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뒷면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9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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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아이가 태어날때의 기억이 어제처럼 생생합니다.. 둘째아이와 쌍둥이들은 조금 흩어지는 기억이긴 합니다만 역시 처음 겪어본 아이의 탄생은 머리속에서 사진처럼 찍혀있는 느낌입니다.. 힘들게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에 조마조마하게 밖에서 부모님과 기다리는 그때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더군요.. 깜짝 놀라는거죠.. 그렇게 큰 아이의 울음소리는 처음 들어봤으니까요.. 잠시후 간호사가 수술실에서 나와서 절 부르더군요.. 그러면서 따님입니다.. 확인하시구요.. 손가락 다섯개 다 있구요, 발가락도 다섯개 다 있습니다.. 다른 이상징후는 없구요.. 아주 건강하게 태어났습니다.. 근데요, 전 막 태어난 아이가 이렇게 피부가 고운 아이는 처음이에요(일종의 립서비스라고 생각했음)라고 하더군요.. 찬찬히 보세요..하면서 아이를 바라볼 시간을 주더군요.. 손가락도 확인하고 발가락도 확인하고 얼굴도 확인하구요.. 그러면서 간호사가 한마디하더군요.. 아빠랑 닮은 곳이 있나요?..라고 말이죠.. 그래서 전 역시나 발가락이 닮았군요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새생명이 세상밖으로 나온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감격스럽고 또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이 세상에 날 닮은 사람이 생겼다는 느낌 말이죠.. 좋습니다..

 

온다 리쿠여사의 "달의 뒷면"이라는 작품입니다.. 일본의 환상소설의 대가라고 보면 초큼 오바스러울까요, 온다아줌마의 작품은 상당히 버라이어티한 상상력과 장르적 혼합을 버무리는 경향이 있는데 말이죠.. 그중에서 가장 크게 다가오는것이 스멀스멀거리는 환상적 공포와 끈적함이라고 전 생각합니데이, 그런 생각을 중심으로 볼때 이 작품은 온다 아줌마의 작품적 성향에 가장 어울리는 작품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물론 개인적 생각입니다.. 한여름의 습기가 가득한 장마철의 물의 도시인 야나쿠라(실재하지않는 상상의 도시로 야나가와를 배경으로 한 듯함)에서 벌어지는 끈적끈적한 불쾌지수를 올릴 목적으로 집필된 작품으로 보여지니까 말이죠.. 이야기는 단순합니다.. 야나쿠라에서 생활하는 한 퇴직한 노년의 남자인 교이치로가 자신의 제자인 다몬을 부릅니다.. 그리곤 얼마전에 실종된 흥미로운 사건에 대해 같이 캐볼 생각을 하는거죠.. 그리고 다카야스라는 신문기사도 가세를 하게되죠.. 그리고 마지막의 교이치로의 딸이자 다몬의 학교 후배이기도 한 아이코가 함께 합니다.. 그리고 야나쿠라에서 벌어지는 실종사건에 대해 조금씩 상황을 파악하고 사실을 밝혀나가던 중 스멀스멀 올라오는 실종사건의 실체를 알아가게 되는겁니다.. 그리고 교이치로와 함께 있는 하쿠우라는 고양이는 사람의 손과 귀같은 형상을 한 물건을 물고 오죠.. 조금씩 진실에 다가가기 시작하고 환상속에서나 존재하던 상황들이 현실속에서 보여지기 시작합니다.. 과연 이들이 밝혀내는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요,

 

우리가 바라보는 달의 모습은 항상 동일합니다.. 지구에서 보여지는 달은 늘 변함이 없죠.. 달의 뒷면에서는 과연 어떤 모습을 가지고 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역시 우리네 인생의 한 부분도 또다른 뒷면이 존재함을 역시 모르고 그냥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도대체 아는게 뭐니?.. 엄따, 사실 이 작품을 읽으면서도 도대체 내가 이 작품에서 알려고 하고 파악하는 내용이 뭔질 모르겠더군요.. 과연 제가 제대로 이해를 한건지 그냥 그럴려니 하고 고개만 끄덕거린건지는 모르겠지만 이걸 읽은 후에 글로서 풀어내는데는 제 머리가 따라가질 못하네요.. 그만큼 뭔가 철학적인 것도 아닌 것이 독창적인 러브크래프트의 느낌도 조금 보이면서 일본 특유의 미신적 전설의 다양성도 가미시켜주고 현실적 인생의 환상적 세계관과 상상적 공포까지 혼합시켜주는 칵테일적 느낌이 강합니다만 이게 다 무슨 말인지 조차도 전 모르겠습니다요..

 

단순하게 보면 인간의 몸을 강탈하는 "바디 스내처"라는 유명한 고전작품에서 우리 온다여사께서 강한 필을 받으신 모양입니다.. 잭 피니라는 작가의 작품이죠..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도 무려 네편이나 만들어졌습니다.. 전 그중에 세편을 본 듯 합니다.. 잠깐 말씀을 드리면 세편 모두 외계인이 인간의 몸속을 침범하여 재생하는 이야기였습니다.. 바디 에일리언이라는 제목의 영화를 예전에 본 적이 있고 그 후로 외계의 침입자라는 영화도 봤고 얼마전에는 키드만 누나가 나왔던 인베이젼도 봤더랬죠.. 여하튼 그런 류의 신체강탈과 관련된 내용을 중심으로 하는 이야기가 이 온다 리쿠의 "달의 뒷면"입니다만 분명한건 외계인은 안나옵니다.. 이 소설의 이야기는 야나쿠라는 상상의 도시에 한하여 물과 관련되어 있는 환상소설같은 분위기입니다.. 물의 정령이나 요정으로 불려지는 갓파라는 일본의 전설상의 요괴도 인물들이 사건을 추리해나가는데 등장하죠..

 

이렇게만 말하면 상당히 매력적인 미스터리틱한 판타지와 공포가 잘 짜여진 작품으로 보여질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난독증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특히나 초반부의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기가 무척이나 힘들더군요.. 단순한 내용적 흐름이 아니라 인물들의 심리와 기억과 사고를 중심으로 주변의 환경의 모습을 이끌어나가는 부분이라 실제 중심이 되는 실종사건의 모습은 괴리감이 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온다여사의 특유의 감각도 무시못하죠.. 상당히 끈적거리는 찝찝함속에 담겨진 인간의 태고적 본성을 받아들이기에는 저의 감각적 유동성이 부족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쉽게 적응하기 어려운 분이시긴 합니다.. 작가님이 작품을 이끌어나가는 의도가 분명히 눈에 보이지만 그 의도를 문장과 글속에서 읽어내기가 참말로 어렵더라는 이야기죠.. 특히나 이 작품은 단순하게 받아들이고 읽기에는 너무 독자에게 요구하는게 많은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님 제가 너무 단순함을 요구하는건지도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소설을 읽는 내내 비가 내립니다.. 끈적하고 습기 가득한 후덥지근한 온다 리쿠식의 끈적거림이 저의 모든 감각을 지배했더랬죠.. 절대 벗어날 수 없는 그런 감성을 가진 작가입니다.. 분명한건 읽는 내내 어려움을 겪고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 작가이긴 하지만 역시나 이런 장르적 감성은 쉽게 떨쳐내기가 어렵습니다.. 아무리 온다 리쿠의 작품적 구성에 난독증을 앓게 되더라도 꾸준히 반복하게 되는 중독성을 만들어주니까요.. 정말 희한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왠만해선 손대기 싫은 작가의 성향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찾아서 읽게되는 이 불편한 진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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