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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립트 ㅣ 스토리콜렉터 15
아르노 슈트로벨 지음, 박계수 옮김 / 북로드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집착이라는 개념은 상당히 장르적 감성에 유효한 주제가 될 수 있죠.. 특히나 미저리같은 형식의 광기어린 집착은 아주 긴장감 넘치는 재료이기도 합니다.. 인간이기에 가능한 집착욕은 아주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굳이 소설이나 미디어적 텍스트를 떠나서라도 현실세계속에서도 충분히 그러한 모습들을 접하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자유롭지 못한 인간의 삶과 사회적 굴레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라서 그런지도 모를 일이죠.. 저 역시도 이러한 집착욕이 전혀 없다고는 말을 못하겠습니다만 언제나 문제를 일으키는 이들은 소시오패스나 사이코패스의 양상을 띄는 그런 사회적 부적응자들인거죠.. 우리동네에 이런 애들이 너무나 많이 널려있다는게 무서운겁니다...
상당히 자극적인 도입부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인간의 피부인 것처럼 보이는 가죽에 소설을 써서 소포로 니나라는 학생에게 보내지는거죠.. 언듯 돼지가죽처럼 보이지만 아무래도 인간의 등짝인 것입니다.. 이렇게 사건은 시작됩니다.. 형사 에르트만과 마티센은 현재 실종중인 함부르크 지역 대형신문사 사주의 딸인 하이켄 클렌캠프의 수사를 맡고 있지만 아무래도 소포로 확인된 인간의 피부가 하이켄의 등짝인 것으로 보입니다.. 똑같은 문신이 보여졌다는 거죠.. 그렇게 사건은 시작과 동시에 숨가쁘게 흘러갑니다.. 단서를 찾아나서는 이들에게 알려진 진실중 하나는 이러한 행위가 한 소설가의 소설속에 등장하는 이야기와 동일하는 것이죠.. 크리스토프 얀이라는 작가의 작품인 "스크립트"와 거의 동일한 방식으로 사건이 진행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소설가는 4년전 쾰른에서 자신의 소설 밤의 화가라는 작품을 모방하여 살인을 저지른 살인마로 인해 큰 인기를 얻은 바가 있습니다. 그 살인마는 여전히 잡히지 않은 상태인거죠.. 그러니 이번 살인사건과 4년전 수법은 거의 동일합니다.. 소설가가 자신의 작품을 팔기 위해서 살인을 저지르는 사이코패스적 행동을 했을까요, 아님 또다른 이익을 보는 누군가가 저지른 일일까요, 4년전 드러난 사건의 외면처럼 작가의 작품을 사랑해 마지않은 독자의 누군가가 작품에 헌사하는 미친 짓거리를 저지른 일일까요... 아님 전혀 예상밖의 인물,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소설의 이야기적 둘레도 이쪽저쪽 마구 쑤셔대지 않습니다.. 몇몇의 인물의 동선에 바운더리를 쳐놓고 그 속에서 와따가따하면서 진실을 밝혀내는 이야기라서 크게 어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으시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이 소설의 진실을 밝혀내는 부분은 그닥 흥미롭지가 않습니다.. 이 소설의 재미는 살인마가 행하는 살인의 행위와 모방적 의식에 있다고 보시면 될 듯 싶습니다.. 집착이라는 관점에서 행할 수 있는 아주 지독하고 잔인하고 무서운 범죄행위인 것이죠.. 누군가가 한 소설가가 상상으로 집필한 작품의 내용을 똑같이 모방을 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충분한 장르적 감성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합니다..
이런 살인범의 엽기적 행위를 제외하고 나면 크게 부각되거나 흥미를 끄는 부분은 그닥 많지가 않습니다.. 소설의 진행상 형사들의 단서찾기가 속도감과 맞물려서 독자들을 깊이 빠져들게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몇몇의 인물들의 용의적 행동들 외에는 깊게 생각할 필요가 없을 뿐더러 그 용의자들도 몇명되질 않습니다.. 게다가 중심적 주제가 소설가을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소설가에만 촛점을 맞춰놓고 보면 그닥 어려운 진실찾기도 아니구요.. 또한 조금씩 파트너쉽을 찾아나가는 형사들의 용의자들을 탐색하고 단서를 찾는 모습도 딱히 프로적 냄새가 마구 풍기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재미없지는 않습니다.. 장점이자 단점으로 느껴지는 것이 이 작품은 묘사적 방법에 대한 장광설이 소설속 얀의 소설이야기도 나오지만 실제로 이 소설 속의 묘사는 그닥 많지가 않습니다.. 아무래도 작가의 의도가 있지 싶긴 합니다.. 묘사가 길어지면 독자는 지치기 마련이니까요.. 그래서 대체적으로 이야기의 흐름에 집중하고 있죠.. 그렇다보니 재미는 있지만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 수 밖에 없기도 하구요..
어차피 잔인한 주제와 잔인한 도구를 가진 작품이니 살인자의 행위적 부분에 대한 묘사의 부각적 측면이나 인질로 잡힌 여인들에 대한 과감한 심리와 상황적 묘사를 더 보여주었더라면 더 얼굴 찌푸릴 수 있는 장르적 감성의 충만감을 독자들에게 선보여주실 수 있으셨으리라 생각하는데 시도는 좋았으나 마무리는 허했다는 생각입니다.. 제가 잔인하다, 변태적이라 해도 할 말은 없습니다만 애초에 인간의 등짝을 잘라서 책으로 사용하고자 한 의도였다면 나름의 잔인적 광기를 제대로 보여주었더라면 하는 것이죠.. 또한 이 소설의 한 줄기인 에르트만과 마티센의 콤비플레이와 함께 경찰내부의 슈토어만이라는 상사와의 불협화음에 대한 부분 역시 상당히 어정쩡합니다.. 어설픈 복수심과 개운치 못한 정의감의 마무리는 조금 웃긴 퍼포먼스 정도로 밖에는 생각이 안들더군요..
저쪽 독일이라는 동네에서도 상당한 장르적 감성이 잘 쏴라인네~라고 할 정도로 요즘 국내에서 독일의 장르문학들이 나름 베스트셀러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제가 좋아라하는 넬레 "소세지" 노이하우스 아줌마가 있으시죠.. 일반적 대중적 취향이 가득한 영미권의 스릴러소설과는 조금은 느낌이 다르고 보다 파격적이면서 장르적 카타르시스가 더 진하게 작용하는 곳이 아마도 북유럽의 현재 스릴러의 감성이 아닌가 싶습니다.. 뭐 옛날에는 국내에서 저는 많이 못봤으니 현재라고 할 수 밖에 없지만서도요.. 내가 뭘 아나, 아님 마는겁니다.. 하여튼 괜찮습니다.. 이 작품보다 더 나쁘거나 나은 작품도 있겠지만서도 이 정도면 욕먹지는 않겠습니다.. 전 그러네요... 땡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