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복서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1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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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좋죠, 손글씨로 작성하여 전해주는 편지의 맛은 어떨까요,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컴퓨터라는 괴물이 세상을 지배해도 역시 손으로 전달하는 편지라는 매체가 주는 감동은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의 진심을 느끼게 해주죠.. 딸아이의 경우에도 컴퓨터에 익숙한 환경속에서도 여전히 편지글을 만들어 선생님과 부모님에게 전달해주기도 합니다.. 아직까지는 그런 진심이 남아있어 좋네요.. 아마 앞으로도 이런 손편지의 진심들은 크게 변화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자라나고 손쉬운 연락시스템에 더욱 길들여지면 달라지겠지만 말이죠.. 역시나 연애시절 마음으로 담은 편지글을 전하던 우리들의 손놀림들도 이제는 메일이나 전화기에 파묻혀버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디다.. 어른들이 이럴진데 아이들은 오죽하겠습니까.. 문득 아이들에게 부모의 진심이 담긴 편지 한통 보내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네요.. 편지는 언제나 따숩습니다..

 

"왕복서간"이라는 제목처럼 서로 편지글을 주고받으면서 그들만의 추억과 그 당시의 사건을 들춰내면서 그날의 기억을 끄집어내는 구성입니다.. 아픈 기억이 될 수도 있고 눈물나는 사랑의 의미가 될 수도 있고 뭐 그렇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편지라는 개념은 진실을 담게 되는 초능력을 가지고 있죠.. 처음엔 아닐지라도 어느순간 주고받는 편지속에서는 서로의 진실을 들어내놓게 되는거지요.. 억지로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아닌 진실된 마음을 투영하는 나의 모습을 보여주는겁니다.. 한번이라도 편지를 적어보신 분들은 이것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실겁니다.. 그런 내용을 담고 있는 작품인거지요..

 

총 세편의 다른 이야기를 담은 서간문학입니다.. 물론 미스터리적 사건을 중심으로 주인공들이 주고받은 편지속에 사건의 실체와 진실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지요.. 그 첫번째의 내용은 고교시절 방송동아리에서 함께했던 친구들이 십년후에 결혼식에서 만나게 되고 편지로 오래전에 벌어졌던 사건에 대한 내용을 주고받게 됩니다..  지아키라는 친구가 졸업후 고향에서 만난 친구들과 산을 내려오다 크게 사고를 당한 사건에 대한 이야기인거죠.. 각자의 친구들의 속마음이 어떠했는지를 알게되는 진실을 보여줍니다.. 과연 지아키의 사고는 우연이었을까요, 아님 의도된 또다른 진실이 숨겨져 있는껄까요, 눈에 보이는 친구들의 모습속에 감춰진 아픔들이 드러나는 내용들이 상당히 공감이 가더군요..

 

두번째 이야기는 이제 정년퇴임을 한 여선생님이 이십 년전 발생한 사고에 대해 그당시 함께 했던 학생들에 대해 사고가 났던 지역의 학생이자 현재 선생으로 재직중인 제자인 오바에게 그 여섯명의 아이들의 현재의 모습과 그들이 잘 지내는지 궁금한 내용을 편지로 주고받은 이야기입니다.. 사건은 마치코라는 여선생의 제자들과 자신의 남편이 강가에 놀러가서 당한 사고인거죠.. 자신의 남편과 제자인 요시타카가 강에 빠진후 남편은 죽고 요시타카만 살아난 사건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자신들의 입장에서 겪은 상황에 대해 진실이 조금씩 드러나게 되는거죠.. 그리고 마지막 밝혀지는 진실의 답은 무척이나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마음에 드는 이야기이네요.. 반전이라든지 이야기의 따수븐 감동이 상당했습니다..

 

마지막 이야기는 현재 사랑하는 사이인 남녀의 편지입니다.. 낙후된 나라에 자원봉사를 떠난 준이치라는 남자와 그를 기다리는 마리코라는 여자는 십오년전부터 알고 있는 친구이자 애인입니다.. 이들도 과거에 사건이 있었죠.. 현실속에서 함께할때는 기억해내지 못한 사건이 떨어져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조금씩 그때 그시절의 기억이 돌아오게 됩니다.. 마리코와 준이치의 학교생활과 주변의 친구들과의 관계들이 되살아나고 그날 사건이 일어났던 아픔이 꾸역꾸역 밀려나오게 되죠.. 그리고 마리코는 모든 진실을 기억해냅니다.. 준이치가 자신에게 어떠한 거짓말을 하고 살아왔는지까지 말이죠.. 과연 그 진실이 어떠하길래 이렇듯 가슴을 후벼파는걸까요, 역시 감동이었습니다..

 

줄거리를 말하면서 마지막에 감동이라는 말과 공감이라는 말을 넣었습니다.. 일반적인 미스터리의 감성과는 상당히 다릅니다.. 미나토 가나에만의 느낌이 가득한 감동미스터리소설이라고 보면 더 좋겠네요.. 무척이나 인간적이고 사랑스러운 그들의 모습들이 추악해져보이는 인간관계속에서 드러나는 진실의 편린들을 모아놓으니 아주 느낌이 색다릅니다.. 특히나 마지막 반전속에서 튀어나오는 숨겨진 감동의 진실은 편지라는 기준이 있어서 그럴지는 몰라도 무척이나 감동적 진동파가 큽니다.. 일반적인 미스터리소설의 느낌으로 본다면 큰 감흥은 없습니다.. 사건이 벌어지고 이를 밝혀내는 내용들이 뭐 그다지 충격적 전율을 일으킬 정도의 멋진 연결구도는 아니니까요.. 하지만 가나에 아줌마께서는 그런 의도보다는 보다 인간적인 진실의 맛을 보여주실려고 하신 듯 합니다.. 약간은 억지스러운 끼워맞춤도 인간적이고 서간체의 문장들이 가져다주는 진실적 의도에 묻혀버리더군요.. 약간은 어색한 편지글의 문체가 뒤로 갈수록 정감이 있게 느껴지는 것은 저뿐일까하고 생각해 봅니다..

 

언제나 미나토 가나에라는 작가의 머리맡에는 "고백"이라는 단어가 떡허니 걸려 있습니다.. 워낙 대단한 작품이었고 후속작들이 이에 버금가는 즐거움을 제대로 선사하지 못한 안타까움이 있기 때문일겝니다.. 그동안 저도 몇몇 작품을 읽어보았습니다만 "고백"만큼의 충격적인 느낌으로 다가오는 작품이 없긴 하더군요.. 뭐 사실 다른 작가들의 작품들도 "고백"의 충격만큼 멋진 마무리를 선사해주는 작품들도 드뭅디다.. 그만큼 대단한 미스터리 반전소설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이 작품 "왕복서간"은 그런 미스터리적 반전의 충격을 주고자하는 부담에서 어느정도 벗어나있는 듯 합니다.. 물론 상당히 반전스러운 즐거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고백"만큼은 아니죠.. 그렇지만 이 작품에는 뭔가 색다른 감성이 있습니다.. 미스터리지만 인간임을 잊지않는 느낌.. 편지이기에 가능한 감동등이 있는거죠.. 만약 이 작품이 서간체가 아닌 일반 단편스타일의 구성이었으면 상당히 실망하였을 듯 합니다.. 아마도 가나에 아줌마가 그걸 아셨겠죠..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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