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3
미쓰다 신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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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또 군대이야기 함 합시다.. 뭔 군대 에피소드가 그렇게 많냐고 하시면 다음 단락으로 씽씽고하셔도 무방함을 알려드리고.. 군대가면 보초섭니다.. 쫄다구때에는 고참이 평화롭게 주무실때 두 눈 부릅뜨고 전방을 주시하지요.. 원래는 사방경계를 철저히 해야하지만 고참분들은 눈감고도 보초를 서실 수 있는 비법을 군대에서 습득하신지라 쫄병은 그 능력을 깨우치기전까지는 어두운 사방을 바라보며 눈도 깜빡거려서는 안되는거죠.. 어둡습니다.. 그리곤 서서히 눈이 적응하죠.. 희끄므리어두컴컴한 곳에서 사박사박 소리가 날때가 가끔 있습니다.. 언듯 투명한 형체의 하얀 몸둥아리(사람만큼 큰)가 뱀처럼 스르르 흘러 가는게 보일때도 있었습니다.. 아마도 잠시 잠이 들었지 않나 싶은데 그런 경험을 한 초소에서 최소 세번 이상을 한 거죠.. 근데 이런 현상을 저만 겪은게 아니라는게 문제인거였습니다.. 동기들과 이야기끝에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자 그들도 겪은 일임을 알게 된거죠.. 고참들도 물론이구요.. 역시나 그 초소는 그런 소문때문인지 제가 일병을 갓달고 나서 부지정리하면서 폐쇄를 하고 인근 초소로 변경을 하였습니다만 불과 몇미터 차이인데도 새초소에서는 그런 현상이 없었다는게 우낀 일이기도 합니다.. 여러가지 의견이 분분했습니다만 분명한건 어둠속의 산은 무척이나 사악한 느낌이 든다는 사실이지요.. 근데 과연 그 형체는 무엇이었을까요?.. 지금 생각해보면 인기척이 있는 초소를 한번 정도는 쳐다볼 수도 있었을텐데 그때 경험한 상황에서는 한번도 고개를 돌리지 않더군요.. 이 책을 읽어보니 머리가 없어 고개를 돌리지 못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군요..

 

사실 그때 생각을 잊고 있었는데 이 작품을 읽어보면서 떠올랐습니다.. 아휴, 무섭네요.. 소설속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당시의 섬뜩한 소름끼침이 떠올라서 무척이나 애먹었습니다.. 꿈도 꾸었네요.. 미쓰다 신조라는 작가의 도조 겐야시리즈의 한편인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이라는 작품입니다.. 일종의 괴기환상공포미스터리소설입니다.. 일본 특유의 미신적 취향이 상당히 많이 담긴 작품이네요.. 그리고 우리나라로 따져보면 지방색이 강한 향토민속학과 관련된 전설적 내용으로 보시면 됩니다..

 

내용인즉슨 이렇습니다.. 일본의 어느 지역의 히메카미촌의 기타모리라는 지역이 있나봅니다.. 하여튼 시골변두리구요..이 히메카미지역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이 지역에는 지역 유지인 이치가미가와 후타가미가와 미카니가가 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가문이 이치가미가이구요.. 이치가미가에서 대를 이을 자손이 없을시에는 나머지 후타가미가와 미카니가에서 대를 잇는 중심가문이 됩니다.. 근데 예전부터 내려오는 저주중의 하나가 이치가미가의 남자들은 박명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거지요.. 이유인즉슨 역사속에 전해져오는 저주의 전설중에 아오쿠비의 모가지 땡강의 저주가 있었던겁니다.. 구체적으로 적기에는 너무 양이 많아서 꼭 작품을 읽어보시길 권하며 여하튼 그런 저주가 대대로 히메카미촌의 히메쿠비산에 전해져오는거지요.. 그래서 이치가미가의 적손들은 삼삼야라해서 액운을 막는 제사를 지내게 됩니다.. 삼야, 십삼야, 이십삼야를 지낸 이차가미가의 아들은 대를 잇는거지요.. 이십삼야를 지나면 저주를 벗어날 수있다고 생각한거지요.. 자, 이제 이치가미가에서 대를 이을 아이는 조주로입니다..근데 이란성 쌍둥이네요.. 히메코라는 여자아이도 있습니다.. 일단 대는 남자아이가 잇기때문에 여자는 무시당합니다.. 대대로 그러했네요.. 십삼야를 지내는 시점에 히메코는 우물속에서 죽음을 당합니다.. 원인은 알수 없었죠.. 전쟁중이었고 흐지부시 사건은 시간이 지나면서 잊혀집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사건이 진행되는 이십삼야가 돌아오고 조주로의 혼인을 위한 3인의 신부후보 간택의 시간이 다가오면서 사건은 커져 버립니다.. 이야기의 중심인 조주로와 신부후보가 연이어 죽음을 당하게 되는거죠.. 목이 잘린체로 말입니다.. 뭔가 불길한 느낌이 듭니다..과연 이들은 아오쿠비의 저주에서 벗어나지 못한걸까요?.. 믿지못할 반전은 마지막으로 남겨두기로하죠.. 

