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안녕히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8
구보데라 다케히코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휘발성 메모리가 장착된 머리속 기억회로라 제 국민학교(지금은 초등학교)때의 친구들이 제대로 기억이 나질 않네요.. 문득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긴 합니다만 이름만은 가물가물합니다.. 다만 6학년 담임쌤의 존함을 여전히 기억납니다.. 그렇게 한 동네에서 같은 학교를 6년이라는 세월동안 함께 하던 친구들은 그 시절 뺑뺑이라는 이름의 구슬을 돌리며 중학교를 배정받으며 뿔뿔이 흩어졌죠.. 게다가 저 역시 천길만길 떨어진 신규 중학교에 입학하여 동네를 떠나게 된거죠.. 특히 제가 짝사랑하던 한 친구랑은 그 후로도 한참동안 편지를 주고 받은 기억도 납니다.. 그리고 이년만에 반창회를 했던 기억도 나구요.. 사춘기가 들어서니 친구들이 많이 변했더군요.. 특히 여자친구들은 상당히 성숙된 느낌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여전히 남자들은 유치함에서 크게 벗어나질 못했구요.. 오랜만에 만난 짝사랑했던 친구는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졸업후 한참동안 편지를 주고 받았음에도 상당히 뻘쭘함을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만나고 헤어진 후로는 더이상 함께 한 시간이 없었네요.. 문득 아련하게 그시절의 학교생활과 친구들의 얼굴이 한 소설로 인해 떠오르고 그 느낌이 달콤쌉싸름합니다그려.. 유일하게 잊지 않은 그 친구의 이름이 생각나는데 지금 그 친구는 어디에서 무얼하고 살고 있을까요, 현정아, 잘사나 

 

"모두, 안녕히"라는 제목의 이 작품을 읽어보니 추억이 떠오릅디다.. 물론 파스텔톤같은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은 아닌데 말이죠.. 상당히 감성적으로다가 와닿는 느낌이 좋은 작품인 듯하네요.. 사토루는 대단지의 아파트에서 초등학교 친구들과 졸업을 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단지내에 있죠.. 그리고 중학교를 입학하지만 등교를 거부합니다.. 자신의 엄마인 히네씨는 그런 사토루의 의지에 대해 크게 반박을 하지않고 사토루의 생각을 지켜줍니다.. 그렇게 사토루의 단지내 인생은 시작됩니다.. 초등 졸업 1년차부터 17년차까지의 삶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동안 총 107명이었던 친구들은 하나둘씩 단지를 떠나가죠.. 그리고 그 17년동안 사토루는 자신의 삶과 친구와 사랑을 겪습니다.. 그리곤 모두, 안녕히라고 인사를 하죠.. 왜 사토루가 중학교를 가지 않았는지, 단지에서 자신의 삶을 이어나가며 생활하게 되는지는 읽어보시면 알게 됩니다.. 그러니 줄거리라고 할 것은 별로 없네요.. 사토루의 단지내 삶을 다룬 회상록 정도로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너무 단순한가요, 그럼 그 회상들과 추억들이 무척이나 공감스럽고 안타깝고 시리고 아프고 따뜻하게 느껴진다는것을 조금 포함시켜주시면 되겠네요.. 

 

사토루라는 한 인물이 살아가는 방법은 무척이나 애잔합니다.. 독특하고 유별스러운 삶이죠.. 일반인들에게는 잘 이해가 안가는 갇힌 인생이고 막힌 삶인거죠.. 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단지내에서만 수십년동안 생활하니까요.. 사토루는 그 인생을 선택했으니까요.. 하지만 그 속에서 그는 누구보다 큰 인생의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을지도 모를일입니다.. 뒤에 밝혀지는 단지내의 삶이 무척이나 가슴 시리게 와닿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의지이든 타인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든 상관없습니다.. 그로 인해 사토루는 아픔과 고통과 사랑과 행복과 희망을 모두 단지내에서 알아가니까 말이죠.. 누가 이 청년의 삶이 잘못되었다고 판단할 수 있겠습니까, 제목의 말마따나 모두, 안녕히라는 의미는 자신만 남고 모든 친구들은 새로운 삶과 인생을 위해 단지를 떠나갑니다.. 그럼 남은 사토루는 변화되지 않고 정체된 삶만 살아가는걸까요, 아닐겁니다..

 

잔잔한 에피소드와 사랑의 생채기도 담겨있고 이웃의 아픔과 친구의 고통도 모두 담겨있습니다.. 사토루는 그들의 모습과 삶속에서 자신의 인생을 합쳐서 그들과 함께하고 떠나보내곤 합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네 인생을 단지라는 좁은 공간을 이용하여 간략하게 추려놓은 듯 보이기도 합니다.. 밋밋하게 보이기도 하구요 큰 재미가 없이 그냥 물흐르듯 진행되는 작품일 수도 있습니다만 저는 상당히 멋지고 재미지게 봤습니다.. 일단 공감이 잘 되구요 별 것 없는 제 추억과도 나름의 매치가 되어서 나쁘지 않은 감정이입이 이루어지고 무엇보다 좁은 세계속에서 갇힌듯 살아가는 유치하고 유별한 주인공이지만 조금씩 자신의 인생과 삶을 자의든 타의든 찾아나가는 모습이 무척이나 좋게 느껴지더군요.. 어떠한 장애와 아픔이 있더라도 그속에서 희망을 찾고 좌절하지 않은 강인한 아이의 성숙한 모습이 보여지더라구요.. 또 세상속에서 때묻고 버려지고 타락한 수많은 일반인들보다 자신의 좁은 세상속에서 여전히 유치하고 답답하지만 순수하게 삶을 만들어나가는 사토루의 모습이 오히려 너무나도 인간답고 행복해 보이더군요.. 단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청년의 아픔보다는 단지속에서 자신의 삶을 만들어나가는 한 순수한 아이의 모습이 전 좋았다는 말입니다.. 이말이 저말이고 저말이 그말들입니다.. 오늘은 조금 머리속 깡통이 많이 달그락거리는군요.. ㅋ

 

상당히 빨리 읽혀지더이다.. 어느 시점에서는 드라마틱한 사랑의 세레나데가 폭풍처럼 휘몰아치고 또 어디쯤에서는 삶을 관조적을 바라보는 일상의 모습도 나오고 스릴러적 감성으로 독자를 끌어들이는 액션스러움도 존재하고 무엇보다 인간에게 필요한 공간내에서 인간적인 모습으로 주위의 인간과 공유하고 동조하고 공감하는 모습들이 자연스럽게 흡입력을 전해주더군요.. 무척이나 재미졌습니다.. 오래가지는 않을 여운이긴 하지만 읽는동안의 즐거움은 쉬이 잊기 힘들 듯 싶습니다..  아프지만 사랑스러운 작품이네요.. 전 그렇게 봤습니다..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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