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의 살인 하야미 삼남매 시리즈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1. 옛날에는 정말 형제 자매가 많은 집이 부러웠습니다.. 늘 혼자라는게 서럽고 외롭고 주눅이 들어서 어릴때는 가족이 많은 친구집에 자주 놀러가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초딩때는 고딩 누나가 있는 친구집에 자주 가서 누나가 해주는 떡볶이도 얻어먹고 누나랑 브루마블 게임도 하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아마도 그때만큼 그 누나가 예뻐보이는 여인을 만난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혼자인게 싫어서 아직도 혼자일때는 음식도 제대로 먹질 않습니다.. 가능하면 북적거리면서 시끄러운게 좋기도 하죠.. 고딩이 되고나서는 늘 친구들과 붙어지내고 친구와 함께라면 모든 것이 즐거웠습니다.. 대딩때는 더 심했겠죠.. 공부는 뒷전이고 늘 먹지도 못하는 막걸리와 소주로 개판 오분전 까지 가는게 대학 생활의 일부였고 복학해서는 연애랍시고 후배 꽁무니 쫓아다니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제는 혼자 있고 싶어도 절대로 그럴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절대적으로 혼자인 시간이 사라져버린거죠.. 뭐, 나쁘진 않습니다.. 힘들고 지치고 여유가 없긴 하지만 웃음소리와 비명소리와 좁은 집안을 활주로처럼 뛰어다니는 녀석들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견디기 쉽지 않을 듯 싶습니다.. 물론 마누라는 예외,

 

    2. 근데 나이가 들수록 혼자라는 사실이 좋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특히나 머리가 굵은 성인 형제, 자매들이 집안에서 서로 할퀴고 쥐어뜯고 상처주는 그런 꼬라지들을 심심찮게 볼때면 특히나 외동이라는 사실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무엇보다 돈과 얽힌 문제에 있어서는 아주 지저분한 심리적 상처가 생기더군요.. 아마 극단적일지 모르지만 대다수의 가족들이 돈때문에 상처를 주고 받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손에 쥔 이 작품을 읽다보니 더욱 돈이 웬수라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전 몇권 소장하고 있지만 아직 한 권도 읽은 적이 없는 아비코 다케마루라는 일본 본격추리소설의 대표작가님의 국내 출시작입니다.. "0의 살인"인데 이 작품이 거의 아비코 센세이의 데뷔작의 시점인 듯 싶습니다.. 하야미 삼남매 시리즈의 첫 권 "8의 살인"으로 데뷔한 아비코 센쎄이는 연이어 "0의 살인"을 선보이면서 신본격추리작가로서 주류로 등단하였나 봅니다.. 유명한 아야츠지 유키토 슨생과 대학때 같은 추리소설연구회라는 동아리에서 활동했다네요.. 하여튼 유명한 본격추리소설 작가로서 국내에는 "살육에 이르는 병"이라는 다소 어둡고 과격한 반전 추리소설로서 엄청 유명해졌다는구만요,

 

    3. 추리소설답게 서문부터 추리과 관련된 이야기를 작가가 던져줍니다.. 등장인물이 나오는데 이 인물들중에 살인범이 있다라고 떡하니 스포일러를 날려주시면서 시작한다는거죠.. 그러니까 소설은 한 부유한 노인인 후지타 가쓰가 가족들을 초대하게 됩니다.. 가쓰 할머니는 슬하에 자식은 없고 조카와 남동생만 있습니다.. 조카인 구시다 다쓰오와 구시다 히로코, 동생인 미우라 겐지가 초대되고 가쓰를 담당하는 변호사와 주치의도 초대되지만 작가는 처음부터 이 소설의 추리에 있어 중요한 용의자는 가족들 3인과 후지타 가쓰만 콕 집어줍니다.. 그리고 소설이 진행됨에 따라 용의자도 차츰 줄어들게 되죠.. 그리고 작가는 이렇게까지 추리의 근거의 답을 알려줬는데도 당신이 파악을 못할 백명중 한명이면 좋겠다고 넌지시 비꼬고 있죠.. 그렇습니다.. 시작과 함께 후지타 가쓰의 초대를 받고 참석한 인물중 구시다 히로코가 청산가리에 중독되어 사망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사건을 하야미 쿄조 경위가 맡게되죠, 하야미 삼남매 시리즈라는게 이것입니다.. 하야미 쿄조가 풀지 못한 사건을 자신의 동생들과 함께 추리해서 답을 찾게 되는 스토리인거죠.. 구시다 히로코의 죽음을 조사하던 하야미는 살해 용의자로 그녀의 오빠인 구스다 다쓰오를 지목하지만 단서조차 파악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하야미 경위가 예상한 살인 용의자의 대상인 구시다 다쓰오에게 뜻밖의 상황이 펼쳐지죠... 시간이 지날수록 사건은 더욱 답이 없는 미궁으로 흘러갑니다...

