웜 바디스 블랙 로맨스 클럽
아이작 마리온 지음, 박효정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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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존재들은 진화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게 현실속에서 존재하는 것이든 상상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든 상관없습니다.. 그게 무엇이든 존재성을 부여받았다면 언제나 그자리에 그대로 변화되지 않은체로 남아있는 것은 거의 드물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진화라는 거창한 말로 표현하기는 좀 그렇지만 여하튼 뭔가 바뀌어가는 것은 맞지 않나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인간의 입장으로 볼때 비롯된 저의 개인적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 여하튼 인간에게 아니 저에게 맞춰진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것들은 일종의 업그레이드와 변화를 하는 모습으로 많이 다가오더군요.. 생명이 있든 없든 세상이 변함에 따라 그것들도 따라서 변해가는 뭐 그런 이야기인거지요..

 

"웜 바디스"라는 제목이네요.. 따수븐 몸댕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그러니까 살아있는 생명을 지칭할 수 있겠습니다.. 생명이 사라지면 살아있는 모든 것은 차가워진다는 의미이겠죠.. 그 의미의 중심에 좀비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좀비라는 이 무지막지한 창조적 개념은 이전부터 미신적 토템이나 부두적 사상에 오랜 세월동안 있어왔지만 대중적인 의미의 좀비라는 말은 불과 몇십년전에 창조되었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겠습니까?.. 일단 죽은 자가 살아나는 개념을 두고 우린 좀비라고 부릅니다..  현시대에서는 일종의 바이러스적 질병의 대명사로 불리우기도 하죠.. 물리면 좀비가 됩니다.. 아무 생각 없이 어슬렁거리면서 살아있는 인간을 잡수시지만 머리만 뽀싸뿌리면 다시 죽음속으로 돌아가는거죠.. 하기사 장르소설 몇 권이라도 읽어보시고 성인분들은 누구나가 아시리라 믿습니다.. 대부분의 좀비영화들이 성인용이지 않나요?.. 피칠갑이 기본이니 말이죠.. 하지만 여기 이 작품은 조금은 색다른 방식입니다.. 청소년들이 전혀 거부감을 가지지 않을 방식으로 진행이 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물론 피칠갑으로 산자를 뜯어먹는 행위들은 그대로입니다만 이 또한 소설속에서 진화와 변화를 겪는 부분이 보입니다.. 블랙 로맨스라는 개념을 제대로 맞춰 잡은 작품으로 봐도 좋을 듯 싶습니다.. 뭔가 아름답고 무지개 넘어 천사가 나발을 불어제끼는 희망가득한 로맨스의 모습보다는 조금은 더 암울하고 파괴적이고 고통스러운 로맨스라고 봐도 될까 싶네요.. 오히려 요즘의 추세에서 또다른 로맨스의 진화라고 보고 싶군요.. 아님 말구요..

 

한 남자가 있습니다.. 근데 좀비입니다.. 자신이 누군지, 어디서 왔는지, 죽음전의 모습은 어떠했는지, 이름조차 알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성이 남아있습니다.. 물론 좀비로서의 본능도 그대로 지니고 있습니다.. 그냥 자신의 이름에 R이라는 알파벳이 있었지 않을까 싶은 기억만 있습니다..그래서 R이라고 부르죠.. 그리고 자신과 비슷한 이성적 영역을 가진 M도 있습니다.. 그리니까 이 좀비가 이 소설의 화자입니다.. 일단 여기서부터 좀비가 좀비같지 않은 좀비의 생각이 전반적인 심리묘사를 해내는 모습조차도 좀비스럽지 않은 좀비의 진화라고 볼 수 있겠죠.. 어렵나요? 기존에 보드카 백만병 먹고 어슬렁거리던 모습에서 미친듯이 뛰면서 놀래키던 그들이 이제는 생각도 한다라는 개념으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하지만 본능속에서 좀비는 늘 살아있는 인간으 피와 살을 요구하죠.. 여기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러던 중 R은 인간을 사냥하게되고 우연히 발견한 그녀를 보게됩니다.. 그리고는 그녀의 애인인 페리의 뇌를 맛보는거죠.. 여기에서 이 소설속의 좀비는 인간의 뇌를 맛보게 되면 그들의 기억을 공유하거나 자신의 기억에 대입시킬 수 있기도 합니다.. 이것이 이 소설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중에 하나죠.. 그녀의 이름은 줄리입니다.. 물론 살아있는 인간입니다.. R은 그녀를 안전하게 지켜주고 싶습니다.. 그게 사랑이든 의무이든 호기심이든 상관없습니다.. 그저 그녀를 안전하게 지키고 싶습니다.. 그렇게 그녀를 자신의 공간이 공항으로 데리고가고 그녀와 좀비는 소통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녀는 인간이죠.. 그들의 세계로 돌아가야됩니다.. 세상이 파멸하고 이젠 스타디움이라는 공간에서 인간은 절망속에서 나름의 희망과 공유를 찾고 있습니다.. 그 곳으로 줄리는 돌아가려합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계속되죠... 과연 이성을 가진 좀비 R과 인간 줄리의 이야기는 어떻게 될까요?.. 아주 좋습니다.. 읽어보세요

