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튜링의 최후의 방정식
다비드 라게르크란츠 지음, 조영학 옮김 / 박하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1. 역사속에서 숨겨졌던 진실은 어느 시점이 되면 꼭 드러나게 되어 있습니다.. 물론 숨겨진 시점에서 올바른 인식으로 자리잡지 못한 그 대상은 후대에 인정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죠.. 국내의 역사를 보더라도 그렇고 외국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세계사에서 전쟁이라는 개념은 절대 지울 수 없는 역사의 기둥이죠... 인간은 언제나 역사를 만들때 자신들의 권력적 욕망을 대입시켜 세상을 만들어 왔습니다.. 현재라고 다르진 않겠지만 굳이 오래전이 아닌 수십년 전만해도 세계대전은 펼쳐졌죠.. 더이상의 전쟁은 없어야된다고 늘 떠들어대고 있지만 역시나 보여지는 부분은 전쟁 없이 나라는 존재하지 않는 듯 합니다.. 우리나라만해도 여전히 남북이 대치된 전쟁의 불씨는 타오르고 있습니다.. 단지 우리가 외면하고 인식하지 않을려고 할 뿐이지요.. 아주 나쁜 측면의 판단이긴 하지만 역시 전쟁을 통해서 수많은 미래의 발전적 모델이 탄생한 것도 사실이긴 합니다.. 그게 꼭 인간을 파멸로 몰아넣어서야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텐데, 여하튼 전쟁을 겪고 나서 많은 학문적 발전이 있었다는 점은 굳이 말씀드리지 않아도 역사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당시가 아닌 어느 시점이 지나고 나면 그 의도와 그것을 만들고 창조해낸 인물들의 진실이 밝혀지기도 하죠.. 그 숨겨진 진실 속의 한 인물이 요즘 부쩍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현재의 삶은 컴퓨터가 지배하는 환경이 되어버려서 더 그럴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는 앨런 튜링입니다..

 

    2. "이미테이션 게임"이라는 영화가 아카데미에서 나름 각광을 받고 이런저런 입소문이 퍼지고 그동안 전혀 몰랐던 한 인물의 업적이 상세하게 드러나면서 알게된 현재의 우리 주변의 삶에 있어 중요한 단초를 만들어준 한 수학자가 있습니다.. 앨런 튜링이라는 천재인데 말이죠, 이 천재 수학자는 역사적으로 거의 드러나질 못했습니다.. 그 이유중의 하나가 2차대전 당시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던 독일의 암호체계의 중심인 이니그마라는 기계의 해독을 해내었지만 전쟁 내내 그리고 그 이후로도 국가 기밀로서만 존재한 인물이었고 무엇보다 앨런 튜링은 동성애자로 그 당시 영국의 실정법상 엄연한 범죄자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국가적 영웅이지만 반면 시대적으로는 사회적으로 배척되어야 할 자이기에 역사속에 숨겨져버린거죠.. 그리고 뒤늦게 그의 모든 것이 드러나기 시작한겁니다.. 그런 앨런 튜링의 숨겨진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 "앨런 튜링의 최후의 방정식"입니다..

 

    3. 소설은 앨런 튜링의 자살 시점부터 시작합니다.. 튜링은 자신의 연구실에서 사용하는 청산가리를 넣은 사과를 먹고 죽습니다.. 그리고 그의 죽음을 레오나드 코렐이라는 경장이 담당을 하게 되죠.. 코렐은 지식인 아버지에게서 나름 인텔리겐챠의 삶을 살다가 아버지의 죽음 이후에 경찰이 된 인물이죠.. 그리고 그는 아버지의 그늘 아래에서 겪었던 지식적 토대를 이번 튜링의 자살 사건을 계기로 자신을 재발견해나가게 됩니다.. 하지만 코렐이 처음 알게된 앨런 튜링은 난잡한 동성애자일 뿐이었죠.. 튜링이 죽기 3년 전 경찰에 자신의 집에 도둑이 든 사건으로 인해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혔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화학적 거세를 할 수 밖에 없는 범죄자로서의 낙인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여성 호르몬을 주기적으로 투입할 수 밖에 없었던 앨런 튜링은 자신의 삶과 현실에 대한 상처와 후회로 독이 든 사과를 먹고 죽음을 택한 것이죠.. 그리고 코렐은 자신이 처음에 가졌던 선입견으로서의 동성애자 앨런 튜링을 조금씩 알게 되면서 역사적으로 숨겨진 튜링의 이야기에 현혹되어 버립니다.. 그리고 튜링이 남긴 진실과 주변의 인물들에게서 진정한 튜링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죠.. 그리고 자신 또한 그동안 소심하고 나약하고 편견덩어리였던 삶에 대해 조금씩 바꿔나가게 됩니다.. 앨런 튜링은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의 대단한 미래의 삶에 대한 천재적 지식으로 가득찬 인물이었지만 세상은 그를 있는 그대로 놓아주질 않았습니다..