 

    4. 소설의 구성은 말씀드린 작가의 주의사항을 유념하고 읽기 시작하면 살인자의 이야기가 간단하게 펼쳐지고 이어 사건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리고 해결되지 않은 체 하야미 삼남매가 추리하는 과정이 이어지죠.. 이렇게 이야기는 마지막장까지 4막에 걸쳐 단서를 하나하나 찾아나가거나 용의자를 줄여나갑니다.. 그 용의자의 배제의 방식이 아주 특이합니다.. 무엇보다 제목인 "0의 살인"의 숫자의 개념을 파악하시면 더욱 솔솔한 재미를 만끽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0"이라는 개념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라는 용의자의 0 개념과 비슷한 것일까요, 뭐 읽어보시면 충분히 그 의미를 간파하시지 않을까 싶네요.. 여하튼 이 소설은 단순하고 깔끔하고 명쾌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갑니다..

 

    5. 전반적인 문장의 감성은 유쾌한 젊은 느낌이 다분합니다.. 아무래도 하야미라는 삼남매의 젊은 감각을 유지하면서 소설을 이어가는 것도 있거니와 하야미 쿄조라는 인물과 그의 조수 겸용 파트너인 기노시타의 역할론이 만담식의 가벼움이 있어서 무거운 이야기의 살인적 개념을 많이 희석시켜준다고 볼 수 있겠네요.. 특히나 미혼인 하야미 쿄조의 지못미적 여성 구애의 방식은 그저 안타까울 뿐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많이 유치해보이는 문장력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요즘의 유머나 웃음 코드랑은 조금 차이가 나고 어설퍼보이기도 하거덩요, 이 소설은 89년에 발표되었으니 거의 25년이 지난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하시고 읽어보신다면 나름 고개를 끄덕거리실 수도 있겠네요..

 

    6. 무엇보다 중요한 신본격추리소설로서의 제가 느낀점은 이 작품 자체만 놓고 보면 프로적이지가 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작가가 구성해놓은 방식의 흐름 자체는 아주 좋습니다.. 어떻게보면 대단한 반전적 느낌이 강할 수 있는 연결이지만 이 모든 구성의 중심에 우연이라는 행동적 우발성이 작용한다면 많이 어색해질 수 밖에 없으니까요.. 근데 이 우발적 상황의 발생 자체를 또 추리적 연결 전체에 또다른 장치로 연결시켜버리니까 개인적으로는 조금 많이 어색합디다.. 구성의 독창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칭찬해주고 싶은데 그걸 풀어놓은 방식과 해결 구도의 측면에서는 그냥저냥 갓 데뷔한 추리소설 작가의 아마추어적 방법이 많았던게 아닌가 싶은거죠.. 근데 사실 제가 추리에 대해서 뭘 알겠습니까, 그냥 생각만큼 반전을 기대하고 뒷통수의 빠개짐을 원하던 느낌과는 다른 흐름이라서 안타깝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겁니다.. 안 읽어봤지만 "살육에 이르는 병"에 대한 반전의 묘미를 수없이 들어본 독자의 입장에서 미리 기대한 잘못이 저에게 있는거죠..

 

    7. 사실 전 일본 본격추리소설을 그다지 많이 읽지는 않습니다.. 재미는 있되 큰 재미는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구요, 대체적으로 일본소설의 즐거움은 경찰소설류나 세이초식의 사회파소설이 제 입맛에는 맞지 않나 생각을 합니다만 한번씩 이렇게 읽게되는 본격추리소설이 묘미도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0의 살인"은 아비코 다케마루의 가벼운 방식의 본격추리소설답게 편안하게 즐기면서 읽을 수 있는 장점은 있네요, 분량도 적당하고 추리적 느낌도 나쁘지 않고 문장력 자체도 무겁고 진지하기보다는 유쾌한 추리소설적 감각을 끝까지 유지한 모양새가 즐거운 마음으로 일본 본격추리소설의 느낌을 처음 맛보는 선택으로도 나쁘진 않은 것 같습니다..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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