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품은 달 1
정은궐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드라마를 즐겨보는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한번씩 눈을 돌리다보면 언제나 사극은 주중에 한번은 방영이 되더군요.. 그리고보면 대다수의 시청률의 상위권에 들어가는 작품들도 보면 대부분 사극이 많습디다.. 쉽게 생각해봐도 누구나 아는 용의 눈물이나 허준, 대장금같은 드라마들이 국민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기억이 나네요.. 그만큼 역사라는 드라마틱한 사극적 요소들이 보여주는 재미가 만만찮다는 것이겠지요.. 이런 사극의 개념들이 요즘 들어 상당히 많이 바뀌어가고 있는 듯 합니다.. 일종의 트렌드적 감성이 가미된 현실적 사극의 개념이 추가적으로 젊은이들의 눈까지 사로잡은 것이 아닐까 싶네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드라마 자체를 그렇게 즐기지 않는데다가 특히나 사극에서의 드라마적 요소들이 그렇게 와닿지 못하는 관계로다가 그 유명한 허준 드라마도 띄엄띄엄 한번씩 볼 정도였으며 드라마속의 그 어투나 행동들이 저에게는 먼나라 이야기로 보여진 최초의 편견을 아직까지 벗어나지 못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다보니 사극의 요소가 가미된 국내소설들도 저에게는 쉽게 다가오지 못하는데다가 궁금증의 대상조차 되지 못하더군요.. 누가 이거 함 봐바라~~ 하면 안볼란다~라고 손사래를 치게 되었다는거지요..

 

이젠 생각을 좀 고쳐먹어야겠습니다.. 이 작품은 정은궐이라는 작가가 집필한 "해를 품은 달"이라는 제목의 가상역사소설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러니까 이 작품속의 시대는 조선의 사림파과 훈구파가 득세하는 시기를 중심으로 가상의 임금과 그 주변인물을 내세워 왕의 세상속에서 벌어지는 참담한 배신과 탐욕과 좌절과 복수를 다루고 있으며 무엇보다 애절한 로맨스가 중심이 되는 작품입니다.. 근데 줄거리를 말하자니 현재 TV에 방영중인 작품인 관계로다가 짧게(혹은 길게) 하지만 독자들이 무척이나 궁금할 수 있도록 적어보겠습니다.. 소설은 시작하자마자 이 나라의 임금인 훤이 온양행궁을 하다 사라집니다.. 임금의 운검인 제운과 함께 말이죠.. 그리고 훤은 그곳에서 무녀인 월을 만나게 됩니다.. 한순간에 사랑에 빠지는거죠..그리고 다시 소설은 7년전으로 돌아갑니다.. 휘리릭~~~

