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색 연구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7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상당히 어릴때 기억입니다만 간만에 부모님께서 여행을 계획하셨던거죠.. 특히나 동남쪽 끝자락에 위치한 저희들로서는 서북쪽으로 여행을 가는 것은 매우 희박한 여행코스였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나름 큰 맘먹고 움직일라치면 서울구경이 가장 큰 행사였고 또는 강원도의 바닷가(바닷가에 살고 있으면서도)를 구경하는게 더 좋았던거죠.. 사실 서해안은 조금은 저희 집에서는 가기 힘든 곳이었습니다. 그러니 여행을 가는 그 곳의 모든 전경은 생경하고 새롭기만 한 것이었죠.. 그렇게 차를 타고 달리던 중 석양이 지는 도로와 마주하게 된겁니다.. 눈이 부시는 것은 둘째치고 도저히 입을 다물수가 없더군요.. 살아오면서 그렇게 아름다운 색의 하늘을 본 적이 없었거덩요.. 차와 함께 지는 태양의 색이 너무나도 좋더라구요.. 차가 석양을 따라가니 오랫동안 석양을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수많은 분들이 석양의 아름다움을 접해보셨겠지만 말이죠.. 나이가 들고 삶에 지쳐버린 도시속의 뚜벅이가 되고나니 좀체 지는 태양의 아쉬움의 색이 잘 눈에 띄지 않게 되네요.. 조금은 여유롭고 편안하게 저녁노을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볼 필요가 있을 듯 싶습니다.. 언제나 변함없이 태양은 지고 뜨니까요.. 하늘 좀 보고 삽시다..

 

 

아리스가와 아리스는 더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는 일본 본격추리의 대표주자이신건 아시죠, 그가 90년대 후반에 집필한 작품인가봅니다. 일종의 셜록 홈즈에 대한 오마쥬를 내세운 작품인데 말이죠.. 제목이 "주홍색 연구"라는 동명의 홈즈소설이 있습니다.. 물론 내용은 전혀 판이하다고 보시면 되겠네요.. 전 홈즈의 주홍색 연구라는 작품을 읽었는지 아닌지 기억이 잘 안납니다.. 어린시절 아동판으로 읽어보았지 싶긴 하지만 내용은 전구다마 필라멘트 터지듯이 퍽하고 날아가 버렸네요.. 하여튼 홈즈의 주홍색연구에서 왓슨과 홈즈는 처음 대면하고 홈즈의 탐정역사가 제대로 시작되었다네요.. 그러려니하구요..무수한 셜로키언분들이 계시니 그분들 블로그를 참조하시면 되시겠습니다..  

 

아리스작가의 주홍색의 개념은 말그대로 노을에 물든 하늘의 색깔을 지칭하고 불타오르는 불꽃의 색을 비유한 것입니다.. 이 작품속에 등장하는 사건들의 의미가 담긴 중요한 단서일까요,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역시 작중 화자이자 작가인 아리스와 히무라 콤비가 등장하죠.. 시작은 노을에 대한 경치와 이를 바라보는 동시간대의 삼인이 나옵니다.. 아리스와 히무라와 범인이죠.. 그리고 히무라는 제자의 주홍색에 대한 트라우마와 미해결된 사건에 대한 의뢰를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아리스의 집에서 잠을 청하죠.. 그리곤 아침 일찍 아리스의 집으로 전화가 걸려옵니다.. 범인인 듯 한 남자(혹은 여자)의 전화를 받고 그들은 한 아파트로 달려가죠.. 그리곤 살해된 한 남자를 발견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남자는 히무라가 의뢰받은 아케미라는 제자의 집안의 외삼촌입니다.. 그리고 이 아파트의 15층은 아케미의 이종사촌인 마사아키가 살고 있죠.. 히무라는 사건이 발생 전날 마사아키를 만나고 아리스에게 온 것입니다.. 그리고 아리스콤비가 아침 일찍 사건 발생 아파트로 오던 중 만난 단 한사람이 무토베라는 이 사건과 연결된 인물까지 등장하게 되죠.. 무토베는 죽은 남자의 사업체에서 알바를 하던 남자이며 이년전 발생한 미해결 사건의 용의자이기도 합니다.. 이게 시작입니다만 자, 어지럽습니다.. 간단히 정리하면 이 작품에는 세가지의 사건이 등장합니다.. 첫째는 6년전 마사아키의 아버지이자 아케미의 이모부인 쇼타로가 집에서 불타 죽은 사건이 있구요(여기에서 아케미는 주홍색에 대한 심각한 트라우마가 생기게 됩니다.. 불타는 이모부와 집을 직접 목격하게된 유일한 증인이거덩요).. 그리고 두번째는 4년후 바닷가 별장에서 유우미라는 여인이 살해당합니다.. 이때 함께했던 인물들이 아케미를 비롯한 마사아키 가족들과 친구들인 무토베와 나카야마 그리고 현재 살해된 외삼촌 야마우치와 그의 친구 마스다가 있죠.. 사건은 미해결된체 표류중이어서 이번에 아케미가 히무라에게 의뢰를 한 것이죠.. 그러던중 세번째 사건인 야마우치가 살해됩니다..그리고 아리스와 히무라 콤비는 유우코의 미해결살인사건과의 접점을 발견하고 단서를 찾게되는거죠.. 이중에 과연 범인이 있을까요, 그리고 이 세개의 다른 사건이 과연 하나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을까요,

