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도시 이야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4
다나카 요시키 지음, 손진성 옮김 / 비채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딱히 가르친 것도 아니고 배운 적도 없지만 남자아이는 장난감을 보더라도 조금은 폭력성향이 있어보이는 남성적 자신감을 내비칠수 있는 그런 류의 장난감을 선호합디다.. 어린시절에는 자동차나 소방차에 열광하고 토마스 기차에 집착하던 아이가 어느시점을 넘어서면 칼과 총과 파워레인저의 자극적 냄새를 맡게 되는거지요.. 뭔가 자신을 과시하고 싶고 남들 앞에서 강함을 내보이고 싶은 그런 경향이 있는 것일까요?.. 뭐 여자아이라고 꼭 아니라고는 말 못하겠지만 저의 집의 경우에서 보면 딸아이는 책과 일반적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선호하는 반면 아들은 칼을 든체 총을 허리춤에 꼽고 덤블링을 해댑니다.. 물론 덤블링중 총이 피부에 찔리는 불상사는 어쩔 수 없는거지만요... 그리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저 또한 뭔가 작대기를 흔들고 싶은 그런 충동을 가지곤 하는게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 뭐라고 할까요?.. 야구 방망이나 사무라이 칼 모형을 들고 있으면 뭔가 기운 센 천하장사가 되는 듯한 느낌들 말이죠.. 어쩔 수 없는 남성적 본능이란게 있나 봅니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남성적 역사의 정복의 시대는 현재도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죠..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자신이 소유한 모든 것에 대해 권력자들은 전쟁을 일으킬려고 듭니다.. 시대적 이성이라는 인간적 시스템이 머리속에 없다면 이건 뭐 자멸하는 상황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도 문득 드는군요.. 여자때문에 남자는 망하고 여자때문에 남자는 살아남습니다.. 그런생각이 드네요.. 아니면 김밥을 말아 드시구요..

 

보통은 이 단락에서는 줄거리와 내용에 대해서 간략하게 추려서 적는 공간인데 말이죠.. 이 작품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먼저 다나카 요시키 작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겠군요.. 워낙 유명한 판타지소설의 전설같은 작가이니 말이죠.. 동양에서 특히 일본과 국내에서는 톨킨과 르 귄보다 더 대단한 인지도를 가진 양반이 아닐까 싶네요.. 세대적으로는 30,40대를 중심으로 말이죠.. 젊은 애들은 잘 모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모르니까 모르는거라는 모르는 말을 모르게 하는 모르는 애들을 말하는겁니다.. 죄송하구요.. 저도 읽어보진 못했지만 은하영웅전설이라는 작품의 전설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을 정도니까요.. 키크고 잘생기고 외국적 냄새가 짙은 젊은이들의 모습들속에 그들을 닮고 싶어하는 동양인의 감성이 잘 묻어있더라는 개인적 사견을 가지게 되더군요..물론 국내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얻었다고 하더군요... 잘난 젊은이들이 우주를 제패해 나가는 내용들이 말이죠.. 부럽고 워너비가 되고 싶은 그런 동경의 존재들이죠.. 그렇다고들 합디다.. 전 안읽어봐서 모르겠지만요..

 

그 대단한 작품을 집필한 요시키 작가가 비슷한 시기에 연작 단편집을 "일곱도시의 이야기"라는 구성으로 만들어낸 것입니다.. 그러니까 한꺼번에 집필된 소설이 아니라 이어진 연작을 시기별로 만들어낸 단편집으로 보심이 더 정확하지 않을까 싶네요.. 시대적 공간적 배경은 이러합니다.. 쉽게 말하면 지구가 멸망합니다.. 하지만 달에 거주하던 인간들은 살아남죠.. 그리고 대전도된 지구는 육지와 바다의 형태가 바뀌어버립니다.. 월면도시에서는 새롭게 재편(?)된 지구에 자신들의 위성도시 개념의 일곱 도시를 세웁니다.. 비슷한 구성비를 가진 도시를 만들어내는거죠.. 그리고 그들이 하늘위로 올라오지 못하게 올림포스 시스템이라는 체계를 만들어 월면도시에 대항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인간들은 배신을 잘 때리니까요.. 그러나 원인모를 질병으로 월면도시의 인간들은 전멸해버립니다.. 대전도된 지구의 일곱 도시는 자유를 찾게 되죠.. 그리곤 그들만 살아남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은 하늘 위 500미터 상공이상은 접근하지 못합니다.. 올림포스 시스템은 월면도시의 전멸과 상관없이 굳건히 작동하니까요.. 그 파멸이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말이죠.. 자, 이렇게 새시대가 열리고 일곱 도시들은 비슷한 구성비로 서로에 대해 견재와 협조를 해가며 불안한 평화를 유지하게 됩니다.. 하지만 역시 인간들이라는 존재가 평화만을 사랑하는 비폭력주의자들이 아니잖습니까?.. 서로간의 전쟁은 필수불가결이라는 전문용어로 설명가능한겁니다.. 그렇게 살아남은 일곱 도시들은 역사의 반복적 정복의 전쟁을 이어나가려고 합니다..

