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맨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7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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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동안 우리동네에 눈이 왔었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몇번 나리는 듯 하다가 빗물로 바껴가는 하늘을 안타깝게 바라보던 아이들의 원망섞인 한숨이 들리는군요.. 그렇습니다.. 울동네는 정말 눈보기가 어려운 동네입니다.. 그렇다고 아열대의 따수븜만 있는 곳도 아닌데 말이죠.. 춥기는 더럽게 추운데 왜 눈은 오지 않냐는 말이지요.. 아예 따수블라치면 눈싸래기라도 보이질 말던가 괜히 애들 마음 설레게 해놓고 빗물만 뿌려주는 미운 눈.. 그렇다보니 아이들이 이 눈사람이라는 것에 나름의 신비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죠.. 어느 지역처럼 눈이 악마의 똥가루처럼 무차별로 날리는 곳에서는 지붕 내려앉을까봐 무쟈게 걱정하시던데 역시나 우리들로서는 딴나라 이야기인거죠.. 눈사람, 일단은 아래 위의 몸땡이를 둥그렇게 말아줘야되는데 그정도 눈을 찾기가 힘드네요.. 만약 만들었다고 치더라도 어느샌가 녹아버릴 지역의 햇볕은 아이들이 박아놓은 돌맹이와 당근 쪼가리가 길바닥에 나뒹굴때까지의 시간이 그렇게 길지 않다는거죠.. 눈사람 만들 눈을 찾아 북쪽지방으로 비싼 기름값 소비하면서 가야되는건가요, 이렇듯 눈사람은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의 신비로움과 순진무구함의 대상이 되어 있습니다만 이 작품속의 눈사람은 연쇄살인범이군요..

 

"스노우맨"은 눈사람이라는 사실을 모르실 분은 없으시죠라꼬 적지만 혹시 모른다.. 스노우는 눈이고 맨은 사람이니 붙여서 눈사람이라고 부릅디다.. 그러니까 한겨울의 밀짚모자 꼬마 눈사람 눈썹이 우습구나 코도 삐뚤고 하루종일 우두커니 꼬마 눈사람인거죠.. 이 스노우맨이 살인의 서막을 알리는 경고장이 되는거죠.. 언제나 살인이 발생하는 곳에는 이 눈사람이 있습니다.. 이넘이 연쇄살인범입니다.. 이야기 끝..

 

이 소설에서는 흘려버릴게 별로 없습니다.. 나름의 쓰임이 다 있다는거지요.. 캐릭터는 둘째치고라도 그들의 삶도 소설적 구성과 연관성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심적인 것은 노르웨이라는 나라의 성문화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상당히 개방적이고 어떻게보면 문란해 보이는 느낌이 지배적입니다..추워서 그럴까요, 따수블라면 꼭 껴안아야되는데 그게 내남자만은 아니라는거죠.. 소설속에 등장하는 전반적인 삶의 형태가 이러하구요.. 제일 중요한 캐릭터를 이야기해보죠.. 이 소설은 해리 홀레의, 해리 홀레를 의한, 홀레에 위한 이야기입니다.. 그의 일반적인 삶을 두고보면 사회부적응자입니다.. 하지만 나쁜넘 잡는데는 노르웨이 최고의 형사입죠.. 가득이나 연쇄살인이라는 개념과는 거리가 먼 나라라는 노르웨이에서 그의 활약은 모든 사회부적응행위를 커버하고도 남습니다.. 경찰조직내에서는 눈에 가시같은 독불장군이지만 쉽게 내치지 못하는 이유도 홀레의 이러한 능력때문인거죠..

 

자, 이러한 내용을 염두에 두시고 이제 책을 읽는겁니다.. 아시다시피 범죄자는 밝혀졌습니다.. 눈사람, 즉 스노우맨이죠.. 이 스노우맨은 누군가가 죽어야될 곳에 늘 세워져 있습니다.. 엄마, 누가 눈사람 만들어놨어?.. 라고 물어보는 아이에게 엄마는 모른다고 이야기합니다.. 언제 저게 만들어졌지?라고 의아해하는거죠.. 그리고 눈사람이 있는곳에서 살인과 실종이 일어나는겁니다.. 그러니 분명 눈사람은 이러한 연쇄살인과 연관성이 있습니다.. 첫 실종자의 사건에서 눈사람에게 둘려진 실종자의 스카프와 눈사람속에서 울려대는 휴대폰의 소리가 그 증거입니다.. 그리고 연달아 사건은 터져나오죠.. 해리 홀레와 그의 추종자처럼 보이는 신출내기 형사 카트리네가 자신의 진가를 내보이며 함께 단서를 찾아나갑니다.. 하지만 사건은 단순히 현재의 모습만 있는게 아닙니다.. 과거로 부터 현재까지 이어져온 살인의 역사가 조금씩 들춰지는거죠.. 그리곤 실종자와 피해자들과 이어지는 하나의 연결고리를 찾게 됩니다.. 그리곤 사건의 해결이 눈에 보이는 듯 하죠.. 하지만 소설은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질 않습니다.. 기껏해야 여기까지가 시작의 10%도 안된다는거죠.. 나머지는 그동안 스릴러소설에서 드물게 맛보았던 심심찮은 반전과 긴장감들을 비롯한 추리적 영역의 카타르시스까지 멋드러지게 독자들을 끌어들입니다.. 다른건 모르겠고 돈값은 충분히 한다는거죠..

