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터스 블랙 로맨스 클럽
리사 프라이스 지음, 박효정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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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오늘 봄바람도 살랑거리고 간만에 화창해서 가족끼리 바람따라 구름따라 동네 쑥캐러 갔다왔지요.. 물론 네아이는 저의 차지였고 아녀자들은 뚝방과 서원 곳곳에 쭈그리고 앉아 쑥이랑 냉이랑 달래를 캐내기 바빴더랬죠.. 그러던 중 서울말을 쓰는 총각들이 서원앞에 자전거를 세우고 길을 물어보더군요.. 여기가 정확히 어디쯤인지, 자신들은 서울에서 부터 자전거로 전국일주중이라고 하더군요.. 거의 끝지방까지 온거죠.. 대단하더이다.. 부럽기도 하구요.. 난 왜 저 시절에는 저런 자유로움을 즐기지 못했을까 싶기도 하구요.. 나에게 시간과 젊음과 돈이 주어진다면 다시 해보고 싶은게 너무나 많더군요.. 그리고는 뛰노는 아이들에게 너희들은 커서 자유롭고 원하는 모든 인생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혼자말을 주절거리고 있더군요.. 젊어지고 싶다는 생각은 없는데 말이죠.. 젊었을때 못해본 자유로운 삶은 다시 한번 살아보고 싶네요.. 돌아오는 내내 그시절 단 한번도 나의 의지대로 뭘 제대로 해보지 못한 것 같아서 후회스럽고 안타까웠습니다.. 이제는 나중에 나이들면 해야겠습니다..  되돌아갈 시간보다 다가올 시간이 조금 더 짧아져가는 듯 하군요.. 쩝, 인생살이 헛스럽군요..ㅋㅋ 

 

 "스타터스"라는 작품입니다.. 디스토피아적 미래상을 다룬 SF스릴러소설이죠.. 로맨스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스릴러감이 더 부각이 됩니다.. 로맨스는 개인적으로 볼때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아 보이더군요.. 일종의 종말적 세계가 지나고 난 다음에 세상은 엄청나게 나이가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인 엔더들이 중심을 이루고 갓 태어나 세상속에 덩그러니 놓인 천덕꾸러기 어린 애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들이 대부분의 생존자들이죠.. 법적 보호자가 없는 아이들은 부랑아로 세상속에서 버려집니다.. 캘리도 이런 아이들중의 하나죠..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남은 가족은 캘리와 7살난 동생 타일러뿐입니다.. 그리고 친구 마이클이 있죠.. 타일러는 아픕니다.. 캘리는 돈을 벌 방법을 찾습니다.. 그중의 하나가 프라임 데스티네이션이라는 회사에서 운영하는 젊은 몸을 렌탈해주는 바디뱅크사업인거죠.. 임시로 자신의 몸을 몇번 빌려주기만 하면 많은 돈을 벌수가 있습니다.. 여전히 생존해 있는 수백세의 나이를 먹은 돈많은 엔더들이 자신의 몸을 대신해 젊은이의 몸속에서 작게는 하루 많게는 한달정도를 렌탈할 수 있는 방식인거죠.. 캘리는 꺼림칙하지만 잠시의 렌탈로 일년동안의 삶이 보장되는 돈을 받게 됨을 생각하며 바디뱅크에 자신을 맡깁니다.. 그리곤 마지막 한달간 자신을 빌려쓰는 한 여인의 삶에서 갑자기 깨어납니다.. 캘리는 현재 누군가의 삶속에 들어가 있는 것이죠.. 할머니입니다.. 헬레나라는 부유한 할머니이죠..근데 이 할머니가 캘리의 몸으로 할려는 일이 아주 위험천만한 것이죠.. 바로 프라임 데스티네이션이라는 회사를 깨부수려고 하는겁니다.. 헬레나의 손녀인 엠마가 바디뱅크에 몸을 기탁한 후로 사라져버린 사건이 생긴거죠.. 물론 그 사실을 아무도 모르지만 헬레나는 프라임사의 짓임을 알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올드맨과 해리슨 상원의원이 있죠.. 그리고 그의 손자인 블레이크는 우연히 캘리를 사랑하게 되는 아이입니다.. 이렇게 얽히고 섥히고 엮이면서 사건은 끝모를 듯 긴박하게 흘러갑니다.. 그리고 캘리의 머리속에서 헬레나와 캘리는 소통을 하게 되고 세상의 진실에 캘리는 한발짝 다가서게 되는 것이죠.. 진실은 가혹합니다.. 하나뿐인 타일러는 사라지고 친구인 마이클은 바디뱅크에서 타인에게 몸을 줘버립니다.. 이제 캘리는 복수와 타일러를 찾아와야 됩니다.. 열여일곱의 여린 여자의 몸으로 세상과 맞부딪히는 캘리의 세상은 과연 어떻게 될까요, 후반부의 긴장감과 스릴러적 감성은 로맨스가 끼어들 자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반전.....

