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슬립 1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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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잠 드는게 무섭습니다.. 얼마전에 한번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전 어지럼증이라는 증세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 제가 숙면을 취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늘 선잠을 자고 수시로 밤새 깨는 스타일인지라 늘 잠이 부족한 측면이 있습니다.. 게다가 스트레스가 많거나 업무적 압박이 몰아닥치면 더욱 심해지죠.. 그럼 귓구녕 속에 있는 달팽이씨가 머리를 흔들어 버립니다.. 특히나 잠이 들기 위해 누워서 눈을 감으면 세상이 빙글빙글 돌게 됩니다.. 더욱더 힘든건 그렇게 해골을 누이고 잠이 든 후 아침이나 새벽에 잠시 잠이 깨어 화장실을 갈때면 거의 세상이 돌아갑니다.. 기어서 가죠.. 심한 경우에는 며칠동안 일어나지도 못하지만 평상시에는 잠이 깬 후 오전 동안은 거의 숙취에 가까운 몸상태로 머리가 돌곤 합니다.. 요즘이 그렇다는 말입니다.. 늘 그런 거는 아니구요, 여하튼 제 꾀병같은 질병은 어느 시점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집니다.. 독서도 어렵죠.. 그래도 이번에 읽은 작품은 무척 재미진 작품인데다가 제목 마저 제가 혹할 "닥터슬립"인지라 제발 나에게 숙면만이라도 취할 수 있는 샤이닝 능력만이라도 있었으면 싶더군요.. 세상이 돈다, 돌아..

 

    2. 뭔가 이상한 방향으로 독후감이 시작되어 버렸는데, 다시 지우고 쓸려니 구찬네요.. 그러려니 하세요.. 자, 킹샘이 돌아오셨습니다.. 요즘 들어서 주기적으로 국내에 출시되는 작품을 읽게 되는데 상당히 좋으네요.. 뭔가 예전의 성향에서 조금은 부드러운 느낌이 더 기분좋게 가미되는 느낌의 작품들이 많이 선보이시네요.. 개인적으로는 지금의 킹샘의 감성을 사랑합니다.. "닥터슬립"이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킹샘의 작품이라면 누구나가 떠올리실 "샤이닝"이라는 작품의 후속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소설은 읽어보질 못하고 영화를 접했습니다만(사실 영화가 더 유명할 수도 있겠네요), 영화에서 보여주었던 스탠리 큐브릭만의 미장센이라고 하나요, 그런 이미지적 감성이 워낙 강렬해서 대다수의 독자들이 "샤이닝"이라는 작품을 떠올릴때는 영화가 우선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아님 똘똘 말아,

 

    3. 들리는 말로는 킹샘이 영화를 탐탁찮게 생각했다는 썰도 있더마는,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구요, 여하튼 그 "샤이닝"이라는 작품의 후속편입니다.. 전 영화를 봤으니 영화적 이야기로 말씀드려보면 "샤이닝"에서는 잭 토런스의 광기가 중심이 되는 영화였죠.. 물론 대니(또는 토니)의 샤이닝이 영화의 기본 골격이긴 합니다만 전반적으로 잭의 입장에서 이야기는 진행되는 것 같더군요 -워낙 잭 니콜슨 아저씨의 연기가 대단해서 그럴지도 모를일입니다- 콜로라도의 한적한 오버룩이라는 호텔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입죠.. 한 겨울 고립된 호텔의 유령들과 오버룩에 감도는 악마적 기운이 잭의 알콜중독을 중심으로 그를 미치게 만들고 그의 아들 대니와 아내인 웬디를 살해하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사건에서 웬디와 대니는 살아 남습니다.. 그들이 살아 남은 것에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이 한 명 있습니다.. 딕 할로렌이라는 요리사입니다.. 그는 대니가 겨울동안 오버룩의 관리를 위해 잭과 함께 오면서 그의 샤이닝의 재능을 바로 파악하고 그의 불길한 예감이 그대로 적중하게 되면서 대니와 웬디가 살아남게 됩니다.. 그리고는 잭은 눈속에서 두 눈을 부릅뜬 체 죽음을 맞게 되죠... 여기까지가 영화 "샤이닝"의 줄거리입니다..

