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의 비극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아영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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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대를 제대하는 시점에 그 유명한 "다슬이"의 마지막 승부를 했더랬습니다.. 심은하라는 배우가 너무 예쁘더군요.. 완전 난리가 났었죠.. 심은하라는 여자배우가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어 버렸으니 말입니다.. 그러다가 얼마뒤에 스캔들도 터지고 막 그랬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도 아주 특별한 드라마에 심은하가 출연을 하더군요.. "M"이라는 드라마였는데 말이죠.. 낙태로 인해 아이의 영혼이 빙의된 한 여자(심은하)가 주변의 인물들에게 복수하는 공포 스릴러 드라마였던걸로 기억합니다.. 그 주제곡이 지금도 가물거리네요.. 날카로운 고음으로 난 널 몰라아아아라고 했던가요, 그당시 상당히 특이한 구성이었고 스캔들로 인해 한순간에 사라져버릴 수도 있었던 심은하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켜준 새로운 방식의 드라마였던 것 같습니다.. 이러니 꼭 연애기자같구마는, 하여튼 그시절 그 드라마가 안겨준 충격은 제법 대단했던 것 같습니다.. 낙태라는 반인륜적 행위의 사회적 정당성에 대한 경고와 일종의 고발의 의미가 담겨 있었으니 말이죠.. 근데 이 기억이 맞긴 한거야,

 

    한때 제약회사에서 몇년간 근무를 했던 저의 입장에서 이런 원치 않는 임신이나 불임에 따른 여성들의 고통과 어쩔 수 없는 선택의 딜레마에 대해 제법 경험을 해 본 바가 있습니다.. 특히나 불임여성이 안고 가는 정신적 스트레스는 일반인이 감응하기 어려울 정도의 엄청난 무게의 중압감에 시달리며 아이를 원하시는 것도 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원치 않은 임신에 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임신중절수술의 시행이었던거죠.. 상황이 여의치 않은 부분과 일반적인 딜레마에서 선택한 젊은 남녀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나 자신들의 이기적 권리에 기인한 결정들이 대다수였던 기억이 납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여성분들의 문제가 아니라 전적으로 남성들의 문제라는 부분을 인식한 바가 있습니다.. 수많은 의사분들의 판단 역시 여성 자체의 결정보다는 남성들의 강제성과 몰지각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은 바가 있습니다.. 무척 민감한 부분이라 구체적으로 언급하긴 어렵지만 결과적으로 젊은 치기의 실수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큰 상처로 되돌아올 수 밖에 없는 아픔이니 부디 젊은이들이여, 피임합시다.. 결혼하고 아이를 원하는게 아니라면..

 

    서두가 무척 길군요, 이번에 읽게 된 작품이 이런 내용들이 담겨있는 소설입니다.. 다카노 가즈아키가 돌아왔습니다.. "제노사이드"로 일본판 스릴러의 토네이도로 장르계를 한번 휘저어주신 후에 조금은 일반적이면서도 사회적 이슈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줄 요량으로 생명이라는 인륜적 욕망을 근거로 공포스러운 미스터리 스릴러소설을 만들어 주셨네요.. "K.N의 비밀"이라는 작품인데 말이죠.. 제법 재미집니다.. 읽는 동안 계속 심은하의 "M"이 수시로 떠오르긴 했지만 그래도 상당히 즐거운 독서의 느낌을 안겨주긴 합디다..

 

    가즈미와 슈헤이는 신혼부부입니다.. 슈헤이는 현재 떠오르는 신예작가이죠.. 집필한 작품이 제법 잘나가서 허접한 신혼살림집에서 대출끼고 큰 맨션으로 이사도 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앞날에 찬란한 빛만 있을거로 생각하죠.. 그리고 사랑을 나눕니다.. 아직 이들은 아이를 원하지 않았지만 가즈미는 임신을 하게 되죠.. 슈헤이는 현재의 자신들의 삶과 아이로 인한 경제적 곤궁등을 이유로 가즈미에게 임신중절을 요구하고 가즈미는 마음 한구석에서는 원치 않지만 슈헤이의 의견을 따르기로 합니다.. 그리고 임신중절수술을 받기로 한 날 가즈미는 엄청난 비명소리와 함께 정신을 놓아버립니다.. 그리곤 그녀의 정신속으로 공포스러운 무엇인가가 스며들게 되죠.. 슈헤이는 그런 가즈미의 증상에 대한 정신병적 해결을 위해 이소가이에게 정신적 치료를 요구하게 되고 이들은 가즈미속에 깃든 공포스러운 그 무엇인가에 대해 진실을 밝혀나가게 됩니다..

 

    그러니까 저같은 경우의 성인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공감을 하게 되는 내용입니다.. 특히나 실질적인 경험이 있는 직업종사자로서 그들의 아픔과 고통과 이기적 행위와 일반적으로 무덤덤하게 시행되는 임신중절수술에 대한 사회적 의료관행에 대해서도 제법 인식을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런 낙태의 사회적 문제점은 비단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도 마찬가지로 시행이 되는군요.. 물론 영미권역에서도 불법낙태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주제로 많은 미디어에서 보여주고 있는 바 크게 다르진 않을 듯 싶네요.. 그만큼 낙태에 대한 사회적 문제는 갑자기 생겨난 이슈는 아닌거지요.. 그런 의미에서 상당히 공포스러운 감각을 이용하여 스릴러적 미스터리를 잘소화한 다카노 가즈아키의 필력은 나쁘지 않습니다.. 일종의 해리성 장애라 일컬어지는 다중인격에 관한 이야기의 전개도 상당히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미신론적 영혼의 빙의현상과 맞물려 어색하지않게 잘 표현해낸 듯 싶습니다.. 다카노 가즈아키의 작품을 읽어보신 분들은 대부분 인식하시겠지만 그의 작품은 눈으로 머리로 그려내기에 어려움이 없어서 그만큼 이해도가 높습니다.. 그러다보니 페이지터닝이 빠를 수 밖에 없구요, 아무래도 작가의 영화적 감성이 바탕에 깔려 있어서 그런 듯 싶습니다.

 

    근데 제가 "제노사이드"를 봐서 그럴까요, 조금은 약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뭐 소설 자체가 짧기도 하고 간단한 이야기적 흐름이라서 그러기도 하거니와 인물들의 구성과 과거의 진실에 대한 내막도 딱히 미스터리적인 감성은 아니었구요, 공포스러운 감각은 중간중간 제법 큰 힘을 드러내지만 전반적으로 이어지지를 않더군요.. 이야기의 흐름도 나쁘진 않습니다.. 간단한 인물적 구도로 벌어지는 주변의 이야기인지라 그러려니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가즈미의 시점이 주체가 되어 상황을 끌고 나갔더라면 더욱 흥미진진한 구도가 되었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모든 집중은 가즈미에게 촛점이 맞춰져 있는데 이야기는 치료를 위한 행위와 그녀를 지켜보는 남편의 입장이 주가 되어버렸으니까요.. 뭐 그래도 재미있었습니다.. 다카노 가즈아키의 기본적 스릴러의 대중적 감성은 여전하더라구요.. 잘 읽힙니다.. 그리고 이 작품은 남들 다 잘때 혼자서 스탠드 하나 켜놓고 읽으면 딱입니다.. 서늘한 공포와 소름이 쫘악, 아마도 잠들기 무서울지도..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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