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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화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1. 꽃을 제대로 가꿔 본 적이 있었던가 싶네요,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나름 베란다 밖에 공간이 있어 제법 이것저것 채소도 키우곤 합니다.. 사실 꽃 종류도 제법 와이프가 물도 주고 나무도 시시때때로 챙기고 하는 것을 보곤 했습니다만 옥상이라서 그런지 바람이 많이 불어 꽃이 피는게 그렇게 쉽진 않나 봅니다.. 요즘에는 꽃보다는 토마토나 딸기같은 밭작물을 많이 키우더군요.. 상추와 깻잎도 아이들과 함께 재배하는 나름의 교육적 도움도 받을 수 있는 것 같더라구요, 아이들에게는 일반적으로 접해보질 못하는 생명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도 되리라 봅니다.. 하지만 사실 전 이 모든 일에 일종의 관망자이지요, 이상하게 이런 식물의 보살핌은 잘 적응하질 못하게 됩니다.. 구차니즘이 심해서 그럴지도 모를 일이지만 몇번 거둬들인 화분들을 죄다 죽음으로 몰고 간 경력이 있다보니 괜히 손대기도 그렇고 이상하게 제가 가꿔볼라치믄 잘 죽더군요.. 물론 관심이 없어서라고 밖에 볼 수 없는 일이지요, 지금도 생각납니다.. 막내 두놈이 고추 씨앗을 자기들 손으로 뿌려서 자그마한 고추가 열리던 날 아이들의 표정속에서 묻어난 생명에 대한 환희의 포효는 아주 대단했습니다.. 물론 자랑하고자 아주 쪼그마한 고추를 따버려서 안타깝긴 했지만, 생전 처음으로 자신들의 손으로 세상의 빛을 본 열매를 자랑하며 선물하던 아이들의 모습과 함께 그 고추는 덜 영글었지만 된장찌게에 넣어 맛나게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2. 아마 국내에 이 분만큼 많이 출시된 작품을 가진 작가도 드물지 않을까요,
히가시노 게이고 슨상은 올해 들어서도 벌써 몇 권이나 국내 출시를 했더군요.. 아직 한해의 반이 지나지도 않은 시점인데 말입니다.. 엄청나게 많은 작품이 아닐 수 없습니다.. 총 몇 권인지는 살펴보질 않았지만, 한 50권 정도 되지 않나요, 하여튼 엄청 많습니다.. 그래서 이 작가는 출간 편수가 많은 만큼 작품의 호불호도 타 작가에 비해 많이 왔다갔다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작가의 데뷔작부터 꾸준히 출간된 게 아니라 국내에서는 번역으로 작품들이 들락날락한 시기적 차이가 많다보니 각각 작품들의 평가가 혼란스러운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시간대에 국내에 출시된 한 작품은 대단한 대중적 즐거움을 보여주는 반면 또 다른 작품은 책값이 아까울 정도의 허접함도 있었던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런 평가에도 불구하고 히가시노 게이고를 이야기할때 절대로 빠지지 않는 평가중 하나는 가독성입니다.. 재미가 있든, 그렇지 않든, 그가 집필한 대다수의 작품을 읽는 동안만은 분명히 독자들로 하여금 집중도를 불러 일으키는 재능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소설속의 서사적 이야기가 독자들의 입맛에는 내용과는 별도로 한편 펼쳤다고 하면 자연스럽게 극을 이끌고 나간다는 이야기입죠, 그래서 대다수의 게이고 슨상의 작품은 아주 재미지다와 그저 그렇다라는 평이 많습니다.. 정말 아니다라며 평가의 극단적인 비판을 하는 분들은 그렇게 많지 않죠.. 그렇기에 수많은 출간작품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내시장에서 출간과 동시에 많은 작품들이 베스터셀러로 등극하는지도 모릅니다.. 그중에 이번에는 표지부터 몽롱한 파스텔톤의 화려한 "몽환화"라는 작품을 또 중독되듯이 펼쳐보게 된 것입니다.
