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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두리 없는 거울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박현미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1. 어릴때 자주 가위에 눌리곤 했습니다.. 온몸이 뻣뻣하니 움직이지도 못한 체 서서히 다가오는 검은 형체의 무엇인가를 공포스럽게 느끼는 기분은 당해보신 분들은 아시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죠.. 그래서 미신이긴하지만 베개밑에 식칼을 두고 자면 가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말을 아이들이 하길래 무서워서 식칼은 안되겠고 작으만한 과도를 수건으로 돌돌 말아서 베개밑에 두고 잔 적이 있습니다.. 뭐 그 뒤로 가위가 더 눌렸는지 아닌지는 기억이 잘 나진 않습니다만 그때만큼은 상당한 위로가 되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드네요.. 어린시절 할머니댁은 화장실이 밖에 있었습니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면 부는대로 화장실까지 철벅철벅 걸어가야되었죠... 물론 화장실에 구비한 화장지 역시 신문지였습니다.. 우리가 두루마기를 제대로 사용한 시절이 그렇게 오래 되진 않았습니다.. 제가 어릴때만 해도 많은 집에서 신문지와 철 지난 일력이 나온 달력을 화장실에 구비해둔 경우가 많았으니까요.. 그럴때는 휴지를 일보는 내내 부시럭부시럭거리며 부드럽게 만들 필요가 있었죠.. 아님 누군가에게서 휴지를 받든지, 물론 그 시절 유행했던 화장실 유령 시리즈의 휴지의 색깔론은 누구나 아는 이야기일겝니다.. 보통은 빨간 휴지보다는 파란휴지를 원했더랬죠... 그런데 이 휴지의 이야기가 일본에서도 있나봅니다..
2. 일본분들은 약간은 애매모호하면서도 뭔가 섬뜩하면서도 애잔한 공포를 전해주는 그런 작품들을 상당히 좋아라하나 봅니다.. 물론 미신의 나라답게 수많은 공포적 대상들이 존재하기도 하니 공포와 유령에 있어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가 아닐까 싶긴 한데, 뭐 그건 그렇다치고 이번에 읽는 작품은 이런 생활 밀접형 감성적 호러소설에 많은 독자를 보유하고 계신 츠지무라 미즈키라는 작가의 "테두리 없는 거울"이라는 작품입니다.. 총 다섯 편의 단편으로 묶어놓은 일본식의 괴담에 대한 이야기입죠.. 우리나라에서도 대부분 통용되는 이야기들이니 왜색이 짙거나 그러진 않습니다.. 대부분 공감가는 생활 밀착형 감성호러라고 보셔도 무방하지 싶습니다..
3. 각각의 단편의 내용을 간단하게 살펴보죠, "계단의 하나코"는 전형적인 학교괴담을 중심으로 하는 추리적 형태의 호러가 보여집니다.. 상당한 섬뜩함을 보여주죠.. 가장 호러소설다운 단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학교내에서 펼쳐지는 왕따와 일반적인 무리적 행태의 관행적 폭력등을 잘 표현해내고 있죠.. 상당히 멋진 추리적 기법으로 조금씩 이야기를 진행해나가는 방식이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4. "그네를 타는 다리"라는 단편 역시 학교내에서 벌어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일종의 분신사바와 비슷한 이야기속에서 착한 유령을 불러내는 귀신 소환술에 영적 능력이 있는 여학생이 주변의 인기를 받게 되면서 발생하는 학생들간의 관심과 시기등을 담고 있죠.. 첫작품에 비해서 호러적 감각은 다소 약하지만 그럭저럭 재미는 있었더랬습니다..
5. "아빠, 시체가 있어요"라는 작품은 시골의 외떨어진 산골에서 지내시는 고령의 할머니, 할아버지의 댁에 청소를 해주기위해 방문한 외손녀의 관점에서 바라본 이야기입니다.. 거의 가구가 사라지고 5가구 정도만 지내는 외진 곳에 할머니의 집에 청소를 하러 간 딸과 손녀 가족은 시체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치우죠, 그 다음주에도 방문하지만 더욱더 시체는 늘어만 납니다.. 근데 희안하게도 이들은 시체에 대한 감응이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전 주에 치운 시체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어먹고 있죠.. 왜 이들은 시체에 대한 감응이 전혀 없는 것일까요, 가장 난해하고 뭔가 비유적 표현이 다소 짙은 단편으로 마지막의 결말부에서는 더욱 독자들의 이해도를 낮추는 열린 형식인지라 개인적으로는 뭔 말을 하려는지 제대로 파악을 못한 작품입니다.. 그러니까 그 많은 시체의 대해 아는 바가 없다는거죠... 읽고 나서 아시는 분 좀 알려주셈
6. "테두리 없는 거울"은 미래를 알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과 자신의 정체가 흔들리는 삶의 상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게다가 상당히 무섭습니다.. 일단 읽는 동안에는 큰 공포감이 들진 않지만 마지막 마무리 단계에서 드러나는 진실을 보면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무섭더군요.. 한 인간이 주변의 상황과 현실과 환상의 경계선에서 무너져내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무척이나 당혹스럽더라구요, 게다가 그 대상이 자신의 환상속의 아이에게 주입되는 모습이 요즘 흔히 보이는 부모의 역할을 못하는 사람이 자식들까지 죽음으로 내모는 뉴스를 보면서 분노를 해던 기억때문에 더 그럴지도 모를일입니다.. 단편집의 표제로 하기에 나쁘지 않은 작품이었습니다..
7. "8월의 천재지변"은 시골 아이들의 학교생활의 참모습을 다루고 있습니다.. 아이가 자신을 내세우기 위한 방편으로 뭔가 거짓말을 한 후 그 거짓말이 진실이 되게끔 비는 모습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누구나 한번씩은 겪어본 이야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본적인 호러의 방식은 아닙니다.. 상당히 감성적인 추억적 이야기로 어떻게보면 따사로운 추억담으로 봐야하겠네요.. 전체적인 테두리속에 놓인 호러의 양상은 띄지 않지만 어떻게 보면 이 단편집의 마지막에 둔 이유가 가장 인간적인 느낌이 강한 작품이라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제목만큼의 가공할만한 천재지변이 일어나는 건 아니니 미리 대단한 공포적 묘미를 보여주는 작품이라 생각치는 마시길,
8. 전반적으로는 감성호러라는 의도에 잘 들어맞는 작품인 듯 싶습니다.. 모든 단편들이 웬만한 가독성은 주기 때문에 읽는 동안 즐거움은 상당합니다.. 또한 단편집의 특성상 똑같은 분량의 장편과 비교해서 읽는 시간이 줄어들죠..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각 편마다 마무리를 하면 그 기분이 제법 좋은 편입니다.. 게다가 단편 모두에 기대를 걸지 않기 때문에 나쁘지 않으면 좋다고 판단되는 경우가 많죠.. 그런 의미에서 단편집 "테두리 없는 거울"은 나름 즐기기에 무난한 작품으로 사료되므로 츠지무라 미즈키라는 작가의 문체와 감성에 예전에도 좋게 생각하신 분들께서는 스스럼없이 선택하셔도 될 듯 싶습니다.. 저도 예전에 "츠나구"라는 작품을 읽어본 적이 있는데 이번에 이 작품을 읽고 생각해보니 츠지무라 미즈키라는 작가 상당히 매력이 있어 보입니다.. 뭔가 따사로운 감성적 호러의 방식에 잘 맞는 작가의 문체, 마음에 듭니다.. 땡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