 

요 네스뵈라는 작가에 대해서는 국내의 스탠드얼론으로 출시된 헤드헌터라는 작품을 읽어보았죠.. 그 작품은 뭐랄까요, 초반부의 밋밋함은 중반부로 넘어갈수록 독자들의 긴장감을 책에다 집중시켜주더군요.. 그러다가 한꺼번에 깔끔하게 마무리를 해내는 능력이 아주 멋졌습니다.. 한마디로 쿨한 매력이 있었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질질 끌지도 않고 그렇다고 뭘 더 보여줄려고 노력하지도 않고 딱 그 느낌 그대로의 대중적 재미만 선사하는 쿨함이 있었다는거죠.. 그렇게 인식된 이 작가는 원래 해리 홀레시리즈로 노르웨이에서 제일 잘 나가~는 작가님이십니다.. 뭐 소설외에도 노래도 부르시고 돈도 제법 주무르시는 직업군을 가지셨더군요.. 여하튼 생긴 것도 소설적 감성이랑 비슷합디다.. 그래서 그런지 요작가님은 대중적 취향과 독자님들의 가벼운 독서방식의 장르적 감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라꼬 생각을 하는거지요.. 어렵게 끄적대시질 않는다는겁니다.. 오히려 저속하고 자극적이고 현실적인 편향적 사고가 더 지배적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특히나 보수적 남성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여성들의 문란한 삶의 편린들 같은 거 말이죠.. 어느시대나 바람난 남자와 여자는 복수의 대상이 되는겁니다..

 

스노우맨도 개인적으로는 시작부분에서는 일반적 스릴러의 내용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곤 이어지는 진행방식도 여느 스릴러와 틀린 점을 굳이 찾질 못하겠더군요.. 물론 해리 홀레의 캐릭터의 매력은 제외시키겠습니다.. 흔히 헐리우드용의 사회부적응자인 천재적 캐릭터처럼 보일수도 있으나 그 도가 넘어서는 짜증스러움도 있는 캐릭터이니 더 매력적이더군요.. 하여튼 그렇게 진행되어지는 듯한 내용은 어느시점까지는 크게 부각되는 부분같은 것은 없다는거지요.. 거기까지가 소설의 10%입니다.. 하지만 거기서부터 시작이더군요.. 이전에 만나본 헤드헌터에서의 사건의 연결고리의 단단함과 반전적 재미는 스노우맨에서 업그레이드된 즐거움을 주며 기존 작품들에서 만나보기 힘든 재미를 선사해준다는거죠.. 게다가 600페이지가 넘는 내용속에서 단 한순간도 지루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이니 말이죠.. 오히려 타 소설들과는 달리 뒤로 갈수록 더 힘을 받는 스타일의 작품이라는거죠.. 특히나 엔딩라인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조차도 우승을 장담할 수 없을 정도의 초긴장감이 존재하니 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후반부의 서사의 글빨로는 여태껏 읽어본 스릴러 작가의 작품들중에 최고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전 할런 코벤이라는 작가를 좋아합니다.. 제프리 디버라는 작가도 좋아하죠.. 물론 마이클 코넬리라는 작가도 말할 것도 없구요.. 이 세 작가님들의 작품은 각각의 특징이 있고 다른 맛을 가진 최고의 스릴러 작가님이시라는거죠.. 이 스노우맨이라는 작품을 두고 봤을때는 이 세 작가님의 장점이 모두 들어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한 편의 작품만으로 이렇게 단정을 짓기는 어렵겠지만 아마도 헤드헌터에서 이어진 스노우맨이라는 작품으로 두고볼때 이러한 개인적 느낌은 앞으로도 크게 변화되지 않을 듯 싶습니다.. 코벤식의 다중스토리의 연결과 디버의 원빤치쓰리강냉이반전과 스릴러적 긴장감은 물론이고 코넬리식의 빡빡하게 짜여진 캐릭터의 섬세함과 묘사적 능력까지 한데 모인 작품을 찾고자 한다면 전 스노우맨을 권하고 싶네요.. 뭐 순전히 제 개인적 생각이지만 말이죠.. 하지만 분명한건 이 요 네스뵈라는 작가는 이런 기존 작가들이 가진 느낌보다는 훨씬 가벼운 대중적 취향을 가진 사람이라는걸 염두에 두셔야될 듯 싶네요.. 게다가 나는 글 잘쓴다는 자신감이 소설 곳곳에서 느껴집니다.. 독자가 뭘 원하는지 난 잘 알고 있다아, 뭐 이런 자신감이라는거죠.. 전 그렇게 봤습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완벽하지 않은 사회부적응적 형사가 완벽하게 범죄를 해결하는 작품입니다.. 그러니 홀레!!라고 외칠 수 밖에요.. 그가 안겨주는 캐릭터적 묘사와 심리적 감성은 이 작품의 재미에 큰부분을 차지합니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은 재미있습니다.. 아무 생각도 안나게 만들어준다는 장점이 있지요.. 읽는 동안 숨쉬는 것도 잊어먹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잠?, 피식, 주무실 생각마십시요..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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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준 2017-07-04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할런 코벤 좋아하는데 그의 작품과 비슷하다니 한번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겠네요.
이번 주말에 사서 한번 읽어보는 것도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엔 그리 나쁘지 않을것 같네요.

그리움마다 2017-07-05 14:08   좋아요 0 | URL
네네, 할런 코벤 좋죠, 근데 요 네스뵈와 코벤의 스릴러적 감성이나 스타일은 상당히 차이가 납니다.. 장르적 감성이나 반전의 느낌은 코벤만큼 좋고 흥미롭지만 코벤이 가정적인 일상속에서 벌어지는 스릴러적 감성이라면 네스뵈는 좀 더 암울한 범죄적 감각이 우선되죠, 대단히 구체적이고 섬세한 심리와 상황적 묘사가 뛰어난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 시리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