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 보상
새러 패러츠키 지음, 황은희 옮김 / 검은숲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이런 적은 처음인데 벌써 다섯번째 첫째 단락을 한참을 끄적거리다가 지우고 다시 쓰고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적다보니 처음부터 스포일러가 되거나 전혀 내용과 무관한 개인적 내용을 적고 앉아있더군요.. 꽤 멍한 월요일이라 그럴지도 모를 일입니다.. 며칠간 꾸준히 내린 장맛비로 온 몸 구석구석 뼈마디가 피로하다 외치고 있네요..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봅니다.. 또 개인적인 이야기로 흘러가네요.. 장맛비의 영향이라 그러려니 하세요, 전 여성의 사회활동에 대해 그동안 거부적 반응을 보인 적이 없었습니다.. 누구든 자신이 원하는 삶에 대해 최선을 다해야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만 얼마전 아내님께서 사회활동에 관심을 보이시며 일을 해보겠다고 하시길래 그러라고 했습니다.. 아이들이 걱정이긴 했지만 열심히 살아보겠다는데 뭐라 할 수도 없구요.. 남들보다 많은 아이들이긴 하지만 서로 공평스러운 아이키우기의 역할분담이 나름 잘 되어있다는 생각을 했거덩요.. 근데 아닙디다.. 갑자기 시작한 일이라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저에게 조금 더 늘어났을 뿐인데 힘들더군요.. 그렇다고 여성의 사회활동에 대해서 정작 반대하기에는 또 제가 너무 이기적인 생각을 하는 듯해서 조금 고민스럽기도 합니다.. 그것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개인적으로 대단한 능력을 가진 여성들이 막상 사회에서 다시 나와서 해야될 일이라는게 너무 눈에 보이게 적다는거죠.. 허드렛 일을 제외하고는 실상 큰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인 듯 해서 안타깝더라구요.. 물론 그런 현실에 직면한 당사자만큼 실망스럽지는 않겠지만 여전히 사회에 다시금 나온 아줌마들에게 대하는 모습들은 말그대로 차별적 대우가 그대로 보여집디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속에서 보여지는 "빅" 워쇼스키의 모습은 자못 대단스러워보이기도 합니다... 울 와이프가 이런 소설 좋아라하믄 함 읽어봐도 좋을텐데.. 공부 잘하는 사람 책만 좋아라하니, 쩝

 

    새러 패러츠키라는 작가가 집필한 여성 사립탐정의 이야기입니다.. 탐정이 나오고 하드보일드스러운 분위기고 배경도 시카고입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여성입죠.. V.I. 워쇼스키라는 사립탐정입니다.. 그냥 친구들끼리는 빅이라고 부릅니다.. 또는 비키라고 부르죠(그녀는 싫어합니다만).. 그녀의 아버지는 경찰이었고 빅은 전직 국선 변호사에서 현재는 사립탐정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첫 시작인 이 작품 "제한보상"에서 그녀의 캐릭터는 그렇게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자신의 주체적 삶에 대해 대단한 확신을 가진 카리스마 있는 여성입죠.. 그 시절(아마도 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초반까지)의 여성의 사회적 지위라는 입장에서 볼때는 대단히 파격적인 여성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보통의 여성 사립탐정의 역할적 부분이라하면 섬세하고 꼼꼼하게 사건의 경위와 상황적 추리력이 뛰어난 캐릭터로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은데 여기 와쇼스키라는 여인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뛰어난 가라데 실력과 대결모드가 장난이 아니구요, 죽음이 눈앞에 다가와도 굴하지 않는 허세나 시니컬한 대사는 필립 말로 저리가라해도 될 듯 싶습니다.. 상당히 과격한 캐릭터인거죠.. 그런 분위기가 아주 좋습니다.. 자유롭고 독립적이면서도 남자들만의 전유물처럼 보이던 탐정의 세계에서 독보적인 여성적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역할이 말이죠..

