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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풍경
박범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4월
평점 :

1. 책 읽다 문득 고개들어 밖을 보니 세상은 허전하다.
하필이면 이 작품을 읽을때에는 계속 차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더구만요, 일 관계로 남쪽나라 끝에서 미세먼지와 비루한 경제의 천국인 서울까지 버스로 이동하는 시간이 제법 길다보니 자다가 허리아파 꿈틀거리기를 반복하기가 구찮아 멀미를 감안하고 책을 펴 들었다가 쭈욱 읽게 되었던 것이었습니다.. 문득 문득 고개 들어 밖을 쳐다보다가 문장속에서 느꼈던 딱히 떠오르지는 않는 어떠한 단상이 그려지며 눈 밖으로 휙~ 사라지는 풍경에 대해 웬지모를 슬픔과 허전함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내 나이 이제 마흔 중반을 향해 달려가는 어중간한 삶의 중심인지라 더욱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들었는지도 모를 일이지요, 세상의 많은 이치를 깨달았을 것 같은 노년의 작가님께서 풀어놓으신 문장의 의미들이 삶이라는 현실속에 덩그러니 남은 한 존재에 대한 인식을 되새겨주신게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누군가가 나의 이름을 불러준 후 나는 여지껏 누군가에서 무엇이 되고 싶었지만, 과연 우린 서로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존재로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말도 안되는 중년의 쓸쓸함도 살짝 들더군요.. 이렁거 오래가면 곤난하기 때문에 그따우의 감성이 깊이 들어서기 전에 방광을 부여잡고 빨리 휴게소에서 볼 일을 봐야겠다는 생각에 집중하였던 것이 아니었던 것이 사실은 맞았던 것이었습니다..
2. 멀미를 참아가며 읽어 본 작품은 어떠습디까,
노작가님의 필력은 어설픈 얄팍빤질이 독자인 저에게는 평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제가 흔히 보는 스릴러의 대가라 칭하던 외국작가들이야 우리나라에 올 일이 없는 외국 할배들잉께 내 맘대로 한마디 내뱉어도 큰 부담감이 없을진데, 우리나라에서 그것도 인간의 감성적이고 존재적 이유의 문학적 감수성을 가슴 저미는 문장으로 다가서는 작가님의 작품을 오랫만에 대하니 조금 부담스럽군요, 개인적으로는 십년도 전에 몇 편을 읽어 본 기억 말고는 근래 들어서는 처음 읽어본 박범신 작가님의 작품입니다.. 여하튼 상당히 철학적이면서도 인간이라는 존재가 삶이라는 배경속에서 지니는 상호작용과 그 유기적 연결성에 대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소소하지 않은 소소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한 남자와 두 여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노년의 작가가 기록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죠... 박범신의 "소소한 풍경"입니다..
3. 줄거리가 어찌되나요,
사실 이 작품은 단락들이 끊어져서 이어집니다.. 어떠한 이야기를 서사적인 형태로 이어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단상적 소제목을 중심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죠.. 소설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이름이 없습니다.. 존재성만 부여한 ㄱ,ㄴ,ㄷ으로만 불리워지죠.. 그리고 이 소설을 집필한 노작가의 이야기로 소설은 시작합니다.. 누군가에게 불리워지기 전에는 존재의 가치를 부여받지 못한 소소한 풍경으로 지나가는 차창밖의 풍경으로 치부될 수도 있는 존재하기 전에는 누군가의 몸짓에 불과한 인물들이 ㄱ,ㄴ,ㄷ입니다.. 소설속의 화자는 일단 ㄱ이라고 불리우는 노작가의 여제자입니다.. 어느날 그녀의 밑도 끝도 없는 전화가 걸려옵니다.. 그녀는 노작가에게 전화를 해 "시멘트로 뜬 데스마스크 보셨어요?"라고 묻죠.. 그리고 그녀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노작가의 제자로 있을 당시의 회상부터 ㄱ은 크게 눈에 띄진 않는 인물이었으나 그녀의 습작인 우물이라는 작품으로 노작가는 그녀의 존재를 인식하게 됩니다.. 그녀의 전화와 함께 노작가는 그녀가 사는 소소라는 곳을 방문하게 되고 그녀의 삶을 바라보게 되죠.. 그렇게 이야기는 ㄱ의 회상과 데스마스크의 존재가 된 ㄴ이라는 남자와 ㄷ이라는 여인의 일반적이지 않은 동거생활로 옮겨갑니다.. 물론 데스마스크를 만들어 낸 ㄴ은 ㄱ의 옛집의 땅속에서 죽은 체 발견이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하는거죠.. 왜 ㄴ은 시멘트에 갇힌 체 죽음을 당했을까요, 그리고 그녀 ㄱ이 이야기하는 ㄴ과 ㄷ과의 동거는 어떤 모습으로 보여질까요, 존재성이 부여되지 않은 흘러가는 "소소한 풍경"속에서의 몸짓에 불과할 수도 있었던 그들만의 이야기로 이 작품의 비밀스러운 이름은 조금씩 존재를 드러내게 됩니다..
