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칼리버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9-3 아서 왕 연대기 3
버나드 콘웰 지음, 조영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이번에는 좀 할 말이 많은 관계로다가 쓰잘데기없는 주절거림은 이 한줄로 그치고 바로 책에 대한 이야기만 하도록 하겠습니다.. 대단히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제목답게 연대기로서의 대서사적 줄거리를 가진 상당히 많은 분량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읽기에 딱 좋게 집필되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잘은 모르겠으나 수많은 아서왕에 대한 이야기들이 보통은 대서사시에 걸맞게 많은 분량(보통 5권 이상 되지 않나요?)을 가지고 있거나 청소년용의 단권의 짤막한 분량을 가지거나 뭐 그런 정도로 봐왔습니다.. 단행본 형식으로 볼때는 이 작품이 가장 대중소설로서의 입맛에 걸맞다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되더군요.. 3권의 연대기속에 아서왕과 그의 동지들에 대한 모든 이야기가 다 채워져 있답니다.. 뭐 사실은 다른 아서왕 이야기를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어 정확한 데이타는 아니란 점을 알려드립니다..

 

이 작품은 한꺼번에 연대기가 출시된 것이 아니라 2년 가까이의 시간을 두고 차례로 한 권씩 출시가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3부가 출시되기전 1,2부를 읽었습니다만 그 시간이 제법 길었죠.. 하여튼 결과적으로 이렇게 아서왕 연대기 3부작을 모두 읽게 되었습니다.. 아서왕이라는 글로벌적 남성 로망의 영웅을 앞세운 작품이다보니 상당히 거친면모가 돋보이는 야성적 5세기경의 브리튼을 중심으로한 전쟁소설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여전히 야만스럽고 비이성적이고 마법이 주를 이루는 북유럽적 감성속의 축축한 대지의 기운을 가진 공간적 배경을 중심으로 로마의 속국에서 벗어나 그들의 나라를 세워나가는 초기의 현재의 영국의 역사인거죠.. 로마로 부터 들어온 기독교의 기세가 몰아닥치는 가운데 영국적 전쟁 서사시가 펼쳐지는겁니다.. 그게 진실이든 전설이든 상관없습니다.. 아서왕이라는 존재는 있으나 없으나 우리의 머리속에는 영웅으로 이미 각인되어 있는 인물이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좀 더 화려한 역사적 가면을 두른 우리나라의 영웅을 원하기는 합니다만 여전히 우리의 윗세대(또는 우리세대)는 우리의 역사라는 관점에 대해 보수적이고 무심하고 외면하고 대중적이면 그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이 계신거같아 조금은 안타깝기도 합니다만.. 여하튼 저 나라에서는 아니 글로벌적으로다가 영국의 조상인 아서라는 왕(소설속에서는 왕이 되지 않음)은 대단히 남성적 로망의 기준이 되는 분이 되셨다는거죠..

 

아시다시피 아서왕하면 원탁의 기사이고 기사라는 개념을 확실하게 인지시켜주신 분이시죠.. 그리고 동맹이라는 개념과 절친(?)과 서약이라는 남성적 맹세에 대해 세상의 남자분들의 거친 면모의 감성을 깨우는데 일조를 하신 분이십니다.. 하지만 이 작품속에서는 우리가 아는 원탁의 기사라는 개념은 없습니다.. 그저 군주와 친구의 개념과 동맹의 현실적 역사속의 존재가치가 담겨있을 뿐이죠.. 물론 대단히 멋진 존재 가치를 발산시켜 주시는 분들이 마지막까지 아서와 함께 합니다.. 진정한 동지이자 친구인거죠.. 그중의 한 인물이자 이 작품의 화자이고 전설의 기사인 데르벨 카다른이 주인공인거죠.. 사실 이 연대기의 중심은 아서왕이지만 주인공은 데르벨이라는 그와 평생을 함께한 기사의 이야기입니다.. 데르벨이 바라본 세상과 그의 친구인 아서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있는거죠.. 소설은 데르벨이 훗날 자신의 과거에 대해 회고록적 역사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기억을 더듬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권인 윈터킹에서 둠노니아의 왕 유서의 서자로 태어나 왕이 되지 못하는 남자 아서가 유서의 아들 모드레드를 왕이 되게 하기 위한 서약을 함으로서 아서왕의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이 연대기는 모드레드를 왕으로 만들어 브리튼을 통일하고자 하는 아서와 그의 동지들에 대한 이야기인 것입니다.. 그리고 전쟁을 하게 되죠..연대기를 통틀어 수많은 전쟁이 등장합니다.. 하나하나 전쟁의 묘사방식은 아주 적나라한 모습으로 구체적인 영상적 감성까지 독자들에게 선사해줍니다.. 제가 머리가 나빠 공간적 이해도가 상당히 떨어지는 독자중 일인이자만 콘웰 할아버지가 들여주시는 전쟁의 이야기는 도저히 듣다가 오줌누러가는것도 잊어먹을 정도의 집중도를 보여주시니까요.. 하지만 전쟁과 땅따먹기의 구시대적 전쟁의 기준선외에도 인간의 유기적 관계에 대한 사랑과 배신과 권력과 욕망과 본능에 대한 시대적 상황이 절절히 흘러나옵니다.. 그 시대의 비이성적 세상은 참으로 야만스럽고 본성에 기인하는 감성적 야성의 리얼리티가 제대로 묘사되었다고 보여집니다.. 진짜로 그 시대의 그 나라에서는 그러했을꺼라는 확신까지 들더군요.. 가상의 소설임에도 말이죠..