 

    4. "닥터슬립"은 그 사건 이후로 부터 시작되는 이야기입니다.. 소설속에서 오버룩 호텔은 불에 타 전소되는 모냥입니다.. 여하튼 그렇게 살아남은 댄과 웬디는 그들과 함께 살아남은 딕 할로런의 도움으로 사고 보험금을 가지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거죠.. 그리고 딕은 대니에게 샤이닝의 사용법을 알려주게 됩니다.. 계속 그를 괴롭혔던 오버룩의 유령들을 가두는 비법이죠.. 그리고 세월은 흐릅니다.. 댄 토런스는 과거의 트라우마를 이겨내지 못하고 아버지처럼 알콜 중독자가 되어버립니다.. 딱히 거주할 곳도 없이 홈리스로서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하루하루 연명해나가죠.. 그러다가 우연히 하룻밤을 보내 한 어린 여성과 그녀의 아이의 모습에 충격을 받게 되지만 그 역시 바닥까지 떨어진 인생인지라 아침에 여성이 잠든 틈을 타 그녀가 가진 돈을 모두 훔쳐서 달아납니다.. 그러나 그의 삶에 그녀와 그녀의 아이에 대한 비밀은 평생 씻을 수 없는 후회로 남게 되죠.. 그렇게 그는 흘러흘러 뉴햄프셔의 한 소도시에 정착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술을 끊게 되죠, 조금씩 현재의 삶에 충실하게 되면서 호스피스 - 그가 닥터슬립이라 불리는 이유 - 일을 꾸준히 해나가게 됩니다.. 세월은 흐르고 그도 나이를 먹습니다.. 하지만 그와 함께 어느 곳에서는 또다른 강렬한 샤이닝을 소유한 한 여자아이가 탄생하게 됩니다.. 그 아이는 9.11이 발생하기 전날 밤새 울어제낍니다.. 그 아이의 이름은 아브라입니다.. 부모인 데이비드와 루시는 꿈속에서 어떠한 숫자를 보게 됩니다.. 아이가 쉬지않고 울어서 그들은 아이를 병원으로 데리고 가고 그 곳에서 9.11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꿈속에서 본 숫자가 쌍둥이 빌딩에 추락되었던 비행기 넘버임에 놀랍니다.. 그렇게 아브라는 대단한 샤이닝을 드러내며 조금씩 성장합니다..

 

    5. 댄은 이제는 예전처럼 대단한 샤이닝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그만의 샤이닝을 보유한 체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가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에게서 그와 연결되는 존재를 파악하게 됩니다.. 대강 눈치 채셨겠지만 나중에, 나중에 알게되는 아브라가 그 존재입니다.. 그와 가까운 곳에서 그의 샤이닝과 아브라의 샤이닝은 어쩔 수 없이 연결되는 것이죠.. 자, 여기서부터 중요한 사건이 발생합니다.. 트루 낫이라는 단체가 있습니다.. 이들은 일종의 괴물 집단입니다.. 샤이닝을 가진 아이들만을 추적해서 그 아이의 공포와 감각을 살해할때 끄집어내어 스팀을 만들어 마시면서 연명하는 일종의 유령같은 존재들이죠.. 이들은 수백년을 살아가며 스팀만 있으면 불사의 삶을 계속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행하는 일들은 공포스럽기 그지 없는 일들이죠.. 어떠한 이유에서 이들 트루낫들과 댄은 연결됩니다.. 그리고 그들만의 싸움이 펼쳐지죠.... 샤이닝을 가진 초능력자들의 대결, 흥미진진합니다.. 유치한 초능력 대결로 판단하시면 크게 착각하시는 겁니다..

