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영원히 계속되면
누마타 마호카루 지음, 민경욱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헐" 이라는 용어가 있죠.. 인터넷상의 용어였지만 이제는 일상생활에서 통용되는 일종의 감탄사인데 말이죠.. 제 생각입니다만 저희 세대(저는 몇살일까요)를 기점으로 웃세대분들께서는 이 단어를 이용하시기에는 약간 어색하실 경향을 가지실테고 저희 세대 밑으로는 거의 일반적인 통용어인거죠.. 그런데 이 "헐"이라는 감탄사의 의미가 단순하게 한가지로만 이루어진게 아니라는 사실은 아실겝니다.. 뭔가 당황스럽고 순간적인 멘붕의 상태가 일시적으로 진행이 될때 뭔가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기 어려울때 쏟아지는 많은 감정을 하나의 단어로 표현한 것이지요.. 기쁠때도 있을테고 황당하고 당황스러운 상황이나 놀라고 화나고 상황적 대처가 불가능할때에도 이 단어를 쓰곤 합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저희 세대들을 기준으로 잡다보니 전 이 단어를 쉽게 사용하진 못합니다.. 상당히 어색한 단어입죠.. 하지만 저희 딸아이는 이제 초딩 2학년임에도 불구하고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사용을 합디다.. 근데 왜 이 단어가 독후감을 작성하는 상황에서 튀어나오게 된 걸까요, 아래에 내보일 이 작품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이 단어보다 나은 느낌은 없는 듯 해서 말이죠.. 헐~! 

 

  상당히 헐스러운 이 작품의 제목은 "9월이 영원히 계속되면"이라는 일본 미스터리소설입니다.. 일본에서 주는 호러, 서스펜스 대상이라는 것도 받은 작품입니다.. 그러니 뭔가 섬짓하고 섬뜩하고 섬섬옥수같은 허여멀건한 손이 스멀스멀 소름돋은 육체의 밑바닥에서 훑고 올라오는 그런 느낌일까나요, 아님 그만이구요.. 개인적으로는 그런 느낌이 다분한 작품이라고 말씀드리고는 싶습니다.. 어떤 내용이냐면 좀 골치가 아픈 가정사가 중심이 되는데 말이죠.. 일단 사치코는 이혼녀입니다.. 그리고 고3짜리 아들 하나를 두고 있습니다.. 이 아들의 이름이 후미히코입니다.. 상당히 중요한 모자입니다.. 주인공입죠.. 사치코는 현재 운전교습소의 슨생인 사이다군과 사귀고 있습니다.. 돌싱이니 불륜 이런 관계는 아니지만 알고보면 아주 찝찝한 관계입니다.. 그 이유인즉슨 사이다는 사치코의 전남편인 유이치로의 현부인 아사미의 딸 후유코(15세 정도?)를 좋아라하는 남자입니다(이해 되셨나요,).. 근데 사치코와 관계를 가지고 있는거죠.. 하여튼 이런 관계를 시작으로 소설은 뭔가를 찝찝하게 펼쳐나가게 됩니다.. 그리고 저녁에 쓰레기를 버리러나간 아들 후미히코는 추운 날씨에 맨발에 삼선쓰레빠 하나만 달랑 신고서 사라집니다.. 갑자기 사라진 아들의 실종에 사치코는 어찌할 바를 모르는거죠.. 그리고 실종 다음날 아침 자신과 관계를 가지고 있는 사이다가 전철역에서 죽음을 당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그 자리에는 후유코가 있었던거죠.. 아, 뭔가 찝찝해보이던 관계가 게름칙한 끈적거림으로 변해가기 시작하는 느낌이 듭니다.. 후미히코의 실종과 사이다의 죽음은 어떤 연관관계가 있을까요, 후유코는 이들의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한 것일까요, 그리고 인간이기에 만들어내는 어두운 이면의 아픔과 고통과 공포와 광기와 애증들이 조금씩 그 실체를 드러내게 됩니다..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헐~스러운 상황의 연출인게지요.. 아주 헐~스러운 찝찝함입니다...암요, 이 말을 곡해하시지는 마시길 바랍니다.. 이 작품 무척이나 재미진 작품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감정적 공감은 전혀 별개의 문제인거지요..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이런저런 기가막힌 일들이 얼매나 많습니까, 정말 뻘스러운 일들이 지천에 널렸고 하루하루의 신문들도 밥먹고 살게 만들어주는 우리네 인생사이니만큼 이 작품도 딱히 먼나라 이야기는 아닐겝니다.. 쉬쉬하고 말지만 어느곳에서나 벌어질 수 있는 그런 일들인게지요.. 지저분한 가정사야 널리고 널렸으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이 지저분한 가정사가 얽히고 섥히고 꼬이고 묶이고 광기같은 정신질환적 형태로 표현되어진다면 이건 별개의 문제라고 보고 싶군요.. 그래서 헐~이라고 밖에 할 말이 없는겁니다.. 어떻게 보면 이들은 한가족으로 보여지기도 합니다.. 한 아버지가 중심이 되는 구도이니 말이죠.. 그리고 이혼녀와 혼인녀의 자식들이 등장하는거지요..물론 부인들도 당사자들이긴 합니다.. 이들에게서 벌어지는 일들이 참으로 헐~, 뻘짓스럽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이중적 잣대를 둘 수 밖에 없는겁니다.. 소설적 재미면에서는 미스터리적 취향과 감성적 서스펜스의 느낌이 무척이나 좋습니다.. 상당히 선정적인 면 또한 전체적 감성에 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가독성은 뛰어난 작품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안겨주는 상황적 구도와 가정적 연결고리들의 황당스러운 역학적 관계는 도저히 받아들이기가 어렵군요.. 무엇보다 유이치로라는 한 남자의 모습이 제대로 그려지지 못한 듯 해서 그들의 모습을 이해해내기가 어려웠습니다.. 이 한남자로 인해서 두 여자사람 아줌마들(사치코, 아사미)는 수동적인 구도밖에 표출될 수 없는 그런 모습들이었거덩요.. 그러니까 전 헐~하면서도 답답한거죠.. 어떻게 보면 충격적으로 드러나는 반전적 상황이 상당히 억지스러운 연결이 아닌가 싶기도하고 말이죠.. 뭐 그럴수도 있겠다 싶긴하지만 이거슨 어디까지나 머리로는 끄덕여지지만 가슴으로는 고개가 절레절레~.. 제가 보수적인가요, 

