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칼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간만에 분노하면서 책을 읽었습니다.. 한 가정의 아버지로서 무척이나 무섭게 와닿는 소재인지라 읽는 내내 분노와 증오가 섞인 안타까움을 동반한 독서의 즐거움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뭔가 말이 안맞는 것 같긴한데, 여하튼 문득 영화화가 되었다는 광고를 보고서 책장속에 숨겨져 있는 책을 언능 꺼내서 예전부터 멋진 제목이라서 게이고형님의 작품을 읽어 나갈때 초반에 읽어 볼 목록에 자리 잡고 있었던 작품이었던지라 잘됐다싶어 바로 펼쳐 들었네요.. 그리고 정말 한달음에 마무리까지 했습니다.. 제목의 의미가 그대로 반영된 작품이었고 내용이었습니다.. 또한 자식을 둔 아버지로서 그리고 법의 테두리내에서 언제나 정의의 실현이라는 개념이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도 다시한번 되뇌게 되는 그런 작품이네요.. 분명히 저에게 아니 이 시대의 아버지들에게 그리고 부모들에게 아픔을 주는 작품이고 무서움을 주는 작품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네요.. 하지만 잘 읽었다는 생각 또한 듭니다.. 끝, 이라고 하기엔 너무 할 말이 많음요..

 

    히가시노 게이고의 "방황하는 칼날"입니다.. 전 사실 사전 지식도 없이 무턱대고 티브이에서 영화 개봉 광고를 하기에 우왓, 하면서 책장속에서 바로 펼쳐보았는데 과연 장난이 아닌 작품이군요.. 일단 내용적 주제의 측면에서는 이 시대의 아버지로서 부모로서 정말 가학적인 아픔을 독자에게 전해주는 그런 작품입니다.. 영화 예고편을 보시거나 광고를 보신 분은 대강 파악하셨겠지만, 그리고 이 작품이 출시된지 제법 오랜 시간이 흘렀으니 간단하게 말씀을 드리면 소설 속 주인공인 나가미네는 범죄라는 개념에 대한 인식이 없는 어리석은 불량 청소년의 성폭행으로 인해 자신의 딸이 죽음에 이릅니다.. 하지만 그 아이들은 자신의 죄를 법적 기준에서 적용받을 수 없는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자신의 범죄로 인해 죽음을 당한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가혹할만한 일인 것이지요.. 하지만 이 아이들 가이지와 아쓰야 그리고 마코토라는 녀석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사건에 대해 제대로 된 인식조차 없는 상황입니다.. 그렇게 그들에게 이런 범죄행위는 일종의 게임으로 여겨지는거죠.. 물론 마코토라는 아이는 가이지와 아쓰야와는 조금 다르게 그들과 함께 공조한 범죄에 대해 최소한의 인식은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살인사건에서 한발짝 물러나 있는 입장이죠.. 하지만 그 역시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진실과 정의를 위해서가 아닌 자기 자신의 이기적 욕심으로 범죄를 저지른 가이지와 아쓰야에 대한 정보를 흘립니다..

 

    나가미네는 자신에게 주어진 정보로 인해 자신의 딸을 죽음에 이르게 한 가해자를 알게되고 그들이 저지른 범죄의 실상을 알게 됩니다... 참혹하리만큼 자극적이고 안타까운 묘사와 현실의 잔인함이 그대로 독자들에게 던져집니다.. 그리고 그가 아버지로서 그리고 자신의 딸에 대한 복수로서 행하게 되는 처벌의 칼날은 순식간에 그를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둔갑시켜 버리지요..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의 행동을 함부로 판단할 수 없을겁니다.. 그가 아니더라도 누군가에게 그런 참혹한 현실속에 놓여진다면 부모로서, 아버지로서 자신의 생명과 같은 자식의 죽음앞에 자신의 삶 또한 의미가 없어지는게 당연한 사실이니까요.. 말그대로 뼈속까지 스며드는 분노와 증오의 감정적 처벌이 이루어질 수 밖에요.. 저라도 그러했을겁니다.. 그런 이야기를 이 된장맞을 히가시노 게이고 형님은 자신의 재주로 독자들을 끌어들입니다..