 

로맨스 스릴러라 하기에 로맨스가 주가 되는 작품으로 생각했고 처음은 또 그렇게 흘러갑디다.. 조금 지리한 진행이었죠.. 사실 뭔가 터질 것같은 기미도 초중반정도에 가야 대강 짐작이 갑니다.. 그때까지는 캘리라는 여자아이와 함께 어리둥절함과 약간의 깝깝함을 동반한 지루한 전개에 잘 밤에 하품으로 눈물짓는 상황이 생겨납니다.. 그러다가 중반부에 이르러면 캘리와 헬레나가 소통을 하고 디스토피아적 미래의 암울한 사회상에 반기를 드는 아이와 할머니가 서서히 등장하게 되는거죠.. 괜찮네요.. 이정도되면 로맨스라는 개념이 소설속에 끼어들 자리가 그렇게 많질 않습니다.. 하지만 군데군데 그리고 전체적 흐름속에 블레이크와 캘리의 관계는 소설의 내용에 아주 중요한 부분임에는 또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도 하죠.. 그러니까 한마디로 초큼은 어색한 흐름속의 로맨스가 있고 스릴러와 SF가 중심을 잡고 있다는거죠.. 개인적으로는 영어덜트류의 소설은 아니었던것 같습니다.. 괜찮은 재미를 선사해주는 SF스릴러소설로서도 상당한 즐거움을 줍니다.. 

 

근데 소재 자체의 독창성은 별로인 듯 하네요.. 일단 한머리속에 두사람의 인격이 담긴 미래세상에 대한 모습은 몇몇 미래소설속에서 만나본 적이 있습니다.. 신체의 렌탈적 구성 역시도 딱히나 독창적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다.. 이미 이런저런 이미지를 우리들은 많이 봐왔다는거죠.. 하지만 이런 흔한 느낌의 미래상을 잘 버무려놓은 점은 인정해줘야겠구요.. 캐릭터의 구성은 조금은 허~합니다.. 영화적 이미지와 인물들의 상황속에서의 활약상은 상당히 집중이 잘됩니다만 그들의 캐릭터를 각인하기에는 주인공인 캘리를 비롯한 모든 인물들의 모습들이 공중에 뜬 느낌이 든다는거죠 뭐랄까요 바닥에 딱 붙은체로 중심을 잡아주는 캐릭터는 그렇게 많지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사라라는 여자아이의 캐릭터만이 제대로 자기 모습을 갖춘것 같더군요.. 아, 몸을 렌탈한 사람들이고 머리속에서 웅얼거리는 인물들이 나오니 그럴 수 밖에 없는거 아니냐고 하신다면 뭐 그럴수도 있겠습니다만 저는 인물에 집중이 되진 않고 상황에만 집중이 되더군요.. 물론 긴박한 묘사와 구성상의 박진감은 작품이 안겨주는 상황적 스릴러 감성에는 최고인거죠.. 하지만 인물이 중심을 잡아주지 않으면 재미는 있으되 허허로운 뒷맛이 남을 수 밖에요.. 

 

영화로 만들면 재미지겠다는 생각을 읽으면서 했습니다.. 캐릭터를 잘살린다면 상당히 괜찮은 모습으로 스크린상에 보여질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미국적이고 헐리우드적 색채감도 나쁘진 않습니다.. 로맨스를 조금 더 부각시켜도 흥행에 도움이 될 듯하겠더라구요.. 제가 뭔 전문가라고 이런 이야기를 하겠습니까만 꼭 영화 시나리오처럼 잘짜여진 각본같은 즐거움을 주는 작품이었다고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다음 작품에서는 리사 프라이스 여사께서 조금 진지한 스릴러소설로 집필을 해보셔도 상당한 재미를 주실거 같긴 합니다만 설마 이 독후감을 읽어보실꺼라고는 생각치 않지만 캘리포니아의 산자락에서 좋은 스릴러의 정기를 많이 드시고 함 집필해주시죠..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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