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의 해부
앤드루 테일러 지음, 김하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 타임머신이 있다면 돌아가고 싶은 시대의 기준이 18세기 정도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중세를 넘어 18세기쯤 되면 근대로 진입하는 시점이다보니 뭔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의 바탕 배경으로 큰 자리를 잡게 되는 시점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뭐 그렇습니다.. 아마도 그 시점으로 돌아가면 아무리 모르는 역사적 사실이라도 대강은 흘려 듣든 넘겨 듣든 어깨 넘어로 들어본 바가 있는 그런 시절이기도 하구요.. 특히나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에 이르는 시대는 타임머신이 있다면 살짝 과거를 거슬러 가면 큰 돈 벌 수 있는 그런 기본적 여건이 마련되지 않을까 싶은 그런 생각도 듭니다.. 현대 문물에 대해서 아예 무지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잘 알지도 못하는 어중간한 느낌의 시대가 고정도되는 시대이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지요.. 하여튼 18세기 후반부나 19세기 정도로 돌아간다면 멍청한 저도 제법 똑똑한 인간으로 대접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18세기 후반부의 영국의 캠브리지 대학의 한 칼리지를 배경으로 한 작품입니다.. 앤드류 테일러 작가의 "유령의 해부"라는 작품인데 말이죠.. 이 칼리지라는게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영국에서 옥스포드나 캠브리지 같은 종합 대학의 경우 요즘으로 치면 일종의 개별 학부 정도로 파악하면 될 듯 싶네요.. 그 배경이 되는 칼리지가 예루살렘 칼리지라는 허구적 배경을 토대로 실제 역사적으로 캠브리지의 대학적 기능을 교묘하게 엮어서 추리적 역량과 시대적으로 현대적이지 않은 비과학적인 방식의 미신적 영역을 잘 버무려놓고 독자들에게 선보이고 있습니다.. 뭐 개인적으로 딱히 흥미롭진 않습니다만 그 시대는 그러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제가 저 시대로 가면 제법 사기 쳐 먹을 일이 있지 않을까 하는 헛생각이 조금 들었습니다..

 

    보통 잘 나가는 대학의 잘나가는 학부의 귀족부류같은 상류층들은 자신들만의 모임을 가지는 경우가 많더만요.. 특히 해외 유수 대학의 귀족 계층의 상류 집안 아해들은 그런 사교 모임을 자랑스럽게 또는 비밀스럽게 만들어 놓고 있는 듯 합니다.. 이 작품의 시작부에도 그런 사교 모임같은 행위를 하면서 이야기가 진행이 됩니다.. 예수를 칭하는 누군가가 있고 사도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모임의 일원으로 프랭크 올더쇼라는 인물이 가입하게 되는게 그 가입의 절차가 제법 비밀스럽습니다.. 그리고 이 소설의 발단이 생겨나죠.. 그리고 시간은 몇달 뒤로 훌쩍 넘어가서 소설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존 홀즈워스라는 런던의 서적상인데 자신의 아이가 익사한 후 자신의 부인 마저 계속적으로 아이의 유령을 보고 미신에 의지한 체 지내다가 역시 자살을 택하게 되면서 홀즈워스는 외톨이가 되고 맙니다.. 자신의 서적 일도 거의 파산직전에 이르러 자신의 친구인 파머라는 동료의 집에 얹혀 살게 됩니다.. 그러던 와중에 앤 올더쇼라는 부인의 의뢰를 받게 되어 캠브리지의 예루살렘 칼리지로 오게 됩니다.. 여기에서 홀즈워스는 프랭크(처음에 사교 모임에 가입한 대학생)라는 앤 부인의 아들이 주장하는 유령을 보게 되는 이야기 - 일종의 정신병으로 판단되어 정신병원에 감금된 상태 - 에 대한 해부와 판단을 의뢰받은대로 밝혀나가게 되죠..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속에는 생각지도 못한 진실이 숨어 있습니다.. 하나에서 시작된 예루살렘 칼리지 속에 숨은 진실은 칼리지 내부의 썩은 고름처럼 조금씩 냄새를 풍기며 진실을 드러내가게 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야기의 진행이 상당히 더딥니다.. 큰 사건의 입체적 긴박감이나 상황적 긴장감은 거의 찾아보기 힘듭니다.. 18세기 후반부의 영국의 한 칼리지의 형태를 기준으로 그 속에서 생활하는 교수들과 학장이나 학생들, 그리고 귀족들등이 만들어낸 탐욕과 이기적 생활 방식들을 상당히 상세하게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 시절에는 그러했겠다는 느낌을 눈에 보이듯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요즘 세상의 기준으로 보면 상당히 무지해 보이는 그들의 시대이지만 그 시대에는 당연히 그러하였다는 사실도 이 소설을 읽어나가는 재미중 하나이지요.. 특히나 정신병을 다루는 정신과적 영역의 의사적 행태는 아주 무지해 보일 정도입니다.. 물론 19세기 조차 되지 못한 과거이니까 당연하겠지만 그런 역사적 묘사의 서술들이 제법 솔깃하기는 합니다만 역시 이 소설의 주제와 진행과정에서 보여주고자하는 이야기의 호기심적 추리력은 상당히 재미 없습니다.. 진득하게 이어나가지 않으면 금새 지쳐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하지만 이런 팩션류의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타임머신을 탄 듯 그시대의 주인공이 되어 추리를 해나가는 장르를 좋아라하는 독자분들이 상당하기 때문에 제가 어떻다 말씀은 못 드리겠습니다만 분명히 제가 선호하지 않은 장르임에도 이야기의 흐름이나 스토리텔링의 구성 방법은 무척 끈끈해서 그럭저럭 읽어나가는데는 큰 무리가 없었다고 여겨집니다.. 또한 주변의 인물들이나 캐릭터의 묘사 방법이나 섬세한 표현력은 상당히 구체적이기 때문에 역사를 중심으로한 허구의 소설이지만 그 사실적 느낌이 아주 대단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사실 "유령의 해부"라는 제목에 걸맞는 유령적 판타지나 미신적 오컬트의 느낌은 생각만큼 크게 부각되지는 않습니다.. 물론 유령의 실체와 그 해결 방식의 방법은 여느 추리적 구성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구요.. 여하튼 앤드류 테일러라는 작가는 과거의 어느 지점의 현대와 같지 않은 조금은 무지해 보이는 인간 군상을 중심으로 여러가지 이야기를 펼쳐내는 재능이 뛰어난 작가임에는 분명한 듯 싶습니다..

     

    "유령이 해부"에게도 영혼이 있다면.. 시간을 두려워 않고 천천히 읽게 만드는 가독성과 어떤 환경에도 영향받지 않는 집중도.. 약간은 지루하지만 호기심이 많은 독자를 감싸안는 포용력을 가졌을 것입니다.. 단언컨대 앤드류 테일러가장 무난한 팩션 스릴러 작가입니다..라고 쓴 이유는, 소설 속 번역문에서 역자님께서 의도하신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단언컨대라는 말이 무척 많이 들어 있어서 그냥 한번 적어봤습니다.. 유독 눈에 많이 들어오더군요..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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