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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IN ㅣ 레드 문 클럽 Red Moon Club
기리노 나쓰오 지음, 권일영 옮김 / 살림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인간이 가지는 사랑이라는 감정은 참 숭고하고도 저주스러운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사랑으로 인해 행복과 불행과 고통과 환희가 공존하는 경우가 대다수니까 말이죠.. 또한 인간에 따라 차이는 있을지라도 사랑이라는 감정의 유효성과 한계점이 더욱더 사랑의 아름다운 참담함에 일조를 하는 듯 싶기도 합니다.. 사랑은 늘 쌍방입니다.. 교차되는거죠..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살아가는 인간은 거의 없죠.. 누군가를, 누군가에게서 사랑을 받고 주고 함께하고자 합니다.. 그게 인간의 본성이고 함께하는 공유적 삶의 기본 바탕이죠.. 하지만 위에서도 말한 바처럼 사랑은 언제나 극과 극이 공존하는 방식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아름다움 뒤에는 환멸과 고통과 저주와 포기가 공존하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인간은 영원하지 못한 사랑의 잔재를 어떻게든 지워버릴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 듯 합니다.. 늘 그렇듯 시간이 해결해줄까요,
연애 말살이라는 개념을 붙였길래 도대체 무슨 말인가 싶었습니다.. 말살이라하믄 뭔가 싸그리 지워버려 없애버린다는 개념인 듯 싶은데 국사시간에 일본의 식민지 정책에서 들어본 바가 있습니다.. 그런 의미로다가 말살인데 연애에 대한 말살이라, 궁금하더군요.. 거기에다 기리노 나쓰오여사가 보여주는 말살이라하면 뭔가 일반적인 시선에서 보여지는 의미와는 다른 극단적이면서 파괴적인 느낌이 더 다가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요.. 뭔가 일반적이진 않겠구나라는 생각으로 책을 펼쳐보는거지요.. 잘은 모르지만 일단은 기리노 나쓰오 아줌마의 그로테스크한 인간적 욕망의 사회적 부적응적 모습을 심도깊게 그려내는 뭔가가 있을꺼라는 생각 말입니다..
스즈키 다마키라는 여성작가가 주인공입니다.. 그녀는 "인"이라는 제목으로 연재소설을 집필하고 있죠.. 소설의 내용은 일종의 연애의 감정이나 연애후에 남은 사랑의 찌꺼기를 말살하고자하는 그런 내용입니다.. 그녀는 1년전까지 아베 세이지라는 출판사 편집인과 불륜의 관계에 있었지만 현재는 헤어지고 그 연애의 감정에서 헤어나오려고 하는 중입니다.. 그런 그녀의 개인적 감정이 현재의 "인"이라는 소설의 바탕이 되는거죠.. 그리고 그 소설의 집필하는 과정에서 중심이 되었는 한 소설작품과 작가의 입장을 빌어옵니다.. 미도리카와 미키오라는 작가가 집필한 무쿠비토라는 작품을 중심으로 다마키의 소설은 진행이 되죠.. 무쿠비토라는 작품은 한 유명소설가가 자신의 과거의 불륜에 대해 현실에 존재하는 실제 인물의 진실을 중심으로 소설적 허구를 가미한 작품이죠.. 무쿠비토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현존하거나 실재했던 인물들입니다.. 하지만 소설의 내용은 아주 파렴치스러운 불륜의 연애행각의 밑바닥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죠.. 그리고 이 소설에서 등장하는 O코라는 불륜의 대상인 여인에 대한 호기심으로 소설은 진행됩니다.. 다마키는 자신과 일종의 동질성이 부여된 여인 O코를 찾아 연애에 대한 말살이 어떤 것인지 알아보려고 합니다.. 자신의 불륜에대한 말살까지 포함하고자 하죠.. 그 대상인 아베 세이지를 비롯해서 말입니다.. 과연 스즈키 다마키는 이 모든 말살을 이뤄낼 수 있을까요,
사실 기리노 나쓰오가 보여주는 연애말살이 도대체 뭘까,라는 다소 생소함으로 시작했더랬죠.. 그런데 마무리를 하고나니 기리노 나쓰오의 느낌이 일반화가 되어버린 느낌도 납니다.. 처음 시작지점에서 기리노스러운 연애말살은 어떤 것일까 싶었던 호기심은 읽어내려오는 동안 일종의 대중적 동질성이 부여된 연애의 감정에 대한 평의성이 더 두드러지게 되더라는거죠.. 연애말살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의 생소함이 기리노 나쓰오와 시너지로서 부각되었지만 결국 읽은 후에 느껴지는 것은 사랑후에 남아있는 감정의 잔재를 어떻게 해야할 지에 대한 인간적이고 여성적인 관점의 심리를 있는 그대로 살아가는 생활속의 사랑의 유효성과 그 끝점을 일반적으로 보여주는 듯 싶었습니다..
이 점은 어떻게 보면 기리노 나쓰오의 기존 소설에서 보여주었던 장르적 파괴력을 기대했던 독자들에게는 배신으로 다가올 수도 있을테구요.. 아님 그동안 기리노 아줌마의 그로테스크한 극단스러움에 눈살을 찌푸리시던 독자님들에게는 또다른 즐거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저의 경우에는 전자의 입장이 커서 그런지 제법 싱거움으로 마무리를 하게 되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기리노 아줌마가 "OUT"이라는 작품으로 기존의 자신의 이미지를 심어준 계기가 된 작품과는 분명히 대치적인 입장으로 집필의도를 가지신 듯 싶습니다.. 자신은 이제 그로테스크 기리노로 불리우기 싫다라는 그런 감정 말이지요.. 소설가로서 자신의 이미지가 하나의 장르적 취향으로 국한되어 버리는 점에 대한 반대적 의도가 분명이 있었던 듯 싶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시작점에서부터 이런 기리노적 감수성과 이전 장르적 극단성이 배제된 일종의 순문학적 기능이 돋보이는 작품으로서 작품을 읽어내려가신다면 제법 운치있는 작품의 독서를 맛보실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렇지 못했기에 아쉽습니다만 중후반의 소설속 다마키가 보여주는 일반적인 감정적 묘사는 제법 공감이 가기에 충분하고 무쿠비토와 관련된 이야기들도 독자의 집중도를 높여주는데 부족함이 없기는 합니다.. 단지 기리노라서 어색할 뿐인거죠.. 부디 기리노 나쓰오라고 해서 미리 선입견을 가지고 보시지 마시기를 바라고 편안함을 전제로 읽어보신다면 무던한 독서가 되실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기리노 아줌마가 편해졌어요... 땡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