 

사실 내용상의 전달을 위해선 아주 짧게 줄거리를 엮거나 길게 이을수 밖에 없습니다만 어중간하게 되었네요.. 왜 그러냐면 작가가 펼쳐놓은 사건의 핵심을 이어가는 정황의 근거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입니다.. 이건 뭐 역사적 고증과 정확성과 근거에 있어 한치의 오차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신념이 담겨있다고 봐야겠지요.. 구체적으로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나열하면서 설명을 해주고 있으니 말이죠.. 쉽게 말하면 목잘린 시체가 나오는데 그 목이 잘린 시체를 설명하는 방법으로 향토색부터 시작해서 역사와 가문들간의 암투와 질시와 배신과 욕망과 변태적 뒤틀림의 연관성까지 다 드러내고 있으니 말입니다.. 또한 인물 하나하나의 구체적 묘사까지 놓치지않습니다.. 물론 대화하는 말까지도 말입죠.. 일일히 챙겨서 머리속에 넣을려고 하다보면 뒤쳐져버릴수도 있겠네요.. 저의 경우에는 한참을 고생하면서 읽었습니다.. 중심사건을 만들면서 주변의 상황을 모두 보여주고자하는 작가의 의도는 마지막에 이르기전까지는 이해를 잘 못하겠더군요..

 

이야기의 서술은 주재소 순사인 다카야시키 하지메의 아내인 다에코의 소설로 진행이 됩니다.. 이 여성은 탐정소설작가이기도 하기때문에 자신의 남편에게서 또 자신이 겪었던 이치가미가의 사건을 중심으로 독자들에게 선보이는 형식이죠.. 그리고 사건의 관점은 이치가미가에 어린시절 하인으로 들어와 조주로의 종복인 요키타카의 시선으로 보는 미스터리와 형사적 관점의 다카야시키의 관점이 중심이 되죠.. 그리고 객관성을 부여하는 인물이 작가인 다에코입니다.. 여기서는 필명인 히메노모리 묘겐으로 불리기고 하구요... 근데 앞에서도 기술한 도조 겐야 시리즈라 일컫는데 도조 겐야는 누구인가하면 말이죠.. 이 작품속에서 도조 겐야는 중간에 잠시 나오고 마지막의 해결부에서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사건의 진행에서는 등장하지 않죠.. 대단한 반전의 미쳐버림을 안겨주는 사람입니다.. 왜 미쳐버리게 하는지는 읽어보시면 아실테구요.. 도조 겐야는 각 지방을 돌아다니며 지방에 얽힌 괴기환상에 관련된 전설을 파헤치고 작품을 집필하는 환상소설가라고 보는게 좋겠네요... 근데 왜 히메카미촌에서는 등장을 안할까요?..그 내용도 소설속에 들어있습니다만 하지메 순사와 만난 도조 겐야는 히메카미촌으로 오는 대신에 산마를 찾아가는 내용이 나옵니다.. 그러다가 사건이 미해결된체 시간이 흐른후에 어느날 히케카미촌으로 자신의 추리를 바탕으로 해결하기 위해 짜안,하고 등장하는거죠..

 

내용만큼이나 독후감이 길어지네요.. 어떻게 보면 상당히 단순한 내용입니다만 너무 많은 이야기를 펼쳐놓아서 독후감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건 핑계이겠죠.. 초반부의 어려움과 중반부의 지겨움을 잘 극복하고 나면 후반부에서는 아주 죽여줍니다.. 특히 마무리 부분에서 장난하는 것도 아닌 것이 아주 독자들을 속이고 속이고 또 속이고 하네요.. 심지어 저는 입밖으로도 튀어나옵디다.. 이런 젠장, 장난치냐?..라고 말이죠.. 짜증스러웠습니다.. 근데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서 간단하게 살펴보니 이거 정말 장난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드는거죠.. 대단한 섬세함이라고밖에는 할말이 없더군요.. 꼼꼼한 작품을 많이 봐왔지만 이런 꼼꼼한 정황을 내세운 작품은 쉽게 만나기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솔직히 결론까지 보면서도 - 결론의 반전은 아주 기가 막힙니다만 개인적으로는 놀리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짜증스러웠다는 -  다시는 안읽겠다라고 다짐했습니다만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살펴보고선 은근한 매력이 끓어오름을 느꼈습니다.. 초,중반부에 집중이 무척이나 어려웠지만 그 어려움이 분명한 이유가 있더라는 생각을 하게된거죠.. 쓰잘데기없는 내용들은 하나도 없었던 듯 싶네요.. 그런 의미에서 한번 겪곤나니 두번째로 읽을 작품에서는 적응이 잘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첫 시작은 쉽지 않았지만 미쓰다 신조 작가의 스타일은 무한한 중독을 가져다주기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상당히 매력적인 공포적 감성은 쉽게 떨치기가 어렵습니다.. 추리적 내용과 어지러운 정황들의 나열의 지겨움속에서도 작품속에 전반적으로 흐르는 섬뜩하고 소름끼치는 공포적 감성은 아무나 따라올 수 없는 재능인 듯 싶습니다.. 또한 추리적 꼼꼼함와 섬세함도 이어지는 작품속에서는 제대로 적응되고 중독되지 않을까하는 예상을 해봅니다.. 재미없으면 그때가서 맙시다.. 그리고 사족입니다만 여태껏 본 표지 이미지중에서 가장 강렬한 느낌입니다..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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