 

무엇보다도 아서왕이라는 존재의 가치에 빛을 내어주는 인물은 멀린이라는 마법사입니다.. 어떻게 보면 현재의 우리가 봤을때는 아서왕보다 더 존재적 가치와 역사적 영웅으로 떠받들어지는 인물이 멀린이 아닐까 싶네요.. 왜냐하면 가장 신에 가까운 인물이니까요.. 위대한 마법사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이 작품속에서의 멀린은 까탈스럽고 이기적이고 영웅적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인물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그의 마법과 관련된 내용은 현재의 우리들에게는 전혀 익숙하지 않은 미신적 집착으로 보여지기도 하더군요.. 하지만 멀린은 역시 위대한 마법사이고 대단한 통찰력을 지닌 역사적 인물임에는 틀림없는 존재로 데르벨은 그를 확인시켜줍니다..

 

그리고 화자인 데르벨의 눈으로 기존의 역사속에서 보여진 아서왕의 사랑과 배신에 대한 이야기를 달리 알려줍니다.. 란슬롯과 귀니비어에 대한 이야기인거죠.. 우리가 알고 있는 화려하게 치장된 역사의 이면에 숨겨진 인물들의 진실을 까발려주는겁니다.. 너거들이 알고 있는 애네들이 사실은 똥묻은 쓰레기만도 못한 인물일수도 있다는 사실인거죠.. 물론 그 중심은 란슬롯이라는 은백의 기사의 이야기입니다.. 어떻게보면 1,2부의 아서와 대립의 중심도 란슬롯일겁니다.. 역사적으로는 란슬롯을 위대한 전사이자 기사로 노래하고 있지만 사실은 비겁한 권력추종자의 면모 외에는 가진게 없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배신을 밥먹듯이 하고 권력에 빌붙는 부르조아적 기회주의자의 전형인거죠.. 아서와는 정반대의 성향인 것입니다.. 세상 누구보다 인간적이고 권력을 탐하기보다는 평화를 사랑하는 한 영웅의 모습과는 말이죠.. 영웅은 스스로 되는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것이라는 말이 그대로 실천되는 인물인 것입니다.. 자신이 의도한 것이 아닌 세상에 의해 영웅이 되어버린 인간이니까요.. 데르벨은 그런 아서의 아픔을 함께하는 주인공인거죠.. 그러나 아서가 사랑하는 귀니비어는 한마디로 여걸인 것입니다.. 귀니비어에 대해서는 근래에 많은 해석이 바뀌었습니다만.. 기존의 귀니비어는 청아하고 고고하며 여성적 자태에 여신의 이미지가 강하지 않았던가요?.. 하지만 실제 기록된 귀니비어라는 인물은 아주 탐욕적이고 권력과 부에 대한 집착과 거친 면모와 군림하고자 하는 속물적 근성이 넘치는 여걸의 이미지를 많이 보여줍니다.. 특히나 1,2부에서는 아주 밉쌍으로 자리매김하죠.. 물론 3부에서 보여지는 귀니비어의 모습은 진정한 여군주로서의 이미지로 탈바꿈하게 되지만 말이죠.. 

 

자, 정리해보면 3부작을 통틀어 제일 중심이 되는 주제는 둠노니아의 왕세자 모드레드를 왕위에 앉히기로 유서왕과 서약한 아서의 이야기이구요.. 그럴려니 주변의 속국을 통일해야되는 과정이 담긴거구요.. 전쟁을 할려면 군인과 기사들이 필요한데 그 인물들이 아서왕의 기사들이자 친구들이구요.. 그 중에 란슬롯이라는 쓰레기같은 인물이 대립각을 세우는거구요.. 물론 모드레드라는 되먹지 못한 왕자의 행동들도 아서를 평생 괴롭힙니다.. 물론 귀니비어와의 사랑과 배신과 아서의 고독도 중요합니다.. 이런 모든 이야기를 아서왕의 진정한 동지인 데르벨이라는 화자가 회고록으로 기록하고 있다는거지요..

