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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 그래닛 ㅣ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8
스튜어트 맥브라이드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제가 자주 써먹는 말중에 어떤 소설을 읽을때 그 소설의 내용에 공감하는 현실적 상황들이 자주 등장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며칠전 주말이 특히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들더군요.. 봄기운이 만연하고 꽃바람이 콧구녕속으로 마구 흘러들어오는 시점에 갑자기 찾아든 비바람의 느낌이 영국의 차디찬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게 제가 읽고 있는 소설이랑 아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중충한 날씨에 하늘은 시꺼멓고 뭔가 안좋은 일이 벌어질 것 같은 그런 찹찹한 느낌 말입니다.. 찹찹한 돌바닥 위에 드러누워 있는 느낌 같은 그런 날씨 말입니다.. 제가 읽는 소설이 그런 날씨를 보여주는 스코틀랜드의 애버딘을 소재로 한 소설이라는겁니다..
소설을 읽다보면 그 배경이 되는 지역의 특색이나 상황이 중요한 소재가 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디다.. 이 작품은 특히 더 그렇더군요.. 오죽하면 제목 마저 영국 스코틀랜드의 한 도시인 애버딘을 칭하는 그래닛 시티를 빗댄 "콜드 그래닛"이겠습니까, 시간적 배경도 겨울이다 보니 아주 찹찹한 돌바닥 느낌이 강렬합니다.. 그동안 애버딘하면 축구를 초큼 좋아라하는 저로서는 울 지성이가 몸담았던 맨유의 퍼거슨 영감이 맨유로 오기전에 감독을 하던, 그 옛날 체크카라 치마를 입고 얼굴에 분칠하고 넓적한 칼을 휘두르며 미친듯이 달려들며 프리덤을 외치던 용감한 심장을 가진 멜 깁슨이 생각나는 지역 정도로만 여겼더랬습니다.. 기성용이 셀틱에서 활약하던 스코티쉬리그 시절에도 눈에는 셀틱만 들어오더군요.. 하여튼 그런 애버딘이라는 도시를 이번에 나름 파악해보았네요.. 나쁘지 않은 곳이군요.. 스튜어트 맥브라이드 작가의 마지막 말처럼 그렇게 나빠보이질 않습니다.. 믿어드릴께요
"로건 맥레이"라는 경사가 주인공입니다.. 시리즈입죠.. 그 1편입니다.. 애버딘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크라임스릴러입니다.. 시작은 이러합니다.. 로건 맥레이는 그동안 사건 해결과 함께 당한 부상을 치료한 후 새로이 사건에 투입이 됩니다만 이 사건이 아동 연쇄살인사건의 기미가 보입니다.. 아이가 살해된 후 유기되고 뒤늦게 발견이 된거지요.. 본디 로건의 사건은 아니지만 새로 투입되기전에 담당을 맡게 된지라 어쩔 수 없이 이 사건의 책임자인 인치 경위와 함께 사건을 담당하게 됩니다.. 그리고 또다시 아이의 실종사건이 벌어지게 되죠.. 지역언론에서는 아동 살인사건에 대해 대서특필로 지역민들의 마음을 공포에 몰아넣게 되고 아이가 실종되면 곧바로 연쇄살인사건으로 파악을 해버리게 됩니다.. 도대체 경찰이라는 족속들은 아이들이 실종되고 살해될 동안 뭐하느라 범인을 찾아내지 못하느냐라는 거지요.. 잘하면 본전이고 못하면 세상에 둘도 없는 나쁜 넘 취급을 받는게 경찰들이라는거지요.. 참 경찰하기 힘들겠습니다.. 영국의 북쪽 끝자락에 위치한 거의 우리로서는 평생 한번 사회과부도외에는 쳐다보지도 않을 지역에서 살아가는 인간들도 우리네 경찰들이랑 별반 다르지 않나보네요.. 하여튼 이러저러하게 꼬이고 꼬이는 사건들을 로건 맥레이가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지 한번 읽어보세요.. 아주 감칠맛나는게 좋네요.. 전 그렇습디다..
한마디로 제가 경찰을 한다면 이런 사람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주 현실적이고 일반적인 경찰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말씀드린대로 사회과부도에서나 봄직한 천리만리 떨어진 서양에서도 끄트머리의 지역에 위치한 애버딘이라는 생소한 지역에 사는 인생들인데도 참 비슷합니다.. 아니 그냥 너무 자연스럽고 꼼꼼하게 경찰의 일상을 보여주고 있는 터라 읽는 내내 즐겁기만 하더군요.. 사건의 모습들이 보여지기에는 아주 극단적인 소아성애자나 아동 연쇄살인범의 사건들로 덮여 있는 듯 싶지만 그 내막속으로 들어가 하나하나 끄집어내보면 우리의 모습입디다.. 비록 상당히 잔인한 소재로 무장을 하고 스릴러의 조건을 받아들이고는 있지만 그 흐름은 그렇게 눈살 찌푸린 정도의 충격은 없다는거지요.. 그게 아마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로건 맥레이라는 주인공은 너무나 현실적이고 일반적이고 소심하지만 대단히 정열적인 형사입니다.. 그리고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는게 아니라는 절대적 진리를 제대로 실천하는 인물이기도 하지요.. 여느 시리즈의 카리스마 넘치는 그런 대단하면서도 고독하고 근접하기 힘든 영웅적 주인공과는 초큼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이 로건 맥레이라는 인물에 대한 즐거움은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아주 친구같고 형제같고 나같은 공감을 만들어주는 그런 인물로 보여집니다.. 이런 인물이 만들어지기에는 주변에 주인공을 받쳐주는 인물들의 모습도 역시 중요하겠죠.. 로건의 상사로 나오는 인치경위나 왓슨 순경의 경우가 이런 로건스러움을 제대로 만들어주었던 것 같습니다.. 소소한 재미가 순간순간 묻어납니다..
"콜드 그래닛"속에 드러나는 사건들은 상당히 많습니다.. 아동과 관련된 사건부터 시작해서 연쇄 성폭행범의 재판, 지역적 언론의 공격성 폭로와 이로 인해 벌어지는 대중적 공포감이나 상황적 딜레마가 골고루 작품속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또한 지역 조폭사건들과 연계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내막들도 아주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구요.. 이 작품이 거의 처녀작에 가까운 듯 한데 이렇게 잘 정돈된 작품적 내용을 만들어낸 스튜어트씨는 상당한 재능을 가진 스릴러 작가님이 아니신가 싶을 정도입니다.. 일반적인 스릴러 소설에서 사건이 흘러가는 단순한 구조가 아닌 말씀드린대로 일반적이고 현실적인 사건의 처리과정과 해결의 모습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독자의 머리속으로 스며들게 만들어주는게 좋더군요..
솔직히 꽤나 두껍습니다.. 하지만 어두운 소재와 지리적 배경의 음울함과 차가움속에서도 절대로 빛을 잃지 않은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모습의 즐거움까지 겸비한 이 소설은 저에게는 전혀 지겹지 않더군요.. 잔인하고 무섭고 파괴적인 소재의 내용들이고 상황적 불쾌감이 가득한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로건 맥레이가 보여주는 소소한 즐거움은 그러한 크라임 스릴러의 소재를 중화시켜주는 아주 강렬한 매력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앞으로 출시된 로건 맥레이 시리즈는 저에게 또다른 기대를 주기에 충분한 듯 싶습니다.. 땡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