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내리는 산장의 살인
구라치 준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새해가 밝았습니다.. 뭔가 올해는 인생에 보탬이 되는 큰 즐거움이 있는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사는게 쉽지가 않습니다.. 뭐 독후감에 제 삶의 넋두리를 끄적될 필요는 없습니다만 이렇게 뭔가 힘들때는 책속에 푹 빠져드는게 최곤데 그마저 쉽지 않네요.. 책을 펼치면 글은 읽되 머리는 딴생각 하고 있는 상황이 자꾸 발생하니 말이죠.. 특히나 본격 미스터리같은 추리를 요하는 작품을 읽을때는 뭔가 놓치는게 없는지 지대로 문장을 파악해가면서 읽어야되는데 한참동안 글만 읽다 내가 뭐했지?하면서 다시 앞으로 돌아가기를 반복하는 이런 바보짓은 추리소설을 대하는 예의가 아닐 것인데 말입니다.. 참나,

 

겨울에 걸맞는 "별내리는 산장의 살인"입니다.. 겨울철 몇몇의 등장인물이 동떨어진 산장속에 갇혀 벌어지는 살인사건에 대한 클로즈드 서클 추리소설인거죠..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산장속에 머문 아홉명의 등장인물들중 두번의 살인사건이 일어납니다.. 분명 나머지 일곱명의 인물들 중에서 살인자는 존재합니다.. 첫날 일어난 살인사건으로 그들은 그곳을 벗어나 살인사건을 경찰에 맡기고자 하지만 천재지변(눈사태)로 인해 산장에 갇혀버립니다.. 그리고 사건을 추리해나가는 과정과 사건의 이어짐이 일어나죠.. 두번째 밤에 또다른 살인이 발생하고 이에 등장인물들중에 탐정역할을 담당하는 남자 호시조노와 그의 조수격인 가즈오(소설속의 화자)가 사건에 대해 추리를 해나갑니다.. 그러나 이 작품속에서는 우리들이 본격 미스터리라는 작품의 형식에서 흔히 보아왔던 트릭이나 독자의 주의를 다른 쪽으로 돌리는 일종의 미스디렉션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모든 단서는 작품속에 또는 각 챕터의 힌트(챕터마다 일종의 단서를 제공합니다)에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싱겁게 보여질지도 모르겠네요.. 살인사건이 발생했는데 독자들이 이것을 풀어나갈 단서조항이 그렇게 많지 않으니 말이죠.. 물론 그 단서라는 것이 보통은 일종의 트릭으로 작용함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만 그동안 본격추리소설에 적응된 트릭적 요소들을 배제한 상황에서 단순 살인사건의 용의자와 단서를 하나씩 찾아 관련없는 상황을 제거하면서 살인사건의 내막을 파헤치는 구성은 단순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겠죠.. 하지만 오히려 이런 일반적 단서로 사건의 정황을 추리해내는 과정이 아주 치밀하고 각각의 인물들의 알리바이와 동기을 파헤치고 용의자를 색출해내는 방법이 아주 논리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을 취하고 있다면 다시 머리가 어지러워질지도 모릅니다.. 개인적으로는 여러 상황과 겹쳐 그들이 추리해내는 과정속의 단서들을 이해하는데 조금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특히나 사건의 범인이 밝혀지는 추리과정의 공개시점에서부터는 거의 눈이 빠질 듯 문장을 이해할려고 노력했네요..

 

이 부분은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을 듯 하니 책을 읽지 않으신 분들은 과감하게 패쓰해주시길 바랍니다..

꽤나 재미있고 즐거워 보이는 색다른 본격추리소설입니다만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신선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본격추리소설에 걸맞는 집중도를 요하는 독자의 예의가 뒷받침되지 않았던 점도 있지만 달리보면 그런 독자들마저 작품속으로 끌어들여하는 역량도 조금은 부족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네요.. 일반적인 트릭을 주로 하는 본격물들을 접하는 경우 모든 해결이 마무리되는 결말을 접하고 나면 본격추리소설의 허탈함을 많이 느끼게 되는데 말이죠.. 사실 이 작품은 그런 허탈함은 없습니다.. 말그대로 단서와 증거와 동기등의 추리적 기법으로 용의자를 색출하고 용의선상에서 알라바이를 획득하여 벗어나는 방법으로 마지막 남은 범인을 밝혀내는 방법을 취하니까 논리적 해석이 독자들의 허탈함을 느끼지 않게 해준다는거죠..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많이 아쉽습니다.. 충분한 반전과 뒷통수를 때려주는 묘미가 있음에도 웬지 아쉬움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작가가 펼쳐놓은 단서를 알고는 있지만 제대로 속아버린 느낌에 즐거움도 있습니다만 범인이 드러나고 그 상황이 묘사된 방법은 상당히 우스워 보이더군요.. 논리적이고 구체적인 추리과정을 거치고 마지막엔 코미디가 되어버린 느낌이었습니다..

 

이 작품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각 챕터별로 상단에 제시된 일종의 단서적 힌트가 묘미였다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가즈오라는 화자를 통해서 작품속으로 들어가는 방법도 상당히 자연스럽고 거침이 없었습니다만 무엇보다도 독자를 작품속의 문장문장과 추리적 단서에 집중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장치를 이 단서조항이 제대로 해낸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물론 이 작품의 중심적 역할 역시 이 단서조항이 해냅니다.. 그러니 혹시라도 이 작품을 접하게 될 독자분들은 이 챕터별 힌트를 절대적으로 놓치시면 안된다는거지요.. 아마도 놓치실 분들이 없으시지 싶긴 합니다.. 작가도 이 점을 지대로 알고 있기에 독자들을 속이려드는거 아니겠습니까?..ㅋ

 

일년을 함께한 작품이라 그런지 생각만큼 혹하지는 않았다는 점이 있구요.. 기본적인 재미 측면에서는 여타 작품들과 비교했을때 크게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가즈오라는 작중 화자의 역할이 생각보다 자연스럽고 인간적이었다고나 할까요.. 화자를 통해 보여지는 등장인물들의 면면들도 자연스럽게 소설속 인물적 캐릭터와 사건속의 영향력등으로 제대로 구성된 듯 하구요.. 아기자기한 맛이 있습니다.. 물론 본격추리의 맛을 나름 잘 살렸다고 봐야되겠지만 논리에 약한 저의 입장에서는 추리적 문장들을 꼼꼼히 읽기가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특히나 그들이 쏟아내는 추리적 논리와 함께 반대의견의 추리적 논리가 드러나는 부분은 이 작품의 백미임에도 불구하고 잠과의 혈투를 펼치느라 제대로 파악을 했는지도 의심스러웠답니다.. 그냥 전 아리스행님이나 유키토 행님이 조금 더 저에게 맞는 듯합니다..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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