 

    6. 두 권입니다.. 줄거리가 길죠, 아무래도 저 정도의 줄거리는 이해를 하시고 보시면 더욱 재미지시지 않을까 싶어서 조금 길게 나열했습니다.. 스포일러라고 생각하셔도 할 말은 없습니다만 킹샘만의 서사적 문장들은 정말 대단한 가독성을 불러불러 집중도를 높여줍니다.. 아주 난독적 상황에서도 꾸준히 읽어 내려간 저를 생각하면 제가 정상일 경우에는 잠을 못자고 읽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근래 나온 전작들도 무척 재미지고 인간적인 감동들이 무척 강했지만 이번 작품 "닥터슬립"은 그런 즐거움외에 초능력자들의 대결이라는 배경이 깔려서 그런지 정말 재미지게 읽을 수 있더군요.. 대니라는 인물을 통해서 벌어지는 일들은 이작품이 단순한 킹샘스러운 공포소설과 판타지적 개념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현실적인 삶이 엿보입니다.. 전반적인 이야기는 현실속에서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초현실적인 이야기를 드러내고 있지만 그 속에 살아가는 인물들은 모두 우리네 인생과 별반 다를게 없어 보입니다.. 너무나도 허약하고 예민하고 감성적인 인간들이죠, 심지어 대단한 초능력을 보유한 대니조차 일반인들보다 여린 존재로 보여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더욱더 이 작품이 돋보이는게 아닌가 싶네요..

 

    7. 스티븐 킹 작가 이젠 할아버지가 되셨을겝니다.. 보통은 킹샘이라고 부르니 앞으로도 그렇게 부르겠습니다만 우리 킹샘의 예전 작품은 공포적 느낌과 인간적 느낌의 작품들이 조금 뚜렷하게 구별되는 경향이 조금 있었지 않나 싶은데 말이죠, 전문가는 아니니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어떤 계기로 이러한 킹샘의 감성이 할아버지가 되셔서 그런지, 아님 사고 이후로 조금 바뀌셨는지, 원래 제가 모르는 예전 작품속에서도 그러셨지는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작품은 부쩍 인간적인 감동이 많네요, 특히나 이번 "닥터슬립"은 기존 작가의 대중적 감성이었던 공포와 스릴러를 중심으로 하면서도 절대적 가치인 인간성의 존재감은 오히려 더 감동적으로 와닿더라는겁니다.. 그러면서도 어느 하나 빠지는 느낌이 없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방식은 독보적인 킹샘만의 특징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재미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겁니다.. 전작을 보시고(영화나 소설 아무거나 상관없겠지만) 이 작품을 보시면 더욱 더 대니의 심리와 그의 아픔에 동조가 될 듯 싶구요, 이야기의 흐름도 제대로 잡아 갈 수 있긴 하지만 전작과 상관없이 읽어보셔도 이해적 측면은 전혀 부담이 없으실테고 오히려 이 작품을 읽고 전작을 찾아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기도 합니다..

 

    8.  사실은 이 독후감 하나 작성하는데 5일이나 걸리고 있습니다.. 독후감을 작성해본 이후로 처음인 듯 싶습니다.. 새로 들어와서 이전 내용을 보면 멍합니다... 쓰잘데기 없은 이야기도 중복투성이네요... 하지만 이 작품 "닥터 슬립"은 상당히 재미진 작품이고 즐겁고 행복한 작품입니다.. 이야기의 내용은 초자연적 현상을 다룬 일종의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진행이 되지만 그 속에 숨쉬는 존재들은 우리들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물론 트루낫들은 다르지요.. 대단한 가독성과 재미를 모두 갖춘 킹샘의 작품이니 요즘 힘들고 재미없는 일이 많으신 분들과 독서에 지쳐서 조금은 재미진 대중소설을 원하시는 독자분들에게는 굿 초이스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픈 와중에서도 시간날때마다 조금씩 읽을 수 밖에 없었지만 읽는 내내 중단하기 싫은 즐거운 대중소설입니다..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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