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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락 붉게 피던 집
송시우 지음 / 시공사 / 2014년 5월
평점 :

1. 제가 기억하는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까지의 저의 삶에 대해서 머리속에 저장된 기억을 끄집어내 보면 제가 살던 곳은 마당이 넓은 안채에 주인집 가족이 살고 문간방에는 만화가게를 하는 하씨와 그의 아들과 딸이 살고 대문 옆 셋방에는 저희 가족과 그시절 수출자유지역에서 수출사업이 활성화되어 촌에서 올라온 누나들이 살았습니다.. 저에게는 집 자체가 하나의 놀이터였던 것 같습니다.. 마당이 넓어 만화가게집 아이들과 동네 꼬마 녀석들이 모두 모여 줄넘기도 하고 다수망구(술래잡기)도 해가 질녘까지 쉬지도 않고 했던 즐거웠던 기억이 납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집 앞 철로에서 까불다가 넘어져 턱을 찢어먹고 병원에서 생살을 집었던 기억도 새삼 떠오르고 부뚜막에 뛰어오르다 넘어져 펄펄 끓는 가마솥에 빠져 온 몸에 화상을 입었던 잊었던 기억도 떠오릅니다.. 처음 시작은 즐거운 기억으로 찾아 들어간 유년의 삶이지만 차곡차곡 기억을 정리해보니 생각보다 아픔이 많이 튀어나오니 깜짝 놀라게 되네요...
2. 송시우 작가의 "라일락 붉게 피던 집"의 이야기는 제가 경험하고 기억하던 그 시절 그 이야기와 판박입니다.. 작가에 대해서 정확히 아는 바는 없지만 거의 대부분의 저희 또래(40대 초반)의 유년시절에 경험한 일반적인 민초들의 삶은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 시절 티브이에서도 달동네같은 모여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일상적인 모습으로 보여졌으니 너나할 것 없이 다가구 주택은 삶의 기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런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약간은 기억의 노스텔지어를 끄집어내며 미스터리를 이어갑니다.. 물론 생각지도 못한 반전의 묘미는 미리 말씀드릴 필요도 없어 보이네요, 언제나처럼 여럿이 모여든 곳에서 벌어지는 삶에서는 수많은 이야기와 비밀들이 숨겨져 있기 마련이니 말입니다.. 작가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 봅니다..
3. 현재 잘나가는 대중문화평론가인 현수빈은 여러방면에서 인정받는 소설의 여주인공입니다.. 자신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여러 강연과 강의를 하면서 자신의 유년시절의 기억을 되살려 그 시절 다가구주택의 삶에 대한 칼럼을 시작했습니다.. 그시절 그녀는 서울의 한 다가구주택에서 여럿 가족과 함께 몇년을 살았습니다.. 그리고 그 가족들중 함께 지냈던 남자아이와는 현재 애인이 되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박우돌, 그의 가족은 과일장사를 하며 우돌과 동생 우영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느날 연탄가스에 질식사한 조영달이 있었구요, 신혼살림을 살던 부부가 무척이나 닮고 잘생긴 집도 있었고, 현수빈이 살던 안채의 옆방에는 공장에 다니는 상경한 처녀 세명이 살았더랬죠.. 이렇게 그들은 그 시절 한 곳에 모여 삶을 살아가고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지금 현수빈은 그시절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연히 기억속에서 질식사한 영달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그 시절 그 집라일락이 붉게 피던 집에서 벌어졌던 생각지도 못한 과거의 기억들이 스멀스멀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기억의 한편에서 다시금 떠올릴 필요가 없던 추악한 진실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감춰지길 원했던 참혹한 진실까지, 현수빈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합니다.. 마음 단단히 먹고 보시길 바랍니다..
4. 말은 이렇게 했지만 그렇게 마음을 단단히 먹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대체적으로 이야기는 과거의 삶에 대한 일반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구조로 이어지기 때문에 기억하는 즐거움, 동조하는 분위기, 감응하는 재미가 제법 많습니다.. 또한 이야기의 구조를 그러한 과거의 단상을 조금씩 끄집어내면서 의도한 바를 조금씩 밝혀나가는 구성이 상당히 매력이 있습니다.. 과거의 인물들을 하나씩 만나고 그들의 삶과 이야기를 알아가면서 어린시절 자신이 알던 기억과는 다른 진실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미스터리적 방법은 상당히 좋습니다.. 크게 부풀리고 의도적 자극성을 선보이지 않아도 분명히 즐거운 작품입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반전적 느낌도 나쁘지 않습니다.. 중간을 넘어서면 어느정도 예상한 반전은 그래도 이어지지면 생각지도 못했던 마지막의 진실은 제법 뜨악하는 기분이 들더군요...
5. 그시절 화장실에 새벽에 나가기 싫어서 방마다 요강을 하나씩 두었던 기억속 이야기등은 어린시절 저의 기억과 동조되는 기분이 사뭇 달랐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더욱 더 재미지게 읽었던게 아닌가 싶네요.. 물론 이야기의 구성과 내용의 미스터리적 측면에서도 여느 작품과는 다른 느낌이 있어서 더불어 좋았다는 생각도 합니다.. 다만 현수빈과 박우돌의 이야기의 구심점과 처음부터 등장하는 고영두라는 전직경찰의 시점등을 고려할 때 인물들의 이야기적 느낌은 조금 분산스럽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드네요.. 마지막의 마무리도 반전의 즐거움은 분명히 있으나 인물들의 결합점은 생각만큼 매끄럽지 못한 점이 있었던 것 같아서 최큼, 정말 쬐큼 아쉽더랬습니다.. 허나 이 역시 전문적이지 못한 일개 독자의 생각이니 큰 문제는 없는겁니다이~.. 조금 더 길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 만나는 작가지만 작가가 그려놓은 소설의 이야기는 제법 프로다운 느낌이 많습니다.. 기대가 되는 작가님이시구요, 앞으로도 꾸준히 지켜 보겠습니다.. 아임 와칭 유, 삐싱.. 땡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