 

    4. 이 작품은 앨런 튜링에 대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에 대한 정확한 역사적 사실은 레오나드 코렐이라는 형사를 통해서 보여집니다.. 온전히 튜링을 위한 작품만은 아니라는거죠.. 그의 죽음으로 인해 드러나는 숨겨진 진실을 코렐이 하나씩 알아나가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튜링의 역사적 업적등은 코렐의 수사 과정상 드러나는 정황의 역할이 많습니다.. 그리고 많은 부분이 코렐이라는 주인공의 과거와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지기도 하죠..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온전한 튜링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지는 않은 듯 합니다.. 하지만 튜링의 삶을 되짚어 나가는 방식으로 시대적 상황과 튜링의 업적을 파악하는 것으로는 나쁘지 않죠.. 결국 이 작품은 튜링의 이야기도 아닌 것이, 코렐의 성장기도 아닌 것이, 범죄와 관련된 스릴러소설도 아닌 것이, 이것저것 어중간하기만 합니다.. 온통 이야기는 튜링이 과거에 주변의 인물들과 행했던 철학적이고 과학적인 지식인으로서의 업적을 전해듣는 것과 그에게 숨길 수 밖에 없었던 전쟁 시의 튜링의 역할에 대한 부분, 코렐이 그 주변의 인물을 통해 자신의 아버지와 자신에 대해 또 되짚어나가는 성장적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5. 전 "이미테이션 게임"이라는 영화를 아직 보진 못했습니다만 이 작품 "앨런 튜링의 최후의 방정식"을 읽으면서 꼭 앨런 튜링에 대한 이야기를 제대로 접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시대가 거부한 불운한 천재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어디에서나 있겠지만 현대의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한 사람의 역사적 인물로서의 앨런 튜링의 모습은 궁금할 수 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자신의 삶과 자신의 생각과 자신의 지식외에는 세상 모든 것이 의미가 없었던 인물이지만 그 인물이 이 세상에 기여한 바는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역사적 자산인지 알게 되니 더욱 그러하네요... 단지 사회성이 부족하고 인간적 관계에 있어 모자람이 있고 자신의 성향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사회에서 숨겨지고 배척당할 수 밖에 없었던 위대한 인물의 아픔의 역사를 주의깊게 알아가보고 싶은 생각은 이 소설을 읽은 가장 큰 장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6. 소설속에서도 튜링의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사고방식의 역설적 반문으로 인해 미래의 모습을 그려내는 천재적 재능은 탁월하게 표현됩니다.. 문장의 역설적 표현을 이해하는 방식과 도저히 인간의 두뇌로서는 해결할  수 없는 암호체계의 패턴과 알고리듬의 방식을 시대에서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그만의 기계인 튜링머신을 만들어 세상을 바꾸어나간 앨런 튜닝의 사상적 기반과 기준은 단순히 사회에 편향된 일반적인 삶으로서의 일반인들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었을겁니다.. 늘 그렇듯 생각을 넓히기 위해서는 생각이 날개를 달 수 있게 만들어주어야하거늘 부모로서의 저와 누군가의 아들로서의 저를 돌이켜볼때 세상은 그들 속에 편입되기를 원하고 지금도 전 그렇게 아이들을 가리치고 있는게 아닌가 싶어서 조금 달리 생각해야겠네요..

 

    7. 딱히 스릴러소설로서의 재미는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앨런 튜링이라는 인물에 대한 즐거움을 많이 주지도 않구요, 그렇지만 분명한 건 이 작품을 통해서 한 시대를 살아간 불운한 천재의 삶의 모습에 대한 엄청난 호기심과 그의 인생에 대한 존경적 의도는 충분하게 생겼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요즘 새롭게 부각되어지고 있는 앨런 튜링의 업적때문에 그러하기도 하지만 전 무엇보다 편견과 보수로 점철된 무식한 시대에서 유식한 삶을 살아가고 싶었던 한 인물의 자존적 모습의 앨런 튜링은 몇마디 말로서 표현할 방법은 없어 보이네요.. 그를 죽음으로 이끈 사과가 세상을 바꾸었습니다.. 뉴턴처럼,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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