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암여고 탐정단 : 방과 후의 미스터리 블랙 로맨스 클럽
박하익 지음 / 황금가지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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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나 기억속에 등장하는 학교생활의 중심은 고등학교때가 아니겠습니까, 아마도 자아라는 인식이 제대로 또아리를 틀고 나만의 삶에 대한 기본적 바탕이 서서히 자리잡는 시기라서 그러했는지는 몰라도 중학교때까지는 질풍노도의 시기이기는 했겠지만 여전히 어린 감성이 있었던 것 같고 고등학교를 올라가면서 조금씩 나만의 무엇들이 슬며시 그리고 강하게 파고들면서 친구라는 존재들의 가치가 그 어느때보다도 깊게 다가서는 시기였을거라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어떻게 보면 대학생활의 버라이어티함이 더 강하게 기억속에 남아야되는데 다람쥐 쳇바퀴 돌 듯 3년 내내 입시위주의 강제적 교육에 길들어지고 따분한 생활이었을 그 시절이 왜일케 기억속에 남아있는걸까요, 돌이켜보면 정확하게 그 시절이 떠오르는걸 보니 괜히 즐겁고 웃음이 절로 나기도 하고 어떤 순간에는 치를 떨 정도의 분노와 아픔을 느끼기도 합니다.. 하기사 모든 친구중에서 여전히 얼굴보며 만나는 친구중 유난히 즐겁게 다가가는 친구들 역시 고딩때의 불건전한(?) 친구들이니까 말이죠.. 전 왜 일케 고딩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 걸까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제가 학교를 다닐때는 이런 부류의 아이들을 겪어보진 못했습니다.. 미스터리 동아리같은 개념 자체가 없었기도 했거니와 사실 저희가 다닐때에는 무슨 아이들의 모임 같은 것 자체가 일종의 불온한 행위였기에 인정해주질 않았죠..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학교내 동아리라고 해봐야 보이스카웃이나 적십자, 방송반 등 아주 범생스러운 HR활동등에 국한되어 있었드랬죠.. 요즘이랑 많이 다르죠.. 그래서 더 재미지게 읽었네요.. 이렇게 대놓고 학교내의 사건사고를 머리 들이밀고 나서서 형사 행세를 하는 모양새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학교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더 조으네요.. 힘들다, 힘들다해도 아저씨가 볼때는 너거들이 부럽다..

 

    일단 학생은 공부를 해야됩니다.. 방과 후에는 뭐 하든 말든 상관이 없긴하지요.. 하지만 학교내에서는 일단 공부가 우선이겠죠.. 그래서 제목도 "선암여고 탐정단 - 방과 후의 미스터리"라고 되어 있는 듯 합니다.. 아님 말구요, 위에 말씀드린바대로 선암여고라는 배경을 가진 학교내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중심으로 미스터리 동아리의 다섯 여고생이 사건을 풀어내는 이야기입니다.. 그중에서도 어중간하게 선암여고 미스터리 탐정단에 발을 들여놓게된 안채율이라는 아주 공부 잘하는 여고생이 주인공입죠.. 그녀는 이란성 쌍둥이입니다.. 쌍둥이 오빠는 천재로 각광받고 미국 유학중에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아이입니다.. 얘네들 나이가 이제 갓 열 여섯이 되었다죠, 아마.. 채율이는 오빠인 채준이에 못미치는 일반적 범생의 느낌이네요.. 물론 오빠와 비교해서는 그렇다는 말입니다.. 외고 입시에서 1등으로 낙방하게 되면서 향후 유학을 떠나기전 임시로 선암여고에 적을 두고 학교생활을 지루하게 하고 있는 와중에 어느 변태에게 자신의 팔목을 물리게 되면서 미스터리 탐정단의 일원으로 향후 엄청난 활약을 펼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뵨태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총 다섯 편의 연작 미스터리가 이어집니다.. 모든 이야기의 구성이 선암여고라는 공간속에서 벌어지고 이어지는 이야기들입죠.. 시작은 아주 가볍고 유쾌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모든 이야기들의 진실을 파고들때쯤이면 상당히 심각해지게 됩니다.. 모든 이야기들이 대체적으로 그렇습니다.. 단순하게 코지 미스터리 형식으로 일상 생활의 알콩달콩한 이야기를 미스터리로 풀어냈다고 생각하기에는 요즘 학교들속에 묻어있는 무게가 만만찮다는 사실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특히나 여고라는 공간속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들을 일반 남고나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남성적 느낌과는 사뭇 다르죠.. 소설속에서도 다뤄지지만 오히려 여고속의 감성들이 더욱 잔인하고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겁니다.. 게다가 언제나 그렇듯 여고에서 남자 선생님에 대한 존경과 사랑과 배신과 소문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죠.. 특히나 잘생기고 혼자 인 슨생님은 거의 수천만번을 던진 다트처럼 너덜너덜해지기도 한다죠, 아마.. 전 남고를 다녀서 정확히는 모르지만 그렇다고들 합디다..

 

    중년의 유부 아저씨로서 보면 딱히 재미질 것도 없어보이는 여고생들의 좌충우돌 미스터리 탐정기이겠으나  읽는 내내 즐겁고 때로는 착찹하게 집중했습니다.. 이 소설의 연작은 1년이라는 시간동안 안채율이라는 아이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를 연작 단편속에서 조금씩 바통을 이어받아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렇게 마지막 연작을 끝내고는 1년이라는 시간이 흘러버리는거죠.. 앞으로도 이 시리즈가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네요.. 특히나 마지막 편인 하연준 슨생과 관련된 이야기는 상당히 재미지게 봤습니다.. 시작부터 아주 뭔가 카리스마와 함께 나쁜 남자처럼 보여지는 하연준이라는 교사의 이야기가 연작 내내 바탕에 깔려 있는 부분이 개인적으로는 집중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안채율과 하연준 슨생과 미스터리 탐정단의 미도를 비롯한 여고딩들의 활약들이 이어지면 좋겠다는 바램이 살짝 들더군요..

 

    가볍게 펼쳐 들었지만 그 무게감이 만만찮은 느낌은 아마도 박하익이라는 작가의 역량이 기저에 깔려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전 박하익 작가의 전작인 "종료되었습니다"라는 작품을 무척이나 재미지고 충격적으로 읽었던터라 일단 이미지가 좋은 면도 있었을겁니다.. 전작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지만 이 "선암여고 탐정단 - 방과 후 미스터리"라는 작품도 충분히 즐겁고 나름의 미스터리와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교육의 현실도 충분히 잘 살려낸 작품으로 개인적으로는 사랑을 받았으면 싶네요..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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