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선택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7-3 미치 랩 시리즈 2
빈스 플린 지음, 이훈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군대생활을 하다가 외박을 나왔었는데 말이죠.. 고참들 따라 얼떨결에 얻게 된 외박이었던지라 따라다니기에 급급했죠.. 그렇게 끌려다니는데 동두천 시내의 술은 모조리 다 먹을 작정이었는지 미친듯이 먹어대더군요.. 그러다가 새벽녁에 하나둘씩 맛이 가기 시작하더군요..참고로 고참들이 전 멕이질 않더군요.. 자신들이 맛이 갈 경우에 뒤치닥거리가 필요했으니까요.. 그때는 24시간 호프집들도 많았습니다.. 그렇게 널부러져 있는 고참과 계속 마셔대는 고참들을 지키는 와중에 화장실에서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상병 고참이 특공애들을 건들인거죠.. 맛이 간 상태에서 말이죠.. 자대 배치받고 갓 한달이 넘어가는 제가 어떻게 그 상황을 견딜 수 있었겠습니까, 그래서 또 다른 맛이 간 고참 병장에서 보고를 한거죠.. 그냥 제가 걔네들에게 가서 사과하고 상병고참을 끌고 나왔으면 쉽게 무마가 되었을텐데 쫄아서 일을 더 크게 벌려버린거죠.. 대한민국 포병병장을 물로 보냐면서 날아차기와 니킥을 함께 날린 병장은 잠시후 웃음거리로 변해버렸습니다.. 5대 3(전 아예 제외시킴)임에도 불구하고 공수애들의 손가락 몇개에 모두 처참하게 뭉개져 버린거죠.. 그러면서 얘네들이 나가면서 하는 말이 자기네들이 발을 땅에서 떼었더라면 너희들은 죽은 목숨이다라고 하면서 낄낄거리면서 나갔습니다.. 술집주인이 다행히 신고를 하지않아(신고할 틈도 없이 끝났다고 보는게 더 맞겠죠) 근처 여관으로 한명씩 미친듯이 옮겨서 재웠습니다만 아침에 깨진 콧잔등의 상처를 기억이 없다는 말로 무마하려 드는 고참들을 보면서 객기의 쪽팔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던 기억이 갑자기 납니다.. 물론 이 책이랑은 하등의 상관이 없습니다만 문득 이 책을 읽어보니 그시절에 추운 새벽 된바람에 고참들 하나씩 업고 여관에 들어서던 처량한 이등병시절의 제가 떠오른건 독서의 미(더)덕인게지요..

 

"제3의 선택"이라는 제목의 정치스릴러소설입니다.. 일반적인 정치에 얽힌 이야기가 아니라 세계를 내품안에 두고 저스티스 리그와 어벤져스처럼 세상을 구원하고자하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정치상황과 음모론을 다룬 작품인게지요.. 주인공은 미치 랩이라는 슈퍼울트라캡숑짱불사신인 잭 바우어의 동명이인 정도로 봐도 무방할 듯 싶습니다.. 여기서 잭 바우어를 모르시는 분들도 계실 가능성이 있으니 검색창에 쳐보시면 잭 바우어가 죽지 않는 이유가 얼마나 많은지 아실지도 모르겠네요.. 뎀 잇 클로이!!

 

소설은 작전을 실행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작전의 중심은 역시 미치 랩이죠.. 대테러센터라는 CIA의 한 분야의 비밀요원인거죠.. 일단은 존재가 없는 유령인입니다.. 작전을 펼치다 발각되면 모든 죄를 혼자서 뒤집어 쓰기 위한 방편인거죠.. 이번에는 독일에서 작전을 펼칩니다.. 이 작전을 아는 사람은 대테러센트의 국장인 아이린 케네디와 CIA국장인 토마스 스탠스필드와 미합중국 대통령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작전은 중동의 테러분자들에게 필요한 무기를 공급하는 독일의 부유한 귀족인 하겐밀러를 제거하는 임무인거죠.. 국제적 분쟁을 막기 위해 비밀리에 암살작전을 수행하고 발각시에는 랩 혼자 마무리하는 아주 중차대한 기밀작전인 것입니다.. 그런데 함께 작전을 수행하는 호프만부부가 배신을 하고 랩은 총을 맞게 됩니다.. 물론 방탄조끼를 입어서 절대 죽지 않습니다(잭 바우어라니까요!) 그리곤 어느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되는거죠.. 미국에서는 이 사실을 알고 케네디와 스탠스필드가 상황을 파악하죠.. 분명 어디선가 정보가 샜다는 사실을 직감합니다.. 또한 토마스 스탠스필드는 오랫동안 CIA의 국장으로 있었지만 이제 암으로 남은 인생이 단 몇주에 불과합니다.. 정치적 음모가 도사린 사실을 알게 되죠.. 하지만 거의 처음부터 적이 누구인지는 작가가 독자에게는 알려주고 있습니다만 역시 소설속에서의 인물들은 자신들을 해할 목적을 가진 자가 누구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찾아다니고 파악하기에 바쁩니다.. 그렇게 독자는 아는 사실을 미치와 그 친구들은 전혀 모르는거죠.. 그러면서 얘네들이 어떻게 그 상황을 해결해 나가는지 집중해서 지켜보게 합니다.. 꼭 미국드라마 24시 같다는 말씀 더 안드려도 되겠죠?

