에서 말씀드린바대로 단점만 보였습니다..
7. 만약 이 소설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중점적인 암시를 빨리 눈치채지 못하신다면 나름 즐거운 독서가 되시기에 충분합니다.. 그냥 작가가 나열한 단서적 상황만으로도 이야기를 즐겁게 읽으실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스릴러소설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저처럼 단순한 액션스릴러와 속도감에 집착하는 어설픈 독자만 아니라면 인간이 가진 근원적 공포와 내면을 다룬 심리스릴러의 즐거움은 이 작품속에 잘 담겨 있습니다.. 물론 추리적 관점에서는 별로이긴 하지만서도, 독일내에서 작가들중 넬레 '소시지"노이하우스 아줌마나 피체크같은 스릴러작가들과 필적할만한 작가로 칭송하는지는 몰라도 개인적으로는 근처에도 못가시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너무 신랄한가, 하기사 내가 너무 똑똑해서 그른겨.. 땡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