 

아리스 작가님의 작품을 읽어면서 늘 궁금한게 하나 있는데 말이죠.. 그옹안 읽어본 이 분의 작품들 몇몇은 허무한 결말이나 내용들이 상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늘 읽는 재미가 만만찮다는거죠.. 왜일까 생각해보니 서사를 이어나가는 방식이나 상황적 대화의 묘사들이 무척이나 자연스럽고 일반적이라는 겁니다.. 읽다보면 그 상황적 묘사나 대화의 방식이 공감이 잘된다는거죠.. 독자들이 이해하기 수월하게 만드는 대중적 눈치가 뛰어난 작가님이시라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물론 그 와중에 독자들이 파악해야될 추리적 단서를 살짝 비틀어주는 센스는 추리소설의 기본이겠죠.. 그래서 그런지 개인적으로는 본격추리의 궁금증도 크지만 아리스작가의 문장들이 주는 잔재미와 자연스러움이 더 그의 작품을 읽게 만들어주지 않나 싶습니다.. 특히나 작가가 작중화자로 그대로 등장하여 일종의 독자와의 공감적 진동을 함께 나누는 방식은 여타 작가의 추리작품속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장점이죠.. 그래서 약간은 심심하고 허무한 결말을 가진 작품들도 이러한 장점으로 인해 많이 묻혀지는 경향이 있는 듯 합니다..

 

이 부분은 스포일러가 있으므로 패쓰하시는게 좋으실 듯!!

이 작품도 그렇습니다.. 뭔가 대단한 줄기를 가진 세방향의 사건이 하나로 뭉쳐지는 멋진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는데 이것을 풀어가는 방식까지는 상당히 좋았지만 마무리를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좀 섭섭한 느낌이 듭니다.. 너무 길게 늘어져 독자들이 외면할까 싶어서 그랬을까요, 조금은 허겁지겁 마무리를 하고자 했다는 생각이 들고 주홍색이라는 관념적 색상의 감성에 기댄 약간은 어설픈 감성을 끼워넣었다고밖에 볼 수 없겠습니다.. 초중반까지는 상당히 매력적이고 즐거움이 가득한 추리의 세계로 안내해주는데 마지막은 그렇더라는거지요.. 사실 본격물을 읽다보면 개인적으로 반 이상은 허무하다거나 허전함을 느낄 경우가 많습니다.. 사건의 결말을 중간지점에서 파악해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겠죠.. 아님 설마 했는데 설마가 사람잡는 경우도 있구요.. 이 작품처럼 밋밋한 마무리도 한 축을 차지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작품을 읽어나가는 집중도는 왠만한 추리소설보다는 뛰어납니다.. 그 점이 아리스 작가의 작품을 꾸준히 읽어보도록 만드는거죠..

 

제가 접한 많지 않은 일본 미스터리 작품중에 아리스가와 아리스 작가의 작품이 제법됩니다.. 그 이유중의 하나가 읽는 재미가 많다는것이죠.. 여타 작가님의 작품들도 그러하겠지만 일단 기본적 잔재미에 있어서는 아리스 작가님이 최고중의 한 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분들이 몇 분 계시지만 그나마 작품의 집중도와 기본적 재미 이상을 꾸준히 보여주시는 분을 거의 드물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니 전 앞으로도 꾸준히 아리스작가님의 작품은 접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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