 

말씀드린대로 독자는 아는 사실을 주인공들은 모릅니다.. 그러니 반전과 추리적 기능은 없는 완전한 스릴러소설임이 분명한거죠.. 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것은 상황을 연결해나가는 긴장감과 그 현장의 리얼함에 대한 박진감 넘치는 묘사에 있는거죠.. 진행되는 서사에 대한 상황적 이미지는 대부분 예상가능한 부분입니다.. 그 예상에 크게 반하지 않는 진행이 오히려 독자들의 집중에 도움을 주는거죠.. 우리가 24시라는 미국드라마를 볼때 어떻게 될지 몰라서 중독되는건 아니잖습니까, 극중에서 각 시간별로 벌어지는 상황이 무척이나 긴장감이 감돌고 박진감이 넘치기 때문에 다음 상황을 쉬이 짐작하지만 집중할 수 밖에 없는거지요.. 빈스 플린의 소설도 이 대중적 취향에서 크게 벗어나질 않습니다.. 끝내고 나면 시원함만 남는 그런 기분좋은 즐거움인거죠.. 내용도 사실 그렇게 중요하질 않습니다.. 각인되는 하나의 인식은 잭 바우어처럼 미치 랩도 미국을 지키는 영웅이라는 사실 하나만 남죠.. 그리곤 뻔히 알면서도 다음 시리즈에서는 또 어떤 활약을 펼쳐낼지 궁금해하는거죠.. 별반 다를게 없을지언정 안찾을 수 없는겁니다.. 이미 독자들은 그 상황적 재미에 푹 빠져버렸으니 말이죠..

 

수많은 영화나 미디어나 소설속에서 등장하는 CIA입니다.. 그리고 미국의 정치세력들간의 암투와 내부갈등이 중심이 되는 주제는 이제는 식상합니다.. 미국적 영웅을 등장시켜 해결해나가는 구도도 어디선가 한번쯤은 맛을 본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초적 세상의 지배적 구도는 권력의 탐욕에서 빠져서는 안되는 형식인거죠.. 그러나 이 모든 식상함속에서도 재미는 어쩔 수 없나봅니다.. 제가 마초적이라서 더 그런가 봅니다.. 흔히 보아온 미국적 색채가 너무나 짙기 때문에 글로벌 뽈리스를 자처하는 미국적 대중 취향과 24시류의 드라마에 지겨움을 느끼시는 분들에게는 큰 재미를 만끽하실 수 없으시지 않을까 싶구요.. 개인적으로는 읽는동안 신나고 즐겁고 힘든 고민거리를 떨쳐버릴 수 있어서 무척이나 좋았습니다.. 물론 읽고나서 남는건 미치 랩과 뭔가 께름칙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애너 릴리라는 애인뿐이긴 하지만요.. 24시를 보신 분들은 바우어의 딸인 킴으로 대체해 생각해보셔도 될 듯 싶긴한데 말이죠.. 더 읽어봐야 알겠지만 문제가 될 소지가 다분합니다..아님 말고 ㅋㅋ

 

빈스 플린의 미치 랩 시리즈는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이 작품 "제3의 선택"은 시리즈의 두번째입니다.. 첫 편이 "권력의 이동"이라는 작품인데 전 건너뛰고 이 작품부터 읽었습니다.. 소설속에서도 전편에서의 상황이 조금씩 등장하는데 읽어봐야겠더군요.. 현재 4편까지 나왔구요.. 아마도 현재까지 미치 랩은 죽질 않았나봅니다.. 참고로 국내에서는 빈스형님의 작품이 늦게 출시되었지만 미국에서는 24시의 잭 바우어보다 먼저 나왔으니 랩이 바우어의 형님이라고 보는게 맞을겁니다.. 아님 마는거니까 토달면 토한다아..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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