훤은 이 나라의 세자입니다.. 그리고 양명군은 훤의 형이지만 세자가 될 수 없는 운명인게지요.. 나라에 두개의 태양이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허염은 훈구파가 득세하는 조정에서 왕권의 중심을 잡아줄 사림파의 수장격인 대제학 허민규의 아들입니다.. 물론 천재적 재능을 타고난 뛰어난 수재이지요.. 현재의 부왕은 그런 염을 훗날 훤이 임금이 되었을때 진정한 신하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스승으로 만들어줍니다.. 그리고 시리고 아픈 사랑을 하게되는 연우가 등장하죠.. 염의 동생입니다.. 조선시대의 애절의 사랑놀이가 훤과 연우에게서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연우는 세자빈으로 간택되게 되죠.. 하지만 그 이면에는 세자가 되지 못한 양명군의 애타는 사랑도 있습니다.. 삼각관계인거죠.. 훤은 알지못하지만 양명군은 이미 부왕에게 연우와 맺어지게 해달라는 요구를 했습니다.. 그리고 부왕은 그럴려고 한거죠.. 하지만 역시 이 나라의 왕이 될 세자가 우선인 어쩔수 없는 상황에서 부왕은 결국 세자의 마음을 들어줍니다.. 그렇게 간택된 세자빈 연우는 어느날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여기서부터 눈물바다입니다.. 왜, 어떻게, 무엇이 한순간에 연우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일까요?.. 허민규의 절규와 세자 훤의 비통의 눈물은 드라마를 보신 분들은 이미 짐작하셨을겝니다.. 소설은 더 강합니다.. 뭔가 꽉 막힌듯한 시대적 감성과 더불어 터질듯 안으로 삭히는 감성적 묘사가 아주 충만하거덩요.. 죽입니다.. 전 그렇더군요.. 그리고 다시 7년후의 현재가 됩니다.. 훤은 임금이고 그의 옆에는 서자출신의 운검 제운이 있습니다.. 일종의 보디가드 되겠습니다.. 아니 현재로 치면 대통령 경호실장정도 되겠군요..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늘 보아오고 설정이 식상한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그 매력이 철철 넘칩니다.. 여하튼 소설은 다시 진행이 됩니다.. 아, 제가 민화공주를 빠트렸군요.. 세자의 동생인 민화는 염이 훤의 스승이 되었을때 반합니다.. 그리고 결국 7년후인 지금에는 염과 결혼을 했습니다.. 대강 인물적 구성은 다 마쳤군요.. 휴, 어지럽나?.. 여하튼 주인공은 이들인데 말이죠.. 소설은 왕이 된 훤과 훤이 이름을 지어준 무녀 월(과연 이 여인은 누굴까요?.. 불편한 진실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제운, 염, 민화를 중심으로 진행되어집니다.. 연우에게 벌어졌던 죽음과 함께 그동안 묻혔던 진실이 하나둘씩 드러나게 되고 진실은 더한 고통으로 살을 헤집고 맙니다.. 이 구중궁궐의 음모에는  외척의 실세 파평윤씨일가의 권세가 떡 버티고 있는거죠.. 이 소설 장난 아닙니다.. 진짜루요..ㅋ

 

장난 아니라는 말을 써본적이 없지 싶은데 말이죠(있나?).. 솔직히 충격을 많이 받았습니다.. 상당히 유치하고 어설픈 편견으로 펼쳤다고 이실직고해야겠습니다.. 작가의 전작을 읽어보지도 알지도 못함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로 방영되었던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이라는 작품에 대해 본 적도 없으면서 미리 유치한 내용이었을거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떠든다고 저의 주리를 틀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전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건 뭐 정말 장난이 아니더군요.. 전작은 차치하더라도 이 작품만 두고 보았을때 뭔가 감성적 측면에서 말씀을 드리며 저의 애절한 감성을 이렇게 자극해준 작품이 얼마나 있었던가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말 눈물을 삼키지 않도록 안되도록 만들어 주셨더군요.. 말그대로 가슴속에서 뜨거운 뭔가가 울컥 올라오는데도 조인성처럼 주먹을 입안으로 밀어넣고 소리를 죽여야될 그런 감정이었습니다.. 단순한 재미를 떠나서 독자에게 이렇게 감정을 문장으로 묘사로 상황으로 자극을 해주는게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를 느꼈다고 할까요 어떻게 보면 두 권 분량의 두꺼운 작품 내내 애절한 로맨스와 사랑의 아픔이 느껴져 과한 감정으로 오히려 작품의 내용에 해를 끼칠수도 있었겠지만 그 감정이 조절조차 작가가 독자들을 마음대로 조정하는 듯 하더군요.. 정말 전 장난 아니었습니다.. 그만큼 이 작품의 감성적 측면은 저에게 대박이었습니다.. 대중소설이 주는 감성적 재미에서는 최고로 치겠습니다..