 

  작가님은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고 이젠 민방위에서도 빠지신지도 한참이 지난 50대 중반에 데뷔를 하셨습니다.. 누마타 마호카루님은 여성분이십니다.. 상당히 여성적 감성의 밀도를 지대로 짚어내시는 작가님이심이 분명하시구요 - 이 작품의 화자도 사치코의 입장에서 흘러갑니다.. 오랜기간동안 사회적 경험이 많으시다보니 인간관계의 비이성적 감성과 사회적 어둠을 표현하시는 능력이 탁월하신게 아닌가 싶긴합니다.. 어떻게 보면 누마타 작가님이 보여주시는 어둠과 그로테스크한 감성이 기리노아줌마의 느낌과 조금은 닮아보이기는 합니다만 기리노 작가님처럼 정제된 느낌보다는 충격과 강렬함이 우선되는 그런 상황적 구성을 더 선호하시는 듯 하기도 하구요.. 여성의 리얼한 이중적 감정선들을 섬세하게 잘 표현하신 듯 하기도 합니다.. 첫 작품이다보니 그럴 수 있지도 않을까 싶기도 한데 말이죠..일단은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헐~스러웠다고 하고 싶네요..

 

  늦은 데뷔지만 충격적 데뷔작품임에는 틀림없는 듯 하구요.. 뒤이어 출간한 작품들도 아주 느낌이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들 하시네요.. 보기 드물게 두 작품이 각각의 출판사에서 경쟁하 듯 출판이 되었는데.. 다들 칭찬하시더군요.. 전 이 작품만 읽었으니 잘 모르지만 말이죠.. 그럼 이 작품만으로 말씀드리고 끝내자면 "9월이 영원히 계속되면"은 재미집니다.. 하지만 제 감정은 헐~.. 땡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