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연속 세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0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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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말이 없는 친구가 한명 있습니다.. 여전히 장가를 안가고(자신은 끝까지 못간게 아니라고 함) 친구들의 속을 썩히는 넘이죠.. 이 친구는 말이죠, 늘 친구의 말을 들어줍니다.. 정말 말이 없거덩요.. 예전에 서울에서 공부할 당시 한 일년 같이 생활했는데 그 일년동안 제가 이 친구와 대화다운 대화를 해본 적이 전무했던 것 같아요.. 늘 제 입장만 이야기하면 이 친구는 응, 그래, 알았어라는 정도의 단답형 답만 할 뿐이었죠.. 이런 상황만 두고보면 참 답답할 것 같습니다만 희한하게 그렇지가 않습디다.. 늘 조용하고 말이 없어도 들어주는 입장의 사람이 옆에 존재한다는게 얼마나 안정감과 편안함을 주는지 겪어본 분들은 아실겝니다.. 근데 저한테만 그런게 아니라 늘 친구들은 자신의 짜증이나 함든게 있으면 여전히 이 친구를 불러내는거죠.. 사실 이 넘은 술을 거의 못마십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다보니 이젠 제법 술친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더군요.. 물론 전 여전히 술과 친해지지 못했지만 한번은 술이 거나하게 취한 이 친구를 자신의 집에 데려다주는데 한마디 합니다.. 내가 이래서 아직 장가를 안간다, 너거들 술친구해주기 바빠서..라고 말이죠.. 참 가슴 찡하면서도 안타까운 한마디였다는 생각을 합니다.. 늘 친구의 수다에 애매모호한 긍정만 해주는 친구이지만 자신의 의견을 내보이지 않고 받아만 주는 친구이지만 왠지 이 친구가 모임에 참석하지 않으면 모두들 시들해지는 이 불편한 진실, 왜그런걸까요?..

 

쓰카자키 다몬이라는 주인공이 있습니다.. 뭐랄까요, 생각이나 삶의 방식이 편협되고 막힌 사람이 아니라 열려있는 사람이군요.. 누구나 쉽게 다가서고 자신의 이야기를 편안하게 내보일 수 있는 그런 대화의 상대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늘 애매모호하고 받아들이는 입장의 사람이지만 상대방이 처한 상황에 대해 추리하고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죠.. 또한 개인적으로 보여지는 주위의 음습하고 기이한 환경에 대한 파악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다몬이라는 남자는 이런 일반적이지 않은 주변의 환상적 공포나 기이한 체험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네요.. 이 친구가 주인공입니다.. "달의 뒷면"이라는 온다여사의 또다른 장편소설에서도 물이 주는 생명의 이면에 대해 독자들에게 자신을 내보인 적이 있죠.. 이번 "불연속 세계"는 이런 다몬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연작 단편소설입니다.. 총 다섯편의 단편이 있습니다.. 모두 다몬을 중심을로 벌어지는 주변의 지극히 일반적이지 않은 조금은 섬뜩한 공포감을 보여주는 내용들이죠..

 

"나무지킴이 사내"라는 작품은 나무에 붙어있는 일종의 정령같은 존재가 눈에 보일때에는 뭔가 큰 공포가 다가온다는 내용입니다.. 이 공포스러운 존재가 사람들을 눈에 보여지면 아주 안좋은 일이 생기는거죠.. 도교 대공습이 일어나기 전 나무지킴이 사내는 보였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인명이 죽음을 맞이했죠.. 그리고 이번에 다몬과 사람들에게 이 사내가 모습을 드러낸 것입니다.. 스멀스멀 공포가 기어올라오기 시작합니다..

 

"악마를 동정하는 노래"는 어떤 여인의 노래에 반응한 사람들이 죽음을 택한다는 내용입니다.. 글루미 선데이라는 유명한 노래와 자살과 관련된 일화는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겁니다.. 그 사건과 흡사합니다.. 다몬은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다보니 쉽게 연결이 되네요.. 그리곤 그 가수를 찾아나섭니다.. 그리고 노래를 듣게되죠.. 왜 노래를 들은 사람들은 죽어버리는 걸까요, 생각치도 못한 진실이 밝혀집니다..