 

이 모든 이야기들을 어떻게 간단한 독후감에 담겠습니까만 대략적 이야기는 그러합니다.. 그 속에 5세기의 브리튼의 모습이 모두 담겨있다는 사실만 알려드리구요.. 전 정말 작가이신 버나드 콘웰 할아버지작가님께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많은 역사소설을 읽어본 적은 없습니다만 초장에 말씀드린대로 이 작품은 대서사시임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이 읽기에 적당한 분량(?!)으로 구성시켜주시는 센스와 배려가 잘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적당하지만 그 속에는 모든 이야기와 세상이 담겨있음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죠.. 상당히 꼼꼼하고 섬세하게 이야기적 구성을 맞춰 나갑니다.. 소설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누구하나 허투루 여기지않고 그들의 면면을 모두 보여줍니다.. 이것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여겨집니다만 이야기가 길어지다보면 애초의 구성이 가지를 치기도 하고 줄기가 두꺼워지기도 합니다만 콘웰 할아버지께서는 그런 우려를 말끔히 제거해주시고 간지러운 부위를 정확하게 찝어서 효자손으로 긁어주신다는 말입니다.. 그 효자손의 역할을 하는게 훗날 데르벨이 회고록을 쓰는 과정에서 회고록을 보게되는 이그레인 왕비인거죠.. 아서와 친구들의 세상이 사라지고 난 후 포위스의 왕비인 이그레인에게 들려주는 역사의 진실인거죠.. 이그레인은 그런 독자들의 생각을 자신의 생각인냥 하나하나 데르벨에게 작품속에 순간순간 드러나지 않았던 궁금증을 지적해서 들려달라고 하는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주 즐거운 부분이었죠.. 그런 섬세함이 작품을 읽는데 집중할 에너지를 높여주더란 말입죠.. 생각해 보세요.. 2천 페이지가 넘는 작품을 어떻게 지루하지도 않게 읽어내려갈 수 있겠습니까?(물론 전 이전에 두 권의 시리즈를 읽었습니다만 이번에 다시 또 읽었거덩요) 그러다보니 읽다가 놓치는 부분도 상당한데 그것을 꼼꼼하게 복기시키고 궁금증까지 유발시켜주는 즐거움을 알려주는거죠.. 아서왕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이그레인과 할배 데르벨의 만담들도 꽤나 즐겁더라는 말입니다.. 전 그랬다구요..

 

남성적인 이야기일 수밖에 없고 역사적 배경속에 가공이든 아니든 영웅담을 펼쳐낸 이야기라서 어떻게 보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사실 개인적으로는 1편의 중반부분을 넘어가면 끝까지 읽지 않으면 못견디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나 이런 류의 소설을 사랑하시는 분들에게는 무척이나 즐거운 작품이 되지 않을까 감히 짐작해봅니다.. 이야기 구성의 맥을 끊지 않고 대서사시를 이어나가는 콘웰 할아버지의 장점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이라고 생각들구요.. 소설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생동감있는 묘사 하나까지 독자들이 원하는 방식을 제대로 알려주시더이다.. 물론 생소한 지명과 이름들과 언어들은 이야기의 흐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불안을 안겨줄지도 모릅니다.. 물론 이 역시도 1권 중반 이후부터는 글을 읽는다는 전제하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책이든 두께가 만만찮은 작품을 처음 펼치기까지는 쉽지않습니다.. 선택의 부담도 상당하구요.. 한 권만으로도 그 두께가 마빡 깨질 정도의 도끼의 무게와 맞먹는데 게다가 세 권씩이라니요.. 허걱!하지 않으시겠습니까?..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꼭 읽어보시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습니다.. 세 권을 이어서 읽어보시는게 더욱더 독서의 즐거움을 한꺼번에 만나실 수 있는 행복이 가득한 작품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번역의 대해서 한마디하자면요, 군데군데 도대체 원작속의 언어는 어떤 말이 나왔을까 할 정도의 생각지도 못한 단어들이 등장합니다.. 고개가 갸우뚱하게 되는거지요..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해석한 단어들과 지명과 문장들의 어려움을 한글로 보는 우리들도 느꼈다시피 무척이나 힘든 작업이 아닌가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소설을 이어가는 문장과 대화들의 잡스러움(?)과 읽기 편한 문체의 사용이 좋았습니다.. 그 번역이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즐거운 독서의 기폭제가 된 것은 사실이니까요..

 

아서왕이 있다 없다라는 기준은 무의미합니다.. 브리튼의 역사속에서도 존재의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인물이기도 하더군요..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영웅적 영혼의 역사는 후대의 우리들에게 보여주는 즐거움이 지대한 것이지요.. 굳이 아서왕이라서 그를 칭송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를 도운 주변의 인물들이 더 정감스럽고 영웅적이기도 하더군요.. 이런 작품을 읽는 것이 좋습니다.. 근데 왜 아직 저는 우리나라의 진정한 영웅들의 모습이 담긴 멋진 작품들을 만나지 못한 것일까요?.. 아직 제가 우물안 개구리라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세계적인 아서는 아니되더라도 우리들만의 을지문덕이라도 한번 제대로 찾아보고 싶군요.. 가능하겠죠?.. ..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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