 

    말씀드렸죠, 펼치자마자 한달음에 마지막까지 달려갑니다.. 아시다시피 게이고 쎈세이 특유의 글빨이 독자의 눈을 멈추게 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개인적으로는 추리적 능력보다는 스릴러적 역량이 조금 더 부각되는 작가님으로 받아들여집니다.. 뭐, 게이고 형님은 스릴러쪽이랑 추리쪽 양방향으로다가 번갈아가시면서 독자들을 농락하시는 대단한 출간량을 자랑하시는 작가님이시기 때문에 아마도 전생에 세상의 책을 다 잡수신 여우가 아니셨나 싶을 정도로 많은 작품이 나오고 있습니다.. 수많은 작품들 중에서 제가 읽은 작품들은 그동안 소소한 재미가 많아서 이렇게 자극적인 작품이 떡하고 튀어나오니 - 예전 작품은 거의 읽어보질 못해서 - 깜짝 놀랬습니다.. 사회파 소설이 주는 사회적 딜레마를 이렇게 자극적으로 공감가게 표현하실 줄이야 생각도 못했습니다.. 제목이 좋다, 영화도 나왔다, 읽어보신 분들이 괜찮았다라는 그런 어설픈 정보만으로 아무생각없이 펼쳤다가 정말 분노하면서 씩씩거리면서 마지막까지 잠잘 시간도 줄여서 읽었네요..

 

    소설속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의 감정이 뒤섞입니다.. 참 대단한 게이고 썬세이입니다.. 독자들의 공감을 만들어내는 재주는 더이상 어떻게 표현해야될 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두번 세번 말하지만 글 잘 쓰는 작가님임에 틀림없습니다.. 가독성과 책속에 집중하는 역량은 개인적으로 제가 읽어 본 작가들이 작품중에서 톱에 가깝습니다.. 물론 너무 많은 작품을 읽어보질 못했으니 - 또 너무 많이 나와 있어서 읽을 수도 없지만 - 일종의 잘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동안 읽어 본 작품들이 재미가 있으나, 없으나 일단 가독성 하나는 말할 필요가 없었다는 사실은 거짓이 아닙니다.. 그만큼 독자들을 스며들게 하는 문장속의 공감적 표현이 대단한 것이겠죠...

 

    이 작품 "방황하는 칼날"은 그런 공감적 감성의 정점에 있는 작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나 저같이 이런 가정파괴에 대한 공감에 대한 감성에 예민한 독자들에게는 더욱 강한 동조가 이루어지는 작품이었던거지요, 딸을 둔 아버지로서, 부모로서.. 하지만 마지막의 마무리에서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한숨에 달려온 저의 입장에서는 안타까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회 현실에 가로막히고 자신의 양심에 저울질 당하고 주변의 시선에 판단되어질 수 밖에 없는 그런 모습들이 우리네 삶의 모습인지라 내가 선택한 소설속에서의 결론은 조금 달랐으면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왕 딜레마가 주어졌으면 어느 쪽을 택하든 한쪽의 아픔은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만, 그래도 너무했다.. 씁쓸해..

 

    분명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 작품은 분노하게끔 만드는 작품입니다.. 또한 읽고나서 후회가 될지도 모를 작품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읽어 볼 가치가 있는 사회파 스릴러추리소설임에도 틀림없습니다.. 감히 즐겁다고 하지는 못할 작품이지만 읽기를 멈출 수 없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아시다시피 소설이 주는 소재와 주제의 자극은 부모로서 쉽게 표현할 수 없는 그런 이야기니까요, 아무래도 읽지 말았어야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읽는 내내 하게 되었던 작품입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시고 펼쳐보시면 좋을 듯 싶네요.. 아무래도 상황을 극한으로 몰고 가는 방법적인 측면이 독서라는 개념에서는 무척이나 즐겁지만 현실의 대입적 측면에서는 쉽게 감당하기 힘든 공감이기도 하니까요.. 영화는 어떨까 궁금하네요, 땡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