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의 초점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양억관 옮김 / 이상북스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뒷배경 사진의 출처는 http://blog.naver.com/n10011020/)

 

제가 결혼이라는 것을 한지가 버얼써 10년째입니다.. 한달 후면 10주년이 되지요.. 결혼을 생각할 당시에도 그렇게 젊은 나이가 아니라 결혼하기 전까지 집안 어른들의 눈치때문에 명절날이 곤욕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우야둥둥 결혼은 했고 아이도 낳았습니다.. 정상적으로 가족이라는 울타리속에서 사회의 유리지갑 행세를 하고 살아가고 있죠.. 그러나 여전히 제 친구들중의 몇 몇은 여즉 결혼을 하지 않고 있는 노총각들도 있습니다.. 얼마전까지는 안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었겠습니다만 이제는 못하는 축에 들어갑니다.. 결혼 적령기라는 개념이 나이상으로 상당히 후퇴되었지만 이제는 돈없고 빽없는 월급쟁이의 30대 후반 또는 40대 즈음의 나이는 사실 쉽게 거들떠보지를 않죠.. 그런 친구들 중 하나가 이제는 해외로 눈을 돌려야되지 않느냐는 자조 섞인 말을 하더군요.. 국제결혼이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지는지는 잘모르지만 전 그 친구에게 매몰차게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해외 여성들은 널 다르게 볼 것 같냐, 어디서 되먹지도 않은 무시야?..라고 말이죠.. 그후로 한참동안 어색하게 지냈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친구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도 하고 의미를 압니다만 그당시에는 좀 못된 말을 했더랍니다.. 나중에는 서로 풀고 앞으로의 인생에 대해 고민을 함께 하고는 있습니다만 역시나 40이라는 나이가 주는 압박감과 그 인생의 굴곡을 이제 결혼 적령기나 조금은 오바된 여인들의 결혼의 대상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라는 조금은 심각한 걱정을 하고 있다는거지요.. 역시 국내 여성들의 눈높이에 이 친구들이 쉽게 다가서지는 못하는게 현실이기도 하니까요.. 쩝

 

전후의 일본의 생활은 뭔가 상당히 혼란스러우면서도 중심을 잡아가는 느낌이 강합니다.. "제로의 초점"에 등장하는 주인공이나 주변인물들도 전후 10년정도 지난 시점의 일본의 생활과 사회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나 시작과 동시에 이제 결혼 적령기를 살짝 넘어선 데이코는 36살의 노총각인 우하라 겐이치와 선을 봅니다.. 상당히 늦은 결혼임에도 회사에서 촉망받은 직원이라 겐이치와의 결혼을 데이코와 가족들은 나름 괜찮게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결혼을 하죠.. 늦은 결혼이다보니 겐이치에게는 어떤 과거(!)가 있었는지 잘 알수는 없지만 데이코는 앞날만 바라보고 있는 그대로의 현재의 겐이치에게 만족하며 인생을 꾸밀 생각이 큽니다.. 그렇게 신혼살림을 준비하던중 전임지에서 겐이치가 실종이 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노도반도의 끝자락에 위치한 가나자와 근처에서 실종이 됩니다.. 데이코는 그렇게 겐이치의 전임지를 방문하여 사건의 단서를 찾아나가게 됩니다.. 겐이치의 후임자인 혼다와 함께 말이죠.. 그러던 중 겐이치의 형인 소타로가 가나자와를 방문하게 되는데 뭔가 알고 있는 듯 합니다.. 하지만 그런 소타로 마저 살인을 당하고 맙니다.. 이후 미궁속으로 빠져드는 사건의 내막은 혼다가 발견한 단서로 인해 실마리가 풀릴 상황으로 변하지만 역시나 다시금 사건은 커다란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됩니다.. 과연 사건의 내막과 진실은 어떻게 될까요?..

 

단순 본격추리의 개념이나 대중적 스릴러의 관점과는 또 다른 사회파 소설의 즐거움은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물론 모든 장르의 소설들이 우리의 사회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말입니다. 이 사회파 소설이라하면 사회속에 내재된 부조리와 인간적 딜레마가 상당히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많은 대중의 가치관적 공감대의 형성이 수월하다는 이점이 있지요.. 그런 사회파소설의 선구자이자 대중적 선호도를 높여준 작가님이 마쓰모토 세이초 할아버지이신겁니다.. 이분은 있는 그대로의 사회파 추리소설의 선구자이자 장르소설의 활성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신 존경할만한 인물인거죠.. 역사가이자 소설가로서 상당히 많은 저서를 남겨놓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그렇게 많은 출간작이 없습니다.. 몇몇 출판사측에서 이런 세이초 할배의 작품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하니 기대를 해볼만하구요.. 그런 세이초 할배의 대표작중의 하나인 제로의 초점은 전후 일본의 사회상과 맞물린 정적이면서 메마른 추리소설을 만들어 놓으셨네요.. 추리소설적 재미는 둘째치고라도 작품적 감성 하나만은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실제 주인공격인 데이코의 시점에서 써내려가는 사건의 내막은 노도반도의 싸늘함과 잘 어울리며 그녀가 느끼는 감정선까지 섬세하게 다가옵니다.. 또한 그녀가 만들어내는 추리적 정황은 일반적 관점의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독자들을 자연스럽게 소설속으로 끌어들입니다..

 

하지만 어쩐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소설속에서의 경찰들의 역할이라는게 상당히 지지부진한 진행을 보여주고 주인공이 전달하는 추리적 내막과 정황들은 경찰들의 수사과정과는 전혀 무관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같은 지역내에서의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짐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모습은 전혀 경찰답지가 않고 제대로 등장조차 하지 않습니다.. 물론 세이초할배의 관점적 지배와 소설적 중심을 데이코라는 여성에게 둔 이유이기도 하겠지만 추리소설의 연관성을 두고볼때는 조금은 허술해보이기도 합니다.. 사건의 진실을 파악해나가는 데이코의 추리적 상상력에 의존함이 대부분인게 조금은 아쉽다고 할까요?.. 감성적으로는 상당히 메마르고 심각한 사회적 아픔을 다루고는 있습니다만 크게 다가오지는 못하네요.. 시대가 다른 현재를 살고 있는 저의 입장에서 전후 일본의 사회적 상황까지 공감하기에는 조금 어려움이 있었구요.. 또한 그 사회적 아픔이라는 개념도 인물의 정황부분이 생각보다 헐거워서(이부분은 달리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인물적 관계의 연결부분에 있어서는 상당히 치밀하게 꾸며놓았으니까요) 추리적 진행으로 볼때는 대부분 결말을 어느 시점에는 알 수가 있을 정도여서 조금은 어색했지만 그래도 현재의 일본의 모든 추리작가님들이 존경하는 아버지와 스승의 입장이니 사회파 추리소설의 대표작이자 초기작으로서 그 가치는 어설픈 제 독후감으로 감히 평을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데이코의 입장이 되어서 갑자기 신혼여행후 신혼살림을 준비해야될 마당에 남편이 실종되어버린다면.. 이라는 생각으로 찬찬히 그녀의 관점에서 사건을 함께 해본다면 상당히 즐겁고 재미난 추리소설로서의 행복한 독서가 될 수 있을겁니다..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시작부터 모든 것을 알게 되는 마지막까지 말이죠.. 책을 마무리하고 난 다음 이 순간에도 머리속에는 눈내리는 노도반도의 끝자락 다카하마 절벽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초점잃은 눈으로 바다를 응시하고 있는 데이코가 선합니다.. 이 하나의 각인만으로도 이 작품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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