 

전쟁에 대한, 권력자들의 정치에 대한, 새로운 세상속에서도 변함없이 반복되는 피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인 것이죠.. 인간은 불변하다라는 진리라고나 할까요?.. 여기에 각 도시의 전쟁의 중심에 선 선봉장들이 이 전쟁이야기의 구심점입니다.. 일곱 도시중에서도 특히나 대단한 명장들이 주인공들인거죠.. 길포드, 아스발, 노르트, 크루건이라는 명장들이 등장하고 류웨이, 블롬, 라우드루프, 슈터밋, 모블리지같은 정치가도 등장합니다.. 자신들의 이기적 소유욕과 도시의 이익이라는 개인적 정의를 위해 전쟁을 일으키고 헛된 죽음을 양산하는 존재들인거죠.. 특히나 전체 연작의 중심에 놓은 각 도시의 명장들인 젊은 군인들은(시작시점에는 채 서른살도 안되었지만 별을 달고 나옴..참고로 난 스물세살에 병장이었구만..) 매우 시니컬하고 에고이스터이며 전쟁광처럼 보여집니다.. 물론 헛된 죽음에 그들도 눈살을 찌푸리곤 하지만 평범한 일반 군인의 죽음은 머리속에 있지도 않습니다.. 몇쳔명 죽어 나자빠지는 것 정도는 인상 한번 쓰는걸로 넘겨버리면 그만이니까요.. 미래에 등장하는 삼국지 비슷한 그런 느낌이라고 보면 어떨까 싶네요.. 칠시지 정도 될라나요.. 하여튼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총 다섯 편의 연작입니다.. 뺏으려드는 자와 방어하는 자들의 전쟁이야기이며 전쟁의 기술과 인간의 권력욕을 다룬 정치소설이기도 합니다.. 물론 배경적으로는 200년 후의 새로운 세상을 다룬 판타지소설이구요.. 다나카 요시키작가의 특성이 제대로 살아있는 작품인 듯한 부분도 무시 못하겠네요..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문장들이 만들어주는 맛깔스러운 느낌도 잘 살아있는 듯하구요.. 이게 번역하는 분의 역량인지 아니면 원작에서도 변함없는 문장들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상당히 글을 읽는 재미가 있다고나 할까요?.. 각 도시의 주인공들이 만들어내는 대화나 문장들의 묘사방식들이 즐거움을 많이 주더군요.. 캐릭터들의 상황적 연결을 이끌어내며 그들의 시니컬하면서도 비정한 내면을 잘 묘사해주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다만 연작으로 일종의 단편형식을 취하다보니 전쟁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부분이라든지 상호 대립적 형태의 병법의 기술들이 조금은 얄팍해 보이는 경향이 있지 않았나 싶구요.. 무엇보다도 캐릭터들의 전쟁적 대립각이 단편적으로 구성되다보니 구체적이지 못하고 긴장감을 전혀 주지 못하지 않았나 싶네요.. 장편으로 만들면 용쟁호투의 막상막하의 전쟁 영웅들의 비장한 긴장감을 맛볼수 있었지 싶은데 말입니다..

 

독특한 세계관과 미래의 시간적, 공간적 배경이 색달라서 좋았습니다.. 더 이어져야 될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끝나버려서 안타깝기도 하군요.. 뒤에 후배작가분들이 후속편을 집필했다고는 하지만 요시키작가가 아니잖아요라고 떼를 쓰고 싶은 생각도 드네요.. 모르겠습니다, 여성분들에게는 얼마나 어필이 될 작품인지 말이죠.. 하지만 저는 상당히 매력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구성도 좋았구요.. 문장들이 주는 잔재미도 상당히 즐거웠구요..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비정감도 색달랐습니다.. 조금 길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좀 많이 남긴 했지만요..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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