 

    빅은 현재 사립탐정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의뢰가 들어옵니다.. 존 세이어라는 남자가 자신의 아들인 피터 세이어의 여자친구를 찾아달라고 의뢰하죠.. 그리고 빅은 의뢰를 받아 드립니다.. 하지만 연이어 사건이 발생하게 됩니다.. 의뢰인의 아들이 집에서 죽은체로 발견되죠.. 그리고 여차친구인 애니타 힐은 행방이 묘연합니다.. 몇가지 단서를 피터의 집에서 찾아들고 와쇼스키는 곤혹스러운 현재의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의뢰인의 의도와 사건의 진실을 조금씩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여러가지 장애물이 그녀를 쉽게 놓아주질 않습니다.. 일단 아버지의 친구인 바비 형사의 딸같은 비키(!)에 대한 걱정이 있습니다.. 여성으로서 과격한 폭력의 세상에 관여하는게 영 탐탁치가 않나봅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주체적 역할에 대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사건의 진실을 찾아나서기 시작합니다.. 존 세이어라고 밝힌 의뢰인이 사실은 당사자가 아니었던 것부터 시작해서 죽임을 당한 피터 세이어의 주변의 인물을 탐문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단서찾기가 못마땅한 누군가가 나타나게 되죠.. 심각한 협박과 함께 사건에서 손을 떼길 원하는 인물이 등장하고 심지어 의뢰인조차 그만 사건에서 물러나길 바라는군요.. 피터의 살해범이 잡혔다는거죠.. 과연 진짜 살해범일까요, 여기까지가 소설의 10% 정도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진실은 저 멀리까지 가봐야겠죠... 상당히 괜찮은 여성 하드보일드 탐정소설입니다.. 뒤로 갈수록 더 박진감이 넘칩니다..

 

    대강 어떻게 진행이 되는가는 알고 있었습니다만 이렇게 과격한 여성 탐정인지는 몰랐습니다.. 저 역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변명할 여지가 없겠네요.. 여성이 등장하는 탐정소설이고 하드보일드이지만 여느 남성적 모드의 하드보일드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런 독립적인 여성성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내용이 더욱 이야기의 재미를 더해주지 않았나 싶기도 하구요.. 사실 처음의 시작부분부터 얼마까지는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저 여느 탐정소재의 구성이랑 큰 차이가 없어보여서 딱히 더 좋구나, 뭔가 새롭구나라는 느낌은 없었습니다..만 폭력적인 진행과 함께 보다 심도깊은 주제의 상황적 긴박감이 얼마 지나지않아 펼쳐지더군요.. 상당히 재미졌습니다.. 머리 굴리고 추리하고 상황을 정리하는 것보다 어설픈 단서 하나로 발로 뛰고 - 아마도 그 시절에는 휴대폰이나 인터넷등의 정보 이용 통로가 적기 때문이기도 하겠지요 - 몸으로 부딪히는 현장감과 여성 특유의 감각적 섬세함등이 잘 어우러지고 작가가 지금부터 또한 앞으로 펼쳐 낼 와쇼스키라는 한 여성 탐정의 개념적 성향을 잘 만들어주셔서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흐름의 특성상 딱히 반전스러운 면은 조금 덜한 감이 있습니다만 시리즈의 첫 시작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보상을 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일단 V.I 워쇼스키라는 특출난 여성 캐릭터를 제대로 자리매김했다는 점과 그녀가 펼쳐내는 상황적 이야기의 진행들이 앞으로 이어질 시리즈에서 변함없이 즐거움을 줄거라는 확신을 심어주었으니 말입니다.. 이쁘장한 얼굴의 아리따운 여성적 외모를 지닌 일반적인 편견적 느낌이 강한 한 여성이 과감하고 단순 무식한 상황적 직격의 캐릭터로 이루어져 있다면 그만큼 매력적인 인물적 성향도 드물지 않을까 싶습니다.. 게다가 독립적이고 자유롭고 싸움도 잘하는 여성이라면 두 말 할 필요조차 없는거니까요.. 그러니 현재까지 15권이 넘는 시리즈의 진행을 이어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좀 꾸준히 봤으면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 맨날 단행본이나 인문서나 순문학계통의 뭔가 있어보이는 듯한 책을 봐야지만 뭔가 책을 보는 듯한 생각만 하지말고 스릴러소설 시리즈도 좀 봅시다.. 출판사에서 그래야 기분좋게 내주고 그러지요... 땡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