3. 워낙 탄탄한 이야기를 만드시니 줄거리도 재미날 듯,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의 현 시점을 배경으로 이야기는 진행됩니다.. 간만에 시간적 배경이 현실 그대로 이어지는 느낌이라 조금은 공감적 느낌이 더 강하게 든다고 볼 수 있겠네요, 하지만 프롤로그는 그렇지 않습니다.. 일단 시작점이 두개의 상황으로 벌어집니다.. 그리고 본문의 시작은 또다른 시점으로 전개가 되죠.. 전혀 다른 상황의 이야기와 함께 시대적 전개도 아주 별개의 스토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아시겠지만 이런 이야기의 시작점은 나중에 하나로 뭉쳐진다는 사실, 프롤로그 1에서는 오십년전의 묻지마 길거리 살인사건이 벌어집니다.. 시작과 함께 무시무시한 사건이 펼쳐지기 때문에 소설속에서 가장 큰 충격이 제일 처음 다가옵니다.. 여기에서 등장하는 피해자는 도대체 누구일까요, 그리고 프롤로그 2에서는 매년 나팔꽃 시장이 열리는 축제일에 가족들이 함께하는 중학생 가모 소토라는 한 아이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우연히 나팔꽃 시장에서 만난 여학생인 이바 다카미를 만납니다.. 그리곤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는 시점에서 소타의 아버지의 반대로 그들은 헤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본 소설이 시작되죠.. 한 대학생이 자살을 합니다.. 자신의 아파트에서 뛰어내리죠.. 그리고 그의 사촌 여동생인 아키야마 리노가 그녀의 시점으로 소설을 이끌어갑니다.. 그들의 할아버지인 슈지는 꽃을 연구하는 분이시지만 현재는 퇴직을 하시고 집에서 소일거리로 꽃을 가꾸며 지내십니다.. 수영선수 유망주로서 성장하던 리노는 더이상 수영을 할 수 없게 되자 할아버지의 소일거리인 꽃에 대한 자료를 블로그에 올리는 일을 도와주며 대학생활을 해 나가지만 할아버지 아키야마 슈지는 살해되고 맙니다.. 단순 강도살인사건으로 정리될 듯 보이던 사건은 할아버지의 죽음 전 우연히 발견한 한 꽃의 행방을 둘러싸고 조금씩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그리고 아키야마 리노는 프롤로그 2에서 등장했던 가모 소타와 조우하게 됩니다.. 현재 소타는 대학원생으로 자라났습니다.. 이들이 발견하게 되는 진실은 과연 어떤 것일까요,
4. 그러니까 보고 나니 어떻습디까,
말씀드린대로 탄탄한 이야기적 구성을 바탕으로 대중적 심리와 공감을 이끌어서 극을 진행해나가는 작가의 가독성은 여전합니다.. 아마도 다들 이런 이야기를 하시지 싶긴 합니다만, 여전히 읽는 재미는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어느정도의 진실이 밝혀지기까지 너무 많은 산발적 가지들이 많은데다 딱히 캐릭터들의 중심이 흐지부지한 느낌이 강해서 그런지 이야기의 중심이 어디인지 감을 잡기가 쉽지는 않더군요.. 나중에 가지치기를 한 후에 본 줄기로 이어지는 막바지에 이르러서 조금 감이 잡힌 면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작가의 그러한 의도적 구성에 감탄을 해야될 사항인데도 저는 그게 뭔가 삐거덕거리는 느낌이더라구요, 아하, 그래서 얘네들이 헤쳐모여를 한 것이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뭐랄까요, 상당히 뜬금없어 보이는 일면도 있었습니다.. 저에게는 그 뜬금포가 더 많이 다가왔습니다.. 아마도 독자들중에서도 이러한 재미적 측면에서는 제법 편이 갈리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예전에 제가 재미있다고 하던 히가시노 슨상의 대표작들에게서 느꼈던 그런 인간적 심리와 상황적 미묘함과 추리적 즐거움이 이번에는 그렇게 환하게 다가오질 않더군요.. 게다가 숨겨진 인물들의 역사적 역할론과 상황적 책임론을 끄집어내는 상황은 상당히 별로였습니다.. 시작과 중반과 제목과 표지의 이미지적 측면만 두고보면 처음 펼칠때의 느낌은 상당히 애잔한 감성적 의미를 내포한 것처럼 보임에도 소설의 내용은 마지막으로 다가서면 진중한 의미적 측면과 역사적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라 초큼은 어색하달까요, 뭐 그렇습디다..
5. 많은 게이고 센세이의 작품들과 비교하며 정리해본다면,
전 얼마전에 예전 작품이긴 한데 국내 영화와 맞물려 "방황하는 칼날"이라는 작품을 읽었는데 아주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상당히 극단적이면서 인간적인 내면의 딜레마를 제대로 다루어 낸 작품이었던 것 같아서 흥분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리고 몇 년동안 몇 작품의 게이고 슨생의 작품을 읽었지만 좋고, 그저그렇고를 반복했던 것 같습니다.. 이번 "몽환화"는 그럼 어디에 포함이 되느냐라고 한다면 전 주저없이 그저그렇다에 넣겠습니다.. 전반적으로 공감대적인 측면에서도 크게 반향을 일으킬만한 소재는 아니었구요, 이야기의 구성 자체도 딱히 의미가 있거나 크게 와닿는 주제는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무엇보다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와 내면적 표현들도 함께 감응하기에는 어설프게 느껴졌습니다.. 아무래도 작가가 오랫동안 이 주제인 "꽃"을 고민하다가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고 한 것이 아닌가 싶네요.. 문득 막내 아들 넘이 단지안에 든 춥파춥스를 손 가득히 움켜쥐고 행복한 표정으로 꺼내려다가 손이 안빠지자 울어버린 일이 생각나는군요.. 뭐 소설이랑는 무관합니다.. 땡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