 

사실 전 이 작가님이신 정은궐님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사전 지식이고 뭐고 이 작품을 펼치면서 앞에서 말씀드린대로 유치한 트렌드적 사극소설로 대중적 기반을 다지려는 어설픈 작가로 치부했던거죠..알지도 못하면서 말입니다.. 사과드립니다, 소설을 읽어내려가면서 분명 이러한 대중적 소재를 활용하고 캐릭터적 구성에 대해 온갖 좋은 부분만 짜집기해놓은 듯한 느낌을 주고 대중적 흥미감을 주게끔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캐릭터들의 생명에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문장과 묘사들은 과히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이 작품에서 절대 악으로 치부되는 인물을 거의 드뭅니다.. 시대적 상황에 의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의 아픔을 겪는 인물들이 대다수죠.. 물론 파평윤씨의 외척세력의 중심인 윤대형을 제외하고 말입니다.. 특히나 중심이 되는 인물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심리적 묘사와 캐릭터의 성격 부여는 작가의 역량이 대단하다라고밖에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런 캐릭터의 성격 구성이 아울러 독자의 감성에 대단한 공감을 불러일으킨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다면 내용은 좀 어설프지 않을까 싶었는데 말이죠.. 사실 로맨스라는 개념을 갖다 붙이면 사랑놀음에 뭔 긴장감을 주고 스릴러를 주겠습니까, 주거니 받거니하는 사랑의 세레나데나 읊어대고 거문고나 팅구면서 눈물 몇방울 흘리면 그 공감대만 독자에게 전달해주면 반 이상은 먹고 들어가는데 말이죠.. 하지만 내용이 더 빡빡합니다.. 상당히 많은 분량속에 치밀한 상황적 연결고리를 제대로 배치해서 독자들이 왕의 로맨스의 밑바닥에 깔린 음모와 배신의 드라마틱한 사건의 구성을 놓치지 않게끔 만들어준 것이죠.. 물론 이 모든 사건의 중심에는 시대적 상황인 외척의 권세와 왕권 약화의 역사적 사실을 절대적으로 배치시켜 국사를 배운 독자의 머리를 끄덕거려주는 작가의 재능적 얄팍함이 대단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월이라는 무녀에게서 밝혀지는 불편한 진실의 소용돌이속에 여지껏 말한 모든 로맨스와 추리와 스릴러와 긴장감들이 폭발적으로 담겨있는거죠.. 역시 장난아닙니다.. 전 그렇게 봤습니다.. 하지만 사건의 구성에 있어 너무 많은 인물들이 관여를 하고 사건의 내막에 대한 구체적 진실이 어지럽게 나열된 부분이나 중심인물들 외에 수시로 등장하는 사건관련 인물들의 과거와 현재의 상황적 설명들이 독자들의 추리적 관점에서는 조금은 무분별하게 등장시켜 보여주는 관계로다가 조금은 사건을 잡아내기가 어렵게 되었지 않았나싶구요.. 역시나 로맨스가 중심이고 대중적 감성에 치우친 소설이다보니 사건을 풀어나가다가 사랑이 등장하고 또 사건을 파헤치다가 바로 사랑이 등장하는 부분은 다듬을 필요가 있을수도 있는것 같은데 에이, 이런 말 할 필요도 없지 싶네요.. 사실 저한테는 그런거는 문제가 안되더라구요.. 잘 알지도 못하는 넘이 억지로 단점을 찾아내는것만큼 어설픈것도 없으니까요.. 그냥 좋으면 좋은건데 말이죠.. 예, 전 그냥 좋았습니다.

 

물론 이 모든 독후평은 저의 취향에서 비롯된 것이겠습니다만 그동안 사극이나 이런 사극투의 문장과 국내역사와 관련된 소설들을 외면하던 이유가 웬지 진지할 수밖에 없을것 같고 이로 인해 지루함의 부작용을 안겨줄것이라는 어설픈 편견을 새로운 감각으로 받아들이게 해준 부분에 대해서는 혹시라도 저와 같은 독자분들이 있으시다면 충분히 즐거운 독서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물론 많은 여성독자분들의 환호를 받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작품일테구요.. 내용적 측면의 사건의 구성들도 여느 남성독자분들의 독서의 긴장감을 느끼게 해주기에도 전혀 부담이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국내소설을 많이 읽지 못하는 편협한 독자의 어설픈 독후감일 수 밖에 없지만 역시 뒤늦게라도 저의 취향적으로다가 이런 좋은 작가의 대중적 즐거움이 가득 담긴 작품을 접하게 되어서 무한한 감명을 받았다고 하는게 더 좋을 듯 싶습니다.. 땡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