 

상당히 색다르면서도 어딘선가 많이 봐온 느낌을 지울수가 없습니다.. 일종의 짜김기적 이미지가 많지만 또한 독창적 세계관의 느낌을 지울 수도 없다는거죠.. 오히려 이게 더욱더 즐거운 집중도를 이끌어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예를 들어 인간의 뇌를 먹게되면 그들의 기억과 생각을 공유하는 방식은 색다르면서도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또한 그 행위로 인해 한 남자의 기억을 공유하고 그남자처럼 자신의 이성과 기억이 변해가고 인간과 소통으로 인해 또다른 진화적 존재가 되어가는 모습이 아주 맛깔스럽습니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철학적이고 존재의 가치부여에 대한 심도 깊은 주제를 가지고 있는데 말이죠.. 좀비라는 개념이 이런 고차원적인 존재적 가치 영역을 대중적으로 끌어내려준다는 말입니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종말론적 세계관속에서도 여전히 희망은 존재한다는 그런 개념까지 일반적이지만 결코 유치하지 않은 방식으로 그려내고 있는거죠.. 하지만 이런 존재적 진화에 대한 과학적 근거나 구체적 설명들이 부족해서 그냥 그러려니하는 부분으로 정리해버리는 상황이 조금은 아쉽습니다.. 각 챕터의 이미지를 보면 해부학적 도면들이 나옵니다.. 인간의 해부학적 구조도같은 뭐 의학적 방법을 보여줄려나?..같은 생각을 하게되지만 딱히 그런 의도는 없더군요.. 하기사 로맨스를 중심으로한 대중소설의 관점에서 우리가 얼마나 전문적이길 바라겠습니까, 단순한 재미적 영역에 맞춰 생각하면 충분히 즐거운 작품이니 그것만 해도 만족스럽다고 봐야겠죠.. 고개 까딱거리며 갸오뚱하면 뭔가 잘못된 것이겠지만 말씀드린대로 그러려니하고 수긍하면 그걸로 된거죠.. 아님 말구요

 

영화화 이야기를 안할 수가 없군요.. 특히나 줄리라는 캐릭터에 대한 관심이 개인적으로 상당히 많은 바 괜찮은 선택처럼 보여지더군요.. 뭐 워낙 대중적 캐릭터의 성향을 보여주는 주체적 여성의 모습인지라 충분히 영화적으로도 잘 살려줄꺼라고 믿습니다.. 이 외에도 캐릭터적 모습들이 아주 영화적 이미지와 부합되는지라 상당히 멋진 작품이 나와주지 않을까 희망적 예상을 해봅니다.. 종말론적 세계관과 희망론적 신세계의 감각이 적절하게 어울려지면 비싼 영화비 주고 보아도 후회는 안될 듯 싶기도 하구요.. 남자 주인공도 아주 좀비스러운 외모인게 나쁘지 않더군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작품의 표지에서 받은 이미지적 예상과는 달리 내용이 상당히 진지하고 철학적 존재관을 피력하고 있어 조금은 놀랬네요.. 표지에서 받은 느낌은 생각보다는 가벼운 느낌이었거덩요 보다 로맨스에 많이 치중된 이미지라고나 할까요.. 여하튼 가볍게 생각했다가 진중하고 즐거운 집중을 보여준 작품이라는 점에서 행복한 독서였습니다..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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