 

"환영 시네마"도 역시 다몬이 제작하는 밴드의 한 인물의 과거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니다.. 다모쓰라는 친구는 자신으로 인해 죽음을 당한 사람들에 대한 공포가 있습니다.. 자신의 도시에서 영화를 찍는 것을 보게되면 가까운 지인이 죽음을 당하게 되죠..그리고 그들은 20센치가량의 날카로운 베인 상처가 있습니다.. 우연의 일치고 대수롭지 않은 종이에 베인 정도의 상처들이라 경찰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지만 다모쓰는 자신과 관련된 일임을 직감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의 어린시절 기억에 남아있는 영화의 내용과 관계있음을 다몬에게 털어놓죠.. 다모쓰는 자신의 고향이 너무나도 무섭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곳에는 영화를 촬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동료의 팔에 베인 상처가 나타납니다.. 생각치도 않은 진실의 반전은 정말 무섭네요.. 특히나 시뻘건 개의 환영은 생각할수록 섬뜩합니다..

 

"사구 피크닉"이라는 작품은 일본의 어느 도시(돗토리)의 모래언덕과 관련된 환상적 상상과 장면적 묘사가 일품이네요.. 다몬과 도모에는 사구를 보러가서 사구가 사라진 자료에 대한 추리를 하는 내용이죠.. 이 작품은 사실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 공포감은 덜합니다만 상황과 장면이 보여주는 이미지적 재미가 상당히 좋군요..게다가 M작가라고 일컬어지는 마츠모토 세이초 할배가 등장하니 상당히 친근해 보입니다.. 일본의 유명한 관광지인 돗토리라는 지역의 모래언덕을 가보고 싶게 만들어주네요..

 

"새벽의 가스파르"라는 작품은 뭐랄까요, 다몬과 친구들이 모여서 기차를 타고 맥주을 마시며 무서운 이야기를 하는 구성입니다.. 자신들이 겪은 불쾌했던 기억속의 공포나 섬뜩함을 이야기하는 것이죠.. 다몬은 자신의 부인의 이야기를 합니다.. 부인은 프랑스인인 잔입니다만 일년전에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서 아직까지 소식이 없다는 사실을 밝힙니다.. 나머지 친구들도 자신만의 기억을 끄집어내 공포의 진실을 서로 유추하고 추리해보기도 하죠.. 그리곤 마지막 다몬의 이야기에 대한 진실을 친구들은 밝힙니다.. 일종의 상실적 공포의 진실에 대한 트라우마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반전이 나쁘지 않네요..

 

개인적으로는 온다 리쿠여사의 작품은 저에게 단편이 어울리는 듯 합니다.. 이번에 다몬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출간된 "달의 뒷면"과 "불연속 세계"라는 작품을 비교할 수 밖에 없는데 말이죠.. 보다 환상적 공포와 스멀거리는 끈적끈적한 찝찝함의 감성은 "달의 뒷면"이 더 온다 리쿠답다라고 해야될 것 같구요.. "불연속 세계"는 단편적인 이야기의 구성상의 공포적 재미가 상당히 좋네요.. 몇 작품 읽어보진 못했지만 여태껏 읽어본 온다 리쿠의 작품들의 재미면에서도 전 단편이 더 잘 어울리는 듯 합니다.. 온다 여사가 마무리하는 작품들의 결말적 속성과 상황적 해결의 모습이 애매모호하게 처리되는 특성상 전 단편이 더 나은 듯 합니다요..

 

근데 온다 리쿠의 작품을 읽으면서 이것은 무조건 온다만의 스~따일이라고 할만큼의 내공 가득한 감성은 여느 작가분들이 따라오기 힘들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좋고 싫고를 떠나서 온다 리쿠만의 특별한 느낌은 아마도 상당한 중독성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것이죠.. 사실 저에게 맞지는 않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또 읽어보게 될 것 같은 그런 느낌들이라고나할까요, 그러니 온다 리쿠에게 흠뻑 빠진 독자분들에게는 아주 사랑스러운 작가님이신거죠.. 물론 저에게는 단편이 더 어울린다는 말씀을 한번 더 드리고 싶네요..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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