4. 줄거리를 적는데 뭔말인지 모를 수도 있겠다 싶구마는요,
한 여인의 삶과 회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연히 만난 ㄴ이라는 이름으로 부여된 한 남성과 ㄷ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선 한 여성과 함께 이들의 유기적 관계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존재의 가치를 부여받기 위해서는 인간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것이죠.. 어떠한 집착과 인간에 대한 굴레는 사랑이라는 개념이 들어서게 되면 소유라는 욕심으로 변질되어지기 때문에 그러한 부분에 대해 이 소설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에게는 소설속에서 드러내는 말중에 덩어리라는 개념으로 하나의 유기적 관계로 해석하는 것 같더군요.. 이들은 자신들의 삶속에서 주변의 수많은 인물들과의 상호작용에서 적응하지 못한 존재들입니다.. 하지만 우연히 동거를 하게되는 이들은 그들만의 공간속에서 덩어리져 하나의 존재적 가치를 인정받게 되지만 결국 이들의 삶 역시 인간의 감성과 집착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였던 것이죠.. 아픈 이야기입니다.. ㄴ의 죽음과 이를 목도한 것 같은 ㄱ의 회상과 그의 죽음에 대한 ㄷ의 감정은 한겨울의 눈발이 흩어지고 난 후 스산하게 젖어 든 하늘 아래의 칼바람같은 느낌입니다.. 그러나 그들로서는 그게 있는 그대로의 삶의 방법이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적고나니 더 모를 말처럼 느껴지네요..
5. 재미가 있느냐를 알고싶다는 말씀이 막 들리는 듯,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재미지게 읽었습니다.. 딱히 구성적 서사의 느낌이 없어 보이는 작품인데도 화자로 등장하는 ㄱ의 이야기와 죽은 후의 ㄴ의 이야기를 통해서 그들의 삶속으로 들어가는 구성이 제법 가독성을 이끌어내어 줍디다.. 뭔가 정확하게 판단하고 이해하긴 어려워도 노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의도에 대해 어슴푸레하게나마 인식할 수도 있구요, 박범신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특유의 감정선을 얄팍한 독자에게도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문장력은 너무나 대단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같은 대중소설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스릴러와 추리에 걸맞은 속도감이 넘치는 그런 작품들 위주로 독서를 해나가는 입장에서는 한번씩 노작가의 세월이 묻어나는 대단한 소설을 만나게 되는게 엄청난 행운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솔직히 "은교"라는 베스트셀러도 읽어보질 못한 얄팍한 독자로서 큰 평을 하기는 어렵지만 이 작품만으로 판단컨데 무척이나 느낌이 좋은 작품으로 기억될 듯 싶습니다.. 물론 소설과는 무관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소설을 읽으면서 단편적으로 든 생각이 어떠한 제약도 없는 삶으로 세상을 그리고 인간속을 떠돌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너무 팍팍한 세상속에 얽매인 현재의 삶이 싫어지는 느낌도 들더군요, 가족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아마 아내도 저랑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네요.. 땡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